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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Penulis: 꽃샘바람
“들어와.”

성규연은 통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 창을 비집고 들어온 달빛이 그의 훤칠한 그림자를 바닥에 길게 드리웠다.

심소연은 다가가며 자기 그림자가 성규연의 그림자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흘끗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

“준서가 배불리 먹고 나니까 상태가 훨씬 좋아졌어.”

“그래.”

성규연은 짧게 대답하고 그녀를 바라보며 예의상 말했다.

“고마워.”

“규연아, 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까지 고마워해.”

심소연이 부드럽게 말했다.

“나 사실 준서 정말 좋아해. 같이 살고 싶다고 했을 때도 너무 기뻤어. 그런데 내가 아이를 직접 키워본 적이 없으니까 좋아하는 건 뭐든 사주고 원하는 건 다 들어주면 되는 줄 알았어. 그게 이런 결과를 만들 줄은 몰랐어.”

“미안해. 규연아, 다 내 부주의 때문이야. 꼭 어떻게든 만회할게.”

심소연은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반성하는 듯한 태도라 그저 뜻하지 않은 실수처럼 보였고, 꼬투리를 잡기 어려울 만큼 태도도 성실했다.

성규연은 잠시 그녀를 살폈다.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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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버린 그들에게   제184화

    “들어와.”성규연은 통유리창 앞에 서 있었다. 창을 비집고 들어온 달빛이 그의 훤칠한 그림자를 바닥에 길게 드리웠다.심소연은 다가가며 자기 그림자가 성규연의 그림자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흘끗 보고 입꼬리를 올렸다.“준서가 배불리 먹고 나니까 상태가 훨씬 좋아졌어.”“그래.”성규연은 짧게 대답하고 그녀를 바라보며 예의상 말했다.“고마워.”“규연아, 우리 사이에 뭘 그렇게까지 고마워해.”심소연이 부드럽게 말했다.“나 사실 준서 정말 좋아해. 같이 살고 싶다고 했을 때도 너무 기뻤어. 그런데 내가 아이를 직접 키워본 적이 없으니까 좋아하는 건 뭐든 사주고 원하는 건 다 들어주면 되는 줄 알았어. 그게 이런 결과를 만들 줄은 몰랐어.”“미안해. 규연아, 다 내 부주의 때문이야. 꼭 어떻게든 만회할게.”심소연은 고개를 숙였다. 진심으로 반성하는 듯한 태도라 그저 뜻하지 않은 실수처럼 보였고, 꼬투리를 잡기 어려울 만큼 태도도 성실했다.성규연은 잠시 그녀를 살폈다. 조금 전 성준서가 심소연 덕분에 밥을 잘 먹던 모습을 떠올리자 미간의 냉기가 옅어졌다. 목소리도 전처럼 날카롭지 않았다.“다음 전시에 도움이 필요한 게 있으면 직접 말해.”심소연의 눈에 기쁜 빛이 번쩍였다.“응!”“늦었으니 진 비서가 데려다줄 거야.”진 비서는 성규연의 최측근이었다. 그런 진 비서에게 자신을 바래다주라고 한 걸 보면 성규연의 경계심이 꽤 누그러진 게 분명했다.심소연은 속으로 안도하며 달빛에 드러난 성규연의 반듯한 옆모습을 바라봤다. 이 기회에 조금 더 다가가고 싶었다.하지만 갑자기 성규연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는 전화를 받으며 미간을 찌푸렸다.“프로젝트 건이라고? 알았어. 지금 가지.”말을 마치고 외투를 집어 든 뒤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심소연은 그 자리에 남아 멀어지는 성규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흐름이 끊긴 것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조급해할 수는 없었다. 천천히 해야 성규연과의 틈을 다시 메울 수 있었다.심소연은 자신을 다

  • 나를 버린 그들에게   제183화

    성준서는 목이 쉴 정도로 울어댔다. 훌쩍거리며 우는 작은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눈물 자국으로 엉망이었다.“도련님...”장미진과 집사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특히 집사는 죽이 담긴 작은 그릇을 들고 부드럽게 달랬다.“조금이라도 먹어요. 배를 비우면 더 힘들어요...”하지만 숟가락이 입가에 닿기도 전에 성준서가 그대로 쳐냈다.“싫어요! 엄마가 끓인 죽 먹을 거예요!”집사와 장미진은 서로를 마주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강아연이 떠난 뒤 성준서는 그녀가 남겨둔 간식만 먹으며 버텼다. 그런데 그마저 다 떨어지자 매일 엄마를 찾으며 울고 밥도 제대로 먹지 않았다. 어린 얼굴이 눈에 띄게 홀쭉해져 보기만 해도 안쓰러웠다.하지만 두 사람에게도 방법이 없었다. 예전에는 성준서가 아플 때마다 강아연이 직접 하나하나 챙겼다. 지금은 그녀가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두 사람이 쩔쩔매고 있을 때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준서가 왜 밥을 안 먹을까?”“사모님?”장미진의 눈이 밝아졌다가, 다가오는 사람이 심소연이라는 걸 확인하자 기대가 조금 식었다. 게다가 성규연까지 그녀의 뒤를 따라오는 모습을 보니 강아연이 더욱 안쓰러웠다.‘괜히 사모님이 떠나려 한 게 아니었어. 자기 남편이 다른 여자와 애매한 사이로 지내는 걸 받아들일 여자가 어디 있겠어?’장미진과 달리 집사의 표정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심소연이 다른 죽 한 그릇을 들고 다가오자 눈치 빠르게 한 걸음 물러서 자리를 내줬다.심소연의 목소리를 들은 성준서는 울음을 조금씩 그쳤지만 여전히 서러워 보였다. 아이는 울먹이며 성규연에게 물었다.“아빠, 엄마 찾으러 간 거 아니었어요? 엄마는 왜 안 왔어요? 엄마가 저를 버린 거예요?”성규연의 표정이 잠깐 변하더니 이내 담담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 지금 바빠서 그래. 네가 다 나으면 데리러 갈게.”“정말요?”성준서가 눈을 깜빡이며 조금 안심했다. 아빠는 늘 한 말은 지키는 사람이었다.심소연은 성준서의 눈물을 정성스럽

