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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낙원의 딸들: Chapter 1 - Chapter 10

12 Chapters

1화

이 거대한 궁정의 밤은 언제나 균열 없이 완벽했다.창밖으로 흘러 들어오는 달빛은 황금빛 황궁을 유령처럼 차갑게 비추었지만, 이 빛조차 닿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 레위는 홀로 침잠했다.그의 처소는 침실이라기보다 거대한 관(棺)에 가까웠다.마흔이 넘은 나이의 황제.제국의 가장 강력한 심장인 그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끓어오르는 권력의 열기가 아닌, 영원히 녹지 않는 빙하의 냉기였다.16년 전 그날, 유리디체 황후가 발코니에서 뛰어내리며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때.그때 레위의 영혼도 함께 부서져 내렸다.세상은 유능하고 냉철한 황제의 가면만을 보았지만, 그 가면 아래의 실체는 매일 밤마다 들이키는 독한 술과 진정제의 쓴맛으로 겨우 지탱되는 공허한 허물이었다.어둠이 짙게 깔린 방 안에 앉아 황제는 늘 그렇듯 텅 빈 허공을 응시했다.황태자 아이아스와 똑같이 차가운 하늘색 눈이었지만, 그 안에는 깊은 심해처럼 허무함만이 맴돌았다.깊은 피로로 인해 왼쪽 눈 밑의 흉터는 더욱 선명하게 그림자를 드리웠다.흉터는 단순한 육체의 상처가 아니었다.그것은 그의 이성의 경계에 내려앉은 균열이었고, 그의 정신병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어두운 표식이었다.“...유리디체.”환영이었다.혹은 유령.발코니의 난간끝에 위태롭게 서서 길고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던 그녀의 모습.그리고 그 차가운 얼굴에 드리웠던, 그를 향한 뼛속 깊은 증오와 경멸.그 모든 것이 그의 눈앞에서 선명하게 재현되었다.레위는 목이 타는 갈증에 허우적거리며 협탁 위의 술잔을 집어 들었다.알코올이 타는 듯한 고통을 주며 식도를 넘어갈 때마다 환영은 잠시 희미해졌다.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진정제를 잔뜩 삼켜야만 그는 겨우 몇 시간의 피폐한 휴식을 얻을 수 있었다.그의 침실은 생명력이 모두 빨려나간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아침 해가 궁정의 창문을 비집고 들어와 어둠 속에 갇혀 있던 황제의 처소를 깨우는 순간이 있었다.레위가 겨우 생기를 되찾는 순간.그것은 오직 아델 드 에스테반 황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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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다음날 오후 황녀궁의 백합 온실에서 소규모의 다과회가 열렸다. 아델의 생일 즈음을 기념해 황제가 또래의 귀족 영애들을 모아 열어준 자리였다.레위와 아이아스가 준 생일 선물만으로도 방 하나를 가득 채울 지경이라 아델은 선물을 뜯어보는 일에 이미 지쳐버렸다.그녀에게 가장 즐거운 일은 선물의 가치보다, 제국에서 가장 강력한 두 남자—아버지와 오빠—가 자신을 향해 쏟아내는 광적인 애정과 헌신 그 자체였다.온실은 만개한 백합 향으로 가득했다. 아델의 바로 옆에는 그녀의 놀이친구이자 황태자 아이아스의 약혼녀인 레오노라 폰 밀라이터가 앉았다.“황녀님께서는 정말 축복의 별 아래에서 태어나신 분 같아요.”레오노라가 아델을 향해 말했다. 그녀의 커다란 헤이즐넛색 눈에는 숨길 수 없는 동경과 열렬한 애정이 담겼다.레오노라는 아델보다 키가 조금 작았지만, 오빠 미하엘을 닮은 긴 금발 곱슬머리가 햇빛 아래서 빛나는 미인이었다.그녀의 상냥한 성품은 아델의 해맑음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레아, 재미있는 표현이네. 정말 그렇게 보여?”아델이 상냥하게 대꾸하며 레오노라의 손을 잡았다.“네. 아델님은 천사처럼 아름다우시고... 제국에서 가장 고귀하신 분이시니까요.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전하께서는 황녀님이 원하신다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실 분이시잖아요. 황녀님의 남편이 되실 분은 이 제국에서 가장 행운아이실 거예요.”레오노라의 목소리에는 한 점의 질투도 없었다. 오직 순수한 숭배만이 존재했다.