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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Author: Yoonseul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22 01:21:21

관계를 마친 서진은 제 품에서 벗어나려는 듯 멀어지는 설아를 강하게 끌어당겨 자신의 팔베개 위에 눕혔다.

품에 안긴 설아의 몸은 어떠한 저항도, 온기도 없이 그저 딱딱하게 굳어 있을 뿐이었다. 감정 없이 안겨 있는 설아의 정적을, 서진은 그저 오랜 투병 끝에 찾아온 피로감이라 여겼다.

서진은 설아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며 만족스러운 듯 말을 이어갔다.

"설아야, 네가 영영 깨어나지 못할까 봐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서진의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안방을 채웠다.

"이제 정말 내가 잘할게. 그러니까…… 다시는 이혼이란 단어 꺼내지 마.“

그 가식적인 고백을 실시간으로 귀에 담는 설아는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기가 막혔다.

‘걱정?

자신이 산소호흡기에 의지해 가쁜 숨을 몰아쉬던 그 침대 옆에서 박수현과 살을 섞으며 흥분에 겨운 소리를 내뱉던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치고는 지나치게 뻔뻔했다.

누워있는 제 앞에서 둘이 그렇게 좋아 죽어놓고, 이제 와서 애처가 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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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이프는 제대로 된 대학 졸업조차 못하게 막아두고, 다른 여자와 유학을 떠나셨지 않습니까. 돌아와서도 같은 프로젝트를 핑계로 버젓이 내연 관계를 유지하고…….“"……!“강윤이 정곡을 찌르며 파헤치자, 서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강윤의 말을 단칼에 잘라버린 서진은 위협적인 보폭으로 다가와 그의 코앞에서 서늘하게 속삭였다."더 이상 선 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가 참아주는 건 딱 여기까지니까.“치부라도 들킨 듯 분노로 가득 찬 서진의 눈빛이 오한이 끼칠 만큼 차갑게 식어 내렸다. 그는 설아를 품에 안아 감싸쥔 강윤을 멸시하듯 내려다보며 낮게 읊조렸다."이음 그리고 강서윤…… 둘이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으나 처신 잘 시키는 게 좋을 겁니다. 둘 다 지옥을 맛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지.“뼈 있는 경고와 비꼬는 투를 던진 서진은 묵직한 발걸음으로 뒤돌아 룸을 나가버렸다. 스르륵 닫히는 문을 보며 강윤은 기가 차다는 듯 나지막한 실소를 터뜨렸다."이렇게까지 밑바닥 인성일 줄이야…… 하. 누가 참고 있는 건지 한번 두고 봅시다, 유서진 씨.“서진의 그림자가 룸 밖으로 완전히 사라지자, 강윤은 지쳐 있는 설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망설임 없이 그녀의 몸 아래로 팔을 넣어 단숨에 안아 들었다."흐읏…….“강윤의 품에 안긴 설아가 작은 신음을 뱉어내며 그의 목덜미에 붉어진 얼굴을 파묻었다. 술기운으로 뜨거워진 그녀의 숨결이 귓가에 그대로 와닿자, 강윤의 귀밑까지 화끈하게 달아올랐다.강윤은 열기로 달아오른 설아를 단단히 안아 든 채, 서둘러 식당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그녀를 차 조수석에 앉히고는 편히 누울 수 있도록 시트를 젖혀주었다.차 안의 정적 속에서도 설아는 여전히 힘겨운 듯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강윤은 안타까움과 넘쳐흐르는 감정이 섞인 눈빛으로 설아를 가만히 바라보며 조용히 운전석의 시동을 걸었다.한편, 룸 안으로 들어온 서진은 아무런 말 없이 수현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서진의 얼

  • 나의 불행을 너에게   1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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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불행을 너에게   1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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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불행을 너에게   110화

