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다음날 오후, 황궁 정원의 작은 벤치에 아델과 레오노라가 앉았다.
아델은 아이아스가 선물한 자수 책을 펼쳐 보며 레오노라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레아, 이 금실 색깔 좀 봐. 정말 아름답지 않아? 오빠는 어떻게 이런 걸 다 구했을까?”
아델은 레오노라를 ‘레아’라는 애칭으로 부르며 거리낌 없이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레오노라에게 이 친근함은 세상의 어떤 보석보다 귀한 것이었다.
“네, 황녀님. 황태자 전하께서는 황녀님을 위해서는 이 세상에 없는 것도 만들어내실 분이니까요.”
레오노라는며 아델의 반응을 살폈다.
그녀의 헤이즐넛색 눈동자는 아델의 해맑은 얼굴을 쫓았지만, 그 시선 속에는 아이아스에 대한 미묘한 질투의 씨앗이 숨겨져 있었다.
레오노라의 사랑은 아델에게만 향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델의 삶을 완전히 지배하는 두 남자, 황제와 황태자 아이아스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아이아스의 독선적인 태도는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있잖아, 레아. 아바마마는 어릴 적에 내 머리를 매일 땋아주셨어. 오빠도 어릴 적에는 내 장난을 다 받아줬는걸.”
아델은 행복하게 웃으며 과거를 회상했다.
그녀에게 아버지와 오빠의 맹목적인 애정은 공기처럼 당연했고, 그들의 헌신은 당연하게 끝없이 샘솟는 샘물과 같았다.
“폐하께서 매일 황녀님의 머리를 땋아주셨다니, 정말 엄청난 사랑이에요.”
레오노라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녀는 그 깊고 병적인 부성애와 형제애의 본질을 알지 못했다. 그녀가 아는 것은, 아델이 이 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존재라는 사실뿐이었다.
아이아스는 정원의 문 가까이에 서서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는 레오노라와 공식적인 약혼식을 앞둔 약혼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단 한 번도 다정한 눈길을 준 적이 없었다.
그에게 레오노라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약혼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의 시선은 오직 아델에게만 고정되었다.
아이아스의 차가운 눈빛이 레오노라에게 닿았다.
레오노라는 순간적으로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황태자는 그녀를 아델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 그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레오노라.”
아이아스가 그녀를 불렀다.
“미하엘이 잠시 네게 할 말이 있다고 들었다. 가봐라.”
그것은 명령이었다.
레오노라는 아델과 함께 있고 싶었지만, 황태자의 말에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아델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황녀님,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아델은 별 생각 없이 손을 흔들었다.
“응, 레아. 다녀와.”
레오노라가 문을 닫고 나간 후, 아이아스는 곧장 아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부드럽게 변했다.
“자수... 맘에 들어?”
“응, 오빠. 정말 예뻐. 이걸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어.”
아델은 고개를 들어 오빠를 올려다보았다. 커다란 회색 눈동자에는 그를 향한 순수한 애정이 가득했다.
아이아스는 벤치 모서리에 걸터앉아 여동생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만졌다.
“네 손수건에 수놓아 보렴. 너에게 가장 어울릴 거야.”
그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그가 그녀에게 쏟아내는 다정함 속에는 어젯밤 그녀의 입술을 매만지던 그 갈망이 숨겨져 있었다.
아델은 그의 팔에 기대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가장 사랑받는 느낌을 만끽했다.
그녀에게는 이 두 남자의 끝없는 헌신이 너무나 당연했기에, 미하엘의 청혼이나 다른 남자들의 사랑은 시시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아델의 잔혹함은 여기에 있었다.
그들의 광적인 사랑을 자양분 삼아 자신의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키워나가는 것.
며칠 후, 미하엘 폰 밀라이터는 황제에게 아델 황녀에게 정식으로 청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레위는 미하엘이 선량한 성품을 가졌으며, 유서 깊은 밀라이터 백작 가문의 적법한 후계자라는 점을 고려해 결정을 잠시 보류했다.
