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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두 얼굴

ผู้เขียน: 침서면
송아진은 얇은 외투를 걸치고 아래로 내려갔다. 거실에는 송지연이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처럼 힘겹게 신주현을 부축하고 들어서고 있었다.

신주현은 술에 잔뜩 취해 있었고 고개를 들어 송아진을 보는 순간 반사적으로 송지연을 밀어냈다.

“내가 오라 했는데 왜 안 왔어?”

술 취한 목소리에는 나무람이 섞여 있었고 몸에 밴 여자 향수 냄새까지 뒤엉켜 송아진을 더욱 불쾌하게 만들었다.

송아진의 눈빛은 싸늘했다.

“네 여자 친구가 대신 가줬잖아.”

그 시선은 곧장 송지연을 향했다. 확실히 송지연은 눈에 띄게 수척해져 있었다. 신장병으로 얼굴이 부풀어 있었지만 여전히 화장을 꼼꼼히 해 고개를 높이 들고 있었다. 병든 몸조차 자존심을 꺾지 않으려는 듯했다.

송지연은 곱게 그린 눈썹을 찌푸리며 송아진을 훑어보았다.

“뭐야, 그 재수 없는 태도는? 네가 신주현 아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벌써 2년이야. 애초에 내가 양보하지 않았으면 네가 지금 어디서 굶어 죽고 있을지도 몰라. 아니지, 아버지가 회사 상장 앞두고 체면 때문에 너를 보육원에서 데려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길바닥에서 구걸하고 있겠지.”

송아진은 콧방귀를 뀌며 눈썹을 치켜세웠다.

“첫째, 그 자리는 네가 양보해서 얻은 게 아니야. 내 신장 하나 내주고 얻은 거라고. 그거 아니었으면 넌 이미 지옥에서 고통받고 있겠지. 죽은 목숨이었어.”

송지연의 얼굴이 굳어졌고 송아진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

"둘째, 네 엄마가 우리 엄마를 27층에서 밀어서 죽이지 않았다면 넌 지금 '혼외 자식' 신세로 길에서 구걸하며 살고 있었을 거야."

송지연은 수치와 분노에 휘말려 뺨을 올려 쳤다.

“우리 엄마는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그러나 손이 채 닿기도 전에 가느다란 팔목이 신주현 손아귀에 붙잡혔다.

“아직 남 때릴 힘이 남았어?”

신주현의 저릿한 목소리가 흘렀다.

송지연은 울분에 치받쳐 신주현을 노려봤다.

“넌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야? 잊었어? 우린 어려서부터 정혼한 사이였어. 다 저 여자 때문이잖아!”

송아진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차갑게 받아쳤다.

“네가 투석 거부하고 신씨 집안에서 버림받은 게 내 탓이야? 신장 내어준 사람이라면 고맙다는 말은 못 해도 최소한 은인처럼 떠받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몸으로 송지연은 파랗게 질린 입술을 달달 떨며 손가락을 뻗어 송아진을 겨눴다.

“넌 그냥 내가 이렇게 당하는 꼴을 두고 볼 거야?”

그러고는 다시 손을 올리려 했지만 이번에도 손목은 신주현에게 잡혔다. 지난번보다 더 강하게 잡혔고 손목뼈가 으스러질 만큼 아팠다.

신주현이 낮게 말했다.

“그 손으로 송아진을 때리면 아픈 건 네 손목이 아닐까?”

그 한마디는 송지연의 뺨을 치는 것보다 훨씬 아프게 송아진의 가슴을 후벼팠다.

송아진의 코끝이 갑자기 시큰해졌고 그 쓰라린 감각은 곧 온몸으로 번져 가슴 깊숙이 내려앉았다. 송지연은 자신을 때리려 했는데 신주현은 그 순간 그녀의 손이 다칠까 걱정했다.

송아진은 문득, 자신이 이 결혼을 끝내겠다고 결심한 것이 얼마나 현명한 선택이었는지 뼈저리게 느꼈다.

반대로 송지연은 신주현의 대답에 만족한 듯, 살짝 입술을 깨물고 그의 팔을 매달리듯 붙잡았다.

“오늘 밤 나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돼?”

“병원으로 돌아가. 넌 아직 입원 중이잖아.”

신주현은 단호하게 말하고는 곧장 비서인 유성을 불러 억지로 송지연을 데리고 나가게 했다.

떠나기 전, 송아진은 문가에 기대서 송지연를 향해 차갑게 던졌다.

“내일 경찰이 병원으로 찾아갈 거야. 각오해. 네가 저지른 납치는 법으로 갚아야 하니까.”

문을 닫고 돌아선 순간, 코끝이 남자의 단단한 가슴에 부딪혔다. 이미 쓰라린 감각이 배가되어 눈물이 왈칵 솟구칠 것만 같았다.

술 냄새와 진한 향수가 뒤섞여 코를 파고들자 송아진은 온몸이 거부하듯 긴장했다. 송아진은 몸을 밀쳐내려 했지만 신주현은 그녀를 벽으로 몰아붙였다. 화를 내기도 전에 그는 고개를 숙여 송아진의 코끝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숨을 섞었다.

“자기야, 왜 나를 안 데리러 왔어?”

술기운에 젖은 목소리는 나무람처럼 들리면서도 억눌린 애정이 묻어나는 투정 같았다. 하지만 송아진 눈에는 그저 술 취한 헛소리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네 여자 친구가 잘 데려다줬잖아. 병원에서 밤중에 뛰쳐나와 화장까지 하고 너 찾으러 간 거, 참 대단하다 싶더라.”