    거래처가 다 막혀 아무것도 진척시키지 못한 채, 죽상을 하고 나타날 그의 꼴이 머릿속에 그려지자 서진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마침내 만찬회 당일.강윤과 설아는 함께 일을 마치고 조금 일찍 회사를 나섰다. 금요일 저녁의 빽빽한 도로를 뚫고, 약속된 식당으로 향하던 그때 운전대를 잡고 있던 강윤이 컵 홀더에 놓인 커피를 집어 들었다.그 순간, 앞차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읏……!“강윤 역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고, 콰쾅 소리와 함께 몸이 앞으로 쏠리며 컵 홀더에 있던 커피가 그의 셔츠와 재킷 위로 왈칵 쏟아져 내렸다."강윤 씨! 괜찮아요?“설아가 깜짝 놀라 얼른 손수건을 꺼내며 묻자, 정작 강윤은 쏟아진 커피보다 설아의 상태를 먼저 살피며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설아 씨는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전 멀쩡해요! 저는 괜찮은데…… 어떡해요, 옷이 커피로 다 젖어버려서…….“짙은 아메리카노 물이 들어버린 옷을 보며 설아가 울상이 되자, 강윤은 그녀가 너무 걱정할까 봐 일부러 대수롭지 않다는 듯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옷이야 다시 빨거나 갈아입으면 되죠, 설아씨가 안 다쳤으니 다행이에요."하지만 당장 갈아입을 여분의 옷이 없는 상태였기에, 엉망이 된 재킷을 내려다보던 강윤의 눈빛에 곤란한 기색이 스쳤다. 시계를 확인한 그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결단을 내린 듯 설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설아 씨, 시간이 거의 다 됐는데…… 좀 불편하겠지만 설아 씨가 먼저 들어가 있을래요? 난 집에 들러서 옷만 갈아입고 금방 갈게요. 진짜 오래 안 걸릴 테니까.“"네, 걱정 말고 다녀오세요. 운전 조심하시구요.“"금방 갈 테니 먼저 들어가 있어요.“강윤은 만찬회장 입구에 설아를 먼저 내려준 뒤, 옷을 갈아입기 위해 곧장 차를 돌려 집으로 향했다.설아는 묵직한 목재 문 앞에서 얇게 한숨을 내쉬며 심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천천히 예약된 단독 룸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달칵—문이 열림과 동시에, 이미 도착해 담소를 나누던

  • 나의 불행을 너에게   109화

    끝까지 우아함을 잃지 않은 채 대놓고 서진을 무시하는 그녀의 태도에, 서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 앉았다.서진이 차갑게 돌아서려던 찰나, 그녀의 고급스러운 원목 책상 위에 놓인 자그마한 명패로 시선이 꽂혔다.[ 대표 강서윤 ]'강서윤…….‘숍을 나와 차에 올라탄 서진은 핸들을 쥔 채 미간을 찌푸렸다. 명패의 이름도 이름이었지만, 방금 전 자신을 쏘아보던 그녀의 눈빛과 분위기가 묘하게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어디서 본 적이 있었나?‘생각을 더듬던 서진의 머릿속에 순간 떠오르지 말아야 할, 가장 불쾌한 얼굴 하나가 겹쳐졌다. 그와 동시에 그의 눈이 번뜩였다.강윤. 그리고 강서윤.서늘한 눈매와 상대를 압도하는 특유의 오만한 분위기.'그래…… 저번에 수현이가 숍 에서 이설아를 봤다고 했었지.‘뇌릿속에서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들이 소름 끼칠 정도로 딱딱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서진의 입가에서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그리고 조금 전, 그 맹랑한 대표가 자신을 향해 쏘아붙였던 말이 환청처럼 귓가를 울렸다.'손님의 개인정보라 성함을 직접 말씀드릴 수는 없네요. 하지만…… 어머님과 그쪽 친구분께서 누구보다 아주 잘 알고 계시지 않겠어요?‘"하……이것들 봐라.“서진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차가운 분노가 눈동자 깊은 곳에서 피어올랐다."기분 상하게 만들었다는 그 대단한 손님이…… 이설아였어?“서진은 곧장 차를 거칠게 몰아 회사로 향했다.대표실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선 서진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곧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수화기 너머로 이사의 정중한 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서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상대를 몰아붙였다."강윤 회사의 거래처들, 확실하게 끊어버린 거 맞습니까?“갑작스러운 서진의 날 선 태도에 수화기 너머의 이사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침착하게 답했다."네, 대표님. 현재 그만한 물량을 감당해 줄 만한 대체 거래처를 찾기도 힘든 상황이라 아마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을 겁니다.“"다시 한번 확실하게 단속하세요.”"

