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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꽃샘바람
세 사람의 시선이 한꺼번에 자신에게 쏠리자 심소연은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런 일이 있었어요. 준서가 원래 저를 잘 따르잖아요. 마침 얼마 전에 제가 이사도 해서 같이 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부주의해서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바람에 아이가 아팠어요.”

“뭐라고?”

서영란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 강아연은 싫어해도 성준서는 끔찍이 아끼는 그녀였다. 손자가 아팠다는 말을 듣자 곧장 걱정이 밀려와 성규연을 노려봤다.

“그렇게 큰일을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

성규연은 태연하게 답했다.

“열이 좀 났을 뿐이에요. 의사가 처치해서 지금은 괜찮아요.”

“뭐가 괜찮아!”

서영란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성규연의 모습에 화가 치밀었다.

“아버지라는 사람이 대체 왜 이래! 준서 지금 상태가 어때?”

이 일로 분위기가 흐트러지자 성희택도 벌을 내리겠다는 건 잠시 잊고 서영란을 붙잡은 채 성규연을 다그쳤다.

“쓸데없는 말 말고, 준서 지금 정확히 어떤 상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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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버린 그들에게   제182화

    분명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정도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딱 이런 모습일 것 같았다.박경준은 그녀가 두 사람의 아이를 안고 있는 장면을 상상하다 순간 넋을 잃었다.정도희는 계속되는 시선이 불편했다. 심장이 미친 듯 뛰었고, 박경준이 뭔가 눈치챌까 봐 긴장됐다.박경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야.”박경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무심하게 답했다.정도희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눈을 내리깔았다.다행히 더 캐묻지 않았다.더 물었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들키지 않을지 자신이 없었다.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박경준의 넓은 손바닥이 그녀의 아랫배 위로 내려앉더니 얇은 옷감 너머로 천천히 쓰다듬었다.“정도희, 넌 대체 언제쯤 임신할까?”머리 위에서 박경준의 목소리가 들렸다.정도희는 순간 눈빛이 묘하게 흔들렸다. 그의 말투에서 조급함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이해하기 어려웠다.‘박경준은 왜 그렇게까지 아이를 원할까?’정도희는 의문을 품고 박경준과 눈이 마주친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묻고 말았다.“왜 그렇게 아이를 갖고 싶어 해?”말이 떨어지자 정도희는 박경준이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방 안에는 여전히 난방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공기는 점점 차가워지는 듯했다. 창밖의 달빛이 바닥에 내려앉아 얇은 서리라도 낀 것처럼 서늘했다.“거래일 뿐이야. 네가 그렇게까지 알 필요는 없어.”박경준은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손을 거뒀다. 선을 넘은 그녀가 못마땅하다는 듯한 말투였다.그 순간 정도희의 눈에 희미하게 반짝이던 빛이 서서히 꺼졌다. 입가에는 자조적인 미소가 걸렸다.‘그래, 거래일 뿐인데 굳이 뭘 더 물어봐?’게다가 그녀는 진작부터 어떤 기대도 하지 않게 되었다.“알았어.”정도희가 부드럽게 대답했다.박경준은 얌전히 순응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드물게 다정한 손길로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시간도 늦었는데, 머물고

  • 나를 버린 그들에게   제181화

    세 사람의 시선이 한꺼번에 자신에게 쏠리자 심소연은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이런 일이 있었어요. 준서가 원래 저를 잘 따르잖아요. 마침 얼마 전에 제가 이사도 해서 같이 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부주의해서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바람에 아이가 아팠어요.”“뭐라고?”서영란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 강아연은 싫어해도 성준서는 끔찍이 아끼는 그녀였다. 손자가 아팠다는 말을 듣자 곧장 걱정이 밀려와 성규연을 노려봤다.“그렇게 큰일을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성규연은 태연하게 답했다.“열이 좀 났을 뿐이에요. 의사가 처치해서 지금은 괜찮아요.”“뭐가 괜찮아!”서영란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성규연의 모습에 화가 치밀었다.“아버지라는 사람이 대체 왜 이래! 준서 지금 상태가 어때?”이 일로 분위기가 흐트러지자 성희택도 벌을 내리겠다는 건 잠시 잊고 서영란을 붙잡은 채 성규연을 다그쳤다.“쓸데없는 말 말고, 준서 지금 정확히 어떤 상태야?”성규연이 무표정하게 답했다.“열은 내렸어요. 다만 밥을 거의 못 먹어요.”사실 성규연도 그 문제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이틀 내내 성준서는 강아연이 끓여준 죽만 먹고 싶다며 강아연이 곁에 있어야 한다고 떼를 썼다. 회사에서는 누구도 못 말릴 만큼 단호한 성규연이었지만 어린아이에게까지 사업할 때 쓰는 방법을 들이댈 수는 없었다.당장은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하루빨리 강아연을 찾고 싶을 뿐이었다. 예전에는 강아연이 이 집에서 이토록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런데 그녀가 떠나자 늘 규칙적이던 그의 생활마저 완전히 흐트러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강아연이 곁에 없는 생활에 점점 익숙하지 않아졌다.그 감각이 더 짙어지기 전에 심소연이 얼른 말했다.“저한테 방법이 있어요! 준서가 밥을 잘 먹게 할 수 있어요!”심소연은 성규연의 앞으로 다가와 자신 있게 말했다.“정말이야. 규연아. 나 믿어봐.”...밤 10시, 연성 중심가의 한 아파트.