레위는 아델이 원치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강요할 생각이 없었지만, 장차 아델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괜찮은’ 남자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이 소식은 아이아스에게는 충격과 분노로 다가왔다.
아이아스는 공무를 끝마친 후, 자신의 처소로 돌아와 벽난로 앞에서 서 있었다.
그의 등 뒤에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그의 눈이 차가운 불꽃처럼 타올랐다.
“어떻게 감히.”
그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미하엘 폰 밀라이터.
자신이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유일한 벗. 그 벗이 자신의 모든 것, 자신의 유일한 구원인 아델을 가져가려 한다니.
아이아스는 방 안의 화려한 장식품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는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심호흡을 했다.
그는 아버지를 닮아 냉철했지만, 이 분노는 그 냉철함을 순식간에 녹여버릴 수 있는 뜨거운 용암과 같았다.
만약 아델이 그 청혼을 받아들인다면?
그 가능성은 아이아스를 미치게 했다.
그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아델은 평생 자신의 곁에, 자신의 손이 닿는 곳에 있어야 했다.
그녀의 모든 것을 그가 가져야 했다.
그는 테이블 위의 은제 촛대를 집어 들었다.
단단한 금속이 그의 손아귀에서 삐걱거렸다.
폭발 직전의 분노가 그의 몸을 지배했지만, 아이아스는 이를 악물고 촛대를 내려놓았다.
아이아스는 감정을 절제하지 못해 무언가를 부수거나, 소리치거나, 아버지처럼 독한 술에 의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폭주는, 아델에게 향하는 금지된 밤의 의식뿐이었다.
그는 곧장 아델의 처소로 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순한 접촉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의 영혼 깊은 곳에서 더 깊은 소유와 파괴의 충동이 솟아올랐다.
아델의 침실 문 앞에서 아이아스는 잠시 멈추었다.
그는 이성이라는 얇은 막이 언제 터져버릴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임을 깨달았다.
그는 다시금 완벽한 오빠의 가면을 쓰기 위해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눈빛은 순식간에 냉철하고 자상한 황태자의 것으로 돌아왔다.
아이아스가 아델의 침실에 들어섰을 때 아델은 이미 잠들었다. 이불이 살짝 흘러내려 매끈하고 새하얀 어깨를 드러냈다.
아이아스는 오늘 밤은 단순한 접촉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미하엘의 청혼 소식은 그의 질투와 독점욕을 폭발시켰다.
그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작은 어깨를 따라 흘러내려 이불 아래의 가냘프고 우아한 몸에 닿았다. 그는 온몸의 근육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느꼈다.
그는 조심스럽게 아델의 얼굴을 만졌다.
그녀는 꿈 속에서도 평화로워 보였다.
세상의 모든 불행과 악의 따위는 모르는 천사같은 존재.
“아델.”
그는 여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낮게 중얼거렸다.
“미하엘이 널 원하고 있어. 하지만 난 널 보내줄 수 없어.”
그는 멈칫했다.
그리고 이내 결심한 듯 그의 손가락은 아델의 흑발을 따라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이 섬세하고 가느다란 목덜미를 쥐어 부러뜨릴 수도 있을 만큼, 자신이 그녀에게 절대적인 힘을 가졌음을 확인하는 듯했다.
아이아스는 천천히 몸을 숙여 그녀의 얼굴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어젯밤처럼 그녀의 입술에 손가락을 대는 대신, 자신의 입술을 그녀의 이마에 가져갔다.
아주 부드럽고 길게.
입술이 이마에 닿는 순간, 아이아스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쾌감과 소유욕의 정점에 도달하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단순한 애정이 아니었다.
이것은 병든 사랑이었고 집착이었으며 구원을 가장한 지배였다.
그의 귓가에는, 레위가 밤마다 듣는 유리디체의 환청처럼 미하엘의 청혼을 받아들이는 아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나는 널 잃을 수 없어.”
