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외전 5화.서아의 대형 패션쇼 피날레를 앞둔 전날 밤, 헬렐 호텔 대표실은 평소의 냉철한 분위기 대신 기묘한 긴장감과 꽃향기로 가득 찼다.시우는 평소 결재 서류를 훑던 매서운 눈빛으로 책상 위에 놓인 작은 상자 속 반지를 노려보고 있었다.“봉봉.”“……네, 대표님.”구석에서 산더미 같은 장미꽃 줄기를 다듬던 달봉이 허리를 펴며 대답했다.그의 손에는 가시 방지용 장갑이 끼워져 있었고, 얼굴에는 피로와 황당함이 교차하고 있었다.“이 반지가 서아 손가락에서 빠지면 어쩌지? 아니면 너무 꽉 끼어서 피가 안 통하면?”“대표님, 아까부터 벌써 다섯 번째 물어보시는 겁니다. 서아 씨 사이즈는 제가 저번에 잠드셨을 때 몰래 재 온 거라 정확하다니까요. 그리고 그건 최고급 다이아몬드라 빠지지도, 조이지도 않게 세팅됐습니다.”시우는 초조한 듯 넥타이를 거칠게 풀었다.수천 년간 지옥을 호령하며 영혼들을 벌하던 그가, 고작 손가락 한 마디 굵기의 금속 고리 때문에 손바닥에 땀을 쥐고 있었다.“프러포즈 멘트는? 너무 유치한 거 아니야? ‘나의 영원한 계약자가 되어줘’ 같은 건?”“제발 참아주세요, 대표님. 그건 무슨 판타지 소설 대사 같잖아요. 그냥 진심을 담으세요. ‘사랑한다, 평생 내 곁에 있어라’ 이렇게요.”달봉은 혀를 차며 준비해 둔 꽃다발을 시우 앞에 내밀었다.시우는 꽃다발을 받아 들며 짐짓 엄한 표정을 지었다.“봉봉 너, 나중에 모리한테 프러포즈할 때 내 아이디어 훔쳐 쓰기만 해봐. 바로 해고야.”“걱정하지 마십시오. 전 대표님처럼 이렇게 요란하게 안 할 거니까요.”달봉의 투덜거림에도 시우는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창밖의 야경을 응시했다.엘이 남겨준 이 짧고 유한한 인간의 생애에서, 그는 가장 영원한 약속하려 하고 있었다.다음 날, 패션쇼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런웨이의 불빛이 꺼지고 피날레 모델로 나선 서아가 당당한 걸음걸이로 무대 끝에 섰다.관객들의 환호와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는 순간, 예정에 없던 암전이 찾아왔다.웅성거림 속에
외전 4화.모리의 등짝 스매싱과 강제 귀가 조치 덕분에 시우는 서울 헬렐 호텔 최상층에 위치한 자신의 대표실로 쫓겨나다시피 돌아왔다.사방이 통유리로 된 집무실 너머로는 서울의 야경이 서늘하게 빛나고 있었으나, 시우의 기분은 그보다 훨씬 더 서늘했다.“……이게 다 내가 오늘 안에 처리해야 할 서류라고?”시우가 광택이 흐르는 대리석 책상 위에 산더미처럼 쌓인 태블릿과 서류 뭉치를 보며 미간을 짓눌렀다.옆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던 달봉이 창백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 대표님. 대표님이 아까 스튜디오에서 ‘촬영 중단’ 외치고 나가시는 바람에 루리앤 쪽에서 클레임 들어오고, 사라패션 본사에서도 경위서 올리라고 난리에요. 제가 겨우겨우 막고 있습니다.”달봉의 눈 밑에는 이미 짙은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었다.모리의 말대로 과로사 직전의 몰골이었다.시우는 펜을 굴리며 비스듬히 의자에 기대앉아 서류들을 훑어내렸다.인간의 비즈니스란 참으로 번거로웠다.서명 하나, 이메일 한 통에 수십억이 왔다 갔다 하는 꼴이라니.하지만 시우의 머릿속에는 일보다 아까 자신을 몰아세운 모리에 대한 괘씸함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그리고 그 화살은 자연스럽게 모리의 연인인 달봉에게 향했다.“봉봉.”“……네?”“목이 마른데 호텔 로비층 내려가서 토마토 주스 좀 사와. 내가 평소에 마시는 그 브랜드로.”달봉이 기가 찬다는 듯 입을 벌렸다.“대표님, 비서실에 말하면 바로 준비해줄 텐데요?”“싫어. 굳이 ‘그 브랜드’여야 해. 서아가 나한테 처음 만들어줬던 거랑 제일 비슷한 맛이 나는 거 말이야. 호텔 앞 편의점까지 가야 할 텐데, 설마 거절하는 건 아니겠지, 봉봉?”달봉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모리에게 당한 화풀이를 자신에게 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지만, 전직 악마이자 현직 상사인 시우의 명령을 거역할 순 없었다.한참 뒤, 숨을 몰아쉬며 주스를 사 온 달봉이 돌아오자마자 시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아, 봉봉. 생각해보니 주스보다는 얼음 가득
