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그리고 지금… 이 궁전도, 차도, 심지어 들숨 하나하나까지 가슴 깊이 스며들 만큼 기분 좋고 상쾌했다.문득, 휘파람 같은 바람 소리가 일더니, 익숙한 향기를 머금은 기류가 훅 밀려들었다. 소우연이 눈을 들어 보니, 용강한이 소영아의 덜미를 덥석 쥐고 들어와 백옥 바닥 위에 툭 내던지는 모습이 보였다.“아악!”소영아가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내질렀다.소우연은 깜짝 놀라 옥석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영아…”용강한은 손을 털며, 자비로우면서도 위압적인 기운이 감도는 눈매로 소영아를 내려다보았다.“이 자가 바로 작가다.”웅…소영아의 머릿속이 터져 나가는 듯했다.용강한이 자신을 알아챘다는 것은 진작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줄거리를 정돈하고 여주인공의 줄을 잡아 보기도 전에, 이렇게 냅다 붙잡아 올 줄이야!게다가 이 신통력은… 그녀가 이전에 설정해 둔 장형상선보다 훨씬 더 막강했다.“이 아이가 누구라고요?”소우연은 소영아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여리고 부드러운 어린 소녀가 정말 그 작가란 말인가?“이 아이가 작가란 말인가요? 당신을 한낱 부군으로 만들어 버리려고 고집부리던 그 작가요?”“언니, 언니 살려주세요…”소영아는 용강한이라는 캐릭터를 정말 좋아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신통력이 광대할 뿐만 아니라 눈빛에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한기가 서려 있어, 정말이지 죽을 만큼 두려웠다.더 생각할 여지도 없었다.소영아는 다짜고짜 소우연의 다리를 붙잡았다.“언니, 언니 무슨 말씀이신지 전 하나도 모르겠어요. 전 그저 두 분이 걱정되어서 그런 거예요. 아버지와 큰오라버니는 오늘 일을 아뢰러 궁에 들어가셨고, 둘째 오라버니와 셋째 오라버니도 오는 길이에요. 저도 짐을 싸 들고 언니를 찾으러 오다가, 느닷없이 중간에 상선께 잡혀 여기까지 끌려온 것뿐이라고요.”“연아, 저 자가 죽기를 바라느냐?”용강한은 소영아가 무슨 말을 하든 개의치 않고, 오직 소우연에게만 물었다.“언니, 으앙…”소영아는 속으로 생각했다.'여주인공은 마음이 제일 약하잖아. 세상에
“그래, 맞아! 소명옥, 소려! 너희 둘도 어서 따라가 보아라. 절대로 연이가 큰일을 벌이게 두어서는 안 된다!”소 대인이 다급히 명했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명옥과 소려는 이미 환영으로 변하여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소영아는 말문이 막혀 입을 꾹 다물었다.'이렇게 가볍게 사라져 버리다니. 그럼 나는?'“부인, 집안일은 모두 부인에게 맡길 테니 마음 쓰시오. 나와 명남이는 어서 궁으로 들어가 폐하께 아뢰어야겠소.”소 대인은 소 부인에게 몇마디 남기더니, 곧바로 말을 몰아 달려 나갔다.“영아야, 어서 들어가자꾸나.”소 부인이 소영아에게 말했다.소우연은 장형상선에게 끌려가고, 이 태자마저 장형선산을 향해 쫓아가 버렸으니, 결국 어떤 결말이 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소영아는 소 부인과 함께 집으로 들어간 뒤, 몰래 노잣돈과 짐 따위를 챙겼다. 그러고는 편지 한 장을 남겨둔 채 슬그머니 가출을 감행했다.*장형선산에는 모두 일곱 개의 봉우리가 있었는데, 봉우리마다 영기가 충만했다.그중 주봉이 바로 용강한이 머무는 천기궁이었다.그는 소우연을 천기궁으로 데려온 후, 그 누구도 본전에 들어와 방해하지 못하게 했다.소우연은 그를 와락 끌어안고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정말 다행이에요. 돌아가시지 않은 데다, 여전히 오라버니 모습 그대로여서…”용강한은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그래, 난 여전히 나란다. 이제 우리는 오래오래 함께할 수 있어.”그녀가 고개를 들어 용강한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지금 오라버니 신분이 무척이나 대단한 것 같아요. 대개 작가라면 오라버니에게 이런 높은 신분을 안겨주지 않았을 텐데요.”“이 신분은 당연히 그자가 정해준 것이 아니다. 바로…”소우연이 그를 올려다보았다.“뜸 들이지 말고 어서 말씀해 보세요. 오라버니를 보았을 때 제가 얼마나 기뻤는지, 그제야 얼마나 안도했는지 아시잖아요.”“본래의 장형상선은 다른 자였다. 앞으로 너와 이육진은 이 장형선산으로 찾아와 수련을 쌓을 것이고, 이내 사
