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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우리 아이가 있어

Author: 도수정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8 03:34:06

작은 소리로 불러도 그는 순식간에 알아 챘다. 제 목소리만 들린다면 동굴 속에서도 위치를 알아 자신을 찾아올 것같은 남자.

에이든 하우젠은 그런 사람이었다.

“일어났어요?”

루시아 배시시 웃자 에이든이 우뚝 멈춰서며 지금 이게 자신의 환상인지 아니면 진짜로 보고 있는 현실인지 분간했다. 제법 그 모습이 우스워 루시아는 또 말갛게 웃었다.

같은 상대와 다시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평생에 꼽을 수 있다면 에이든은 아마 오늘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루시아.”

그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 몸집이 큰 그가 매달리듯 그녀의 상체를 거의 덮듯이 끌어안았으므로 커다란 이불을 덮는 것같기도 하고 포근한 감각이 저를 감쌌다. 그리고 간지러웠다.

“에이든?”

어느새 젖어드는 제 한쪽 어깨의 축축함을 느끼고 그제야 루시아는 그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았다.

“왜 울어? 나 괜찮아. 어디 다 쳤대?”

그녀가 생각하기에는 별다른 이상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에이든은 그저 그녀를 끌어안고 도리질을 치며 절박하게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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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든의 필체는 대개 단정하고 유려해서 그의 부드러운 성품에 대해 짐작케하게끔 했다. 하지만 오늘따라 비요른에게 보낸 전서구에는 잔뜩 성이 나 이리저리 삐친 획이 많았다.“주군께서 어지간히도 화가 나셨군.”카이사르에게 이 일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그는 고민스러웠다. 이미 여론전도 펼쳤고, 협상에 임할지 마다할지를 카이사르가 선택하면 되는 단계였는데 거기에 압박 수단으로 무력 충돌 가능성까지 거론한다는 건 거꾸로 말하면 비요른에게는 어마어마한 과업이 주어진 거였다. 제 주군이 생각하기에 적절한 수준의 보상을 가져가지 않으면 어쩌면 저는 고향에 발을 못 붙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비요른은 에드윈이 죽고 마치 아무렇게나 살아가던 예전의 에이든을 잠깐 떠올렸다.“전하, 이제 장례식에 가야할 시간이십니다.”에드윈이 티베리우스의 독살 시도에 결국 지병이 악화되어 죽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어떻게든 동생을 살리고 싶어 백방으로 방법을 알아보던 에이든은 결국 그가 자신의 침대에서 어머니의 손을 잡고, 형의 눈빛 속에 눈을 편안히 눈감을 수 있게 돕는 것으로 방향을 바꿔야 했다.어떻게든, 살리고 싶었던 대상이 사라지고 나서, 에이든은 폐인처럼 살았다. 그는 인정받지 못하는 황족인 제 동생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 세상을 만들고 싶어 했는데 정작 그 본인이 가버렸으니 그의 허무함이란 누군가 알 수도 없는 것이었다.그때 비요른이 그에게 말했었다.집무실은 어두웠고, 그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몇 잔의 독한 위스키를 그냥 삼켰는지 온몸에서 술냄새가 진동했다. 제 몸을 가누지도 못했다.“주군께 정말 아무도 없으십니까?”비요른의 물음에 탁해진 벽안이 저를 바라봤다. 나스 황가의 자랑이기도 한 투명하고 파란 눈동자가 흐릿해져 있었다.“그럼 너에게는 내게 누가 남았다고 생각하지?”술에 절어 사는 것같은 모습치고는 차갑게 일갈하는 것이 전혀 취하지 않은 것같은 말투였다.“루시아 아르테미스.”비요른이 그 이름을 말했을 때, 에이든은 울 것같은