  • 나의 불행을 너에게   3화

    어색하게 시작된 사이는 생각보다 빠르게 가까워졌다. 서진은 자주 설아 앞에 나타났고, 부담스럽지 않은 선을 지키면서도 조금씩, 조금씩 거리를 좁혀왔다. 다른 여자들에게는 한결같이 차갑고 무뚝뚝하다는 소문이 자자한 유서진이, 설아 앞에서만큼은 달랐다. 먼저 말을 걸었고, 소소한 것들을 챙겼고, 무심한 듯 곁에 있었다.친구들이 먼저 눈치챘다."야, 설아야. 유서진 선배 너 좋아하는 거 아니야?""에이, 설마.""설마가 사람 잡는다."설아는 웃어 넘겼다. 하지만 그 말이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던 건 설아도 인정하기 싫었

  • 나의 불행을 너에게   2화

    어느 봄날 오후봄 햇살이 유리창을 가득 채운 학교 앞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두꺼운 전공서적을 펼쳐 놓은 설아는 주변 소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형광펜을 움직이고 있었다. 식어가는 아메리카노 옆으로 빼곡히 필기된 노트가 쌓여 있었다. 그 모습이, 봄날 카페 안에서 유독 선명하게 빛났다.그 앞을 지나치던 두 남자 중 한 명이 발걸음을 멈췄다.유서진.졸업을 목전에 둔 4학년. 국내 손꼽히는 그룹사 회장의 외동아들. 훤칠한 키에 날카롭고 차가운 이목구비 어딜 가든 시선이 쏠리고, 어딜 가든 먼저 자리가 만들어지는 남자였다

  • 나의 불행을 너에게   1화

    차갑고 하얀 침대 위, 설아는 떨리는 손을 억지로 뻗어 머리맡 테이블 위에 올려둔 휴대폰을 간신히 집어 들었다.언제부터 흘렸는지도 모를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며 시트를 적셨고, 열기로 달아오른 얼굴은 숨을 쉴 때마다 타는 듯이 뜨거웠다. 눈앞이 흐릿하게 흔들렸다. 손끝에 감각이 없었다. 휴대폰 화면에 뜬 이름 석 자조차 초점을 맞추기 힘들었지만, 손가락은 습관처럼 아니, 어쩌면 마지막 본능처럼 그 이름을 눌렀다.서진 오빠.통화 버튼을 누르자 텅 빈 신호음만 허공에 울려 퍼졌다. 한 번, 두 번. 설아는 바짝 마른 입

  • 나의 불행을 너에게   8화

    불도 켜지 않은 채였다. 소파에 팔짱을 낀 자세로, 굳은 얼굴로 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어디 다녀와?"낮고 날이 선 목소리였다.설아는 가방을 내려놓으며 짧게 대답했다."그냥 바람 좀 쐬고 왔어요.""병원에서 왜 퇴원했어?""아무 이상 없다길래요.“서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간호사에게 들은 말이 떠올랐다. 빈혈 수치, 면역력,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몸. 그런데 설아는 지금 아무 이상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아무 이상 없다고?""네. 걱정 안 하셔도 돼요."평소와 달랐다. 목소리에 온기가 없었다. 기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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