아이아스는 이를 악물었다.
그의 몸이 격렬한 갈망으로 떨렸지만, 그는 폭주하지 않았다.
대신 아이아스는 아델의 뺨에 마지막 입맞춤을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청혼?
아이아스는 침실 문을 나서는 순간, 이미 마음속으로 미하엘 폰 밀라이터의 청혼을 무산시킬 계획을 세웠다.
그것이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윤리적이든 비윤리적이든 상관없었다.
그는 아델의 평생을 소유할 것이며 그 어떤 남자도 그녀의 곁에 다가설 수 없도록 철저히 차단할 작정이었다.
그의 냉철한 지성은 이제 오직 이 병든 사랑을 완수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철모르는 어린 아리아드네에게 황궁은 거대한 설탕 과자로 만든 집 같았다.아침에 눈을 뜨면 시녀들이 달려와 엄마가 골라준 예쁜 드레스를 입혔고, 아이아스는 매일같이 진귀한 보석과 외국에서 들여온 이국적인 장난감들을 그녀의 발치에 쏟아부었다.어린 황녀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었다.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침을 흘리며 탐내는 비단 드레스, 정교하고 아름다운 인형, 진짜 집만큼이나 커다란 인형의 집, 반짝반짝 빛나는 값비싼 보석 장신구...아리아드네의 드레스는 방 한 칸을 가득 채울 정도로 넘쳐났다. 아델은 매일매일 딸에게 다른 드레스를 입혀가며 인형 놀이를 즐겼다. 아리아드네는 같은 드레스를 두 번 이상 입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귀족들도 사기 힘든 값비싼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진주 장신구가 어린아이의 목과 팔에 무거울 정도로 주렁주렁 걸쳐졌다. 인형의 집과 인형은 또 어떤가. 아이아스는 아예 황녀궁에 그녀 전용의 커다란 장난감 방을 하나 만들어주었다. 아리아드네는 그 화려한 장난감 방에서 매일 인형을 가지고 놀았다.귀한 설탕과 꿀을 아낌없이 써서 만든 과자도 넘쳐났다.그녀가 가지지 못한 것은 단 하나. 친구 뿐이었다.아리아드네는 친구를 만들고 싶어했지만, 아델은 탐탁치 않아 했다.“아리아드네. 엄마가 있는데 굳이 친구가 필요하니?”공작 가의 저 아이는 예쁘지 않아서 마음에 들지 않았고, 백작 가의 저 아이는 성격이 되바라져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후작 가의 저 아이는 어미의 신분이 미천해서 싫었다. 아델은 아리아드네가 친해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다 쳐냈다. 황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그래서 아리아드네는 시녀들에게 둘러싸여 장난감 방에서 혼자 인형 놀이를 해야만 했다. 혼자 하는 놀이는 별 재미가 없었다. 아리아드네는 금방 인형 놀이에 흥미를 잃었다.“아리아드네 황녀님은 정말 축복받으신 분이세요. 원하시는 건 뭐든지 가질 수 있으시잖아요.”젊은 시녀 하나가 눈을 빛내며 그녀를 부러워했다. 아리아드네는 시