  • 나를 버린 그들에게   제180화

    “강아연 같은 여자 때문에 소연이처럼 좋은 신붓감을 포기하겠다는 거야?”서영란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성규연 역시 단호한 말투로 답했다.“강아연 때문이 아니어도 심소연과 결혼할 생각은 없어요...”“성규연!”서영란이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분노가 목소리에 묻어났다.“넌 대체 소연이와 결혼하기 싫은 거야, 아니면 나한테 대들고 싶은 거야?”그녀는 아들이 20년 전과 비교해 너무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이제는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성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둘 다 맞았기 때문이다.그가 심소연과 결혼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서영란에게 휘둘리는 꼭두각시가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 미래 그룹의 대표이자 경성 성씨 집안의 후계자라는 이 신분은 그저 지금의 자신을 더 혐오하게 할 뿐이었다.“어머니께 다른 용건이 없으시면 먼저 가볼게요.”성규연은 냉랭하게 말하고 돌아섰다.“너, 너...”서영란은 가슴을 움켜쥔 채 비틀거렸다.“여보!”성희택이 재빨리 그녀를 받아 안고 밖의 경호원들에게 소리쳤다.“사람 불러! 저 불효자식 붙잡아! 집안 법도대로 벌을 내려!”말이 떨어지자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우르르 나타나 성규연의 앞을 막았다.성규연이 미간을 찌푸렸다.성희택이 고용인에게 명령했다.“채찍 가져와!”“하, 하지만 그 벌은 어르신만 내리실 수 있습니다...”고용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어르신께서는 도련님을 워낙 아끼시는데, 이 사실을 아시면...”그 말을 들은 서영란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성영호는 성희택의 아버지이자 성규연의 할아버지였고, 현재 성씨 집안의 실권을 쥔 최고 어른이었다.애초에 성규연이 뛰어나 성영호의 인정과 총애를 받지 못했다면, 서영란의 배경과 과거로는 성희택과 순조롭게 결혼해 이 집안에 들어오는 일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그래서 서영란은 늘 성영호를 두려워했다.하지만 성희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갑게 물었다.“어르신 지금 어디 계셔?”고용인이 더듬거리며 답했

  • 나를 버린 그들에게   제179화

    옆에 있던 고용인이 놀라 비명을 질렀지만, 성규연은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뜨거운 차가 손등에 튀었는데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성규연은 앞으로 걸어가 성희택과 서영란을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아버지, 어머니.”서영란은 고개를 돌린 채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성희택은 성을 내며 호통쳤다.“이 불효자식! 내가 널 이렇게 키우려고 여태 뒷바라지한 줄 알아? 부모 말에 대놓고 거역해?”성규연은 눈을 내리깔고 대꾸하지 않았다.그는 성희택과 서영란의 성격을 너무 잘 알았다. 말을 받아칠수록 일이 더 커질 뿐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침묵이 가장 나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예상대로 성규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서영란의 시선이 점차 붉게 데인 손등으로 향하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규연이 손 뎄는데도 연고 하나 가져올 줄 몰라?”성희택은 잠시 멈칫하다 손을 내저어 사람을 시켜 연고를 가져오게 했다.“감사합니다. 어머니.”성규연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됐어. 잘못한 걸 알았으면 앉아. 이제 너랑 소연이 문제를 이야기하자.”서영란은 고용인에게 의자를 빼게 한 뒤 성규연에게 앉으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 혼자 말을 이어갔다.“네가 연회장에서 한 일은 내가 이미 사람을 써서 화제를 가라앉혔어. 하지만 계속 모른 척할 수는 없으니 적당한 이유를 만들어 강아연은 우리 집 며느리가 될 자격이 없다는 걸 알려야겠지.”서영란은 성규연을 바라봤다.“넌 밖에 강아연과 이혼한다고 발표만 해. 그다음엔 내가 직접 나서서 소연이가 진짜 내 며느리라고 밝힐 거야. 미래 그룹 새 프로젝트 착공식에도 소연이를 데리고 가. 전에 난리 났던 일은 그걸로 덮으면 깔끔하게 끝나.”그 말을 들은 성규연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는 꼿꼿이 선 채 앉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서영란은 아들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앉아서 상의하자고 했잖니. 지금 무슨 태도야?”“어머니 말씀은 상의처럼 들리지 않아요.”성규연이 담담히 말했다.이미 오래전에 결론