그녀는 영원히 돌아가지 못하는 것일까?“안 돼, 가야 해. 가야 한다고…”안타깝게도 소영아는 빨리 달릴 수가 없었다. 소명옥과 소려 두 사람이 껌딱지처럼 찰싹 달라붙어 도무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장군부 정문 앞.이육진은 검은색 도포 차림이었다.소 대인과 소명남 부자는 태자의 어마어마한 위엄에 순간 심장이 쿵쾅거리고, 털끝이 곤두서는 듯한 한기를 느꼈다.“신, 황태자 전하를 뵈옵니다.”“황태자 전하를 뵈옵니다.”소 대인과 소명남이 먼저 엎드려 절을 올렸다.소명옥 일행도 소리를 듣고 쫓아 나왔다가 상대가 황태자임을 알아차리자, 가슴속에 불길한 예감이 치솟았다. 황태자는 본래 넷째 누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으니, 이 일로 괜한 화가 미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사람들이 하나둘 엎드려 황태자를 맞이했다.소 노부인과 소 부인 역시 하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다가와 함께 무릎을 꿇었다.이육진은 가족들을 둘러보았으나, 그들이 소우연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알지 못했기에 그저 무겁게 입을 열었다.“내가 오늘 이곳에 온 것은, 연이는 나의 둘도 없는 정인임을 일러두기 위함이다. 누구든 감히 연이를 괴롭히려 든다면, 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감히 그러지 못하옵니다.”“연아…”검은색 태자포를 입은 이육진이 말에서 내려서자 옷자락이 휘날리며, 마치 전쟁신이 강림한 듯한 기세를 뿜어냈다.소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떼지 못했다.소영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외쳤다.“태자 전하!”이육진이 고개를 돌려 소영아를 바라보았다. ‘이 계집애가 이번 생에서 연이의 여동생이란 말인가? 대체 무슨 속셈이지? 설마 작가라는 자가 연이에게 걸림돌이 될 여동생까지 만들어 놓고, 남자 하나를 두고 총애를 다투는 삼류극이나 벌이려는 건 아니겠지?’자신을 꿰뚫어 보려는 듯한 시선에 소영아는 자신이 정말 무모한 짓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두려움이 엄습하는 한편, 마음속으로는 ‘꺄아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이육진! 그녀가 만들어 낸 남자
“상선을 받들어 모십니다.”소명남과 소명옥, 소려 등도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상선을 받들어 모십니다…”소 대인 역시 황급히 허리를 숙이며 맞이했다. 상대는 다름 아닌 천기관의 장형상선 용강한이 아니던가!소영아는 다리가 굳어 도무지 무릎이 굽혀지지 않았다. 원래는 소우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려 했으나, 용강한이 보내온 싸늘한 눈빛 한 번에 꼿꼿하던 다리의 힘이 사르르 풀리며 매끄럽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어찌 된 일일까?소영아는 용강한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적의를 느꼈다. 분명 자신이 직접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이자 막강한 능력과 미모, 재능을 한 몸에 모아 놓은 완벽한 인물이었는데, 자기는 그를 그토록 사랑했건만 정작 그 남자는 자신을 증오하고 있다니!소영아는 깊게 숨을 내쉬며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감히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했다. 천기관이라니, 이곳 영성대륙 최정상의 선문이 아니던가.“상선께서 이처럼 걸음 하신 데에는 무슨 연유가 있으신지요?”소 대인이 전전긍긍하며 물었다.“나는 따님을 사모한 지 이미 오래되었소. 하여 오늘 특별히 납채를 하러 온 것이니, 소 대인께서 성원해 주시길 바라오.”소 대인은 할 말을 잃었다.이게 무슨 일인가… 딸아이가 대체 언제 상선과 아는 사이가 되었단 말인가?상선의 인정과 사랑을 받는 것은 분명 경사스러운 일이었으나, 우연이에게는 엄연히 황실 태자와의 혼약이 남아 있었다.소 대인이 두 손을 모아 올리며 말했다.“상선께 말씀드리자면, 딸아이는 황실의 이육진 태자와 어릴 적부터 맺은 혼약이 있습니다. 하여 이 일은 아무래도…”“관심할 것 없소. 그자와의 일은 내 직접 명확히 이야기를 나눌 터이니.”“허나…”용강한은 소 대인 일행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오직 소영아만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드디어 만났군.’누구지? 용강한의 목소리인가?소영아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방금 분명 입조차 벙긋하지 않았다. 환청이라도 들은 걸까?다음 순간, 용강한은 소우연의 손을 잡고