사실, 레오노라는 아이아스와의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었으나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그녀의 모든 애정과 열망은 오직 아델 황녀에게만 쏠렸다.아델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그녀의 가족이 될 수 있다면 아이아스의 차가운 무관심이나 어떤 굴욕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었다.그녀에게 아이아스는 아델에게 다가가는 ‘통로’에 불과했다.“어머, 나는 평생 아바마마와 함께 살고 싶은걸.”아델이 농담처럼 말했다.레오노라는 웃었지만 그 웃음 뒤로 미묘한 안도감을 느꼈다.아델이 결혼을 늦추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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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밤이 다시 찾아왔다.화려한 외관과 무관하게, 황제의 침소는 늘 차갑고 축축한 어둠 속에 잠겼다.황제는 서재에서 늦은 시간까지 공무를 처리했다. 그러나 그 유능함은 오직 낮의 가면을 위한 것이었다.일을 끝낸 그의 정신은 곧장 심연으로 추락했다.레위의 처소에는 흑단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침대가 놓였다.그는 그 침대에 기댄 채 술과 진정제가 담긴 은쟁반을 노려보았다.독한 술은 그의 혀를 태웠고 진정제는 신경을 마비시켰다. 이 두 가지 물질만이 그의 영혼이 완전히 파괴되는 것을 막았다.그의 눈동자는 아이아스와 똑같은 밝은 하늘색이었으나, 피로와 고통으로 빛을 잃고 텅 비었다.마치 고요한 얼음 호수 아래 모든 생명체가 질식해 죽은 것처럼.눈 밑 흉터는 짙은 그림자가 되어 더욱 선명하게 도드라졌다.공허한 눈빛은 그의 이성이 무너지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장이었다.“내가... 널 어떻게 해야 했지, 유리디체.”그는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거칠고 메말랐다.황제는 가득 채운 술잔을 들어 목구멍에 들이부었다.불타는 듯한 감각이 잠시나마 그의 마음속 공허함을 채워주었다.술잔을 내려놓았을 때, 눈앞의 어둠 속에서 희미한 윤곽이 아른거렸다.유리디체.그녀의 머리칼은 밤의 벨벳처럼 짙었고 길게 물결쳤다.아델의 머리카락과 똑같은 색.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달랐다.아델의 얼굴이 순수한 햇빛이라면 유리디체의 얼굴은 달빛처럼 차가운 그림자였다.회색 눈동자는 그를 향한 절대적인 멸시와 경멸로 빛났다.“영원히 너를 저주한다, 레위.”환청이 귓가에 울렸다.레위는 괴로운 신음과 함께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그는 이 환영이 진정제에 취한 자신의 뇌가 만들어낸 허상임을 알았지만, 그 목소리의 생생함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았다.“거짓말 마라! 나는 널 사랑했다! 너를 그 더러운 지옥에서 구원해 내려고 했지!”레위가 소리쳤다. 그의 외침은 텅 빈 처소에 메아리쳤고, 황제의 위엄을 산산조각 냈다.환영 속의 유리디체는 싸늘하게 미소 지었다.“구원? 당신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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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다음날 오후, 황궁 정원의 작은 벤치에 아델과 레오노라가 앉았다.아델은 아이아스가 선물한 자수 책을 펼쳐 보며 레오노라와 이야기를 나누었다.“레아, 이 금실 색깔 좀 봐. 정말 아름답지 않아? 오빠는 어떻게 이런 걸 다 구했을까?”아델은 레오노라를 ‘레아’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거리낌 없이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레오노라에게 이 친근함은 세상의 어떤 보석보다 귀한 것이었다.“네, 황녀님. 황태자 전하께서는 황녀님을 위해서는 이 세상에 없는 것도 만들어내실 분이니까요.”레오노라는며 아델의 반응을 살폈다.그녀의 헤이즐넛색 눈동자는 아델의 해맑은 얼굴을 쫓았지만, 그 시선 속에는 아이아스에 대한 미묘한 질투의 씨앗이 숨겨져 있었다.