Share

제005화. 살고 싶다는 말

Author: 6jay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1 22:26:03

‘지금 같은 대식 먹방과 폭식은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언제 다시 쓰러질지, 그때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어요.’

그 위로 겹쳐지는 건 탐욕으로 일그러진 모친, 이옥순의 표독스러운 낯짝이었다.

‘그리고 민호 오피스텔 잔금은 어떡할 건데! 당장 퇴원해서 해명 라이브라도 켜!’

여기서 쫓겨나면 남은 건 파멸뿐이었다.

돌아가야 할 곳이라곤 저열한 돈벌레처럼 제 살점을 뜯어먹는 가족들의 생지옥, 그리고 기형적으로 불어난 위장이 찢겨 나가며 서서히 숨이 끊어지는 폭식의 나락뿐이었으니까.

죽기 싫었다. 이렇게 한 줌의 쓰레기처럼 버려져, 겨우 스물여덟이라는 찬란해야 할 나이에 영안실의 얼음장 같은 철판 위에 싸늘한 시체가 되어 눕고 싶지 않았다. 살아야 했다. 악에 받친 숨통을 부여잡고, 이 빌어먹을 운명의 목덜미를 물어뜯어서라도 살아남아야 했다.

“놔! 이거 놓으라고, 이 개자식들아!”

눈앞이 새빨갛게 뒤집힌 도희의 눈동자에 섬뜩한 독기가 차올랐다.

도희는 제 오른팔을 짓누르고 있던 경호원을 향해 순식간에 고개를 틀었다. 제아무리 버둥거려도 손아귀 힘만으로는 떼어낼 수 없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사내의 단단한 팔뚝을 짓이기듯 물어뜯었다.

“악! 이 미친년이?!”

비명과 함께 사내의 손아귀가 헐거워졌다. 도희는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면서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맹렬히 내달렸다.

타타탁―!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냉랭하게 등을 돌린 채 파워 랙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던 강태혁의 거대한 등판이었다.

쿵―!

사나운 발소리에 태혁이 막 몸을 돌리는 찰나, 도희의 두 손이 그의 단단한 흉부를 사납게 틀어쥐었다.

땀에 젖어 살갗에 달라붙은 검은색 기능성 티셔츠가 가냘픈 손가락 틈으로 거칠게 구겨졌다. 방금 전까지 무거운 쇠질을 거듭했던 거대한 가슴근육이 사납게 팽창하며 도희의 손바닥을 밀어냈다. 거친 호흡을 따라 요동치는 남자의 묵직한 심장 박동이 손끝의 말초신경을 타고 생생하게 곤두박질쳤다. 도희는 밀려나지 않으려 그의 옷감을 더욱 악착같이 쥐어짰다. 고개를 치켜들고 서슬 퍼런 그의 시선을 마주하느라 목덜미가 부러질 듯 당겨왔다.

“……뭐 하는 짓이지?”

태혁이 못 박힌 듯 멈춰 서서 도희를 서늘하게 내려다보았다. 팽팽하게 당겨진 티셔츠 사이로 두 사람의 거리는 숨소리가 섞일 만큼 아슬아슬하게 좁혀져 있었다.

비서가 다급히 경호원들을 제지하듯 손을 올렸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감히 도희를 떼어내려 다가서지 못했다. 태혁의 입에서 아직 어떤 명령도 떨어지지 않은 탓이었다.

도희는 물러서는 대신 손가락 끝이 새하얗게 탈색될 만큼 온 힘을 다해 그의 옷을 쥐어뜯었다. 여기서 손을 떼는 순간, 다시 그 어둠의 나락으로 끌려가리라는 직감이 온몸을 지배했다.

목구멍까지 차오른 울분과 숨결 탓에 목소리가 짓이겨져 나오지 않았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를 훔칠 여유조차 없었다. 태혁이 다시 냉정하게 등을 돌려버리기 전에, 기필코 그에게 닿아야 했다.

“나…… 살고 싶다고요.”

짓무른 목구멍을 긁으며 튀어나온 음성이 젖은 채 갈라졌다. 침을 억지로 삼킨 도희가 독기를 품은 눈으로 말을 토해냈다. 태혁은 제 가슴팍을 움켜쥔 하얀 손을 무심하게 응시하다가, 이내 그녀의 젖어 든 얼굴로 시선을 들어 올렸다.

“당신, 감량 성공률 100%라며. 악마든 괴물이든 상관없어. 돈? 당신이 달라는 대로 수억이든 수십억이든 내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얼마든지 줄게. 그러니까…… 나 좀 살려내라고!”

