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을 억지로 끌어내려 남을 해친다면, 이는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니, 그 화가 곧 자신에게 되돌아오느니라!”이천이 손에 화뢰부를 펼치자, 눈앞에서 번쩍이던 벼락이 땅속으로 곧장 빨려 들어갔다.“으아아아…!”상인호는 두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뻔했으나, 곁의 호위가 부축해 주지 않았다면 이미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았을 것이다.심초운은 눈을 가늘게 뜨며 분노를 삼켰다. 감히 이영이 황제의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내뱉다니!우르르릉… 천둥소리와 함께 하늘이 갈라지듯 폭우가 쏟아졌다.사람들은 온몸이 흠뻑 젖는 것도 잊은 채, 그 속에서 깨달았다. 이것이야말로 하늘에 닿는 신통력이라!이천과 심초운은 눈빛을 주고받았다.“함부로 날뛸 수는 없지요.”역습은 결코 장난삼아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심초운 역시 그 뜻을 알아차렸다. 상인호 같은 자 하나 때문에 자신의 앞날을 던져버릴 이유는 없었다.두 사람은 내력을 모아내더니, 순식간에 비바람 속에서 자취를 감췄다. 남은 것은 천둥과 번개, 그리고 굵은 빗줄기뿐이었다.“사람이… 사라졌다?”“분명 눈앞에서 사라진 게 맞아…”비바람에 시야가 가려, 그들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상인호는 땅에 주저앉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쳤다.“어서, 어서 용 장군께 전하거라! 성급히 움직여선 아니 된다고! 함부로 나서선 절대 아니 된다!”이 일은 장기적으로 도모해야 했다.그제야 상인호는 깨달았다. 심초운과 이천이 애초에 호위들을 물린 까닭은, 혹여 짐이 되지 않게 하려 했던 것임을 말이다.“보고 드립니다.”상인호는 간신히 마음을 다잡았다.“책사 몇 명이 이미 모두 목숨을 잃었습니다!”“뭐라?”“보고 드립니다. 용 장군께서 대군을 이끌고 진문관을 야습 중이십니다. 늦어도 새벽이 오기 전 함락한다 하셨습니다!”상인호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어찌, 어찌 이리도 빠를 수 있단 말이냐…”이제는 돌아갈 길이 없었다. 반역을 택하지 않아도, 반역의 길 위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는 곧
“오, 태수 대인. 설마 이 밤에 달 구경이라도 나오신 겁니까?” 심초운이 미소를 띠며 가볍게 물었다.상인호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달빛이 좋아 거닐다가, 심풍군과 천왕전하께서 아직 자리에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태수부는 뭐든 좋은데, 너무 철통같이 지키는 게 흠이군요.” 심초운이 여유롭게 덧붙였다.상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심풍군, 천왕전하의 신분이 존귀하시니, 두 분의 안위가 무엇보다 중한 일이지요.”“허허, 그 곧은 말만 하느라 피곤하지 않습니까, 상태수?”“허허.” 상인호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심풍군, 천왕전하께선 이미 뜻을 정하셨습니까? 상운국에선 대대로 여인이 나라를 다스린 적이 있었습니까?”“여인이라면 어떤가. 법도에 맞고, 정해진 순서대로 잇는 것일 뿐이지 않습니까.”상인호가 크게 웃었다.“장자가 멀쩡히 있는데 무슨 순위 계승이란 말입니까?”“조상께 고하고, 천지를 제사하며, 황제가 친히 봉하고 선위까지 거친 일입니다. 어찌 정통 계승이 아니라 할 수 있겠습니까?”“심풍군은 여전히 스스로 봉군이 되려는 욕심이 가득하시군요. 여존남비라니, 참으로 즐겁겠습니다.”심초운이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적어도 태수 대인보다 야망에 눈먼 자보단 훨씬 낫지 않습니까.”“이야기가 더 이어질 필요는 없겠습니다. 두 분은 이곳에서 편히 지내십시오. 천하 사내들을 위해 제가 길을 도모할 터이니 말입니다.” 상인호는 말끝을 맺고 몸을 돌렸다.“상태수…”그때 이천이 입을 열자, 상인호가 뒤를 돌아보았다. 높은 지붕 위에 선 이천의 옷자락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속세와는 동떨어진 듯한 기운, 인간이 아닌 듯한 기품을 품겼다.어릴 적부터 도승과 함께 천지를 유람하며 수양을 쌓았다는 천왕, 과연 중생을 굽어보는 듯한 자태였다. 그러니 황권에는 뜻이 없다는 말이 떠도는 것이리라.“천왕전하.” 상태수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불러세웠다. “무슨 일입니까?”“만약 제가 그 자리에 오르고자 한다면,