레오노라의 사랑은 아델에게만 향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델의 삶을 완전히 지배하는 두 남자, 황제와 황태자 아이아스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아이아스의 독선적인 태도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있잖아, 레아. 아바마마는 어릴 적에 내 머리를 매일 땋아주셨어. 오빠도 어릴 적에는 내 장난을 다 받아줬는걸.”아델은 행복하게 웃으며 과거를 회상했다.그녀에게 아버지와 오빠의 맹목적인 애정은 공기처럼 당연했고, 그들의 헌신은 당연하게 끝없이 샘솟는 샘물과 같았다.“폐하께서 매일 황녀님의 머리를 땋아주셨다니, 정말 엄청난 사랑이에요.”레오노라는 진심으로 감탄했다.그녀는 그 깊고 병적인 부성애와 형제애의 본질을 알지 못했다. 그녀가 아는 것은, 아델이 이 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뿐이었다.아이아스는 정원의 문 가까이에 서서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그는 레오노라와 공식적인 약혼식을 앞둔 약혼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단 한 번도 다정한 눈길을 준 적이 없었다.그에게 레오노라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약혼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그의 시선은 오직 아델에게만 고정되었다.아이아스의 차가운 눈빛이 레오노라에게 닿았다.레오노라는 순간적으로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황태자는 그녀를 아델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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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미하엘의 청혼 소식은 아직 아델에게 공식적으로 전달되지 않았지만, 황궁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변했다.아델은 그 변화를 감지했다.그녀를 향한 두 남자의 애정이 더욱 격렬해지고, 그들의 눈빛이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아델은 레오노라와 함께 궁정의 연못가에 앉았다. 레오노라는 황태자를 만난 후 더욱 말이 없어지고 침울해 보였다.“레아, 왜 이렇게 기운이 없어? 오빠가 너에게 또 차갑게 굴었어?”아델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그녀의 회색 눈동자에는 진심 어린 애정이 담겼다.레오노라는 황태자의 명령을 아델에게 말할 수 없었다.“아닙니다, 황녀님. 그저... 조금 피곤해서요.”“피곤하다니, 그럼 들어가서 쉬어야지. 어머, 하지만 지금 들어가면 오빠가 또 나 혼자 있게 했다고 너에게 화낼지도 몰라.”아델은 천진하게 말했다.아델은 오빠가 레오노라에게 짜증이나 냉대를 부려도 개의치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 '오빠의 화'는 자신을 향한 독점적인 애정의 증거였다.그녀는 이 상황을 무의식적으로 즐겼다. 두 남자가 자신을 소유하기 위해 벌이는 은밀한 경쟁과 헌신.이것이야말로 그녀의 타고난 고귀함과 특별함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레아, 걱정 마. 미하엘이 나에게 멋진 보석을 선물했는데 네 것도 같이 사놨어. 우리 같이 가서 보자.”아델은 레오노라의 손을 잡고 그녀를 이끌었다.그녀의 상냥함은 빛났지만, 그녀의 말 속에는 미하엘이 주는 진심이 담긴 선물을 아이아스의 선물을 뜯어보는 것보다 시시하게 여기는 잔혹한 면모가 숨어 있었다.그녀에게 미하엘은 그저 오빠와 아버지의 애정을 시험하는 재미있는 ‘경쟁 상대’일 뿐이었다.그날 저녁 아이아스가 아델을 찾아왔다.그는 그녀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그녀의 화장대 위에 놓인, 미하엘이 선물한 작고 섬세한 사파이어 브로치를 발견했다.아이아스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그는 곧장 그 브로치를 집어 들고 망설임 없이 바닥에 던져버렸다.“오빠, 뭐 하는 거야!”아델이 놀라서 소리쳤다.아이아스는 아델에게 다가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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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아이아스는 황제의 집무실을 나선 후, 곧장 레오노라 폰 밀라이터가 머무는 별채로 향했다.