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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Author: 애월섬
엄진경은 도시락을 들고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먼저 서현주의 얼굴을 살피다가 테이블 가득 놓인 선물 박스로 시선을 돌렸다.

“다 좋은 물건들이네.”

엄진경은 연씨 가문에서 오랜 세월 도우미 일을 했으니 좋은 제품임을 단번에 알아봤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몇몇 브랜드를 떠올리며 속으로 대충 가격을 추정했다.

“누가 선물 한 거야?”

엄진경이 물었지만, 서현주는 변호사가 보내오는 문자에 정신이 팔렸었다.

[말씀대로 이번 교통사고는 이상한 점이 많습니다. 계속 조사해 볼까요?]

서현주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대수롭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연지훈이 선물한 거예요.”

“얼씨구.”

엄진경은 그 말에 바로 선물에서 손을 뗐다. 그러자 박스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너무 오랜만에 연지훈이라는 이름을 들은 탓에 엄진경은 손끝이 떨려왔다.

그래서 불안한 얼굴로 서현주를 향해 말을 이었다.

“그 연지훈 맞지? 벌써 몇 해 동안 얼굴도 못 보고 지낸 거 아니었어? 그 사람이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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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유준이 다급하게 대답했다.“꾀병요? 꾀병은 잘 부릴 수 있어요.”연채린이 머뭇거리며 말했다.“꾀병이 아니라 진짜로 아픈 거야.”아이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연채린을 붙잡고 낮게 말했다.“고모, 그게 무슨 뜻이에요? 잘 모르겠어요.”연채린이 복잡한 심경으로 아이를 내려다봤다. 연유준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앙증맞은 얼굴을 가진 아이였다.아무리 안하무인에 심술을 부려도 예쁘고 귀여워서 뭐든지 다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아이였다.연지훈의 아들이라 태어날 때부터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살면서 아픈 적도 없었고 겪은 가장 큰 시련이라곤 집안 어른들의 꾸지람 정도였다.이렇게 맑고 순수한 눈망울을 보고 있자니 도무지 모질게 굴 수가 없었다.잠시 후 연채린이 주머니 속에서 쥐고 있던 약병을 내려놓고 나직하게 말했다.“아니야, 아무것도. 고모가 그냥 농담한 거야. 몰라도 돼.”연유준이 얼굴을 찌푸리더니 연채린에게 찰싹 달라붙어 입술을 삐죽거렸다.“농담이 아니라는 거 다 알아요. 지금 저한테 거짓말하시는 거죠?”그녀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이 없자 연유준이 애교를 부리며 졸라댔다.“고모, 제발 말해주세요. 제가 할 수 있다니까요? 고모, 고모 제발요.”연유준의 응석에 연채린의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그녀가 아이의 어깨를 잡고 물었다.“유준아, 고모한테 솔직하게 말해봐. 정말 엄마를 찾고 싶어?”“이미 여러 번이나 말했잖아요.”연유준이 큰 소리로 말했다.“고모, 저 정말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엄마가 돌아왔으면 좋겠어요.”아이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유이영을 쏙 빼닮은 두 눈에 억울한 기색이 가득했다.“고모는 우리 엄마가 보고 싶지 않아요?”연채린의 마음이 완전히 기울었다.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며 연유준을 껴안았다.“고모도 당연히 네 엄마가 돌아오길 바라지.”연유준이 몸을 꿈틀거렸다.“그럼 저한테 말해주세요.”그녀가 주머니에서 약병을 꺼내 아이에게 내밀었다.“알았어. 말해줄게...”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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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105화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진동한 순간 연채린의 두 눈이 반짝였다. 연지훈에게서 온 답장이라 생각하여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런데 연지훈의 메시지이긴 했으나 그녀가 원하던 대답이 아니었다.[유준이 잘 돌보고 있어. 며칠 뒤에 돌아가면 내가 직접 말할게.]유이영을 돕겠다는 뜻은 여전히 없었다.화가 치밀어 오른 연채린이 휴대폰을 거칠게 두드렸다.[며칠이나 더 있다가 오겠다고요? 유준이 손이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퉁퉁 부었어요. 당장 오는 게 아니라 며칠 뒤에? 오빠가 유준이 아빠라는 사실을 잊었어요? 아니면 서현주한테 홀려서 앞뒤 분간도 못 하는 거예요?]이번엔 연지훈의 답장이 바로 왔다.[선을 지켜. 집안일을 전부 보고받고 있는 거 몰랐지? 너 지금 도를 넘고 있어.]그 문자를 본 순간 연채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유이영의 일 때문에 마음이 급해져 연지훈의 앞에서 찍소리도 못하고 화는커녕 따져 물을 엄두도 내지 못했던 자신의 처지를 잠시 망각하고 말았다.연지훈과 남매이긴 했지만 둘의 관계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연지훈은 비즈니스 파트너를 대하듯 그녀를 사무적으로 대했다.해가 갈수록 연지훈의 속내를 점점 알 수 없게 되었고 집안 식구들에게도 살가운 얼굴 한 번 보여준 적이 없었다.연채린의 뼛속 깊은 곳에 연지훈을 향한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메시지를 읽고서야 비로소 상대가 누구인지 실감이 났다. 그는 연씨 가문의 실권자이자 냉철하고 잔인한 수단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연지훈이었다.멀리 경연시에 있으면서도 집안 상황을 꿰뚫고 있었고 심지어 연채린의 속내까지 짐작하고 있었다. 정말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무서운 남자였다.하지만 이게 바로 연지훈다운 모습이기도 했다.연채린의 호흡이 가빠졌다가 간신히 이성을 되찾고 답장을 보냈다.[그런 거 아니에요. 오빠가 오해했어요.]반박 한마디 보내고는 휴대폰 화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연지훈에게서 더 이상 답장이 없었다. 믿은 건지, 믿지 않은 건지 알 수 없었으나 믿지 않았을 가능성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1104화