  • 남편교환   62화 슬픈 이야기가 아니야

    “슬픈 이야기 아니야. 그냥, 나더러 음식을 적게 먹으라고 어머니가 그러셨다니까 나는 더 먹어야 된다고. 살찌지 않았다고 막 그러더라. 그러면서 그걸로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 보듯이 하는거야.”루시아는 그때 이야기를 하면서 웃었다. 그제야 웃었다. 에이든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그 애는 길가의 고양이에게도 종종 그렇게 먹이를 주곤 했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면서.”루시아는 때를 놓치지 않고 농담을 했다.“그럼 내가 길고양이야?”루시아의 농담을 미처 알아채지도 못하고 에이든이 식은땀을 흘렸다.“아니 그런 뜻은 아니고, 루시아.그게.”“쿡.”그녀가 입을 가리며 웃었다. 당황하는 모습을 보니 아무리 봐도 그는 큰 레트리버 강아지를 닮았다. 이런 그가 어찌 날렵한 고양이같던 에드윈과 동일인물이라고 생각했을까.“알아. 아니란 거.”그가 그녀를 제품에 끌어당겨 안았다.“미안해.”“왜 또 사과해.”루시아의 말에 에이든은 미안한 마음이 가득한 손길로 그녀의 어깨를 도닥였다.루시아는 저번 이후로 좀처럼 울지 않았다. 다만 그의 품에 기대어 편히 쉬었다.“이제 와서라는 말 밖에 안나왔어.”루시아의 말에 에이든이 데미안 벨루아의 이야기라는 걸 알고 잠자코 들어주었다.“응.”3년이었다. 애초에 마음에 담지도 않은 이에게 사랑받으려고 노력하고, 사랑하려고 노력했던 기간이었다. 루시아는 자신이 그렇게까지 했지만 결국 버려지기까지 했던 순간을 기억했다.“나는 거기서 잘 만들어지지도 않은 인형같았어.”벨루아는 루시아 아르테미스가 아니라 아이를 낳을 귀족 여성이 필요했던 것이다.“응.”에이든은 말없이 그걸 듣기만 했다.“의무를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는데 행복할 자격이 있는지 되새기곤 했어.”처음으로 그녀가 먼저 그 시절에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긴장으로 목울대가 꿀꺽 침을 삼켰다.“늘 어디에선가 죽으라고, 죽자고 네 탓이라고 환청같이 누군가 속삭이는 것같기도 하고.”루시아는 밤이면 아이가 죽은 게 네 탓이라는 소리가 듣기가 두려워 거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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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교환   60화 그런가보네.

    “에이든. 그러면 내가 데미안을 만나볼게요.”저를 납치하려던 남자임에도 여전히 이름을 불러준다. 그것이 어쩐지 자꾸만 에이든은 힘겹게 했다. 외면해온 사실을 마주하게 하는 것같기도 했다.“에이든, 잠깐만. 나 좀 봐봐요.”그가 눈을 필사적으로 피하며 자신에게 표정을 숨기려 하는 걸 루시아라고 모를 리가 없었다.그녀가 고개를 들라고 다시 한번 말했다.“고개 들어봐요.”그러면 그는 또 마법에 이끌리듯 그녀의 말을 따르고 마는 것이다.“디디, 불안해요?”한번에 제 기분을 간파한 루시아가 물었다. 자신이 우스워 보일까봐 눈가가 불거진 에이든이 필사적으로 아니라고 부정을 하려 했다. 양손으로 손사래를 치려던 그가 우뚝, 루시아의 눈빛과 맞닥뜨리고 후두둑 눈물을 흘렸다.“......루시, 혹시 돌아가고 싶니?”차마 내내 묻지 못한 질문이었다. 에드윈과의 일을 그녀가 참고 넘어가 줬다고 해도 결국 나스는 타국이다. 루시아를 사랑한다며 이제 와 저를 데리러온 전남편을 따라가고 싶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하지?자유로이 날갯짓하는 그녀가 좋았다. 하지만 사실 그녀가 자신이 만든 세상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실은 그는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말 것이었다.“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나는 당신이 원하는대로.”루시아는 남자가 어디까지 말하나 두고볼까 생각하다가 점점 눈물이 후두둑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보고 그의 뺨을 감쌌다.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에이든, 바보 에이든.”이마를 맞부딪힌 그녀가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다정하고 또 다정하게.“아직도 내 마음을 몰라요?”루시아는 자신이 표현이 부족했나최근을 돌아봤다. 나름대로 그가 해오는 애정표현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온 것같은데 그래도 그를 불안하게 했던 것같아 마음이 안쓰럽고 미안했다.“왜 내가 제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해요? 내 사람들은 다 여기 있는데. 우리 뱃속에 있는 작은 꼬마도 있고.”루시아가 에이든의 고개를 끌어당겨 자신의 입술이 있는 곳까지 이끌었

  • 남편교환   59화 제국으로?