그는 약혼녀를 찾아가는 약혼자의 모습이 아닌 냉혹한 심문관의 모습이었다.레오노라는 여전히 아델에 대한 숭배와 아이아스에게서 받는 차가운 무관심 사이에서 고통받았다.그녀는 황태자가 찾아오자, 그를 조심스럽게 맞이했다.“황태자 전하,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까지...”“앉아라, 레오노라.”아이아스는 레오노라를 응시했다. 그의 눈은 얼음처럼 차가웠다.“네 오라비 미하엘이 아델에게 청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레오노라는 고개를 숙였다.“네, 황태자 전하. 미하엘 오라버니께서는 황녀님을 진심으로 아끼십니다.”“진심?”아이아스는 코웃음 쳤다.“네 오라비의 감정 따위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아델이다. 너는 내 약혼녀다. 곧 이 제국의 황태자비가 되겠지.”아이아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레오노라에게로 다가섰다.그의 그림자가 그녀를 덮쳤다. 레오노라는 아이아스에게서 숨이 막힐 듯한 분노와 압박감을 느꼈다.“네가 그 자리에 있는 유일한 이유를 잊지 마라, 레오노라.”그가 속삭였으나, 목소리는 강철처럼 단단했다.“너는 아델의 가장 친한 친구다. 너는 아델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켜야 한다. 그 누구도, 심지어 네 오라비조차도 아델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레오노라는 굴욕감을 느꼈다.그녀는 황태자의 아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델의 감시자이자 방패막이가 되라는 명령을 받은 것이다.아이아스는 그녀의 모든 자존심을 무시하고 깔보았다.그러나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아이아스에게 향하는 반감보다 아델의 곁에 있을 수 있다는 희망이 더 강했다.“명심하겠습니다, 황태자 전하. 저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평생 황녀님을 섬기겠습니다.”레오노라는 굴복했다. 눈빛이 흔들렸지만, 그 안에는 아델을 향한 지독한 숭배와 결심이 담겼다.아이아스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레오노라의 헌신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님을 알았다.그녀의 숭배는 오직 아델에게만 향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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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며칠 후 아이아스의 계획이 실행되기 직전, 황제의 불안정한 정신 상태가 극에 달했다.레위는 황실의 공식 행사 도중 죽은 황후의 환영을 보았다.연회장은 화려하게 빛났지만, 레위의 눈에는 유리디체가 연회장 중앙에 홀로 서서 그를 향해 싸늘한 미소를 짓는 모습만이 보였다.그녀의 흑발은 어둠 속에서 피에 젖었고 회색 눈동자는 그를 멸시했다.죽은 그녀는 여전히 고귀하고 아름다웠지만, 그의 머릿속에서 그녀는 이제 '악몽' 그 자체였다.“당신은 아델에게도 똑같이 할 거야. 당신의 더러운 손길이 결국 아델을 짓밟을 거라고.” 환청이 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레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술과 진정제의 기운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성의 끈을 놓기 직전이었다.“아니다! 짐은 아델을 사랑한다! 널 파괴한 것처럼 아델을 파괴하지 않아! 넌 거짓말쟁이다!”레위의 고함은 연회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귀족들은 경악하며 황제를 바라보았고 아이아스는 즉각적으로 상황을 파악했다.아이아스는 냉정하지만 조금 짜증이 서린 얼굴로 레위에게 다가섰다.그는 아버지의 팔을 단단하게 잡았다.“폐하, 진정하십시오. 지금 폐하의 눈앞에는 아무도 없습니다.”레위는 아이아스의 팔을 뿌리쳤다.그는 아들의 얼굴을 보았다.아이아스의 밝은 하늘색 눈.그 눈은 자신의 눈과 똑같았지만, 그에게서는 냉철한 통제와 계산만이 느껴졌다.“너는... 너는 날 닮았다. 