  • 나를 버린 그들에게   제182화

    분명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오히려 정도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딱 이런 모습일 것 같았다.박경준은 그녀가 두 사람의 아이를 안고 있는 장면을 상상하다 순간 넋을 잃었다.정도희는 계속되는 시선이 불편했다. 심장이 미친 듯 뛰었고, 박경준이 뭔가 눈치챌까 봐 긴장됐다.박경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왜 그래?”“아무것도 아니야.”박경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무심하게 답했다.정도희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눈을 내리깔았다.다행히 더 캐묻지 않았다.더 물었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들키지 않을지 자신이 없었다.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박경준의 넓은 손바닥이 그녀의 아랫배 위로 내려앉더니 얇은 옷감 너머로 천천히 쓰다듬었다.“정도희, 넌 대체 언제쯤 임신할까?”머리 위에서 박경준의 목소리가 들렸다.정도희는 순간 눈빛이 묘하게 흔들렸다. 그의 말투에서 조급함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이해하기 어려웠다.‘박경준은 왜 그렇게까지 아이를 원할까?’정도희는 의문을 품고 박경준과 눈이 마주친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묻고 말았다.“왜 그렇게 아이를 갖고 싶어 해?”말이 떨어지자 정도희는 박경준이 자신의 아랫배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는 것을 분명히 느꼈다.방 안에는 여전히 난방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공기는 점점 차가워지는 듯했다. 창밖의 달빛이 바닥에 내려앉아 얇은 서리라도 낀 것처럼 서늘했다.“거래일 뿐이야. 네가 그렇게까지 알 필요는 없어.”박경준은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손을 거뒀다. 선을 넘은 그녀가 못마땅하다는 듯한 말투였다.그 순간 정도희의 눈에 희미하게 반짝이던 빛이 서서히 꺼졌다. 입가에는 자조적인 미소가 걸렸다.‘그래, 거래일 뿐인데 굳이 뭘 더 물어봐?’게다가 그녀는 진작부터 어떤 기대도 하지 않게 되었다.“알았어.”정도희가 부드럽게 대답했다.박경준은 얌전히 순응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드물게 다정한 손길로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시간도 늦었는데, 머물고

  • 나를 버린 그들에게   제181화

    세 사람의 시선이 한꺼번에 자신에게 쏠리자 심소연은 숨을 한번 들이마시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이런 일이 있었어요. 준서가 원래 저를 잘 따르잖아요. 마침 얼마 전에 제가 이사도 해서 같이 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부주의해서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바람에 아이가 아팠어요.”“뭐라고?”서영란의 얼굴빛이 확 변했다. 강아연은 싫어해도 성준서는 끔찍이 아끼는 그녀였다. 손자가 아팠다는 말을 듣자 곧장 걱정이 밀려와 성규연을 노려봤다.“그렇게 큰일을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성규연은 태연하게 답했다.“열이 좀 났을 뿐이에요. 의사가 처치해서 지금은 괜찮아요.”“뭐가 괜찮아!”서영란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성규연의 모습에 화가 치밀었다.“아버지라는 사람이 대체 왜 이래! 준서 지금 상태가 어때?”이 일로 분위기가 흐트러지자 성희택도 벌을 내리겠다는 건 잠시 잊고 서영란을 붙잡은 채 성규연을 다그쳤다.“쓸데없는 말 말고, 준서 지금 정확히 어떤 상태야?”성규연이 무표정하게 답했다.“열은 내렸어요. 다만 밥을 거의 못 먹어요.”사실 성규연도 그 문제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이틀 내내 성준서는 강아연이 끓여준 죽만 먹고 싶다며 강아연이 곁에 있어야 한다고 떼를 썼다. 회사에서는 누구도 못 말릴 만큼 단호한 성규연이었지만 어린아이에게까지 사업할 때 쓰는 방법을 들이댈 수는 없었다.당장은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하루빨리 강아연을 찾고 싶을 뿐이었다. 예전에는 강아연이 이 집에서 이토록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런데 그녀가 떠나자 늘 규칙적이던 그의 생활마저 완전히 흐트러져 어찌할 바를 몰랐다.강아연이 곁에 없는 생활에 점점 익숙하지 않아졌다.그 감각이 더 짙어지기 전에 심소연이 얼른 말했다.“저한테 방법이 있어요! 준서가 밥을 잘 먹게 할 수 있어요!”심소연은 성규연의 앞으로 다가와 자신 있게 말했다.“정말이야. 규연아. 나 믿어봐.”...밤 10시, 연성 중심가의 한 아파트.

