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덤덤한 그 목소리는 참담함을 말하면서도 감미로웠다.
“저는 현자의 눈입니다. 제 발걸음은 세계 어디로든 향하게 하죠.”
“나도 알고 있어….”
“그 무엇도 제가 움직이는 것을 방해할 것은 없습니다.”
“…알고 있어!”
하지만 그녀는 귀를 막고 싶었다.
“불이 닿지 않는 곳으로 모셔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가 저들을 따돌리고 당신의 곁에 돌아갈 때까지 달리세요.”
한시가 급한 이 상황에서 시간이 멈추길 바라며.
“서쪽의 땅에 도착하면 다시 울창한 숲이 펼쳐질 테니 안전할 겁니다. 그 전에 제가
덤덤한 그 목소리는 참담함을 말하면서도 감미로웠다.“저는 현자의 눈입니다. 제 발걸음은 세계 어디로든 향하게 하죠.”“나도 알고 있어….”“그 무엇도 제가 움직이는 것을 방해할 것은 없습니다.”“…알고 있어!”하지만 그녀는 귀를 막고 싶었다.“불이 닿지 않는 곳으로 모셔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가 저들을 따돌리고 당신의 곁에 돌아갈 때까지 달리세요.”한시가 급한 이 상황에서 시간이 멈추길 바라며.“서쪽의 땅에 도착하면 다시 울창한 숲이 펼쳐질 테니 안전할 겁니다. 그 전에 제가 당신께 갈게요. 전 가능하니까요.”“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내가 그 힘을 주었으니까!”아르텐시아는 결국 아이작의 가슴팍을 내리치며 몸부림을 쳤다.그녀는 그의 기억에서 과거 아미노가 행했던 구원의 방에서의 형벌을 떠올렸다.같은 상황은 아니었으나 또다시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었다.“아르텐시아.”그러나 아이작은 그녀를 다 안다는 듯 후드를 정돈하고 에테르의 창으로 서쪽을 향해 길을 냈다.“아이작! 그럴 필요 없다! 그냥 같이 가는 거야!”무엇을 위한 미끼란 말인가.아르텐
하지만 불행은 둘이 신전을 감쌌던 메데이아의 줄기를 넘어갈 때, 다시 발밑에 모습을 드러냈다.“이게 무슨 일인가!”시작은 신전에 들어가 잊었던 병사들로부터였다.아비규환인 그곳에서 그들은 꽤나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당장 몸이 성한 자는 부상자를 데리고 숲을 나가라!”“저 검은 구슬에 몸이 닿아서는 안됩니다!”이 모든 움직임과 소리를 들은 아이작이 아르텐시아의 잡은 손을 잡아당겼다.“조심하십시오. 천천히 내려오세요.”그는 말과 다르게 더욱 서둘렀다.“아이작, 우리는 숲을 빠져 나갈테니 걱정하지 말거라.”조급함을 눈치챈 아르텐시아는 부드러운 손길을 받으면서도.“네. 그럼요 아르텐시아.”서쪽으로 향하는 숲의 입구는 지척에 있었다.아이작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면서도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등 뒤로 들렸던 부산함이 조금씩 잦아들고 있던 탓이었다.그는 안심이 불러온 과장된 평온이 허상에 빠지게 할 줄 몰랐다.‘이 숲을 나가면, 잠시만 쉬자고 해야겠다. 아르텐시아도 피곤할거야.’그는 라리아의 집에서 피를 토했던 그녀를 기억했다.
와아아아! 와아아아!엄청난 함성이었다. 꽤 많은 병사가 아이작과 입씨름을 한 병사에게 동조하고 있었다.“더 들을 것도 없다. 아이작.”그때, 진정한 악신이 서슬 퍼런 눈을 하고 그들을 바라봤다.그녀의 어깨 위에는 크기는 크지 않았으나 본능적인 위험을 느끼게 할 악의 구가 살벌하게 떠 있었다.“뚫린 입이라고 한낱 벌레보다 못한 대거리를 하는구나.”“뭐, 뭐라?!”“너희 인간들은 곱게 만들어준 입으로 시궁창을 헤매니 화를 자초하는 것이다.”“아르텐시아….”아르텐시아는 애틋한 눈빛을 보내는 아이작에게 작게 웃어 보이고는 작고 마른 손을 유려하게 움직여 악의 구에서 여러 알갱이를 만들어 냈다.그것은 저잣거리에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구슬과 비슷해 보였다.악의 구에서 나온 알갱이들은 아이작과 아르텐시아의 주변에 머물며 스산한 빛을 내뿜었다.병사들의 눈동자에 그것은 어떠한 공포심을 유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한가지는 바로 해야겠구나.”그녀는 선연하게 드러나는 분노를 지우지 않은 채 웃어 보였다.그때,