황궁을 집어삼킬 듯이 거센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황제의 집무실은 미약한 촛불 하나에 의지해 기괴한 평온에 잠겼다.번개가 칠 때마다 창백하게 드러나는 두 사람의 실루엣만이 이곳이 산 자의 공간임을 증명했다.황제, 아이아스는 거대한 집무용 의자에 몸을 깊숙이 묻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그의 하늘색 눈은 어둠 속에서도 날카롭게 빛났으나, 평소의 냉랭하고 오만한 기색 대신 피로에 젖은 나른함이 감돌았다.그리고 그의 무릎팍에는 제국의 유일한 꽃 아델이 마치 제 안방인 양 편안하게 기대어 앉았다.아이아스의 커다란 손이 아델의 새까만 흑발을 천천히 빗어 내렸다.그의 손길은 지독하리만치 자상하고 다정했다. 제국의 신료들이 본다면 기절초풍할 만큼.그 무심하고 냉정한 황제가 오직 한 여자에게만 허락한 유일한 온기였다.“아델. 오늘 아리아드네가 너를 보고 울더구나. 네가 또 그애를 괴롭힌 모양이지?”“어머, 오빠. 난 그저 아리가 너무 예뻐서 만져준 것뿐이야. 오빠도 알잖아. 내 손길은 좀... 아프다는 거. 괴롭힌 게 아니라구.”아리아드네를 향한 아델의 사랑은 일반적인 모성애와는 조금 결이 달랐다.그녀는 전혀 자애롭고 헌신적이지 않았다. 제가 안고 싶을 때만 아리아드네를 안아줬고, 제가 예뻐하고 싶을 때만 딸을 예뻐해줬다.아이가 조금만 투정을 부려도 흥미를 잃고 싸늘하게 떼어냈다. 그럴수록 아리아드네는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갈구했다.아이아스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여동생에게 그 사실을 지적하지는 않았다.그녀의 관심과 사랑을 애걸하는 것은 어차피 그도 마찬가지였기에.아이아스는 재떨이에 담뱃불을 비벼 껐다.독한 술과 약에 의존하는 아버지를 경멸했던 일이 전생의 일처럼 아득했다.아델의 생각대로, 그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아버지를 닮아갔다.그도 아버지처럼 무언가에 의존했다. 술과 담배 없이는 하루도 참을 수가 없었다. 물론 그가 가장 의존하고 중독된 건 아델이었다.아이아스의 무릎 위로 올라와 앉은 아델은 여전히 소녀처럼 해
햇살이 비스듬히 내리쬐는 황녀궁의 대리석 복도에는 기이한 침묵과 함께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이질적으로 섞여 들었다.이제 겨우 세 살이 된 아리아드네는 아델이 입혀준 겹겹의 레이스 드레스에 파묻혀 정원의 장미 꽃잎을 만지작거렸다.천사처럼 사랑스럽고 어여쁜 아리아드네.아리아드네가 매일 입는 드레스와 머리 모양은 늘 그녀의 친모인 아델이 결정했다. 아델은 인형을 가지고 놀 듯, 도자기 인형보다 예쁘고 귀여운 딸을 꾸미는 일에 몰두했다.오늘 아리아드네가 입은 레이스 드레스도, 사실은 세 살짜리 어린아이가 입기에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장식이 많아 불편한 옷이었다. 양어머니 레오노라와 유모는 그 점을 조금 염려했지만, 정작 친엄마인 아델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이 드레스가 제일 예쁘잖아? 아리는 이걸 입어야 더 예뻐.”레오노라는 아델을 거역할 수 없었다. 레오노라는 조금 칭얼거리는 아리아드네를 달래가며 화려한 드레스를 입혔다.“그것 봐, 얼마나 예뻐. 아이아스 오빠도 좋아할 거야.”아델은 흡족하게 웃으며 딸의 토실토실한 뺨에 연신 입을 맞췄다. 아이는 엄마의 키스가 좋은 듯 그저 헤헤 웃었다.인형처럼 귀여운 아이가 꽃잎을 만지는 그 풍경을 지켜보는 두 개의 시선이 있었다.하나는 차갑고도 소유욕 어린 하늘색 눈, 다른 하나는 즐거움으로 반짝이는 회색 눈.아이아스는 천천히 아리아드네에게 다가갔다.그는 훤칠하게 큰 키를 숙여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었다.평소 제국의 신료들 앞에서는 얼음처럼 차갑고 무심한 황제였지만, 아리아드네 앞에서만큼은 자상하고 다정한 연기가 제법 능숙했다.“우리 예쁜 아리, 낮잠 잘 시간이란다.”그는 아리아드네의 외숙부이자 양아버지로, 아리아드네에게는 '아바마마'라고 불렸다.하지만 사실 아이아스는 이 아이의 친부였다.아이아스는 아이의 오동통한 뺨을 커다란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그의 손끝이 조금 떨렸다.이 아이는 금단의 죄악이 빚어낸 결과물인 동시에 아델과 자신을 잇는 유일하고도 영원한 연결고리