네 눈이 날 닮았어. 네가 짐을 멸시하는구나!” 레위는 아이아스를 유리디체의 또 다른 환영처럼 여기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레위는 결국 시종들의 부축을 받아 연회장을 떠났다. 그의 정신병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아이아스는 이 혼란 속에서 자신의 입지가 더욱 확고해짐을 느꼈다.병든 황제는 더 이상 제국의 통치자가 될 자격이 없었다. 그는 아델에게조차 위험한 존재가 되어갔다.아이아스는 레위가 연회장에서 사라진 후, 다시금 침착하게 귀족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폐하께서는 최근 과로로 인해 일시적인 신경 쇠약을 겪고 계십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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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아이아스는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 직전 아델, 그리고 레오노라와 함께 조용한 저녁 식사를 가졌다.공식적인 만찬이 아닌, 가족과 약혼녀가 함께하는 조용한 시간이었다.식사 테이블에서 아델은 밝게 웃으며 아이아스에게 최근 유행하는 가십거리를 이야기했다.“오빠, 저번에 미하엘이 나에게 선물한 그 브로치 있잖아. 그거 레아에게 줘버릴까 봐. 어차피 오빠가 준 게 훨씬 예쁜걸.”아델의 말은 천진난만했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에게 헌신하는 미하엘의 마음을 우습게 여기는 잔혹함이 깔렸다.레오노라는 순간적으로 아델의 시선을 피했다.그녀의 마음은 복잡했다. 아델의 상냥한 배려와 동시에 자신을 사랑하는 미하엘을 향한 무심함.그리고 이 모든 것을 곁에서 지켜보는 아이아스의 차가운 시선.아이아스는 포도주 잔을 들고 미소 지었다. 그의 미소는 완벽하게 다정했다.“그러렴, 아델. 그런 시시한 것들은 네 보석함에 들어갈 가치도 없단다. 어차피 미하엘은 곧 황궁을 떠나게 될 거야.”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담담하고 부드러웠기에 미하엘의 파멸을 예고하는 말이라는 것을 아델은 눈치채지 못했다.“황궁을 떠난다고? 왜? 미하엘은 좋은 사람인데.” 아델이 순수하게 물었다.“궁정의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아델. 너는 그런 것에 신경 쓸 필요 없어. 너는 오직 오빠와 황제 폐하의 사랑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기만 하면 돼.” 아이아스는 아델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그의 손길은 소유욕과 독점욕으로 뜨거웠지만, 아델은 그 따뜻함 속에서 안도감을 느꼈다.레오노라는 아이아스의 말을 듣고 온몸이 굳었다.그녀는 황태자가 미하엘을 제거할 계획을 실행하고 있음을 직감했다.그녀는 그가 얼마나 냉혹하고 무서운 사람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아스가 아델을 위해 이 모든 것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의 병든 숭배심을 자극했다.이토록 강력한 두 남자가 아델을 향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레오노라는 침묵을 지켰다.그녀는 미하엘이 사라지더라도, 아델의 곁에 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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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아이아스는 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만족감을 느꼈다.미하엘은 제거되었다. 아버지는 무력해졌다.아델은 오직 자신에게만 의존하게 될 것이다.아이아스는 아델에게 다가가 레오노라를 차갑게 물리쳤다.“레오노라, 나가. 아델은 나와 할 이야기가 있다.”레오노라는 순순히 물러섰다.아이아스는 아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의 손길은 강했고, 그의 눈빛은 소유를 넘어선 광기를 담았다.“봐, 아델. 아무도 널 데려갈 수 없어. 오직 나만이 네 곁에 영원히 있을 수 있단다.”아델은 오빠에게 기대며 행복하게 웃었다.