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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화. 당신 일도 들려주세요

Author: YuIm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1-01 08:00:18

화요일 밤, 태주가 저녁을 늦추자고 했다.

이번에는 서경이 식당에 도착하기 전이었다. 그녀는 태주가 몇 시까지 일해야 하는지 물었다. 정확히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럼 저는 먼저 먹을게요. 끝나고 전화해줘요.”

서경은 약속한 식당 대신 집에서 밥을 차렸다. 가을 워크숍 일정표가 옆에 있었다. 매일 이어지는 수업에 저녁 리허설까지 들어 있었다. 공연이 많다는 말에 들떴다가, 그 시간을 손가락으로 짚어보고는 오래 멈췄다.

그녀는 참여 기간과 지도 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 물었다. 일정표에서 지워지지 않는 저녁 리허설이 마음에 걸렸다.

태주의 전화는 밤늦게 왔다.

“식사는 했습니까?”

“네. 태주 씨는요?”

그가 잠깐 뜸을 들였다.

“아직입니다.”

“이리 오세요. 남은 거 있어요. 맛은 장담 못 해요.”

태주가 도착했을 때 서경은 작은 냄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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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30일, 공방 주인은 서경이 가져온 케이스를 열었다.“점검부터 하겠습니다.”그녀는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해외 공연을 마친 뒤에도 며칠 더 빌려 썼던 악기였다. 턱받침 가까이 남은 작은 얼룩은 그대로였다.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빌려왔고, 오랫동안 행방도 모르다가 다시 손에 들었던 바이올린.주인이 악기를 돌려보는 동안 서경은 자기도 모르게 허리를 앞으로 기울였다.“특별한 문제는 없네요.”그가 말했다.대여를 늘릴 수는 있었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정해둔 날 돌려주겠다고 답했는데도, 서경은 열린 케이스를 오래 보았다.주인이 다른 케이스를 열었다.새로 빌려보기로 한 악기가 들어 있었다. 오래 사용한 연주용 바이올린이었다. 빛깔도 달랐고, 턱을 댔을 때 닿는 감각도 조금 달랐다. 서경은 활을 가져다 댔다. 먼저 내는 음에서 힘이 지나쳤다.“너무 서두르시네요.”주인이 말했다.그녀는 웃으며 다시 했다. 이번에는 가벼운 소리가 났다. 오래 알던 악기의 울림과 같지 않아서 조금 서운했다. 그래도 손이 불편한 날에 어떻게 켤지 궁금해졌다.직접 켜보고 고른 악기를 1년 빌렸다. 대여비는 도쿄 공연료에서 냈다.반납 확인에 서명한 뒤 서경은 옛 악기의 턱받침을 보았다. 아버지가 닦아주고도 남았던 작은 얼룩이었다. 손가락을 뻗다가 케이스 가장자리만 만졌다.“마지막으로 사진 한 장만요.”주인이 악기를 돌려주었다. 서경은 얼룩이 보이게 찍었다. 휴대전화 화면에 얼룩이 담길 때까지 각도를 바꿨다.주인이 케이스를 닫았다. 서경은 새 악기를 메고 문을 나왔다. 끈의 폭이 달라 어깨에서 자꾸 고쳐 멨다.그날 저녁, 어머니에게 두 악기의 사진을 나란히 보여드렸다.“아빠가 빌려온 거, 돌려줬어.”“그래. 오래 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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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요일 밤, 태주가 저녁을 늦추자고 했다.이번에는 서경이 식당에 도착하기 전이었다. 그녀는 태주가 몇 시까지 일해야 하는지 물었다. 정확히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그럼 저는 먼저 먹을게요. 끝나고 전화해줘요.”서경은 약속한 식당 대신 집에서 밥을 차렸다. 가을 워크숍 일정표가 옆에 있었다. 매일 이어지는 수업에 저녁 리허설까지 들어 있었다. 공연이 많다는 말에 들떴다가, 그 시간을 손가락으로 짚어보고는 오래 멈췄다.그녀는 참여 기간과 지도 시간을 줄일 수 있는지 물었다. 일정표에서 지워지지 않는 저녁 리허설이 마음에 걸렸다.태주의 전화는 밤늦게 왔다.“식사는 했습니까?”“네. 태주 씨는요?”그가 잠깐 뜸을 들였다.“아직입니다.”“이리 오세요. 남은 거 있어요. 맛은 장담 못 해요.”태주가 도착했을 때 서경은 작은 냄비를 다시 데우고 있었다. 그는 신발을 벗다가 현관에 한동안 앉았다. 피곤하냐고 묻자 이제야 피곤한 것 같다고 했다.탁자 앞에 앉은 그는 밥을 두 숟갈 먹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서경이 맛없느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오늘 투자안을 접었습니다. 몇 달 동안 검토하던 건데.”“안 좋은 데였어요?”“나쁜 회사는 아닙니다. 우리가 기대한 시점에 수익이 나기 어려웠습니다.”태주는 수저 손잡이를 반듯하게 돌려놓았다. 숫자 몇 개를 말하려다 그만두었다.“끝까지 될 거라고 생각한 직원도 있습니다. 왜 더 일찍 말하지 않았느냐고 하더군요.”“뭐라고 하셨어요?”“내가 결정을 늦췄다고 했습니다.”말을 끝낸 뒤에도 수저를 들지 않았다. 서경이 식은 국을 덜고 새 국물을 부었다. 풀어놓은 커프스 한쪽이 그릇 가장자리에 닿았다.“태주 씨도 아까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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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를 끝내려던 순간 서경이 다시 불렀다.“잠깐만요.”태주가 응했다.“얼굴 보고 싶어요.”말해놓고 그녀는 호텔 침대 위에 놓인 겉옷부터 치웠다. 화면에 방이 지저분하게 나오면 어떨까 생각했다가 웃었다. 태주는 비디오 통화로 바꾸자고 했다.처음 연결된 화면에는 그의 이마만 나왔다.서경이 웃음을 터뜨렸다.“너무 가까워요.”그가 전화기를 뒤로 물렸다. 넥타이를 풀었지만 아직 사무실이었다. 책상 위에는 반쯤 마신 커피와 덮어놓은 서류가 있었다.“일 다 끝내고 전화해도 됐는데요.”“내일 공연 전에 얼굴을 보고 싶었습니다.”시선이 자꾸 어긋났다. 서경은 화면을 자기 쪽으로 조금 더 당겼다.“태주 씨도 카메라 보세요.”“보고 있습니다.”“제 눈 말고 위에 작은 점이요.”그는 고개를 조금 들었다. 이번에는 화면 속 눈이 똑바로 마주치는 것 같았다. 서경은 잠깐 웃음을 멈췄다.“그렇게 보시면 떨리잖아요.”태주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어느 쪽을 보라는 겁니까?”그녀도 다시 웃었다. 공연 전날 밤이라는 것이 잠깐 멀어졌다. 호텔 문밖의 발소리와 냉장고가 돌아가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태주가 그녀의 옆자리를 보았다.“침대가 넓군요.”“그런 말씀 하시면 제가 뭐라고 해야 돼요?”그가 말을 멈췄다. 서경은 일부러 대답을 기다렸다. 그의 얼굴에 드물게 곤란한 웃음이 번졌다.“옆에 앉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그가 말했다.서경은 손을 뻗어 빈자리를 눌렀다.“그러면 제가 조금 비켜드릴게요.”화면 속 태주가 잠깐 눈을 감았다 떴다. 그녀는 그 반응이 좋아 더 놀리고 싶어졌다. 그러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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