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훈은 웃으며 말했다.“사업 문제는 걱정하지 마요. 회사에 관리팀이 있으니까요. 다만 전 대표님의 결혼식 사회를 맡는 건 피할 수 없네요.”“그건 피할 수 없죠. 전 대표님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싶어도 기회가 없는 사람이 많아요. 소지훈 씨가 전 대표님의 결혼식 사회를 맡는 건 정말 행운이네요.”정윤하는 사실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에 참가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부부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었고 얼굴 한 번 마주친 적도 없었다. 설사 소지훈이 정윤하를 데려간다고 해도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과 친하지 않기 때문에 갈 수 없었다. 게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가야 했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했다.소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정윤하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할머니라는 방해꾼이 없자, 소지훈과 정윤하는 하루 종일 함께 있었고 그 사이의 남아 있던 어색함은 완전히 사라졌다.그 후 이틀 동안 소지훈은 여전히 무료 가이드로서 정윤하와 아이들을 데리고 여기저기를 구경시키고, 현지의 정통 간식 음식을 맛보게 해주었다.이틀 후, 정윤하는 아이들과 함께 관성을 떠났다.즐거운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어느덧 전태윤과 하예정의 결혼식이 다가왔다.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한 지 1년이 되었고 결혼 1주년 기념일도 이미 지나갔다. 전태윤은 아내에게서 받은 귀한 선물에 보답하며 하예정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고 매년 결혼기념일에는 함께 잘 기념하기로 약속했다.결혼식 3일 전에 하예정은 친정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의 친정은 언니의 집이었다.여동생이 시집가는 곳과 가까워지게 하기 위해, 또 레아닐 아파트에서 하예진을 괴롭히는 취객을 피하기 위해 하예진은 아들과 함께 레아닐 아파트를 떠나 전태윤 부부가 선물한 별장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하예진은 그 선물을 받지 않고 전태윤과 매매 계약을 체결해 전태윤에게서 그 별장을 구입했다.가격은 비밀로 했다.하예정은 언니의 자존심을 존중하면서도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가격 협상에서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하예진이 그 집으로
“성소현 씨”성소현을 본 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인사했다.“숙희 아주머니, 어떻게 여기 있어요?”낯이 익은 숙희 아주머니를 보자 성소현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사모님께서 친정으로 돌아오셔서, 도련님께서 저와 강일구 씨를 보내셨어요.”도련님은 숙희 아주머니와 강일구에게 하씨 가문에서 일하도록 하고 월급도 계속 지급하며 인상해 주었다.전태윤의 경호원들과 전씨 가문의 하인 중에서 하예진 모자는 숙희 아주머니와 강일구에게 가장 익숙했다.전태윤이 그렇게 배려한 이유는 하예진 모자가 평안하게 지내야 전 사모님이 기분이 좋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성소현은 웃으며 말했다. “그게 바로 태윤 씨의 방식이죠. 태윤 씨는 항상 예정을 세심하게 배려해요. 정말 자상하고 다정한 사람이에요.”예전에는 전태윤이 너무 차갑고 무정하다고만 생각했다.오랜 짝사랑에도 결실이 없었고 공개적으로 전태윤을 쫓아다녔지만, 전태윤의 눈길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전태윤은 원래부터 냉정한 사람이고 다정함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나중에야 전태윤이 다정함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 다정함을 자신에게 주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다행히도 전태윤이 깊이 사랑하는 여자는 성소현의 사촌 동생이었고 그 훌륭한 남자가 남에게 넘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심했다.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사모님은 도련님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소중한 분입니다. 그만큼 소중히 여긴다는 뜻이에요.”숙희 아주머니는 별장 대문을 열며 성소현에게 말했다.“성소현 씨, 차를 안으로 들이세요.” “네. 그래야겠어요. 점심 먹고 예정이랑 같이 있을 거라 오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태윤 씨도 점심 먹으러 오시나요? 제가 불편하게 하는 건 아닐지 걱정되네요.”숙희 아주머니가 대답했다.“도련님은 요즘 정신없이 바쁘셔서 밤에만 잠깐 들르셔서 사모님을 보시곤 해요.”결혼식 준비로 전태윤은 너무 바빴다.그래도 아무리 바빠도 매일 밤 하씨 가문에 와서 아내를 보러 왔다.“저는 태윤 씨