그녀의 미소는, 이 모든 비극의 중심에서 피어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잔혹한 꽃이었다.아이아스는 그녀의 흑발에 입을 맞추었다.그의 집착은 이제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이 황궁은 완전히 그의 손아귀에 들어왔고 아델은 그의 영원한 감옥 속 가장 아름다운 죄수가 되었다.아이아스가 주도한 숙청은 밀라이터 백작 가의 파멸 대신, 미하엘의 국경 지역 추방으로 마무리되었다.밀라이터 백작가는 충성스러운 유력 귀족 가문이었기에 주요 대신들이 심한 처벌에 반대했기 때문이다.아이아스는 양보할 수밖에 없었으나 미하엘을 아델의 곁에서 영원히 떼어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했다.미하엘은 제국의 변방으로 쫓겨났다.서재에서 이 결정을 통보받았을 때, 아이아스의 얼굴에는 어떤 동요도 없었다. 그는 냉철하게 승리를 받아들였다.추방. 그것으로 충분하다.미하엘 폰 밀라이터는 더 이상 아델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한다.그의 집착은 이제 완벽하게 절제된 승리로 포장되었다.그는 황제가 이 절차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황제의 와병을 명분으로 모든 공식 문서를 자신의 손으로 처리했다.그날 오후, 아델은 몸이 좋지 않아 침실에 머물던 레위를 찾아갔다.레위는 여전히 술과 진정제의 영향으로 피폐한 상태였으나 아델이 오자 필사적으로 흐트러진 모습을 감추려 애썼다.“아바마마, 많이 편찮으세요? 제가 아바마마를 위해 연주를 해 드릴게요.”아델은 피아노 앞에 앉아 우아하게 손가락을 움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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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레위는 침실에 틀어박힌 채 유리디체의 초상화가 아델에게 보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아이아스가 자신의 명령을 어기고 아델에게 어머니의 얼굴을 보여준 사실은, 레위에게 엄청난 충격과 함께 아이아스가 자신의 권위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음을 재확인시켜 주었다.그는 침대에서 떨리는 몸을 일으켰다.그의 눈 밑 흉터는 분노와 피로로 인해 더욱 짙어졌다.그는 이제 황제가 아닌, 모든 것을 잃은 나약한 아버지에 불과했다.'아이아스. 네놈은 나를 멸시하고 내 딸까지 파멸시키려 든다.'레위는 아이아스가 아델을 향해 품은 병적인 집착이, 과거 자신이 유리디체에게 가했던 폭력적인 소유욕과 똑같음을 깨달았다.그는 유리디체를 파멸시킨 죄를 용서받기 위해서라도, 아델만큼은 이 저주받은 궁정에서 벗어나게 해야 했다.그는 무거운 금고를 열어 양피지 한 장을 꺼냈다.그것은 레위가 자신이 황제로서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거나 아델에게 해를 끼칠 위험이 있을 경우, 아델이 제국 밖의 안전한 곳으로 망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비밀 문서였다.이 문서는 아이아스로부터 아델의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레위의 마지막 발악이었다.레위는 펜을 들고 맹세하듯 자신의 서명을 휘갈겼다.그의 손은 떨렸지만 의지는 확고했다.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공허했지만, 아델을 지키려는 부성애만큼은 끓어오르는 용암과 같았다.“유리디체... 짐은 아델을 지킬 것이다. 네가 겪었던 고통을 그녀에게 물려주지 않겠다.”그는 이 문서를 아델이 성년이 되는 날 신뢰할 수 있는 대신에게 전달할 계획을 세웠다.시간이 없었다. 아이아스의 집착이 그녀를 완전히 덮치기 전에.며칠 후 아이아스 드 에스테반 황태자와 레오노라 폰 밀라이터의 공식 약혼식이 황궁의 대연회장에서 거행되었다.화려한 연회장과 대조적으로 식장의 분위기는 미묘하게 차가웠다. 황제가 와병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아이아스는 황제의 부재 속에 모든 시선이 자신에게 쏠린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 그는 완벽한 황태자의 모습으로 레오노라의 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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