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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화 갈까마귀(1)

작가: 도수정
last update 게시일: 2026-06-29 15:53:49

루시아 아르테미스는 까마귀 같았다. 처음 본 인상이 그랬다. 그러니까 으레 보통 사람들이라면 까마귀를 흉조라고 생각하겠지만, 브리짓의 눈에는 그 아이의 영민함이 한눈에 보였다. 그래서 반짝이는 보석만을 좋아하는, 사람만큼 영리하고 총명한 까만 새를 닮아 ‘까마귀 루시아’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녀가 느끼는 위협감은 컸다. 언젠가 윌리엄 카셀 아르테미스와 정부인 친모가 오페라를 보러 갈 적에 따라갔었다. 어느 작곡가가 쓴 은수저를 훔쳐간 누명을 써 사형을 당할 뻔한 하녀의 이야기를 본 적이 있었다. 정작 하녀를 그렇게 만든 건 반짝이는 은수저를 좋아해 둥지로 가져간 까마귀 한 마리였다.

브리짓은 루시아가 꼭 그 까마귀 한 마리 같았다. 모두가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흔하고 뻔한 귀족집의 사람들이었다. 제레미 아르테미스는 후계 교육을 지루해했지만 앞으로 제 앞에 놓일 유산을 위해 참아내고 있었고, 레이루나 아르테미스야말로 제일 멍청했다. 자기 딸인 루시아 아르테미스의 진짜 재능을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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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교환   79화. 브리

    61화사흗날 아침이 밝았다. 브리짓은 지난 이틀 내내 그랬던 것처럼 아주 편안하고 말간 낯으로 루시아의 앞에 섰다.“루시.”그 사이 두 사람은 이름을 부르는 사이가 되었다.“응, 언니.”“잘 지내.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조카의 출생 과정을 볼 수는 없을 것을 알았기에 브리짓은 다만 그저 건강하라고 했다.루시도 그걸 알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슬퍼서 눈물이 쏟아질 것같았지만 티내지 않기로 했다. 아주 편안하게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헤어지고, 언젠가 된다면 그녀의 장례식에 참여해 그렇게 그녀를 보내줘야지.루시는 문득 생각난 것을 말하듯 브리짓에게 덧붙였다.“언니, 그때 나더러 왜 아버지 앞을 막아섰냐고 했잖아.”브리짓이 첫날의 기억이 생각이 난 듯 표정이 살짝 흐려졌다.우울한 기억이었다. 그녀가 저를 동정했다고 하는 것은. 그런데 루시아가 덧붙인 말은 놀라웠다.“나같아서 그랬어. 고작 이 좁은 새장에 갇혀 내내 남자들 때문에 삶이 휘둘리는 게 나 같아서. 그렇게 예쁘고 똑똑한 사람인데, 브리짓 언니는. ”브리짓이 또 울기 시작했다. 또르륵 흐르던 눈물이 어느새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루시아는 당황하여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정작 건넨 것이 아이를 위해 만들어둔 가제 수건이라 그녀가 수를 놓은 것이었다. 실력은 형편없었지만.“아, 그건 아이 때문에 만든 건데.”루시아가 부연설명을 하려고 하자 브리짓이 아주 환하게 웃으며 루시아에게 말했다.“내가 가져도 되겠니, 이것?”수많은 구혼자에게 어떤 금은 보화를 받았을 때에도 저런 표정은 아니었다. 루시아는 문득 브리짓의 저런 환한 미소를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고작 그걸로 되겠어?”못생긴 꽃 한 송이를 수놓은 손수건이었다. 그런데도 브리짓이 그걸 양손으로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겠다는 듯이 꼭 껴안고 있어서 루시아는 어쩐지 부끄러웠다.“그렇게 대단한 물건도 아니고.”브리짓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너무 기뻐.”순수하게 그

  • 남편교환   78화 대학에 가기로 했어.