    에이든은 루시아가 그날 무언가 오해를 했다는 걸 대충은 짐작했다.그에게서 희미한 피냄새가 나는데 아마도 데미안 벨루아의 것일 거라고 생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저를 끌어안았다는 사실에 묘한 희열이 느껴졌다.하지만 사실은 달랐다.그는 데미안 벨루아를 고문하지 않았다. 고문하기는커녕 그에게 삼시세끼 밥도 제대로 챙겨주라고 간수에게 이야기했다. 에이든은 더 이상 벨루아하고 지긋지긋하게 엮이는 일이 싫었다.그 놈이 루시아를 납치하려고 들었고, 그들의 아이가 위험했다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루시아의 가문이 피해를 볼까봐 일부러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고 참았다. 다만 그러한 조치 이후에는 그에게 다시 지독한 무력감이 찾아왔다. 그는 몇 번이나 성벽에 대고 주먹질을 했다. 손등이 터질 때까지 이어진 자해 끝에 결국 피가 흥건해져 소매에도 묻을 정도였기에 루시아에게는 들키지 않으려고 옷을 갈아입던 찰나였던 것이다.그래서 데미안 벨루아는 그가 저지른 짓 치고는 괘 괜찮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 간수들조차 에이든의, 겨울의 왕이 내린 명령을 제대로 수행해 그를 고문하거나 조롱하지도 않았으며 오로지 서늘한 분노만을 가슴에 간직한 채로 살의만 조용히 내보일 뿐이었다. 분노할수록 차갑고 이성적으로 변하는 것은 하우젠 령 사람들 특유의 민족성이기도 했다.데미안은 그래서 자신이 어째서 사지가 멀쩡한 채로 있을 수 있는지 아이러니했다. 그들이 주는 음식에 독이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해 며칠 째 식사도 거부하고 오로지 생각에만 빠져 있었다.자신이 왜 이 곳에 와서 반란 세력과 손까지 잡으며 루시아 아르테미스를 데려가려고 했는지 의문이었기에. 정말로 사랑이라고 하느냐는 카이사르의 반문이 문득 문득 생각나 그를 미치게 했다.그랬다. 그가 저지른 죄보다도 그랬던 동기를 생각하고 마주할수록 제 심연 속에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있었다. 그 여자에게 말해. 그 여자를 만나야 해.그 여자, 도자기 인형같은 얼굴로 제 앞에 나타나 제대로 웃는 걸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 남편교환   58화 레이루나의 진심

    레이루나는 아르테미스 백작대부인이 되어 루시아를 가장 가치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더 이상 브리짓 아서의 장난질 따위에 놀아나지 않게 내내 누구도 그 애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 없게.하지만, 그걸 루시아가 바랐을까?이제와서 그런 걸 생각해보게 만들었다.디디라는 소년이 오두막에 머무르고 있을 때부터 내내 가지고 있던 의문이었다.국경에서 건너온 의문의 소년이아르테미스 영지의 숲에 머무르고 있다는 걸 안건 루시아가 유난히 자주 바깥을 나돌 무렵에 뒤늦게 알게 되었다.당시에 윌리엄의 바람기가 하늘을 찔러서 미처 딸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 사이 나타난 소년은 그녀가 어루만져주지 못한 부분들을 다정하게 도닥여주고, 루시에게 필요한 말들을 해준 모양이었다.그 애가 누구인가에 대해 조사를 해야했다. 하지만 숲에서 멀리서 보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아주 예전에 나스의 황족들을 대면할 일이 있었다.에드윈 하우젠. 나스의 3황자였다. 그가 어쩐 연유로 이곳까지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루시아에게 새로운 구명줄이 된다면 상관없었다. 이참에 빚을 하나쯤 만들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같았다. 그래서 레이루나는 알고도 에드윈과 루시아가 함께 서로를 만나는 것을 그대로 두었다. 일부러 루시아에게 주던 음식을 넉넉하게 주기도 했다. 소년에게 제 것을 건네느라 어느 순간 말라가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리고 그녀가 에드윈을 마침내 찾아간 날은 비가 내렸다.“황자님을 여기서 뵐 줄은 몰랐지요.”에드윈이 굳은 표정으로 오두막의 문을 연 여인을 바라봤다. 백금발의 초록눈. 루시아의 묘사대로라면 분명 아르테미스 백작 부인일터.“백작부인께서 이미 다 알고 계신 줄은 몰랐습니다만.”에드윈의 천연덕스러운 말에 소년이 부러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걸 알아 닳고 닳은 귀족 여인인 레이루나가 빙긋 웃었다. 차라리 순진함이 말간 얼굴에 드러날 정도인 게 나았다. 루시아의 곁에 머물 친구라면.“티베리우스 황자의 세력에 습격당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찾는