“아이들은 다 그렇죠.”숙희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다.“좀 더 크면 괜찮아질 거예요. 우빈은 유치원 가기 싫어하지만, 울고 떼쓰지는 않아요. 그저 일부러 행동을 천천히 해서 꾸물거릴 뿐이에요. 하예정 씨가 워낙 성격이 좋은데도 그 느긋함을 못 견디죠.”“우빈은 꾸물거리면서도 늦을까 봐 늘 걱정해요. 늦으면 창피하다고 하더라고요.”“어떨 때 하예정 씨는 우빈이 너무 답답해서 일부러 우빈이를 두고 작은 가방만 들고 나가면 우빈은 울면서 서두르죠.”성소현이 말했다.“역시 아이는 보기만 하는 게 좋네요.”우빈은 성소현에게 이미 매우 착한 아이로 보였지만, 그동안 성소현이 본 건 그저 겉모습일 뿐이었다. 매일 아이를 돌본다면 성소현도 금세 지칠 것 같았다.숙희 아주머니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그게 사실이에요. 다른 사람의 아이는 보면 정말 귀엽고 자신도 열 명이고 여덟 명이고 낳고 싶어지죠. 그런데 막상 자기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다시 배 속에 넣고 싶어질걸요.”성소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중에 자신이 예준하와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아이는 예준하에게 맡기고 성소현은 그냥 보기만 하겠다고 같이 놀고 밥만 챙겨줄 수 있지만, 훈육이나 걱정은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조금 무책임해 보이는 것 같았다.“사모님, 성소현 씨가 오셨어요.”숙희 아주머니가 집 안으로 들어가며 하예정을 불렀다.거실에서 심심하게 TV를 보던 하예정은 숙희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 성소현이 온 걸 보고는 바로 웃으며 일어나 성소현을 맞이했다.하예정은 성소현에게 장난스레 불평했다.“언니, 정말 너무해요. 이렇게 많은 시간을 두고 한 번도 안 와서 저랑 같이 있어 주질 않다니, 저 너무 심심해 죽겠어요.”결혼식 준비는 하예정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도와주고 싶어도 할 일이 없었다.회사로 출근할 수도 없고 서점에 가려고 해도 심효진이 빨리 돌아오라고 재촉하며 집에서 신부가 될 준비나 하라고 했다.바쁜 게 익숙한데, 갑자기 모든 게 멈춘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자 하예정은 몸
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소지훈 씨의 그런 특별한 경우는 아무나 견딜 수 있는 게 아니에요.”“소지훈 씨가 운명의 여인을 찾았대.”성소현이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저도 알고 있어요. 며칠 전에 소지훈 씨가 우리 집 남편에게 말하더라고 정겨울 씨를 데리고 우리 집에 놀러 오고 싶다고 해서 태윤 씨가 허락했어요. 할머니는 정겨울 씨가 정말 못 하는 게 없다고 하시면서 소지훈 씨와 아주 잘 어울린다고 하셨어요. 또 정겨울 씨 같은 여자가 소씨 가문의 사모님 자리를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을 거라고 하셨죠.”“할머니가 말씀하시길 정겨울 씨의 무술 실력이 엄청 뛰어나다고 태윤 씨도 정겨울 씨를 당해낼 수 없다고 하셨어요. 정겨울 씨는 어릴 때부터 무술을 배운 명문가 출신이지만, 태윤 씨는 그저 어설픈 수준이잖아요. 어떻게 비교가 되겠어요.”“저도 어설프긴 마찬가지예요.”성소현이 웃으며 말했다.“태윤 씨가 네가 태윤 씨를 그렇게 말하는 걸 들으면 얼굴이 확 상할 거야. 태윤 씨는 워낙 자신만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늘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뛰어난 남자라고 생각하거든. 네가 태윤 씨의 무술 실력이 어설프다고 말하면 태윤 씨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걸?”“인정 못 하면 정겨울 씨에게 도전하러 가면 되죠. 정겨울 씨가 확실하게 태윤 씨를 이겨서 복종하게 만들 거예요.”성소현이 말했다.“예정아, 내가 보기에 너 태윤 씨가 정겨울 씨에게 도전하길 바라는 것 같은데? 만약 네가 임신 중이 아니었다면 너도 도전해 보고 싶지 않았어?”“아니에요.”하예정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저는 저의 실력을 잘 알아요. 저의 이 정도 허접한 실력은 모자란 깡패들 상대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정면 대결에서는 이길 수 없어요.”하예정이 과거에 깡패들에게 둘러싸였을 때도, 항상 기선을 제압하고 기습적으로 공격했기 때문에 깡패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상대의 많은 인원수 때문에 하예정은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언니랑 예준하 씨는 약혼이나 결혼할 계획이 있어요?”