마침내 아델의 몸 안에서 새로운 생명이 싹텄다.아이아스의 아이였다.아델의 수태 소식은 황궁의 공기를 일순간에 환희로 바꾸어 놓았다.아이아스는 제국의 황제로서가 아닌, 아델을 집요하게 사랑하는 연인으로서 미칠 듯이 기뻐했다.레오노라와 미하엘 역시 자신들이 숭배하는 아델의 아이가 태어난다는 사실에 질투를 넘어선 기묘한 동질감과 기대에 휩싸였다.겨울의 끝자락에 아델은 고통스러운 산고 끝에 자신을 쏙 빼닮은 딸을 낳았다.아이아스는 아기를 처음 본 순간 소름이 끼칠 정도로 전율했다.칠흑 같은 흑발과 은색에 가까운 고요한 잿빛 눈동자, 그리고 눈부시게 새하얀 피부. 아이는 아델을 그대로 복제해 놓은 듯한 완벽한 인형이었다.아이아스는 자신의 조카이자 친딸인 이 아이에게 아리아드네라는 이름을 하사했다.그는 아리아드네를 황제와 황후의 양녀로 입적시켜 제국의 황녀 지위를 주었다. 아델을 향한 자신의 영원한 소유욕을 증명하는 선언이었다.아델은 아리아드네를 예뻐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어머니의 모성애와는 결이 달랐다.아델에게 아리아드네는 사랑스러운 딸이기 이전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최고급 인형이자 자기애의 연장선이었다.아델은 아기를 안고 까르르 웃으며 어르다가도 아기가 울음을 터뜨리거나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면 금방 흥미를 잃고 차갑게 표정을 바꾸었다. “레아, 애가 우네. 데려가서 달래줘.” 아델은 귀찮다는 듯 레오노라에게 아기를 넘겨버리고 자신은 거울 앞에 앉아 미모를 가꾸는 데 열중했다.오히려 양어머니가 된 레오노라가 아리아드네에게 헌신적인 모성애를 보였다. 레오노라는 아델이 낳은 아이를 자신의 아이처럼 소중히 보살피고 아기를 돌보며 행복을 얻었다.출산 후 아델의 몸은 더욱 물이 올랐다. 하얀 젖가슴은 더욱 풍만해졌고 그녀의 피부는 생명의 기운을 머금어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아이아스는 아리아드네를 잠재운 밤이면 아델의 침실로 달려가 그녀의 변함없는 육체를 탐닉했다.“아델... 아이를 낳고도 넌 여전히 나를 미치게 하는구나.” 아이아스는
연회가 다가오는 황궁은 분주했다.아델은 연회 때 착용할만한 보석을 찾기 위해 황실 보물고를 방문했다.금색과 은색의 보화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그곳에서 아델의 시선은 구석에 먼지가 쌓인 채 천으로 덮인 커다란 그림에 머물렀다.그것은 예전에 그녀가 아이아스에게 떼를 써서 가져오게 했던 어머니, 유리디체의 초상화였다.아델은 천천히 천을 걷어냈다.캔버스 속에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여인이 있었다. 그러나 그 눈빛은 아델의 요염한 생동감과는 정반대로 여전히 깊은 수렁 같은 우울함과 고통에 절어 있었다.레위와 아이아스는 늘 어머니가 아델을 낳고 기력이 쇠해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말해왔다.하지만 아델은 눈치 챘다. 미쳐버린 아버지 레위의 발작과 그가 보여준 집착을 보며,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음을.