  • 남편교환   44화 입 맞추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루시아의 검은 머리가 밤하늘처럼 탐스러웠다. 그녀를 안고 밤새 나스로 향하는 국경을 달리고 싶어 전후처리도 하지 않고 왔지만 이미 그녀의 손에는 벨루아의 반지가 껴진 후였다.루시아는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애초에 레이루나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다. 분명 자신에게 구혼을 한 남자는 데미안 벨루아 뿐이라고.“하지만, 어머니는 벨루아 공작 밖에는 구혼을 하지 않았다고......”에드윈의 존재를 알고도 루시아의 명예에 흠이 갈까 일부러 침묵했던 당시의 레이루나가 그들의 계획에 방해가 될 에이든의 존재를 루시아에게

  • 남편교환   40화 셀레나의 숙소

    루시아는 굳이 오두막에서 나가보겠다는 디디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얼마 전에야 상처를 회복해놓고 다시 밖으로 나서겠다는 그 소년의 활발함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내가 주는 것들은 그렇게 예민해하고 힘들어하면서, 왜 셀레나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러가자는 건데. 이따가 일을 다 마치면 온다고 그랬어!”사실은 저보다 셀레나가 디디와 친한 것같아 샘이 났었다. 그러자 디디가 그녀의 입에 손가락을 갖다대더니 이렇게 말했다.“너, 셀레나의 숙소에 간 적 있어?”루시아는 눈을 끔뻑거렸다. 어릴 적에도 셀레나가 자신의 방으로 왔었지 하녀들의

  • 남편교환   39화 그는 디디가 아니다

    루시아가 차가운 목소리로 일갈했다. 그 뒤의 처리는 레이루나가 알아서 할 것이다. 설명도 이미 기사들이 다 목격했으니 될 일이다.이정도면 꽤 잘한 편이었다.친구에게 씩 웃어주려던 루시아는 깜짝 놀랐다. 셀레나가 울고 있었다.“셀레나?”“왜, 고작 나 때문에 왜 그러는데.”루시아는 놀랐다. 자신이 생각해보니 셀레나의 잠옷을 입고 있었다는 게 뒤늦게 생각났다. 아예 작정하고 준비했으리란 걸 눈치챈 소녀가 엉엉 울기 시작했다.“아니, 그게.”“디디 짓이지? 그놈이 그런거지?”“셀리. 나 봐봐. 나 안아파.”루시아가 그녀

  • 남편교환   38화 그 사람이 온 거야.

    루시아는 굳이 오두막에서 나가보겠다는 디디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얼마 전에야 상처를 회복해놓고 다시 밖으로 나서겠다는 그 소년의 활발함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내가 주는 것들은 그렇게 예민해하고 힘들어하면서, 왜 셀레나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러가자는 건데. 이따가 일을 다 마치면 온다고 그랬어!”사실은 저보다 셀레나가 디디와 친한 것같아 샘이 났었다. 그러자 디디가 그녀의 입에 손가락을 갖다대더니 이렇게 말했다.“너, 셀레나의 숙소에 간 적 있어?”루시아는 눈을 끔뻑거렸다. 어릴 적에도 셀레나가 자신의 방으로 왔었지 하녀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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