그들은 감히 상대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인물이었다.소우연이 소명남을 가볍게 밀쳐 내자, 용강한은 어느새 두 팔을 벌린 채 형제들 뒤에 서 있는 소우연을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강한 오라버니…”소우연은 망설임 없이 용강한의 품에 와락 안겼다. 이렇게 용강한을 눈앞에서 직접 만나게 되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용강한이 넓은 소매를 크게 한 번 휘두르자, 온 방 안이 순식간에 금은보화로 가득 찼다. 그중에서도 수정석이 가장 많았고, 온갖 영약과 법기까지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이것들은 모두 납채 예물입니다.”“뭐라고요?”“상선께서는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소명남은 미간을 찌푸린 채 경악을 금치 못했다.“상선, 이는 당치도 않은 일입니다! 저희 넷째 누이는 이미 혼례를 약속한 정인이 있습니다. 운환 황실의 이육진 태자 전하와 약혼한 사이입니다.”“저는 좋아요.”용강한이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소우연이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고는 무척 자연스럽게 용강한의 곁에 바짝 기대었다.“저는 오라버니에게 시집갈래요.”가족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그때, 소영아가 소리쳤다.“안 돼, 안 돼, 안 돼요! 절대로 안 돼요!”여자 주인공이 용강한에게 시집가 버리면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주된 이야기가 완전히 틀어지는 게 아닌가! 그 두 사람이 혼례를 올리지 못하면, 자신은 영영 현실 세계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 아닌가!용강한이 고개를 돌려 소영아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매가 차갑게 가라앉았고, 단지 그 눈길 한 번에 소영아는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을 느꼈다. 소영아는 머리를 감싸 안고 소명남의 품으로 쏙 들어갔다.“큰 오라버니…”신수 백기린이 머리를 한번 내젓더니, 단 한 번의 포효만으로 지붕이 날아갈 듯한 위세를 내뿜었다.소명남은 급히 술법을 끌어올려 소영아를 보호하며 용강한에게 청했다.“부디 상선께서는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소우연이 거들었다.“강한 오라버니, 이분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에요.”“누렁
“우선 이것부터 놓고 말하렴.”소우연은 제 다리를 꽉 붙든 소영아를 내려다보며 골치가 아파졌다. 상황이 도무지 자신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었다.다만 소영아의 이런 행동은 문득 상운국에 두고 온 진이를 떠올리게 했다. 진이도 어릴 적에는 곧잘 이렇게 어리광을 부리곤 했었다.“언니가 저한테 화를 풀지 않으시면 절대 안 놓을 거예요! 저한테는 정말 아무것도 없고, 오직 언니뿐이란 말이에요.”말을 마친 소영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여주인공이 사랑을 독차지하는 총애 캐릭터가 되도록, 여동생마저 일부러 언니에게 졸졸 매달리는 성격으로 설정했던 터라 정작 자신에게는 아무런 특혜도 없었다.물론, 자신이 정말 이 책 속으로 끌려 들어올 줄 미리 알았더라면, 무조건 자기 역할에게 온갖 신통한 능력부터 부여했을 테지만 말이다!소우연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괜찮다. 나 역시 너에게 준비한 선물이 없으니, 이걸로 서로 퉁친 셈 치자구나.”