    연채린은 서현주를 악인으로 각인시키려 작정한 듯했다.“유준아, 이 여자를 똑똑히 기억해. 이 여자가 자꾸 네 엄마 험담을 한 바람에 엄마랑 아빠가 싸우게 된 거야. 정말 나쁜 사람이야. 이젠 네 엄마까지 잡아가고 풀어주지 않고 있어. 엄마가 사라져서 아빠랑 단둘이 있을 기회가 생겼으니 조만간 진짜 네 새엄마가 될지도 몰라.”어린 연유준이 연채린의 교묘한 이간질을 알아챌 리 만무했다. 끓어오른 분노에 연유준의 두 눈이 시뻘게졌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진짜 싫어요. 이 여자가 새엄마 되는 거 절대 허락 못 해요. 이 여자 너무 미워요.”연유준이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연채린의 손을 잡았다.“그럼 아빠는요? 아빠는 허락했어요?”연유준의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연채린이 고개만 끄덕여도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연채린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빠도 이 여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 아빠도 이 여자를 정말 싫어해. 그러니까 유준아, 서현주를 절대 좋아하면 안 돼. 끝까지 싫어해야 해, 알았지?”연유준이 주먹을 꽉 쥐고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네, 절대 안 좋아할게요. 저한테 다가오면 때리고 물어버릴 거예요.”연채린이 아이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유준이는 참 착한 어린이야.”연유준의 손바닥에 연고를 발라준 다음 침대에 눕혔다. 아이가 할 말이 있는지 망설였다.“고모, 할아버지가 시험지 풀라고 했는데...”그녀는 아이를 눕힌 뒤 이불을 덮어줬다.“할아버지가 겁주려고 그런 거야. 풀지 않아도 돼. 푹 쉬어.”그녀가 이불 귀퉁이를 여며주자 연유준이 연채린의 손가락을 잡았다.“우리 엄마는 어떡해요? 엄마를 구할 방법이 또 없을까요?”연채린이 울어서 빨개진 아이의 눈과 코끝을 쳐다봤다. 계획을 계속 이어가야 하나 망설이기 시작했다.“유준아, 엄마가 정말 돌아왔으면 좋겠지?”연유준이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당연하죠.”그녀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네 몸에 해로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31화

    서현주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저희 형편은 이래요. 그냥 받아들이세요.”엄진경의 말대로 서현주가 구한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지만 다행히 2층이라 짐을 금방 옮길 수 있었다.낡은 동네에 낡은 건물이지만 집 안의 시설은 부족함이 없었다. 방 두 개에 거실 하나로 이루어진 작지만 아늑한 공간, 서현주와 엄진경이 대충 짐을 풀고 나니 어느덧 정리가 끝나갔다.서현주는 능숙하게 책가방을 열어 연습장을 꺼냈다.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기에 그녀는 단 한순간도 느슨해질 수 없었다.한편 연씨 저택으로 돌아온 연지훈은 문 앞에 서 있었다.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44화

    서현주는 눈빛이 어두워졌고 서서히 주먹을 쥐었다.이 피아노는 가격도 매우 비싸고 연지훈이 특별히 연제국에서 공수해 온 것으로 많은 스토리가 담겨 있었다.서현주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했다. 연지훈은 바로 그녀의 생일날, 이 피아노를 유이영에게 선물했다.작년 생일만 해도 그녀와 연지훈의 관계는 지금처럼 얼어붙진 않았다.그때 연지훈은 진심으로 그녀를 여동생으로 여기며 모든 일에 세심하게 배려했다.연씨 가문에 입양된 후, 그녀의 모든 생일을 연지훈은 정성껏 챙겨주었다.수십억 원대의 이 피아노는 연지훈이 그녀에게 준 생일 선물이었다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32화

    연지훈은 시선을 올리고 짙은 눈동자로 연동욱의 흐릿한 두 눈을 바라봤다.이에 연동욱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어쨌거나 현주는 우리 집안 사람이 아니잖니. 넌 늘 우리 집안부터 생각해야지, 외부인이 아니라...”연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한편 연동욱은 시선을 거두고 창가 쪽을 바라봤다.“아쉽다면 네가 다시 데려와도 좋아.”그의 예상대로 연지훈은 이 제안을 거절했다.누구나 알다시피 서현주와 연씨 가문이란 마치 서현주와 유이영의 관계와 같았다.연지훈은 오직 유이영만, 그리고 연씨 가문만 선택할 것이다.그는 자신이 무엇을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제26화

    서현주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연승재가 대문에서 그녀를 막아섰다.연승재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입을 굳게 다물고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듯했다.“병원에서 채린이랑 이영 누나 때렸다고?”그는 팔을 뻗어 서현주를 막아섰다. 주먹을 불끈 쥐어서 손등에 실핏줄이 튀어 올랐다. 마치 언제라도 주먹을 날릴 준비가 된 듯했다.서현주는 옥고리를 주머니에 넣고 고개를 들면서 차분하게 물었다.“그럼 또 어쩔 건데요?”순간 연승재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퍽!명쾌한 타격음이 병원에서 서현주가 연채린을 때렸던 소리보다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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