송아진은 차갑게 받아쳤다.

신주현이 입술을 가까이 대려 하자 고개를 홱 돌려 피했지만 결국 그의 입술이 뺨에 스쳤다.

“날 데려온 건 유성이야. 송지연은 우연히 문 앞에서 만난 거라고.”

반쯤 풀린 그의 말투는 오히려 송아진의 심기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 말 믿으라고? 웃기지 마.”

그 말에 신주현은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드디어 따져?”

“아니. 따질 필요 없어. 오늘 밤 네가 송지연을 집에 눌러 앉혀도 난 담담하게 너희에게 안방을 내주면 돼. 따진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어.”

방금 전 그가 송지연의 손이 아플까 걱정하던 모습이 떠올라 다시 속이 뒤틀렸다.

신주현의 미간이 거칠게 좁혀졌다.

“그건 우리 부부의 침실이야. 네가 지금, 나더러 다른 여자랑 그 방에서 자라고?”

“밖에선 이미 그러고 다니잖아. 집에 들어와서 자는 게 뭐가 다르지?”

“누가 그런 말을 해! 내가 송지연하고 그런 짓을 했다고 누가 그래?”

신주현의 목소리에 분노가 치솟았다.

송아진은 입술을 꼭 깨물며 신주현을 바라봤고 그 속에는 분노와 서러움이 뒤엉켜 있었다.

“신주현, 난 네가 송지연하고 뭘 하든 관심 없어. 넌 내 마음도 내 안전도 한 번도 지켜준 적 없잖아. 내가 납치당했다고 말했을 때, 단 한마디라도 날 위로했어? 송지연을 나무란 적은 있었어? 아니잖아. 차마 그 애는 못 꾸짖겠지. 설령 내가 죽을 뻔했어도 심지어 내 신장을 빼내려 했어도.”

송아진의 눈은 벌겋게 충혈됐고 목소리는 점점 목에 걸려 나왔다.

“그날 내가 우연히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지 않았으면? 그게 자동으로 신고하지 않았으면 난 이미 지하 진료소에서 죽었을 거야! 그런데 넌 지금 그 여자를 집까지 데려와? 날 죽이려 했던 사람을 내 눈앞에 세워두고?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송아진의 감정은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치닫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이혼을 하지 않는 한 곧 자신이 미쳐버릴지도 몰랐다. 아니 어쩌면 이미 곁에 있는 이 남자 신주현이 원래부터 미친 사람인지도 모른다.

송아진의 눈물이 쏟아지자 신주현은 갑자기 몸을 숙여 그녀를 끌어안았다. 마치 자기 몸속에 파묻어 없애버리려는 듯 거칠게 끌어안았다.

“유성한테 물어봐. 지연은 내가 부른 게 아니야. 스스로 찾아온 거라고.”

“그걸 내가 왜 믿어? 유성은 네 사람이잖아! 다 같은 편인데!”

송아진의 머릿속은 분노로 가득 찼다.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그를 밀쳐내고 눈가가 붉게 달아오른 채 이를 악물고 쏘아붙였다.

“신주현, 넌 미쳤어. 한쪽에선 송지연을 그렇게 목숨처럼 챙기면서 또 한쪽에선 날 붙잡고 아내라 부르지? 날 꼭 아이 낳게 만들겠다고? 웃기지 마. 혹시 내 아이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 생각인 거 아니야?”

신주현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송아진은 비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무슨 짓을 꾸미는지 너 스스로 잘 알잖아. 앞으로는 아내 소리도 하지 마. 네 입에서 그 말이 나올 때마다, 그게 날 부르는 건지 송지연을 부르는 건지 구분도 안 되니까.”

송아진은 말을 마치고 계단을 올랐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도 않아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섰다.

“다음번에 거짓말할 때는 목에 묻은 립스틱 자국부터 지우고 와.”

신주현은 무심결에 손을 들어 목덜미를 훑었다. 거기 선명히 묻은 빨간 흔적을 보자 욕지기가 섞인 짧은 욕이 튀어나왔다.

“젠장.”

...

욕실.

신주현이 샤워를 마치고 수건을 걸친 채 나왔을 때, 전화벨이 울렸고 확인해 보니 발신자는 서이안이었다.

“야, 신주현. 어땠냐? 말라깽이, 결국 너 데리러 갔냐? 네 목에 키스 자국 봤으면 질투로 난리 났겠지?”

신주현은 기분이 엉망이라 끊으려 했지만 서이안이 끈질기게 붙잡아 결국 상황을 대충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들은 서이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야, 너 진짜 답 없다. 원래는 네가 요 며칠 찬밥 신세 된 게 억울해서 술집 가서 립스틱 자국이나 하나 만들어 보여주려고 했던 거잖아. 근데 하필 문 앞에서 송지연을 만났다고? 지금 아진이는 당연히 그 자국이 송지연 거라고 믿고 있겠지. 이거야말로 역효과, 개판이지 뭐.”

“끊는다.”

신주현은 성질난 듯 짧게 내뱉고 전화를 끊으려 했다.

그러나 서이안은 오히려 비아냥이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솔직히 네 잘못이지. 생각해 봐. 걔가 납치까지 당한 날, 넌 뭐 했냐? 송지연한테 끌려 병원에 갔지? 그리고 그 꼴로 들킨 거잖아. 네가 재수 없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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