그의 탄탄한 흉부를 틀어쥔 두 손이 미세하게 떨려왔다. 손끝이 미끄러지는 순간 모든 게 끝장날 것을 알기에, 도희는 죽어도 이 남자를 놓지 않겠다는 듯 서슬 퍼런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끝내 병실의 어머니에게는 내뱉지 못했던 말이었다.

억지로 쑤셔 넣고 토해내는 짓보다, 그저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먼저였다. 도희는 차오르는 비명을 다시는 목구멍 안으로 삼키지 않았다.

멱살을 움켜쥔 손끝이 하얗게 질려 바들바들 떨리는데도, 그녀는 단 한 뼘도 물러서지 않고 버텼다.

태혁의 짙은 시선이 제 가슴에 엉겨 붙은 도희의 가녀린 손을 훑고 올라가 그녀의 얼굴에 멎었다. 끌어내라는 명을 세 번이나 짓씹고도, 여자는 제 살가죽을 뜯어낼 기세로 매달려 있었다.

그동안 그를 찾아와 고개를 조아렸던 수많은 재벌가의 안주인들이나 유약한 유명인들은 태혁의 눈빛 하나에도 사시나무 떨듯 떨며 무릎을 꿇고 눈물로 빌기 일쑤였다. 하지만 제 눈앞의 여자는 결이 달랐다. 절벽 끝에 매달려 온몸이 찢겨 나가면서도 끝끝내 남자의 목덜미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태혁은 사내들에게 내리려던 손짓을 거두었다. 본래라면 제 영역을 더럽히며 무례하게 옷자락을 쥐어뜯는 불청객 따위, 단칼에 짓밟아야 마땅했다. 그런데 기묘하게도, 이 여자를 이대로 쫓아내고 나면 저 독기 어린 눈동자가 내내 머릿속에 들러붙을 것만 같았다.

‘길들여보고 싶군.’

순순히 고개를 숙이지 않을 맹랑한 계집. 그렇기에 바닥까지 짓눌러 오직 제 말에만 복종하도록 굴복시키고 싶다는 가학적인 지배욕이 들끓었다. 태혁은 제 옷을 악착같이 쥐고 있는 도희의 손가락마디를 하나씩 훑어내렸다. 강제로 뜯어내는 건 일도 아니었으나, 제 손으로 그 억척스러운 손가락을 스스로 펴게 만들고 싶었다.

그 순간, 태혁의 크고 단단한 손이 도희의 턱을 거칠게 낚아챘다.

으득.

뼈가 뻐근하게 울릴 정도의 무자비한 악력에 도희의 고개가 강제로 꺾이며 들려 올라갔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제032화. 기록을 바꾸는 손

    다시 무릎을 굽히는 순간 관절에서 맥없이 힘이 빠졌다. 태혁이 한 발 들이밀며 그녀의 팔을 단단히 낚아채 지탱해 주었다. 그의 흉곽에서 전해지는 거친 숨결이 도희의 뺨을 스쳤다.도희는 더 버티지 않고 그대로 벤치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더는 하지 않겠다고 고개를 완강하게 내저었다.태혁은 말을 꺼내려다 끝내 시선을 돌려 기록판을 응시했다.완료한 것은 고작 6회, 그중 3회는 그의 힘을 빌린 보조였다.기록판 위의 잔인한 숫자 ‘300’은 그대로였다. 도희는 물병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그 오만한 숫자를 응시했다. 눈앞에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 몸을 망가뜨려 가며 해내야 할 일은 결코 아니었다.태혁이 다가와 도희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도희는 벤치 가죽 시트를 손톱이 하얗게 질리도록 쥐어짜며 버텼다.“조금만 앉아 있을게요.”태혁은 곧바로 물러서지 않았다. 도희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태혁의 시선은 꺾인 무릎이 아닌 그녀의 붉어진 얼굴에 머물러 있었다. 지시 한마디면 결국 일어설 사람을 기다리는 듯한, 오만하고도 깊은 눈빛이었다.도희는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보틀을 들어 물을 천천히 넘겼다. 목울대가 조용히 울렁거렸다.침묵의 줄다리기 끝에, 태혁이 먼저 등을 돌려 기록판 쪽으로 돌아섰다. 계획된 숫자 아래, 실제 완료 횟수를 적어야 할 공란은 비어 있었다. 도희의 눈길이 그의 손가락 사이에 들린 유성 마커로 향했다.“아까 표시해달라고 했잖아요.” 