외전 3화“시우야, 촬영 취소하면 위약금이 얼마인지 알아?”서아가 짐짓 꾸짖는 투로 말했지만, 시우는 대답 대신 시트 조절 레버를 당겨 서아의 좌석을 뒤로 확 젖혀버렸다.갑작스러운 반동에 서아가 당황하며 눈을 크게 뜬 순간, 시우의 거대한 그림자가 그녀를 집어삼킬 듯 덮쳐왔다.“돈 따위, 금고에 널린 금덩이라도 가져다주지. 하지만 내 눈앞에서 그놈 손길을 받아내는 건…… 단 1초도 못 참아.”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우의 입술이 서아의 입술을 짓눌렀다.아침의 다정함은 간데없고, 오로지 질투와 소유욕에 허덕이는 갈증만이 남았다.시우는 서아의 턱을 억세게 잡아 고정하고, 그녀의 입안 구석구석을 자신의 흔적으로 난도질하듯 훑었다.“으읍……!”서아의 여린 신음이 터져 나왔지만, 시우는 멈추지 않았다.오히려 그 소리에 자극받은 듯, 그의 손은 서아의 얇은 원피스 지퍼를 가차 없이 내렸다.지익,소름 끼치는 마찰음과 함께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서아의 하얀 가슴팍에 닿았다.하지만 그 차가움도 잠시, 시우의 뜨거운 손바닥이 그녀의 가슴을 으스러뜨릴 듯 움켜쥐었다.“마력이 없어서 다행인 줄 알아, 서아. 있었다면 벌써 그 스튜디오를 통째로 태워버렸을 테니까.”시우는 서아의 쇄골과 가슴골 사이를 거칠게 깨물며 붉은 낙인을 새겼다.다른 남자의 잔상이 남은 곳을 자신의 낙인으로 덮어버리려는 듯, 그의 입술은 집요하고도 잔인했다.서아는 시우의 머리카락을 꽉 움켜쥐며 등을 활처럼 휘었다.“하아, 시우야…… 여기서 이러면…… 누가 봐.”“보라고 해. 네가 누구 것인지 확실히 각인시켜 줄 테니까.”시우는 서아의 속옷을 옆으로 밀쳐내고,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그녀의 허벅지 사이로 거칠게 파고들었다.좁은 차 안, 가죽 시트의 삐걱거리는 소리와 두 사람의 젖은 마찰음이 뒤섞여 노골적인 열기를 내뿜었다.시우가 서아의 가장 깊은 곳을 단숨에 꿰뚫자, 서아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비명을 지르듯 숨을 몰아쉬었다.“아……! 시우, 시우야!”“기억해, 서아. 네 몸에
외전 2화식탁 위의 열기는 침실로 이어지며 더욱 짙고 은밀해졌다. 시우는 서아를 안아 들고 침실로 향하는 짧은 거리조차 아쉬운 듯, 그녀의 목덜미에 쉴 새 없이 입을 맞췄다. 예전 같으면 가벼운 염동력으로 몸을 띄웠겠지만, 이제는 자신의 팔 근육에 전해지는 서아의 무게감을 온전히 느끼며 걷는 발걸음이 생경하면서도 벅찼다.침대에 서아를 내려놓자마자 시우는 그 위로 몸을 겹쳐왔다. 하얀 시트 위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로 얽혔다.“하아, 시우야…… 잠깐만.”서아가 거친 숨을 내뱉으며 그의 가슴팍을 밀어냈지만, 시우는 오히려 그녀의 손목을 잡아 머리 위로 고정시켰다. 권능이 사라진 대신 남은 인간 남자의 단단한 완력이 서아를 제압했다.“안 돼. 멈추는 법을 잊었어.”시우의 눈동자가 갈증에 허덕이는 짐승처럼 번들거렸다. 그는 서아의 티셔츠를 머리 위로 벗겨내고, 드러난 어깨선을 따라 느릿하게 혀를 내둘렀다. 닿는 곳마다 서아의 피부가 잘게 떨렸고, 그 진동은 고스란히 시우의 심장으로 전달되었다.“마력이 있을 땐 몰랐는데…… 네 살결이 이렇게 뜨거웠어?”그의 낮은 목소리가 서아의 가슴골 사이로 흩어졌다. 시우는 서아의 속옷마저 가볍게 걷어치우고, 탐스러운 곡선을 그리며 드러난 그녀의 가슴을 한 입에 머금었다.“아앗, 시우야……!”서아는 등을 활처럼 휘며 신음을 내뱉었다. 시우의 혀끝이 예민한 곳을 자극할 때마다 뇌리가 하얗게 점멸했다. 시우는 서두르지 않았다. 아니, 서두를 수 없었다. 처음 마주하는 인간의 육체가 주는 쾌락은 너무도 강렬해서, 그는 서아의 몸 구석구석을 탐닉하며 그 감각을 뼈에 새기듯 음미했다.시우의 손바닥이 서아의 매끄러운 허벅지를 타고 올라가 은밀한 곳에 닿았다. 이미 듬뿍 젖어 든 그곳의 열기에 시우는 입술을 깨물며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서아, 나 봐.”시우가 서아의 다리 사이로 자리를 잡으며 명령하듯 속삭였다. 서아가 초점이 흐릿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시우는 망설임 없이 그녀의 안으로 파고들었다.“……윽!”꽉