하예정은 성소현을 설득하지는 못했으나 성소현이 하예정을 생각하는 마음에 감동하였다.성소현은 하예정과 사촌 자매인 줄 몰랐을 때도 하예정을 잘해주었다.성소현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생각하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사람이었다.다만 원래부터 친했었던 하예정과 심효진을 빼고는 성소현의 마음을 나눌 수 있을 만큼 좋은 친구는 많지 않았다.“언니, 꼭 준하 씨랑 상의해서 준하 씨의 의견을 들어봐요. 만약 준하 씨가 탐탁지 않아 하면 나 때문에 괜히 싸우지 말고 준하 씨가 하자는 대로 해요.”하예정은 성소연의 손을 잡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원하는 건 언니의 행복이에요. 나 때문에 준하 씨와 언니의 인륜지대사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아요.”성소연은 반대로 하예정의 손을 잡아주며 얼굴에 미소를 띠고 말했다.“예정아 걱정하지마. 나는 준하가 내 결정을 충분히 이해해 줄 거라고 믿어. 어차피 우리는 약혼을 먼저 할 계획이었어. 결혼은 나중에 천천히 해도 돼.”예준하는 솔직히 결혼이 조급했지만 성소현의 결정을 존중했다.관성에서 예준하 이외 남자들은 성소현을 마음에 품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성격이 별로인 성소현이 결혼 후 사고만 칠까 봐 걱정이었고 또 다른 이유는 성씨 가문과 걸맞은 집안이 없었다.관성에 있는 상류 사회층의 모든 사람은 성소현이 성씨 가문에서 수많은 총애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또한 이경혜의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격 때문에 사돈이 되면 어울리기 어렵고 관계가 틀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았다.그뿐만 아니라 성소현이 과거에 전태윤을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관성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알고 있었다.그들은 자신을 전태윤보다 부족하다고 여기고 성소현의 눈에 들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경혜의 반대만 아니었다면 예준하는 누가 성소현을 빼앗아 갈까 봐 걱정하며 결혼을 조급해할 필요도 없었다.성소현이 언제 결혼하고 싶어 하면 그때 해도 무방했다.하지만 지금은 이경혜가 반대하고 소지훈까지 개입하면서 결혼이 급해
예준하가 라이벌로 여겼던 남자는 유일하게 장연준밖에 없었다.소지훈은 연기일 뿐이라는 걸 예준하도 잘 알고 있었다.“예정 씨.”숙희 아주머니가 미소를 지으며 하예정을 향해 걸어왔다.“예씨 집안 큰 어르신과 사모님께서 쌍둥이를 데리고 오셨어요.”예준성의 모든 가족은 다 서원 리조트에 머물고 있었다.전태윤과 하예정은 예씨 가문을 직접 초대했다.결혼식 날짜가 다가오자 하예정은 시댁에서 나와 언니네 집에서 머물다 결혼식 당일 언니네 집에서 출가하기로 했다.언니의 집은 하예정의 친정집과 마찬가지였다.예전처럼 언니가 만약 주씨 집안의 며느리였으면 하예정은 언니네 집에 묵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다르다.언니는 주씨 집안에서 나와 독립했고 인젠 주씨 집안 사람이 아니라 하씨 가문의 사람이기 때문이다.이젠 언니가 주인이고 언니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언니의 집이 곧 하예정의 친정집이다!“어서 오세요.”하예정이 잠시 친정에 머무는 동안 모연정 고부가 두 아이를 데리고 하예정을 보러 왔다.모연정은 하예정을 빼고는 관성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하예정과는 이미 잘 아는 사이지만 앞으로 동서지간으로 지낼 성소현은 아직 접촉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어색했다.예준성은 모연정하고는 달랐다.필경 그는 예진 그룹의 주인이며 관성에 진행 중인 사업도 있었다.예준성이 관성에 올 때마다 여러 상업계의 회장들이 예준성을 찾아 음식을 대접하며 사업 이야기를 나누기를 원했다.모연정은 두 아이가 마음에 걸려 남편과 동행하지 않았다.하예정과 성소현은 함께 안방에서 나왔다.모연정이 예지호를 예애정이 예지연을 품에 안은 채 걸어왔다.예애정은 절대적으로 손녀 예지연을 더 이뻐하는 것 같았다.매번 볼 때마다 손녀 예지연만 안고 있었고 늘 예지연은 자신한테 유일무이한 손녀이니 더 이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손자야 뭐 많으니 그렇게 희귀하지가 않다고 했었다.하지만 그에게 손자도 한 명일 뿐이었다.지호는 모연정의 품에서 엉엉 울고 있었고 지연은 울고 있는 쌍둥이 오빠