    “생활은 어떠니? 사람들은 잘해주고?”“아, 언니. 음......”브리짓이 어떻게 생각할까, 순간적으로 루시아는 망설였다. 귀족으로 평생을 살아온 브리짓이 야간대학에 대해 어떻게 바라볼지 모르지만, 그녀는 그래도 좋은 소식이니까 브리짓에게도 전하고 싶었다.“나, 야간 대학에 다니기로 했어. 오는 봄에.”야간 대학? 브리짓이 귀를 의심했다. 그렇다면 공부를 이어서 하겠다는 뜻인가? 아니 애초에 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니 이어서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은.“그렇구나. 드디어, 할 수 있게 됐구나.”브리짓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평생 자신으로 인해 스스로를 하자품처럼 여기기만 했을 아이가 우뚝선 나무처럼 듬직하게 자라 자신의 삶을 향해 나아갔다. 그녀의 곁에는 이제 그녀만의 사람들이 있었다. 더는 벨루아에서처럼 그녀가 자신같아질까 염려하지 않아도 되었다.“무슨 공부가 하고 싶니?”고작 야간 대학에 다니겠다는 말 한다미에 이렇게 오열을 할줄은 몰랐던 루시아가 브리짓을 가만히 보다가 말했다.“사회사업. 여성들을 위한 사회사업을 공부해보려 해.”훗날 사회복지가 되는 분야의 그 이전 이름이었다. 루시아의 말에 브리짓이 그것 또한 그녀 답다며 방긋 웃었다. 하우젠 령에 온 뒤로 아니 어쩌면 그녀가 올해에 가장 환하게 웃는 걸지도 몰랐다. 진심으로.루시아는 고작 자신이 대학에 간다는 이야기에 그토록 우는 브리짓을 보며 복잡다단한 심정으로 침실에 왔다. 이미 다 씻고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에이든이 어느새 지나간 사흘 동안의 이야기를 물었다.일부러 언니와 시간을 보내라며 한발짝 뒤로 물러나 있던 그였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그가 밤에도 조용했던 것은 아니었다. 부족하다고 하는 만큼 루시아가 채워줘야 했다.“어땠어, 루시?”그가 새하얀 베개를 베고 루시아에게 팔을 내어준 채로 물었다.“음, 어떤 게 궁금한데?”루시아가 물으니 그가 조심스레 덧붙였다.“......싸우거나 괴롭히지는 않아?”브리짓이 아직도 그런 인상으로 남았나. 처형이라고 부를 땐 언제

  • 남편교환   77화 진통제

    브리짓은 셀레나가 돌아가고 나면 루시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부 다 늘어놓을 것을 알았다. 애초에 그렇게 앵무새처럼 떠들어대기만 하는 아이였으니, 그렇게 하겠지. 하지만 그게 제 동생에게는 좋은 시녀를 둔 셈이니 더 낫긴 했다. 정작 바보같은 자신의 동생은 셀레나를 두고 친구라고 말하겠지만. 그 점이 자신과 루시아가 다른 점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자신이 어둠 속에 있어도 저를 구하러 와줄 하우젠 대공 같은 백마탄 왕자나 셀레나 같은 사람이 없는 거겠지. 하물며 레이루나같은 어머니조차도.문득 그 사실이 서러워 눈물이 흘렀다. 루시아가 자신을 동정했다는 사실보다 그저, 스스로가 비참해 무너지기도 했다.그러던 그녀에게 찾아온 이는 다름 아닌 하우젠 대공이었다. 그는 지독한 수면초 향에 눈살을 찌푸리며 들어왔다.“이정도일 거라고는 몰랐습니다만. 황후도 참 지독한 여자군요.”이미 공공연하게 귀족 사회에 아서 남작부인의 질병에 대한 이야기가 퍼져 있을 텐데도 일부러 그녀를 보낸 마리아 지젤이라는 여자는 그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는 악질인 것이 분명했다.“그런 걸 말하려고 온 건 아닐텐데요. 대공.”“의사를 불렀습니다.”저택의 주치의를 동반하고 나타난 그가 그녀가 진찰을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하지만 의사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이미 손 쓸 단계를 지났다고 했잖아요.”브리짓이 이것 보라는 듯 팔을 들어 짓무른 피부를 보여주었다.면보를 쓴 에이든이 브리짓에게 물었다.“그렇다면 적어도 마지막으로 멀쩡하게 동생과 추억을 쌓고 싶지는 않으십니까?”그가 듣기로는 내내 서로 반목하느라 제대로된 추억 하나 쌓지 못한 자매 사이라고 들었다. 루시아는 그걸 내내 아쉬워했고, 브리짓도 아마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라도 루시아를 보려고 그래야 안심이 되어서 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해줄 수 있는 일도 있다면 나름 있었다.“젠슨, 그녀가 하우젠 령에 머물 동안 통증을 줄일 방법이 있나.”주치의에게 물으니 그가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짓다가 조심스레 말했다.“아