외전 1화창밖으로 보이는 해운대의 새벽 바다는 여전히 푸른 빛이었지만, 펜트하우스 안의 공기는 어딘지 모르게 낯설었다.침대맡에 앉아 있던 시우(펠)는 문득 어깨를 타고 흐르는 서늘한 감각에 몸을 떨었다.수천 년을 살아오며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불쾌하고도 생경한 감각, ‘추위’였다.“……윽.”그는 습관적으로 손가락을 튕겼다.실내 온도를 조절하려던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 같던 마력 대신, 맥없는 마찰음만 허공을 맴돌았다.불꽃은 피어오르지 않았고, 냉기는 여전히 그의 피부를 파고들었다.시우는 당혹감에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희고 길쭉한 손가락은 그대로였으나, 그 안을 흐르던 파괴적인 권능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다.“시우야, 일어났어?”열린 문틈으로 서아가 들어왔다.그녀는 두꺼운 담요를 시우의 어깨에 덮어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안색이 왜 이래? 갑자기 인간 돼서 적응 안 되지? 새벽엔 원래 좀 추워.”시우는 어깨에 닿는 담요의 묵직한 무게감에 움찔했다.예전 같으면 느껴지지도 않았을 그 가벼운 천 조각이 지금은 생존을 위한 생명줄처럼 느껴졌다.그는 어색하게 담요를 여미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하지만 그 순간, 배 속에서 ‘꼬르륵’하는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시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고결한 천사였을 때도, 오만한 악마였을 때도 경험한 적 없는 육체가 원초적으로 아우성쳤다.“푸하하! 시우야, 배에서 그런 소리도 나? 진짜 신기하다!”서아의 자지러지는 웃음에 시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이게 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속이 텅 빈 것 같고, 기운도 없어. 온몸이 다 떨려.”“그게 바로 배고픔이야. 자, 얼른 나와. 따뜻한 거 해놨으니까.”주방으로 나간 시우는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물 한 잔을 마시려 해도 직접 컵을 꺼내 정수기 버튼을 눌러야 했다.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물잔이 날아오던 시절은 끝났다.높은 선반에 있는 컵을 내릴 때조차 까치발을 들어야 하는 비효율
천상에서 펠의 분노가 대지를 뒤흔드는 사이, 지상의 펜트하우스에는 서늘한 살기가 내려앉았다.엘이 자신의 근원을 쏟아부어 억지로 멈춰 세운 서아의 시간.그 정적을 깨고 방 한복판에 일그러진 빛의 균열이 생겨났다.그 틈새로 걸어 나온 것은 라파엘의 형상을 한 기괴한 분신이었다.본체의 온화한 미소는 간데없고, 오로지 집착과 광기만이 서린 눈동자가 잠든 서아를 향했다.“미카엘, 네가 고작 이런 인간 여자 하나를 위해 천사의 고결함을 버리다니. 정말 눈 뜨고 봐줄 수가 없네.”분신의 손에서 뻗어 나온 빛의 사슬이 서아를 낚아채려던 찰나, 반투명해진 몸으로 바닥에 엎드려 있던 엘이 서아의 앞을 가로막았다.그의 육체는 이미 바스러지는 나비의 날개처럼 위태로웠지만, 눈빛만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내…… 내가 있는 한, 그녀를 데려갈 수는 없다.”엘은 떨리는 손으로 성검을 고쳐 쥐었다.날카로운 빛의 사슬이 엘의 가슴팍을 꿰뚫었다.이미 근원을 잃은 몸에 가해진 타격은 영혼을 찢는 고통이었으나, 엘은 신음조차 내뱉지 않은 채 사슬을 손으로 움켜쥐었다.그의 손바닥에서 은색 피가 배어 나와 바닥을 적셨다.“비켜. 죽음보다 더한 무(無)의 공간으로 사라지고 싶은 거야?”“사라지는 건…… 내가 아니라 네놈의 가증스러운 위선이다!”엘은 마지막 남은 영혼의 조각까지 태워 올렸다.그의 몸 주변으로 타오르는 불꽃은 이제 푸른색이 아닌, 자신의 생명을 연료로 삼은 핏빛 광채였다.