밤이 깊고 만물이 고요한 시각이었다.상인호는 악몽에 시달리다 벌떡 잠에서 깨어났다. 옆에 있던 첩이 놀라며 급히 달래듯 물었다. “서방님, 무슨 일이신지요?”그는 아무 대답 없이 몸을 일으켜 침상에서 내려왔다. 첩도 재빨리 일어나 그의 옷을 가져다 입혀주었다.하지만 상인호는 허리띠도 제대로 매지 않은 채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문을 열고 곧장 서재로 향했다.가는 길에 그가 낮게 외치자, 순식간에 그림자 몇 개가 땅에 내려앉으며 무릎을 꿇었다.“주인님.”상인호가 물었다. “심초운과 그 천왕놈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느냐?”“주인님께 아룁니다. 전혀 없었습니다.”상인호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가슴속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설마 아무런 경계도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냐?”부하가 대답했다. “경계하는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습니다만, 겉보기엔 전혀 방비가 없어 보입니다. 게다가 그들 곁을 지키던 호위들마저 하나둘 태수부를 떠나고 있습니다.”“태수부를 떠나고 있다고?”“그렇습니다.”“분명 말했을 텐데. 심풍군만 제외하고는, 천왕 곁의 인물들은 자유롭게 드나들어도 좋다고.”그러나 상인호의 불안감은 여전했다. “그래도 반드시 눈을 떼지 말고 계속 감시하라.”“주인님, 계속 지켜보고 있겠습니다.”상인호는 서재 안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중얼거렸다. “호위들이 모두 사라졌다니... 이상하다. 아무리 그래도 심풍군에 천왕까지... 그들의 신분이 그리 귀한데 호위 한 명 없이 있을 리가…”다른 부하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고 호위들을 밖으로 내보내 신호를 보낸 것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그렇다 해도, 최소한 곁에 몇은 남겨두는 게 도리 아닌가?”상인호의 눈매가 가늘게 치켜올라갔다. “아니다, 뭔가 잘못됐어...”그는 곧바로 결단을 내렸다. “즉시 이 말을 전하거라. 저 몇 명의 선비들을 모조리 제거하라고! 또 용 장군에게 전하거라. 형주군은 먼저 출병하고, 우리 상씨 가문 군대는 그 뒤를 따른다고!”
“맞다, 그 여자들 얼굴이 똑같지 않았더냐?”“어리석은 놈! 설령 다르게 보인다 해도 분명 한패다. 심운초과 이천 두 사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을 잊었더냐!”“그, 그렇다면…”상인호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요 며칠 자꾸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고 있었다. 대장부가 무슨 일을 앞두고 두려움에 주저할 수 있겠는가. 머리를 내밀든 움츠리든 결국 한 칼에 죽는 건 마찬가지가 아닌가!“그 몇 사람은 굳이 찾을 필요 없다. 당장 관저 안에 있는 저 둘부터 제대로 지켜라!”상인호가 이를 갈며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관건이었다.“너희들 과실은 일단 기억해 두겠다!”“예.”태수부 뒷마당에서 상태주는 침상에 누운 채 아야 소리를 내며 은장을 다그쳤다.“사람은 잡아왔느냐!”방금 막 소식을 알아보고 돌아온 은장이 황급히 대답했다.“도련님,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도대체 다들 뭘 하고 있는 거냐! 아버지는? 아버지 사람들은 안 나섰단 말이냐!”“도련님, 어르신께서 이미 사람을 풀어 진주성을 샅샅이 뒤지셨습니다. 하지만… 아직 못 찾았습니다.”“어찌… 어찌 찾지 못한단 말이냐! 아, 으윽…”상태주는 격분하다가 상처가 당겨져 신음했지만 이를 악물었다.“그 세 여인을 잡아들이지 못한다면 나는 죽어서도 눈을 감을 수 없단 말이다!”“뭣들 하고 있느냐, 어서 사람을 시켜 다시 찾아라!”은장이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도련님, 방금 어르신께서 다시 분부하시기를… 더는 찾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뭐라?”상태주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아버지께서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단 말이냐?”버려진 걸까? 이제 자신이 쓸모없는 폐물이 되었기 때문에?그런 두려움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진작에, 진작에 허탕치고 놀아나지 말고 일찍 장가들어 자식을 두었더라면 어땠을까…이제 그는 쓸모없는 아들이 되었고, 아버지는 자신을 버리려는 것일까? 그렇다면 앞으로 자신은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도련님…?”상태주는 어젯밤 아