  • 남편교환   76화 처형이 준다고 하니.

    “......루시아.”구할 방법은 없다. 현재 최신 의학으로도 민간 요법으로도 그토록 학문이 발전한 나스에서도 방법은 찾지 못했다. 루시아는 이미 여러 번 관련된 전문가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지만 실패였다.“구할 수 없었어. 셀리.”루시아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셀레나는 그런 루시아를 볼 때면 그녀가 여름에 떠난 아기의 죽음을 생각하는지, 혹은 곧 다가올 이복 언니의 죽음을 생각하는지 헷갈렸다.어둠에 침잠하는 루시아의 모습은 여전히 에이든에게는 보이지 못한 것이라고도 그녀가 언급한 일이 있었다.“잘 대해주자. 나도 그러려고 해.”셀레나가 먼저 그녀에게 제안했다. 루시아는 그게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기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많은 추억을 만들자고. 최대한, 즐거운 이야기를 하자고. 그렇게 행복한 일을 같이 해주자고.“루시아, 일어났구나.”그러나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도, 다음날 브리짓은 멀쩡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앞에는 에이든이 앉아있었다.“디디? 언니?”루시아는 양옆을 살피다가 일단 자연스럽게 에이든의 곁에 앉았다.아무리 그래도 부부니까 그게 맞는 듯 했다. 그런데 브리짓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했다.“왜 그의 곁에 가니? 나는 얼마 전에 남편을 보냈는데...서운하구나. 루시아.”직접적인 언사에 사용인들이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토록 솔직한 나스 사람들에게도 브리짓의 말투는 굉장히 적극적으로 들리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루시아가 슬그머니 에이든을 올려다보니 그의 미간에 못마땅한 주름이 잡혀 있었다.“루시아는 제 부인입니다. 아서 남작부인.”“브리짓이라고 불러요, 하우젠 대공 전하.”브리짓은 아마 아서 남작부인이라는 호칭이 싫을 거고, 에이든은 그냥 브리짓이 싫은 모양이었다. 나름 사정이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는데도 별로 통한 것같진 않았다.“루시아, 언니가 슬프구나.”루시아는 제 손을 급하게 잡는 에이든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양해를 구하듯 미안한 미소를 짓고 슬그머니 손을 뺐다. 충격에 빠진 에이든