다른 건 몰라도, 소영아의 생김새만큼은 정말이지 진이와 똑 닮아 있었다.“역시 우리 여주… 흠흠, 언니는 정말 착하다니까요!”소영아는 하마터면 속마음을 입 밖으로 털어놓을 뻔했다.어찌 되었든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맛있는 것을 얻어먹으며 책 속 세계를 실컷 구경하다가, 두 사람이 혼례만 올리면 곧바로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다.“이곳이 영성대륙인가요?”소우연은 세 오라버니를 바라보며 은근슬쩍 물었다.“그래. 우리가 있는 곳은 영성대륙의 중심부에 자리한 운환천조란다.”첫째 오라버니 소명남이 대답했다. 넷째 누이가 기억을 잃었으니, 하루빨리 기억을 되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당연했다.“이곳에서는 신선이 되기 위해 수련할 수 있나요?”소우연의 질문에 가족들은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소우연이 정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둘째 오라버니 소명옥이 대신 대답했다.“그렇단다. 영적인 자질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련을 통해 신선이 될 수 있지. 그런 자질이 없더라도
이영도 심초운과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얼마나 많이 흔들렸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가끔 이런 짓까지 한 우리가 너무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구나.”이영의 말에 심초운이 대답했다.“너무한 건 없습니다. 연희와 경장명 그자의 혼약은 애초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연희의 참 인연이 형님이 아니라고 해도 절대 경장명일 수는 없는 것입니다.”심초운의 부모님, 그리고 황태후와 태상황에 이어 주익선의 부모님까지, 그들은 전부 일부일처를 고집하여 왔으며 평생 다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부
이튿날, 경문과 이천은 말을 달려 운불사에 당도하였다.달리는 내내, 이천의 가슴 속엔 설명할 길 없는 불길한 예감이 깊게 드리워져 있었다.큰일이 아니고서야, 사부님께서 경문을 보내어 자신을 부를 리 없었다.“사부님.”이천은 용강한의 얼굴을 보자 안절부절못한 채 입을 열었다.“이영 누님은 사부님께서 누님 때문에 경성을 떠나셨다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용강한은 조용히 응하였다.“그 일은 이미 심초운에게 부탁하였다. 그 아이가 영이를 잘 달랠 것이다.”“경성을 떠나신 것이 누님 때문이 아니라면…”이천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이육진을 떠올리자, 소우연의 가슴 한켠이 은근히 저려왔다. 그가 두 사람의 인연을 받아들이겠노라 말하긴 했지만, 그 말이 모든 것을 지워주지는 못했다. 미안함은 여전히 얇은 그림자처럼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용강한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보따리를 풀어 수통과 몇 가지 다과를 꺼내 가지런히 늘어놓았다.“이 야명주는 마계를 떠날 때 챙겨온 것이긴 하나, 폐하의 물건은 아니다.”담담한 설명에 소우연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어디서 난 건가요?”“혼돈에게서 얻은 것이란다.”순간 소우연의 눈이 가늘게 떨렸다. 혼돈이라
“그렇지. 이 모든 것은 공적에 따른 보상이다. 인간 세상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자가 있다면, 내 직접 그자를 멸하리라.”이육진의 음성은 서릿발처럼 차가웠다. 기 장로가 숨을 고르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마계를 나갈 수만 있다면… 마존께서 품행이 단정한 자들을 인간 세상에 정착하게 하셔도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마계는 줄곧….”“인간과 마족은 본래 양립할 수 없는 존재다.”이육진이 단호히 말을 끊었다.“마족은 타고난 힘이 강하고 수련 또한 용이하다. 인간 세상에 나가면, 자신보다 약한 자를 억누르고자 하는 자가 반드시 생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