“진아…”주익선이 급히 불러 세우며 창살에 손을 올렸다. 하마터면 창을 내리려는 이진에게 손을 맞을 뻔했다.그는 아픈 척하며 짧게 신음했다. 이진이 놀라 급히 물었다. “괜찮아?”사실은 연기였다. 그녀가 이렇게 걱정해주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따뜻해졌다. “조금 아픈 것 같아.”그는 손에 입김을 불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진은 무심결에 그의 손을 들여다보았다. 달빛은 밝았지만 정말 상처가 났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 괜찮아?”“응… 그냥 조금 아파.”이진은 그의 손을 잠시 붙잡아 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남자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이 옳지 않다는 생각에 얼른 손을 놓았다. “아프면 약이나 발라.”“어…”“비켜, 나 창 닫아야 해.”“잠깐만.”“뭘 하려는 건데…”“내가 아마 이틀 정도 나가 있어야 할 것 같아. 내가 없는 동안 넌 염이랑 밖에 나가지 마. 혹시 상태주 같은 놈들과 마주치면 번거로울 수 있어.”이진이 멍하니 바라보았다. “너 어디 가는데?”“중요한 일이 있어.”그는 더 이상 한심하게 놀고먹는 무용지물이 되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중요한 일이라면서 나한테도 말 못해?”그럼 이제 서로 왕래도 끊자는 뜻인가? 혹시 절교라도?주익선은 다급해져서 이마에 땀이 맺혔다. “진아, 이건 정말 중대한 일이야. 나도 어쩔 수가 없어…”그토록 중요한 일이라면서 자신에게도 말 못하는 일이라니. 이진은 눈을 가늘게 떴다. 요즘 진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혹시 아바마마 일을 돕는 거야?”진호범은 선황의 사람이었다. 그가 시킨 일이라면 당연히 선황을 위한 것이겠지.주익선은 목을 가다듬으며 대답할까 말까 망설였다. 그런데 이진이 팔짱을 끼고 화난 듯 바라보는 것을 보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입으로 말한 건 아니니 괜찮다고 스스로 위안하면서. “이건 절대 밖에 새어나가면 안 돼.”“알았어, 안 말할게.”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다가 물었다. “근데
“아직도 내 말뜻을 제대로 새기지 못했구나.” 진호범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곰곰 생각해 보거라. 선황 폐하 내외께서 어째서 네가 계속 마마 곁에 머물도록 허락하셨을 것 같으냐?”“그게... 어째서입니까?”주익선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아직도 깨닫지 못하겠다면, 고생길이 네 앞에 펼쳐져 있을 뿐이다.”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이렇게 너를 기다린 것도 한 가지를 깨우쳐 주기 위해서다. 네가 늘 마마의 비위를 맞추며 기쁘게 해드리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럴수록 두 분께서는 네가 과연 마마를 제대로 지켜낼 힘이 있는지 더욱 의심하게 되실 것이다.”“저는 할 수 있습니다.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공주마마를 지켜내겠습니다!”“목숨이라...”진호범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마마가 이번에 다친 게 누구 잘못이더냐?”“그건... 저의 부주의였습니다.”“그래, 이번엔 네가 방심했지. 다음에도 또 그럴 게다. 그러니 변명은 필요 없다.”“언제나 마마를 즐겁게 하는 것만 생각할 게 아니라, 선황 폐하와 태후마마께 네가 성숙하고 믿을 만한 사내라는 걸 보여야 한다.”“숙부님...”주익선은 벌떡 일어나더니 무릎을 꿇었다. “이제는 숙부님만이 저를 도와주실 수 있습니다.”“내가 어찌 널 도와준단 말이냐?”진호범이 그를 내려다보았다.“저를 데리고 일을 시켜주십시오. 이번 진주 일처럼 말입니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맡겨만 주신다면 반드시 해내겠습니다.”“공을 세우고 싶다는 말이지.”주익선은 말없이 입술을 깨물다가,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보잘것없는 사내를 사위로 받아줄 집안도 없을 텐데, 하물며 선황폐하 태후마마께서 어찌 쉽게 허락하시겠습니까.”그제야 진호범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정신을 차렸구나. 마침 네게 맡길 일이 하나 있다.”“정말입니까?”“내가 농담이라도 하는 줄 아느냐?”진호범은 피식 웃었다. 역시 진우의 자식답게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일어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