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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쌀알이
주진혁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포졸들의 우두머리도 더는 망설이지 않고 앞으로 나서며 엄숙하게 말했다.

"낭자, 지금 저희는 귀중품 절도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 관아로 가서 조사를 받으시지요."

"철컥."

차디찬 나무 수갑이 내 손목에 채워졌다.

나는 주진혁을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래된 상처가 덧난 것처럼, 가슴 깊은 곳에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만큼 묵직한 통증이 밀려왔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였고, 주진혁은 나를 영원히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왜 나에게 거듭해서 상처만 주는 걸까?’

포졸들에게 끌려 나갈 때, 최현아는 한 걸음 다가와 오직 나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몸을 숙이며 낮게 속삭였다.

"천하시네요. 감히 저와 상대가 될 것 같습니까?"

그렇게 나는 끌려갔다.

한편 하인방에서는 장채은 일행이 흙빛이 된 얼굴로 자신들의 짐을 챙기고 있었다.

"다 최설아 때문이다. 분명 일부러 그런 것이다. 사람들이 오는 걸 봤으면서 우리한테 한마디도 알려주지 않았잖느냐!"

어린 제자가 낮은 목소리로 맞장구쳤다.

"맞습니다! 도둑년으로 잡혀간 건 자업자득이죠! 한 십 년쯤 옥살이하면서 썩어봐야 다신 거들먹거리지 못할 겁니다!"

장채은은 아무 이유 없이 일자리를 잃은 탓에 화가 났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두운 얼굴로 보따리를 단단히 묶으며 이를 갈았다.

떠나려던 순간, 장채은은 곁눈질로 구석에 웅크려 있는 연우를 발견했다.

연우는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도 않고, 얌전히 그림책 한 권을 넘겨보고 있었다.

장채은의 시선이 연우에게 향했고,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악독한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그녀는 보따리를 내려놓고 얼굴에 억지미소를 지은 채 연우에게 다가갔다.

"연우야, 그림책 보고 있었니? 참 착하구나."

연우는 조금 겁을 먹은 듯했지만, 그래도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장채은은 대답하며 다정한 척 손을 뻗어 연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연우야, 아주머니가 너한테 한 가지 알려줄 게 있단다. 네 어머니가 방금 관아의 사람들에게 끌려갔다. 네 어머니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관아로 데려가 조사한다더구나."

"뭐라고요?"

연우의 손에 들려 있던 그림책이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연우는 울먹이며 다급하게 반박했다.

"우리 어머니는 나쁜 짓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아주머니도 네 어머니를 믿는다. 그러니 연우가 가서 어머니를 구해야지!"

장채은이 손을 뻗어 연회장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연우야, 울지 말고 저기 보거라. 여기서 나가서 가장 밝고 가장 북적이는 곳으로 달려가거라. 들어가서는… 음, 가장 화려하게 차려입고, 가장 위엄 있어 보이는 마님을 찾거라!"

"그분을 찾으면, 어머니를 구해달라고, 관아의 나리에게 네 어머니를 풀어달라고 해달라고 빌거라!"

"명심하거라, 오직 그분만이 네 어머니를 구할 수 있다!"

연우는 나이가 어려 장채은의 말에 담긴 악의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울먹이며 외쳤다.

"고맙습니다, 아주머니!"

연우는 바닥에 떨어진 책을 주울 생각도 못 한 채, 등불이 환하게 밝혀진 연회장으로 필사적으로 달려갔다.

장채은은 문가에 서서 비틀거리며 달려가는 연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통쾌하면서도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다른 이들이 다가와 불안하면서도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채은 언니, 이러다…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요?"

"일은 무슨 일? 기껏해야 주씨 가문의 심기나 거슬러서 최설아가 옥에서 더 고생하겠지. 저 녀석이 길을 잃든 말든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

말을 마친 장채은은 일행을 이끌고 의기양양하게 떠났다.

연우는 너무나도 무서웠다.

하지만 어머니를 위해 본능적으로 소란스러운 연회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단번에 한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김옥란이 보였다.

그녀는 금과 옥으로 치장하고 있었고,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무척이나 공손하게 대하고 있었다.

'저 분이다!'

연우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고, 어머니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연우는 온 힘을 다해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을 헤치고 무작정 달려갔다.

"할머니, 제발 관아 나리에게 우리 어머니를 풀어달라고 해주십시오!"

연우는 울부짖으며 김옥란의 몸에 그대로 부딪쳤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김옥란은 비틀거렸지만, 다행히 곁에 있던 시녀가 재빨리 부축했다. 김옥란이 화를 내며 꾸짖으려다 고개를 숙여 아이를 보고는, 꾸짖던 말이 목구멍에서 걸러버렸다.

"어머, 이게 어느 집…"

‘이 얼굴은!’

연회장 전체가 순식간에 죽은 듯 고요해졌다.

그 눈매와 눈썹, 오뚝한 콧날까지 어린 시절의 주진혁을 그대로 빼닮았다.

그때 주진혁도 그 소리를 듣고 황급히 달려왔다.

연우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그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 굳어버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쭈그려 앉아 연우의 작은 어깨를 움켜쥔 채, 격한 감정에 목이 메어 쉰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 어느 집 아이냐?"

연우는 이 상황에 겁을 먹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쳤다.

"아저씨, 제발 우리 어머니를 구해주십시오! 포졸들한테 끌려갔습니다!"

"어머니… 우리 어머니를 못 찾겠습니다."

"어머니의 이름은 최설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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