  • 남편교환   75화. 1년이라고 했어

    셀레나가 저녁 식사를 가지고 갔을 때에도 브리짓은 고통에 겨워 쓰러져 있었다. 그녀를 수행하려고 따라온 이들 중 아무도 브리짓의 곁을 지키지 않았다. 오직 홀로 남은 브리짓의 방은 지독한 수면초 냄새로 가득차 숨을 쉴 수가 없었다.“아서 남작 부인!”셀레나가 식사를 내려놓고 브리짓에게 다가갔다. 화장을 지운 브리짓의 얼굴 곳곳에 아직 다 낫지 않은 멍자국과 창백한 낯빛이 보였다.“브리짓!”놀란 셀레나가 복도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녀는 루시아에게 가려했다. 그때 작은 목소리가 자신을 불렀다.“이리와.”셀레나는 설마 했다. 브리짓이었다. 의식을 거의 잃기 직전이었는데도 그녀가 손을 뻗으며 자신을 찾았다. 셀레나는 루시아에게 듣기는 했지만 이정도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어떻게, 어떻게.”그렇게 아름다운 소녀였던 브리짓을 기억한다. 이렇게 메말라가며 피부가 짓무르고 그런 얼굴도 몸도 아니었다.“동정하지마. 셀레나......너도 내가 안쓰럽다고 할 게 아니라면, 입다물어.”밭은 숨을 몰아쉬며 셀레나에게 브리짓이 말했다. 그녀는 다만 힘겹게 일어나 그녀가 갖다준 식사를 억지로 다 먹었다. 결국 토악질을 한다고 해도 적어도 여기서, 하우젠 령에서 죽어 괜히 자신의 갈까마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죄라면 충분히 지었다.셀레나는 차마 어떤 말도 못하고, 브리짓의 곁에 앉아 손수건을 물에 적셔와 그녀의 뺨 곳곳을 닦아주었다. 아무도 브리짓의 곁을 지키지 않는 게 어쩌면 병때문이었나보다.브리짓이 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우젠 대공, 루시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셀레나는 브리짓의 고집이 안타까웠다. 어릴 때부터 내내 그렇게 자존심을 부려가며 악다구니를 써서 살다가 결국 꺾인 사교계의 꽃이었다. 이제는 죽음을 목전에 둔 병자가 되었다.“하지만, 남작 부인.”“하, 그 호칭 집어치워. 너도 나 이름으로 불러와놓고 이제와서 지위 찾아 뭐해.”루시아에게 제 험담을 늘어놓을 때면 ‘브리짓이, 브리짓때문에!’ 라며 자주 울분

  • 남편교환   74화 나 같아서

    브리짓이 멈칫했다. 몸이 우뚝 멈춰섰다. 자신이 들은 말이 사실인가 의심했다. 스스로를 악녀라고 몇 번이나 정체성을 삼아 부질없이 집착해오며 견뎌오던 자부심에 금이 갔다. 그럼에도 루시아가 해주는 말이, 그 상냥함에 서러움이 눈 녹 듯 녹았다.“우린 고작 열 살, 열 여섯 살이었어. 언니.”아버지가 죽고 나서야 브리짓이 울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적어도 루시아가 알기로 브리짓이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보았다.우는 이유는 너무도 모순적으로, 분노가 올라와서. 파들거리는 어깨. 집씻는 입술, 미처 다 감추지 못한 살의를 품은 눈동자.조용히 친부를 향해 갈무리하지 못한 살기를 세우던 갓 귀부인이 된 브리짓 아서를 기억했다.그때 고작 그녀 나이가 열일곱인가, 열여덟이었다. 루시아가 벨루아에 시집왔을 때랑 비슷한 나이.그녀는 저보다 스무살 많은 남자랑 결혼식을 올렸다.루시아는 브리짓에게 연민을 느꼈다. 동정이었을까.“......”브리짓은 그 말을 듣고 얼어붙었다가 조각상처럼 굳어있다가 눈물 한 줄기만을 흘리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먼저 성 안으로 들어가버렸다.그녀가 원한 대답이었을지 루시아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게 그녀가 줄 수 있는 대답의 전부였다.마지막으로 그녀에게 건네지 못한남은 한마디를 조용히 중얼거렸다. 공감했다. 그녀와 자신의 처지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나 같아서.......”***브리짓은 저녁 만찬에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방으로 셀레나를 불렀다. 직접 지명해서 부른 거라서 차마 그녀가 안 가기도 뭐했다. 셀레나가 생각만 해도 싫다는 기색을 내비쳤지만 그럼에도 가기는 갔다.루시아는 브리짓이 먹을 수 있을 만큼 묽은 수프와 부드러운 빵을 주방장에게 부탁해 셀레나에게 건넸따다.“내 얘기는 하지마. 아마 오늘 조금 심술을 부릴 수도 있어. 셀리. 조심해.”원하지 않는 답변이었을 것이다. 연민이나 동정심에 대한 답변을 들으려고 온 것이 아니라는 걸 루시아가 모르지 않았다. 아마도 그녀가 원하는 진짜 대답은 차마