불온한 기운이 내려앉는 메데이아의 줄기 위를 넘어 신전 앞마당으로 침투하려 하고 있었다.기어코 메데이아의 줄기가 움직임을 멈추었다.아이작은 아르텐시아의 손에서 얼굴을 떼지 않은 채 눈동자를 굴려 그 너머를 살폈다.“아르텐시아.”새카만 어둠은 닮은 인간의 눈동자가 달빛을 받아 희게 빛났다.신전의 앞마당 뒤, 메데이아의 줄기가 얼기설기 얽혀있는 지척에 마침내 그의 시선이 닿았다.긴 생각이 필요 없었다. 그녀와 함께 있었던 지금까지의 시간과 순간이 마치 주마등과 같았다면 어서 깨어나야 했다.“…못해도 수백, 수천이군.”아르텐시아는 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어깨에 한기가 느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그녀는 뒤로 돌아 아이작의 시선을 따라갔다.지나가는 구름 사이로 달빛이 어지러이 흘러 내렸다.그 아래, 르완의 병사들이 아직 죽지 않은 숲을 밟고 서 있었다.“…….”아이작은 동요하듯 크기를 키워가는 악의 구를 보며 아르텐시아에게 속삭였다.“이토록 많은 병사를 보낸 것을 보면, 완전한 죽음 또는 생포가 목적일 겁니다.”“…어느 쪽이라 생각하지?”“둘 다이겠지요.”아르텐시아는 무언가에 홀린 듯 아이작의 팔을 잡고 그와 눈을 마주했다.그들은 동시에 말했다.“나를 죽이고 당신은 생포할 목적일 겁니다.”“너를 죽이고 나를 데려갈 생각이구나.”“아미노의 명령이겠죠.”“아미노에게 데려가기 위해서.”결국은 다시 아미노였다. 아르텐시아는 이가 갈렸다.교묘하고 약삭빠르기가 마귀와 다를 데가 없었다.아이작의 현자의 눈을 통해 이곳을 살피지 못하니 그가 가진 정보력을 의심해 이런 다음 수를 준비한 것이 틀림없었다.“더이상은 참지 못하겠구나, 아이작.”“생각보다 수가 많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감히, 너의 숨을 빼앗으러 온 것들이다. 난 이들의 숨을 갈취하는데 망설이지 않아.”아마도 병사의 수는 이 신전을 감싸고 마을에까지 닿아 있을지도 몰랐다.아르텐시아와 아이작이 짐승들을 처리하는데 시선을 빼앗겨 있을 때 이미 지척에 와있던 자들이다.분
아르텐시아를 가리고 선 그는 오래된 고목과도 같았고 단단한 요새와도 같았다.그리고 그의 손안에서 에테르의 창은 어느 때 보다 밝게 빛났다.“…그래, 아이작.”아르텐시아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짧게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긴 세월 동안 이어진 신뢰는 이깟 불안에 무너질 것이 아니었다.그녀의 눈동자가 다시 굳건해졌다.그 시선의 끝은 아이작의 어깨 너머에 있었다.아르텐시아는 신전 주변을 제외하고 꽤 많은 면적의 숲의 생명력을 빼앗아 악의 구를 더욱 키우기 시작했다.이제 메데이아의 뿌리는 피를 갈구하며 신전 위의 하늘을 덮어버렸다.완연한 어둠. 심연과도 같은 그것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졌다.소리마저 차단된 공간 속에서 그 누구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짐승은 울음을 삼키고 메데이아는 활기를 멈춘 그때.두 사람에게 신호는 필요 없었다. 촤악!숨소리조차 내지 않던 아이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크아아아!”“깨갱!”아르텐시아는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지만 빛을 잃지 않은 그 푸름을 쫓았다.그 푸른 빛은 옅은 잔
***“이, 이게 무슨! 누구냐! 내 신전을 이토록 엉망으로 만든 것이!”아르텐시아의 고통이 담긴 목소리가 신전에 닿았다.그녀는 신전 문 앞에 다다라서 털썩 주저앉았다.발에 채며 나부꼈던 메데이아를 살펴보기 위함이었다.이어서 아이작이 그녀의 뒤를 따라 곁에 앉았다.“이런! 아르텐시아!”“…아이작. 보아라 나의 아이들이 이토록 고통을 받았구나.”“당신을 괴롭게 만들다니, 누구의 소행인지 알아내야겠습니다!”“아니다, 그럼 안돼. 너까지 다치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아르텐시아…….”그는 결국 손에 얼굴을 묻으며 눈물을 삼키는 아르텐시아가 안타깝다는 듯 신음했다.아르텐시아는 아이작의 위로를 받으며 겨우 고개를 들었다.참담함이 서린 눈동자는 형태가 남아 있는 메데이아 꽃에 닿아 있었다.“내 힘이 온전치 못해 신전과 숲과 메데이아를 지키지 못했구나….”“아닙니다, 아니에요. 아르텐시아.” 부스럭, 부스럭.아르텐시아와 아이작의 눈동자가 시선의 끝에서 아슬아슬하게 마주쳤다.생명력이 사라지는 숲의 마지막 움직임이 타인에 의해 들려왔다.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