아델은 가느다란 손가락을 뻗어 차가운 캔버스 위 어머니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어머니. 당신은 약해서 죽은 거예요.” 아델은 혼잣말을 내뱉었다.그녀는 어머니처럼 소유당하고 부서지는 존재가 되기를 거부했다.제국을 지배하는 황제는 아이아스였지만, 그 아이아스를 지배하는 자는 아델 자신이었다.아이아스, 레오노라, 미하엘. 제국에서 가장 고귀하고 강력한 그 세 남녀는 매일 같이 아델의 침대 위에서 그녀의 발치를 기는 충직한 개들에 불과했다.“나는 당신처럼 나약하게 죽지 않아. 나는 이 제국을 영원히 지배할 거야.” 아델은 일말의 미련도 없이 초상화를 다시 두꺼운 천으로 덮어버렸다.어둠 속에 갇힌 어머니의 우울한 눈빛을 뒤로한 채 아델은 여왕의 걸음걸이로 보물고를 나섰다.그날 밤 제국 극장은 아델 황녀와 아이아스 황제의 방문으로 유례없는 열기에 휩싸였다.상연되는 작품은 아델 황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연애담 연극이었다. 미모의 황녀는 민중들 사이에서 인기가 좋았다.가슴팍이 깊게 파인 짙은 와인색 드레스를 입은 아델은 도자기처럼 매끄러운 어깨를 매혹적으로 드러내며 등장했다.틀어 올린 흑발 사이사이에 박힌 수백 개의 진주 장식은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달
아이아스는 황제의 자리에 올랐으나 그의 마음은 단 한 순간도 평온하지 못했다.미하엘을 아델의 명목상 남편으로 세운 것은 자신의 결정이었음에도, 아델이 미하엘의 남근을 받아들이고 그의 정액을 삼키는 광경을 볼 때마다 아이아스의 심장은 질투라는 날카로운 칼날에 베이는 듯했다.그는 정무에 몰두하며 그 불타는 독점욕을 억누르려 했으나, 서류 더미 너머로 떠오르는 것은 언제나 요염하게 웃는 아델의 얼굴 뿐이었다.아델은 그런 아이아스의 상태를 영리하게 간파했다.물론 미하엘의 거친 물건이나 레오노라의 섬세한 혀도 그녀를 즐겁게 하지만, 그녀에게 가장 근원적인 쾌락과 안정감을 주는 존재는 역시 자신의 첫 남자인 아이아스였다.그녀는 제국의 지배자를 자신의 발치에 묶어두기 위해 가장 은밀한 유혹을 준비했다.깊은 밤, 촛불만이 일렁이는 황제의 집무실.아이아스가 미간을 찌푸리며 서류를 검토하고 있을 때 문이 소리 없이 열리며 검은 로브를 깊게 눌러쓴 아델이 나타났다.“오빠, 아직도 이 딱딱한 종이들과 씨름 중이야?”아이아스가 고개를 들자 아델은 매혹적으로 웃으며 입고 있던 로브의 끈을 풀었다.스르륵 소리를 내며 로브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그 안에서 눈부시게 새하얀 나신이 드러났다.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오직 검은 로브 하나만을 걸치고 황궁의 긴 복도를 지나온 것이었다.아이아스는 숨을 멈췄다.책상 앞으로 아델이 성큼 다가왔다. 그녀는 장난스럽게 손을 휘둘러 제국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서류들을 바닥으로 쓸어버렸다. 그리고는 황제의 책상 위에 올라앉아 아이아스의 얼굴 바로 앞에서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아델의 다리 사이, 핑크빛으로 달아오른 보지가 아이아스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이미 집무실로 오는 내내 상상만으로 잔뜩 젖어버린 그녀의 구멍은 오빠의 것을 갈구하듯 파르르 떨리며 벌름거리고 있었다. 투명하고 끈적한 애액이 폭포처럼 흘러넘쳐 값비싼 목재 책상을 검게 적셨다.“오빠, 이것 봐... 오빠 생각만 해도 이렇게 젖어버려.”아델은 투정을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