  • 남편교환   44화 입 맞추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루시아의 검은 머리가 밤하늘처럼 탐스러웠다. 그녀를 안고 밤새 나스로 향하는 국경을 달리고 싶어 전후처리도 하지 않고 왔지만 이미 그녀의 손에는 벨루아의 반지가 껴진 후였다.루시아는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애초에 레이루나는 그런 이야기가 없었다. 분명 자신에게 구혼을 한 남자는 데미안 벨루아 뿐이라고.“하지만, 어머니는 벨루아 공작 밖에는 구혼을 하지 않았다고......”에드윈의 존재를 알고도 루시아의 명예에 흠이 갈까 일부러 침묵했던 당시의 레이루나가 그들의 계획에 방해가 될 에이든의 존재를 루시아에게

  • 남편교환   40화 셀레나의 숙소

    루시아는 굳이 오두막에서 나가보겠다는 디디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얼마 전에야 상처를 회복해놓고 다시 밖으로 나서겠다는 그 소년의 활발함은 당황스러울 정도였다.“내가 주는 것들은 그렇게 예민해하고 힘들어하면서, 왜 셀레나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러가자는 건데. 이따가 일을 다 마치면 온다고 그랬어!”사실은 저보다 셀레나가 디디와 친한 것같아 샘이 났었다. 그러자 디디가 그녀의 입에 손가락을 갖다대더니 이렇게 말했다.“너, 셀레나의 숙소에 간 적 있어?”루시아는 눈을 끔뻑거렸다. 어릴 적에도 셀레나가 자신의 방으로 왔었지 하녀들의

  • 남편교환   19화 너무 어른이 된

    루시아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공작부인이 된 이래 그녀의 시녀가 아무리 친정인 아르테미스 백작가에서 데려왔다고는 하나 평민 출신인 것은 내내 그녀에게 흠잡히는 일이었다. 셀레나는 그때를 생각하며 자신의 아랫입술을 질끈 물었다.아주 어릴 적부터 유모인 제 어머니를, 그리고 그 딸인 저를 편견 없이 좋아해주던 아이였다.별을 닮은 듯 반짝이는 큰 눈망울이 어린 사슴 같던 루시아는 악독한 브리짓 언니 보다도 사실 다정한 셀레나가 더 좋다고 귓가에 비밀처럼 속삭이는, 그리고는 쑥스러워하며 볼을 붉히는 사랑스러운 아이였다.비가

  • 남편교환   18화 루시아의 흠

    거리감을 두는 그 호칭에 어쩐지 쓸쓸해진 마리아가 공작에게 부러 더 친하게 아는 체했다. 넓은 궁에서 황제가 후궁을 들였다는 소식을 시녀에게 전해 듣고 나면 자신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던 데미안의 제비꽃 눈동자가 종종 그립곤 했다. 그래서 무도회에서 만나면 그에게 꼭 인사를 건넸고 어쩐지 창백하고 무표정하게 저를 지켜보는 공작부인에게도 몇 번 아는 체를 했지만 결국 친해지지는 못했다.“얼마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들었어요. 너무 유감이에요.”그녀의 귀에도 들어간 것 같았다.아내 간수도 못하는 남자. 마리아의 앞에서 자존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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