  • 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제031화. 보조라고 적어요

    도희는 쿠션 끝을 만지작거렸다. 조금 전까지 울던 목소리가 또 떨릴까 봐 더 말하지 않았다. 태혁은 한동안 서 있다가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가 잠들 때까지 그곳에 있었지만, 도희는 그를 보느라 눈을 뜨고 있지는 않았다.***월요일 새벽 5시 정각.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펜트하우스는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었다. 전날 밤 도희는 의사가 적어 준 주의사항 메모를 훈련 계획표 사이에 깊숙이 끼워 두었다. 무리한 무게는 절대 들지 않겠다고, 날이 밝으면 그의 면전에 대고 똑똑히 말할 작정이었다.그러나 그 다짐을 미처 떠올리기도 전이었다.쾅-!육중한 침실 문이 무자비하게 열리며 새벽의 고요를 거칠게 찢었다.“으응…… 뭐야……?”도희가 잠결에 침대 시트 속으로 파고들며 몸을 웅크린 순간, 온몸을 덮고 있던 푹신한 오리털 이불이 단숨에 뜯겨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서늘하게 벼려진 에어컨 냉기가 얇은 슬리브리스 차림의 맨살을 날카롭게 할퀴었다. 피부 위로 소름이 오소소 돋아나자 도희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침대 머리맡, 어둠 속을 가르는 압도적인 인영.강태혁이었다.짙은 회색 트레이닝팬츠에 단단한 근육을 여과 없이 드러낸 타이즈 차림. 그는 가죽 리프팅 스트랩 끝을 제 억센 손목에 바짝 감아쥐며, 침대 위에 굳어 있는 도희를 서늘하게 내려다보고 있었다.“기상 시간이다. 침대에서 기어 나와.”&nb

  • 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제030화. 지키면 되잖아요

    남은 떡볶이의 몫도 확인하지 못했는데, 그의 긴 손가락이 터치패널 위에서 새로운 목표 시간을 불러냈다.[경사도 설정: 15%][목표 시간: 60분]“올라가라.”명령에 도희는 떨리는 발을 디디기 전, 옷자락에 비상 정지 핀부터 단단히 꽂아 넣었다. 태혁이 시작 버튼을 누르자 발밑의 벨트가 묵직한 구동음을 내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겨우 보폭을 맞췄으나, 가파르게 솟아오른 경사도가 턱밑까지 숨을 몰아붙였다. 종아리 근육이 터질 듯 팽팽하게 당겨졌고, 불과 몇 걸음 만에 방금 삼킨 음식물이 목구멍까지 역류할 듯 메스꺼움이 치밀었다.“경사 내려요. 지금은 안 돼요.”패널로 향하는 그의 손길을 필사적으로 좇으며 도희는 손잡이를 하얗게 질리도록 움켜쥐었다. 경사가 완만해졌음에도 울렁거리는 속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한계에 부딪힌 도희가 옷에 걸려 있던 줄을 사납게 낚아챘다. 붉은 안전핀이 뽑히며 벨트가 끼익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그제야 도희는 발을 양옆의 고정 패드로 황급히 피신시켰다.“누가 멈추라고 했지.”차갑게 내려앉는 추궁에 도희는 답조차 잇지 못하고 거친 숨만 토해냈다. 반사적으로 터져 나오려던 사과를 억지로 삼키며 떨리는 손끝으로 계기판을 가리켰다. 경과 시간 10분 00초. 잔여 시간 50분이라는 잔인한 숫자가 시야를 찔렀다.“지금 더 하면 토해요.”“잠깐 쉬었다가 이어서…….”“이어갈 수 있을 때 하

  • 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제029화. 식사가 끝나도

    사내의 굳은살 박인 엄지손가락이 땀과 침으로 젖은 도희의 턱밑을 서서히 쓸어 올리더니, 번들거리는 그녀의 아랫입술을 지그시 짓눌렀다.“네 입술의 양념이…… 그 어떤 음식보다 훨씬 자극적이군. 앞으로 네 혀가 느낄 모든 맛과 쾌락은, 오직 내 입술을 거쳐서만 전달될 거다.”도희는 붉게 자국 난 손목을 반대편 손으로 감싸 쥐며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의 오만한 선언대로 배고픔이 다른 욕망 따위로 치환되었다면, 저기 남겨진 접시가 이토록 뼈아프게 눈에 밟힐 리 없었다.“그건 대표님 생각이고요.”가빠진 호흡 탓에 문장이 토막 나 튀어나왔다. 태혁의 짙은 시선이 도희의 젖은 입술에 닿았지만, 도희는 그의 시선을 외면한 채 단호히 턱을 돌려 식탁 쪽을 노려보았다.“저 지금 배고픈지 아닌지도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까 화났던 건 기억해요.”남자는 즉각 반박하지 않았다. 마치 어린애가 악을 쓰다 지쳐 울음을 그치길 관망하는 듯한, 지독하게 오만하고 침착한 눈빛이었다. 도희가 붉게 짓눌린 손목을 문지르자 목구멍에서 서러운 울음이 치밀어 올랐다. 이대로 저 단단한 품에 다시 파고들어 안기면 이 지독한 굴욕감도 잠시나마 잊힐지 모른다는 나약한 유혹이 스쳤다. 하지만 그 비겁한 충동을 들키고 싶지 않아 눈을 내리깔았다가, 이내 식탁을 올려다보며 다시 악착같이 시선을 들었다. 다음 끼니에서도 이런 식으로 휘둘리고 통제당할까 봐 소름이 돋았다.“다음에는…… 다 먹기 전에 어디까지 먹는 건지부터 말해줘요.”“미리 담아둔 양까지만