엘은 단 한 번의 도약으로 분신의 가슴에 성검을 박아넣었다.“이건 서아를 향한 나의 속죄이며, 동시에 펠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다!”분신이 비명을 지르며 산산조각이 났다.그 충격으로 엘 역시 멀리 튕겨 나가 벽에 부딪혔다.서아를 감싸고 있던 결계가 위태롭게 흔들렸지만, 엘은 기어코 기어가 서아의 침대 밑자락을 붙잡았다.반투명하다 못해 이제는 배경이 비쳐 보일 정도로 흐릿해진 엘이 잠든 서아를 향해 힘겹게 미소 지었다.그의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고백이 새어 나왔다.“부디……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찻잔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정적이 감돌았다. 서아가 먼저 그 침묵을 깨뜨렸다. “여기까지 왔으니 이제 정말 말해주겠지? 더는 도망갈 곳도 없잖아.” “궁금한 거 참느라 애썼어.” 펠이 여유롭게 대답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 부드러운 눈매를 보며 서아가 툭 내뱉었다. “근데 너, 아까부터 안 웃는 사람이라더니 거짓말 아냐? 오늘만 해도 벌써 몇 번째 웃었는지 알아?” “내가? 난 웃은 적 없는데.” “아, 역시 넌 미친놈이 맞나 봐. 아니면 내가 어젯밤부터 제대로 홀렸거나. 웃지
쾅! 문을 닫으려던 서아의 기세보다 펠의 발이 더 빨랐다.펠은 재빨리 문틈 사이에 명품 구두를 집어넣어 문을 막아섰다."이봐! 나 이미 짐도 다 싸서 왔다고!""그 짐 그대로 들고 네 펜트하우스로 돌아가면 되겠네. 어서 발 치워!""안 돼! 엘한테서 널 지키려면 이 방법밖에 없단 말이야! 그 자식이 너한테 관심이 있다고 대놓고 나한테 선전포고했다고!""뭐라고? 엘 씨가?""그래! 그때 치킨집에서 너 맥주 가지러 간 사이에 내 속을 다 뒤집어놨다고. 그런 소릴 듣고 내가 어떻게 널 혼자 둬?""아니,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서아는 필사적으로 현실을 붙잡으려 했다.눈앞의 존재를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영혼을 대가로 한 계약이 진짜가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펠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쐐기를 박았다.“장난이라니. 내가 분명 말했지. 오늘 나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그리고 지금 알려준 거야. 미친놈도, 정신병자도 아닌 내 진짜 모습.”펠, 아니 루치펠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형형하게 빛났다.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의 무게였다.“그래, 미친놈도 정신병자도 아니라고 치자. 일단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쳐!”서아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지며
현실감은 이미 안개 너머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여기서 비명을 지르고 도망쳐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이미 자신의 손은 이 아름다운 재앙에 붙잡혀 있었으니까.‘차라리 판타지 소설의 여주인공이 됐다고 믿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롭겠다.’“그 계약 말인데….”서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운을 뗐다.“너랑 계약하면, 정확히 너와 나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 거야?”“단순해. 나는 너의 소원을 들어주고, 너는 소원을 이룬 대가로 나에게 네 영혼을 넘기는 거지. 그게 전부야. 특별할 건 없어.”펠은 마치 아주 공정한 거래를 제안하는 사업가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