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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장 큰 후회는 너였다
내 가장 큰 후회는 너였다
Author: Kester

제1화

Author: Keste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4 12:00:08

짙은 남색 서류철 하나가 엘레나 앞 유리 테이블 위로 거칠게 내던져졌다.

“서명해.”

찰리의 목소리는 아무런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

“사라가 돌아왔어. 완전히 회복됐고, 이제 더 이상 너 때문에 숨어 지낼 이유도 없어.”

엘레나는 서류 맨 위에 굵은 글씨로 적힌 **‘이혼’**이라는 단어를 바라보았다.

순간 가슴이 숨조차 쉬기 힘들 만큼 답답하게 조여 왔다.

5년의 결혼 생활 동안 그녀는 지옥 속에서 버텼다. 친동생을 해친 괴물이라는 비난을 묵묵히 감내했고, 자신을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찰리를 끝없이 보살펴야 했다.

그 모든 고통을 견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언젠가는 찰리가 자신을 사라의 그림자가 아닌, 엘레나라는 한 사람으로 바라봐 줄 거라는 어리석은 희망.

하지만 오늘, 그 희망은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수십 년 전 얼어붙은 호수에서 목숨을 걸고 구해 냈던 바로 그 남자에게 짓밟혀 버렸다.

엘레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이 남자 앞에서 다시는 눈물을 흘리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찰리… 당신은 단 한 번이라도 내게 물어본 적 있어?”

차가운 떨림이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말 내가 브레이크를 망가뜨렸는지. 정말 내가 당신 눈에 그렇게까지 잔인한 사람인지.”

찰리는 비웃음을 흘렸다.

의자에 몸을 기대고 팔짱을 낀 채 오만한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뭘 더 물어봐야 하지, 엘레나?”

그의 눈에는 순수한 증오만이 담겨 있었다.

“사라는 네가 나에게 집착한 탓에 평생 불구가 됐어.”

그는 냉정하게 쏘아붙였다.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질투했잖아.”

찰리는 검지를 들어 엘레나를 향해 겨눴다.

“이제 사라는 자신의 행복을 되찾으러 돌아왔어. 난 다시는 네가 그녀를 건드리거나 해치는 걸 두고 보지 않을 거야. 애초에 네가 이 집에 있었던 것 자체가 잘못이었어.”

잘못….

엘레나는 미친 듯이 웃고 싶어졌다.

사라가 해외에서 고통받았다면, 자신의 삶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매일 밤 텅 빈 방에 홀로 갇혀 찰리의 차가운 거절에 울다 토할 정도로 무너졌던 사람은 누구였던가.

찰리는 술에 취한 채 그녀와 결혼했고, 사라를 불구로 만든 대가라며 평생 그녀를 괴롭히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엘레나는 언젠가 진실이 밝혀질 거라는 믿음 하나만으로 그 모든 고통을 견뎠다.

정말 어리석었다.

“맞아요.”

엘레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낮게 속삭였다.

“당신을 사랑하며 5년을 보낸 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였어요.”

찰리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체념이 담긴 그녀의 목소리에 이상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의 오만함은 곧 그 감정을 덮어 버렸다.

“깨달았다니 다행이군.”

그는 차갑게 말했다.

“위자료나 챙겨. 그리고 우리 인생에서 최대한 멀리 사라져.”

엘레나는 계약서에 적힌 거액의 위자료를 바라보았다.

찰리에게 그 돈은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에 붙여진 값이었다.

떨리지만 단호한 손으로 그녀는 펜을 집어 들었다.

십수 년 동안 품어 온 사랑은 이제 완전히 재가 되어 버렸다.

엘레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적었다.

끝났다.

지긋지긋했던 인연이 마침내 끊어졌다.

그녀는 펜을 내려놓았고, 펜은 유리 테이블 위를 데굴데굴 굴러갔다.

엘레나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이제 그녀의 눈에는 상처도, 미련도 없었다.

오직 끝없는 공허만이 남아 있었다.

마치 눈앞의 남자가 그저 낯선 타인일 뿐인 것처럼.

하지만 그 차가운 시선은 이상하게도 찰리의 가슴을 순간 움찔하게 만들었다.

설명할 수 없는 상실감이 불쑥 밀려왔지만, 그는 애써 그것을 무시했다.

“나 갈게요.”

엘레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리고 맹세할게요, 찰리.”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언젠가 당신은 무릎을 꿇고 오늘로 시간을 되돌려 달라고 신께 빌게 될 거예요. 당신을 위해 진심으로 목숨까지 내놓았던 단 한 사람을 스스로 버린 바로 오늘을.”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엘레나는 등을 돌려 방을 나섰다.

가랑비가 내리는 저택의 정문을 지나며, 그녀는 아직 평평한 자신의 아랫배 위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오늘 아침, 임신 테스트기에 선명하게 나타난 두 줄.

그 작은 생명의 존재를 이제 막 알게 된 것이다.

빗물에 젖은 엘레나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찰리… 당신은 이 아이의 존재를 영원히 모를 거예요.”

오늘부로 나약했던 엘레나는 죽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날, 그녀는 더 이상 누구의 그림자 아래에도 서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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