  • 나를 버린 그들에게   제180화

    “강아연 같은 여자 때문에 소연이처럼 좋은 신붓감을 포기하겠다는 거야?”서영란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성규연 역시 단호한 말투로 답했다.“강아연 때문이 아니어도 심소연과 결혼할 생각은 없어요...”“성규연!”서영란이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분노가 목소리에 묻어났다.“넌 대체 소연이와 결혼하기 싫은 거야, 아니면 나한테 대들고 싶은 거야?”그녀는 아들이 20년 전과 비교해 너무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이제는 자기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된 것 같았다.성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둘 다 맞았기 때문이다.그가 심소연과 결혼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서영란에게 휘둘리는 꼭두각시가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 미래 그룹의 대표이자 경성 성씨 집안의 후계자라는 이 신분은 그저 지금의 자신을 더 혐오하게 할 뿐이었다.“어머니께 다른 용건이 없으시면 먼저 가볼게요.”성규연은 냉랭하게 말하고 돌아섰다.“너, 너...”서영란은 가슴을 움켜쥔 채 비틀거렸다.“여보!”성희택이 재빨리 그녀를 받아 안고 밖의 경호원들에게 소리쳤다.“사람 불러! 저 불효자식 붙잡아! 집안 법도대로 벌을 내려!”말이 떨어지자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우르르 나타나 성규연의 앞을 막았다.성규연이 미간을 찌푸렸다.성희택이 고용인에게 명령했다.“채찍 가져와!”“하, 하지만 그 벌은 어르신만 내리실 수 있습니다...”고용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어르신께서는 도련님을 워낙 아끼시는데, 이 사실을 아시면...”그 말을 들은 서영란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성영호는 성희택의 아버지이자 성규연의 할아버지였고, 현재 성씨 집안의 실권을 쥔 최고 어른이었다.애초에 성규연이 뛰어나 성영호의 인정과 총애를 받지 못했다면, 서영란의 배경과 과거로는 성희택과 순조롭게 결혼해 이 집안에 들어오는 일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그래서 서영란은 늘 성영호를 두려워했다.하지만 성희택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갑게 물었다.“어르신 지금 어디 계셔?”고용인이 더듬거리며 답했

  • 나를 버린 그들에게   제179화

    옆에 있던 고용인이 놀라 비명을 질렀지만, 성규연은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뜨거운 차가 손등에 튀었는데도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았다.성규연은 앞으로 걸어가 성희택과 서영란을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아버지, 어머니.”서영란은 고개를 돌린 채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성희택은 성을 내며 호통쳤다.“이 불효자식! 내가 널 이렇게 키우려고 여태 뒷바라지한 줄 알아? 부모 말에 대놓고 거역해?”성규연은 눈을 내리깔고 대꾸하지 않았다.그는 성희택과 서영란의 성격을 너무 잘 알았다. 말을 받아칠수록 일이 더 커질 뿐이었다. 그래서 언제나 침묵이 가장 나은 해결책이라고 생각했다.예상대로 성규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서영란의 시선이 점차 붉게 데인 손등으로 향하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규연이 손 뎄는데도 연고 하나 가져올 줄 몰라?”성희택은 잠시 멈칫하다 손을 내저어 사람을 시켜 연고를 가져오게 했다.“감사합니다. 어머니.”성규연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됐어. 잘못한 걸 알았으면 앉아. 이제 너랑 소연이 문제를 이야기하자.”서영란은 고용인에게 의자를 빼게 한 뒤 성규연에게 앉으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리고 혼자 말을 이어갔다.“네가 연회장에서 한 일은 내가 이미 사람을 써서 화제를 가라앉혔어. 하지만 계속 모른 척할 수는 없으니 적당한 이유를 만들어 강아연은 우리 집 며느리가 될 자격이 없다는 걸 알려야겠지.”서영란은 성규연을 바라봤다.“넌 밖에 강아연과 이혼한다고 발표만 해. 그다음엔 내가 직접 나서서 소연이가 진짜 내 며느리라고 밝힐 거야. 미래 그룹 새 프로젝트 착공식에도 소연이를 데리고 가. 전에 난리 났던 일은 그걸로 덮으면 깔끔하게 끝나.”그 말을 들은 성규연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는 꼿꼿이 선 채 앉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서영란은 아들의 반응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리고 눈을 가늘게 떴다.“앉아서 상의하자고 했잖니. 지금 무슨 태도야?”“어머니 말씀은 상의처럼 들리지 않아요.”성규연이 담담히 말했다.이미 오래전에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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