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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불행을 너에게
나의 불행을 너에게
Penulis: Yoonseul

1화

Penulis: Yoonseul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6-17 14:21:45

차갑고 하얀 침대 위, 설아는 떨리는 손을 억지로 뻗어 머리맡 테이블 위에 올려둔 휴대폰을 간신히 집어 들었다.

언제부터 흘렸는지도 모를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며 시트를 적셨고, 열기로 달아오른 얼굴은 숨을 쉴 때마다 타는 듯이 뜨거웠다. 눈앞이 흐릿하게 흔들렸다. 손끝에 감각이 없었다. 휴대폰 화면에 뜬 이름 석 자조차 초점을 맞추기 힘들었지만, 손가락은 습관처럼 아니, 어쩌면 마지막 본능처럼 그 이름을 눌렀다.

서진 오빠.

통화 버튼을 누르자 텅 빈 신호음만 허공에 울려 퍼졌다. 한 번, 두 번. 설아는 바짝 마른 입술을 꾹 깨물었다.

제발.

속으로 되뇌었지만 입 밖으로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언제부터였을까. 그에게 제발 이라는 말조차 꺼내기 두려워진 게.

다시 한 번 버튼을 눌렀을 때, 기다렸던 목소리 대신 수화기 너머로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쏟아져 들어왔다. 어딘가 떠들썩한 곳.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전화를 건 건 그래도 혹시, 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말해."

짧고 건조한 한마디. 반가움도, 걱정도, 심지어 형식적인 안부조차 담기지 않은 목소리였다. 술자리 소음 속에서도 그 냉랭함은 선명하게 전해졌다.

설아는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꾹 눌러 삼키며, 몸 어딘가 마지막으로 남아 있을 힘을 끌어모아 간신히 입을 열었다.

"오빠… 저 몸이 너무 안 좋아요. 지금 와줄 수 있어요?“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와줘요.'

말하지 못한 말들이 목 안에서 뭉쳤다.

잠깐의 침묵.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 침묵은 설아에게 이미 답이었다.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다. 알면서도 전화를 건 자신이 어리석었다.

"지금은 좀 바빠. 사람 보낼게.“

한숨조차 섞이지 않은, 깔끔하게 잘라낸 말투였다. 그리고 그게 전부였다. 툭, 아무렇지 않게, 너무나 익숙하게 전화가 끊겼다.

설아는 멍하니 어두워진 화면을 바라보았다. 뭔가를 더 말하려 했는지, 입이 아직 반쯤 열려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나올 말도, 흘릴 눈물도, 남은 힘도 없었다.

사람을 보낸다고.

3년 전이었다면 울었을 것이다. 2년 전이었다면 화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설아는 그저 공허했다. 가슴 한가운데가 텅 빈 것처럼, 아프지도 않았다. 이미 너무 많이 익숙해진 탓이었다.

손가락에 힘이 천천히 풀리며 휴대폰이 침대 위로 떨어졌다. 둔탁한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 울렸다. 그리고 설아도, 그 작은 소리를 끝으로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3년 전.

설아는 누가 봐도 빛나는 사람이었다.

경영학과 새내기였던 그때, 설아는 캠퍼스 안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존재였다. 전공 수업 첫날부터 교수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했고, 시험마다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다.

처음 캠퍼스를 걷던 날, 설아를 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하얗고 작은 얼굴에 또렷한 이목구비, 별다른 꾸밈이 없어도 눈길을 붙잡는 얼굴이었다. 지나가던 선배들이 괜히 말을 걸었고, 동기들은 먼저 번호를 물어왔다. 누군가는 그녀를 보며 감탄했고, 누군가는 괜스레 긴장했다.

하지만 정작 설아 본인은 몰랐다. 자신이 어떤 얼굴을 하고 이 캠퍼스를 걷고 있는지 거울 앞에서도 크게 들여다보지 않았고, 예쁘다는 말에도 그냥 웃어 넘겼다.

그 시절의 설아에겐 꿈이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고, 가고 싶은 길이 있었다.

그 길이 어긋나기 시작한 건 그를 만나면서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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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불행을 너에게   8화

    불도 켜지 않은 채였다. 소파에 팔짱을 낀 자세로, 굳은 얼굴로 설아를 바라보고 있었다."어디 다녀와?"낮고 날이 선 목소리였다.설아는 가방을 내려놓으며 짧게 대답했다."그냥 바람 좀 쐬고 왔어요.""병원에서 왜 퇴원했어?""아무 이상 없다길래요.“서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간호사에게 들은 말이 떠올랐다. 빈혈 수치, 면역력,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몸. 그런데 설아는 지금 아무 이상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아무 이상 없다고?""네. 걱정 안 하셔도 돼요."평소와 달랐다. 목소리에 온기가 없었다. 기대도,

  • 나의 불행을 너에게   7화

    기운을 차린 설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손등에 꽂힌 링거 바늘을 내려다보다가조용히 뽑아냈다.작은 통증이 왔지만 설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침대 옆에 개어두었던 자신의 옷을 집어 들고 환자복을 벗었다.손이 떨려 단추를 잠그는 것조차 생각보다 힘들었다.겨우 옷을 갈아입고 일어서는 순간, 눈앞이 하얗게 번쩍였다. 어지러움이 물밀듯 밀려오며 몸이 휘청였다. 설아는 침대 모서리를 붙잡고 잠시 버텼다. 숨을 고르고, 다시 섰다.그때 병실 문이 열렸다."이설아씨, 잠깐만요!"담당 간호사였다. 링거 알람이 울렸는지, 빠르게 들어온

  • 나의 불행을 너에게   6화

    설아는 매일 서진이 좋아하는 음식을 차렸다. 다림질한 셔츠를 옷장에 걸어두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그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간혹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날이면, 서진은 설아를 찾았다. 하지만 그건 설아를 보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다정함도, 온기도 없었다. 그저 거칠고 무심한 손길이 지나가고 나면, 서진은 돌아누워 잠들었다. 설아는 천장을 바라보았다.‘이게 결혼인가.’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울면 더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내일도 밥을 차리고, 셔츠를 다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버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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