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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Author: 설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16 09:05:24

레위는 침실에 틀어박힌 채 유리디체의 초상화가 아델에게 보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이아스가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아델에게 어머니의 얼굴을 보여준 사실은, 레위에게 엄청난 충격과 함께 아이아스가 자신의 권위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그는 침대에서 떨리는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 밑 흉터는 분노와 피로로 인해 더욱 짙어졌다.

그는 이제 황제가 아닌, 모든 것을 잃은 나약한 아버지에 불과했다.

'아이아스. 네놈은 나를 멸시하고 내 딸까지 파멸시키려 든다.'

레위는 아이아스가 아델을 향해 품은 병적인 집착이, 과거 자신이 유리디체에게 가했던 폭력적인 소유욕과 똑같음을 깨달았다.

그는 유리디체를 파멸시킨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라도, 아델만큼은 이 저주받은 궁정에서 벗어나게 해야 했다.

그는 무거운 금고를 열어 양피지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은 레위가 자신이 황제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거나 아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을 경우, 아델이 제국 밖의 안전한 곳으로 망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비밀 문서였다.

이 문서는 아이아스로부터 아델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레위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레위는 펜을 들고 맹세하듯 자신의 서명을 휘갈겼다.

그의 손은 떨렸지만 의지는 확고했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공허했지만, 아델을 지키려는 부성애만큼은 끓어오르는 용암과 같았다.

“유리디체... 짐은 아델을 지킬 것이다. 네가 겪었던 고통을 그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

그는 이 문서를 아델이 성년이 되는 날 신뢰할 수 있는 대신에게 전달할 계획을 세웠다.

시간이 없었다. 아이아스의 집착이 그녀를 완전히 덮치기 전에.

며칠 후 아이아스 드 에스테반 황태자와 레오노라 폰 밀라이터의 공식 약혼식이 황궁의 대연회장에서 거행되었다.

화려한 연회장과 대조적으로 식장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차가웠다. 황제가 와병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아스는 황제의 부재 속에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린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그는 완벽한 황태자의 모습으로 레오노라의 곁에 섰다.

레오노라는 눈부신 금발과 아름답게 치장한 용모에도 불구하고, 표정은 창백하고 경직되었다.

그녀는 아이아스에게 차가운 시선만을 받았지만, 아델의 곁에 머무르기 위해 이 모든 굴욕을 견뎠다.

그녀의 헤이즐넛색 눈동자는 아이아스가 아닌, 연회장 구석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아델 황녀에게 닿았다.

아델은 보석처럼 빛났다.

그녀의 흑발에는 아이아스가 선물한 블루 다이아몬드 핀이 빛났고, 해맑은 미소는 연회장의 모든 이들을 매료시켰다.

그녀는 아이아스가 레오노라와 약혼하는 사실에 아무런 질투나 슬픔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레오노라가 이제 자신의 가족이 된다는 사실을 기쁘게 여겼다.

'레아가 내 올케가 된다니 정말 기뻐!'

아이아스는 레오노라와 반지를 교환하는 순간에도, 시선은 아델에게 고정되었다.

그의 눈빛은 레오노라에게는 단 하나의 감정도 주지 않았지만, 아델에게는 끓어오르는 애정을 담았다.

그는 레오노라와 결혼함으로써 아델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킬 수 있는 합법적인 방패막을 얻게 된 것에 만족했다.

약혼식이 끝난 후 아이아스는 형식적인 인사만 남긴 채 레오노라를 외면하고 아델에게로 곧장 향했다.

“아델. 춥지 않아? 오빠 옆에 붙어 있어.” 

아이아스는 아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응, 오빠. 레아가 내 올케가 되는 건 정말 좋은 일이야. 레아가 우리 가족이 되어서 기뻐.” 

아델은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아이아스는 아델의 흑발에 키스하며 만족감을 표했다.

레오노라는 이 모든 것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그녀의 심장은 고통스러웠지만, 아델의 행복한 미소를 보는 것만이 이 굴욕적인 상황을 버틸 수 있는 유일한 이유였다.

연회 도중 아델은 레오노라를 찾아갔다.

아델은 여전히 미하엘의 추방을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는 아이아스의 설명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레아, 이제 네 오빠가 궁정을 떠난 지 며칠 되었지? 너무 슬퍼하지 마. 오빠가 곧 돌아오실 거야.” 

아델은 레오노라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레오노라는 눈물을 감췄다. 

“황녀님... 감사합니다. 오라버니는 잘 지내고 계실 거예요.”

아델은 미하엘의 추방이 그녀의 오빠 아이아스의 계획이었음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순수한 호기심에 한 가지를 물었다.

“근데 레아, 네 오빠가 정말 그렇게 큰 죄를 지은 거야? 나는 미하엘이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미하엘이 그렇게 나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

아델의 질문은 천진난만했지만 레오노라에게는 비수가 되어 꽂혔다.

그녀는 아이아스가 미하엘을 제거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음을 알았다.

미하엘은 죄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진실을 말할 수 없었다.

만약 그녀가 아이아스의 계획을 아델에게 폭로한다면, 아델의 삶을 지배하는 황태자의 분노를 살 것이고 자신은 아델의 곁에서 영원히 추방될 것이 분명했다.

'나는 아델님의 곁에 있어야 해. 아델님을 지켜야 해.'

레오노라는 눈물을 꾹 참고 침묵을 지켰다. 그녀는 아델의 해맑은 눈을 마주할 수 없었다.

“황녀님...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황태자 전하께서 말씀하셨듯이, 궁정의 일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요.”

레오노라의 목소리는 너무나 낮고 떨렸기에, 아델은 그녀가 오라비의 추방으로 인해 마음이 많이 상했으리라 짐작했다.

아델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알았어, 레아. 이제 오빠가 네 남편이 될테니까 오빠가 널 잘 지켜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아델은 레오노라를 포옹해주고 그녀의 곁을 떠났다.

레오노라는 아델의 따뜻함이 사라진 후 그 자리에 주저앉아 조용히 흐느꼈다.

그녀는 사랑하는 오라비의 억울한 추방과 아델의 곁에 머무르기 위한 굴욕적인 침묵 사이에서 비통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녀의 숭배는 이 고통을 견디게 했다.

그녀는 아이아스의 냉혹함을 알면서도 아델을 향한 지독한 집착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 집착의 그림자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킬 작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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