  • 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제028화. 아직 남은 내 몫

    “읍……! 으읍……!”도희는 짓눌린 턱을 비틀어 빼내려 바둥거렸으나, 이내 뒤통수가 서늘한 대리석 바닥에 쿵 하고 닿았다. 가까운 숨소리 때문에 제 숨이 더 가빠졌다.태혁의 입술이 도희의 아랫입술을 짓이기듯 집어삼켰다. 머리 위 바닥으로 붙잡힌 도희의 손목이 떨렸으나, 그를 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등의 차가운 감촉만 더욱 선명해졌다.“하…… 읍……!”도희가 숨이 막혀 버둥거렸지만, 태혁은 오히려 그녀의 턱을 더욱 으스러뜨릴 듯 쥐어틀며 입술 안쪽으로 깊숙하게 파고들었다.입술 안쪽이 따끔거렸다. 고개를 돌리려 해도 턱을 잡은 손이 놓이지 않았다. 턱을 옭아맨 손아귀는 조금의 틈도 내어주지 않았다.입안을 맴도는 고추장 양념의 알싸한 매운맛이 다시 퍼졌다. 아까는 더 먹고 싶었는데 지금은 숨부터 쉬고 싶었다. 도희는 손목을 움직이며 짧은 소리를 냈다.마침내 태혁이 입술을 떼어내며 손목을 옭아매던 손을 풀었다. 구속이 풀리자마자 도희는 폐부 깊숙이 공기를 채워 넣으며 밭은 숨을 몰아쉬었다. 흐트러진 몸을 일으키려 그의 단단한 어깨에 손을 얹었다가, 밀어내지 못하고 셔츠 깃을 구기듯 움켜쥐었다.“잠깐.”태혁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 도희는 린넨 천을 쥔 손가락에 힘을 주며 겨우 맥박을 가라앉혔다. 남자를 밀쳐내려 해도 손끝에서 자꾸만 기운이 빠져나갔다. 모멸감에 고개를 푹 숙여버리고 싶었으나, 틈을 보였다간 그가 또다시 입술을 덮쳐올 것만 같았다. 도희

  • 나를 굶긴 남자가 나를 탐하기 시작했다   제027화. 말까지 빼앗긴 자리

    도희는 그렇게 믿으려 애쓰며 남색 셔츠를 입은 태혁을 응시했다. 몇 분 전만 해도 제 말에 잠시 멈춰 섰던 사내였다. 하지만 냉혹하게도, 붉은 김을 피워 올리는 그릇은 거침없이 그녀의 반경에서 멀어져 갔다.“두 장 다 제 몫이라고 했잖아요. 아까 잘라놓은 것까지 봤어요.”태혁은 대답 대신 그릇을 등 뒤로 완전히 물리려 했다.그 순간, 도희의 머릿속에서 이성의 끈이 탁 끊어졌다.“더…… 더 내놔! 그릇 줘! 내가 퍼먹을 거야!”제어되지 않는 충동에 휘둘려, 도희는 저릿한 손목을 꺾으며 식탁 위로 상체를 거칠게 내던졌다. 숟가락 따위를 챙길 여유는 없었다.하얗게 질린 맨손이 뜨거운 양념 속으로 사정없이 처박혔다. 국물과 떡을 무자비하게 한 움큼 움켜쥐어 벌어진 입술 사이로 마구 쑤셔 넣으려던 찰나,붉고 기름진 국물이 도희의 창백한 손가락 사이로 짓이겨져 흘러내리고, 목덜미와 헐렁한 티셔츠 위로 난폭하게 튀었다.챙그랑―!섬뜩한 마찰음과 함께 둔탁한 통증이 손목을 내리쳤다.태혁의 차갑고 단단한 손아귀가 도희의 가녀린 손목을 매섭게 후려쳐 쳐냈다. 반동으로 밀려난 그릇이 식탁 구석으로 미끄러져 날아갔다.“그만.”낮고 가라앉은 음성이었다.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니건만, 얼음장 같은 위압감에 도희의 손이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멀어진 그릇에서, 벌겋게 부어오른 손등 위로 진득하게 묻어 있는 양념으로 시선이 뚝 떨어졌다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