  • 나를 버린 그들에게   제178화

    식사를 마친 뒤 정리아는 주정애에게 TV를 틀어주고, 강아연과 정도희는 함께 주방을 정리했다.“사실 네가 그때 임신했다고 전화했을 때 나 정말 놀랐어.”강아연은 그 시절을 떠올리며 말했다.당시 정도희는 겨울 행사에 참석했다가 쓰러져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었다. 이후 소속사는 추운 날씨 때문에 정신을 잃은 것이라며 모두에게 보온에 유의해 달라는 입장을 냈다.하지만 실제로 그녀가 쓰러진 이유는 추위뿐만이 아니었다. 절박유산 증세로 출혈까지 있었지만, 피가 넓고 긴 드레스 안쪽으로 흘러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그 사고 때문에 더는 숨길 수 없게 된 정도희는 결국 강아연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을 털어놓고 도움을 청했다.강아연이 알게 되었을 때 정도희는 이미 임신 6개월이었다. 워낙 마른 체형이라 배가 거의 티 나지 않았고, 진료 기록에 임신 26주라고 분명히 적혀 있지 않았다면 만우절 장난인 줄 알았을 정도였다.그 뒤 정도희는 강아연에게 출국 절차를 도와 달라고 부탁했고, SNS에는 절친끼리 해외여행을 간다며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사진 속 정도희는 수영복 차림이었지만 임신한 티라고는 전혀 나지 않았다.“생각해 보면 난 너한테 정말 고마워. 늘 내 곁에 있어 주고 도와줬잖아.”정도희는 몸을 살짝 기울여 강아연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정도희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 함께 해외로 나가고 출산할 때까지, 강아연은 줄곧 곁을 지키며 그녀의 비밀까지 감춰주었다.그래서 정도희는 자신이 강아연에게 아무리 잘해도 부족하다고 느꼈다.“그런데 나 아직도 조금 궁금한 게 있어. 리아 아빠 말이야.”강아연은 잠시 망설이다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사람... 아직 살아 있어?”정도희가 출산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강아연은 아이 아버지의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정도희 역시 그 사람이 누구인지 단 한 번도 말해준 적이 없었다.그러니 리아의 아빠가 이미 세상을 떠난 건 아닐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그 말을 들은 정도희는 잠시 멈칫하며 표정이 복잡해졌다.

  • 나를 버린 그들에게   제177화

    정도희는 몹시 화가 나 있었다. 분명 둘이 약속까지 했는데 박경준은 결국 주정애가 입원한 병원 주소를 성규연에게 흘렸다.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위선자가 따로 없었다.속으로 욕만 한 게 아니었다. 정도희는 곧장 쏘아붙였다.“완전 신용도 없는 사기꾼이야!”“사기꾼?”박경준은 피식 웃으며 휴대전화를 왼손으로 바꿔 들고 오른손으로 운전대를 잡았다.“남을 속이는 거로 따지면 정도희, 너도 나한테 뒤지지 않잖아?”정도희가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뜻이야?”“내가 준 약, 왜 안 먹었어?”박경준이 차갑게 추궁했다.정도희는 순간 굳은 채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그랬다. 박경준이 준 약을 그녀는 차마 먹지 못했다.자신이 다시 임신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지만, 약물까지 개입하면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생길 수도 있었다.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 위험을 감수할 자신이 없었다.“그러니까 정도희, 애초부터 내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었던 거지?”박경준이 차갑게 물었다.정도희는 감쪽같이 숨겼다고 생각한 속마음을 박경준이 이렇게 빨리 가차 없이 꿰뚫어 볼 줄 몰랐다.게다가 박경준은 약속을 어긴 대가가 무엇인지 직접 보여주기까지 했다.정도희는 입술을 꼭 깨문 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박경준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냉랭하게 말을 이었다.“먼저 약속을 깬 건 너야. 그러니 내가 인정사정없이 굴어도 원망하지 마. 시내 복층 아파트도 내가 줬으니 언제든 거둬들일 수 있고, 네 친구도 내가 지켜줄 수 있는 만큼 성규연에게 넘겨줄 수도 있어...”“깜빡했어!”정도희가 다급하게 변명했다.“그냥 먹는 걸 잊은 거야. 일부러 안 먹은 게 아니라고!”“잊었다고?”박경준이 입꼬리를 비틀며 낮게 웃었다.평소 대본도 한 번 보면 거의 외우는 정도희의 기억력이 그렇게 나쁠 리 없었다.“응, 정말 깜빡했어.”정도희는 숨을 내쉬며 한발 물러섰다.“다음에는 꼭 잊지 않고 먹을게.”박경준은 잠시 말이 없었다.대답이 들리지 않자 정도희는 불안해져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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