하예정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실수로 그랬겠죠. 고의로 오빠를 때렸을 리가 없잖아요.”모연정도 웃으며 말했다.“지호는 진짜 울기 좋아해요. 겨울 씨 집의 예훈이랑 겨뤄볼 만하다니깐요. 형제 둘이 우리 집안 한 쌍의 울보예요.”예훈이가 울기 좋아한다는 건 하예정도 알고 있었다.정겨울은 아들이 울기만 하면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우는 걸 두려워했다.지금도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준다는 핑계로 관성에 도망 와서는 하예정과 전태윤의 결혼식이 끝나고 돌아간다는 또 다른 핑계를 대고 있었다.어차피 예훈은 신의가 돌보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오히려 신의가 정겨울 보다 아이를 돌보는 경험이 더 많았다.필경 정겨울은 신의 손에서 자랐고 현재 정겨울이 제자로 들인 준호도 신의가 돌보면서 가르치고 있었다.정겨울은 제자를 내버려두다가 가끔 테스트만 진행했다.준호와 우빈은 나이는 비슷했지만, 준호의 기억력과 이해력이 우빈보다 훨씬 우월했다. 정겨울이 준호를 제자로 삼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정겨울은 우빈이가 사업 쪽에 더 기질이 있다고 하예정한테 말했었다.전태윤이라는 친 이모부를 뒷배로 둔 우빈의 미래도 사실상 무한대에 가까웠다.“애들이 어릴 때는 다 마찬가지예요. 울고 보채고. 예전에 우빈이도 어렸을 땐 하루에 수십 번을 울었어요.”“아주머니 저 지연이를 안아봐도 될까요?”성소현은 미래의 시어머니 눈치를 보며 물었다.예애정은 망설임 없이 지연이를 성소현한테 넘기며 말했다.“지연이는 낯을 안 가려서 돌보기 쉬워.”이렇게 작은 아이를 안아본 경험이 없던 성소현은 지연이를 안자 움직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얼마 못 지나 성소현은 지연이를 다시 예애정한테 넘겨주면서 웃으며 말했다.“안 되겠어요. 이렇게 어린아이는 안아본 적이 없어서 안고 어떻게 걸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손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거 같아요.”예애정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자주 안아보면 익숙해질 거야.”하예정은 예씨 가문의 고부 두 사람을 방으로 모셨다.울보 예지호는 집에
숙희 아주머니는께서 귀한 손님을 두 분께 대접할 다과를 준비해 왔다.자리에 앉은 성소현은 왠지 예지연을이를 안을 수 있을 거 같아 곧바로 예애정한테서 예지연지연이를을 넘겨받았다.지연이는 무르익은 포도알같이 맑은 눈으로 성소현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지연이가 저를 향해 웃었어요.”아기의 웃음에 성소현은 기쁨을 금치 못하고 지연이의 작은 볼에 연속으로 입을 맞추어 댔다.예애정은 미래의 막내며느리 성소연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맏며느리 모연정도 좋아하지만 성소현의 성격이 자신과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했다.예애정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지연이가 평소에 잘 웃는 편이 아닌데. 작은이모가 마음에 들었나 봐.”모연정도 웃으며 말했다.“지연이는 준성 씨 성격을 꼭 빼닮았어요. 아직 어려서 잘 안 알리지만 좀 크면 알릴 거예요. 평소에 별로 울지도 않고 조용해요. 물론 자주 웃지도 않고요.”예준하가 마음에 둔 여자라 그런 것인지 낯선 사람 앞에서 웃어 본 적이 없던 지연이가 겨우 두 번 보는 성소현을 향해 웃었다는 건 분명히 지연이가 성소현을 좋아한다는 표현이었다.“준성 씨를 닮으면 좋죠. 우수한 분이시잖아요.”하예정은 지연이의 볼을 콕콕 찌르며 예애정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할머니도 두 아이가 온 걸 알면 참 좋아하실 텐데.”“그러게 말이야. 어르신께서 지연이를 안고 놓지를 않으셨어. 내가 지연이의 친할머니가 아니었으면 어르신한테 지연이를 빼앗길 뻔했다니까.”하예정은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제 뱃속에 있는 아기는 아들인지 딸인지 모르겠어요. 다들 딸이길 바라지만 제 직감으로는 작은 전태윤 같아요.”시댁 식구들은 하예정의 아이가 딸 이길 기대하고 있었다.지난번 큰스님은 전태윤과 하예정은 아들과 딸을 다 가질 운명이라고 말씀하셨다.“아들이든 딸이든 다 좋지.”예애정은 모든 걸 겪어본 어른의 관점에서 하예정을 위로했다.“아들이든 딸이든 잘 가르쳐 인재로 키우면 부모로서 다 복 받은 거야. 나를 봐. 나도 아들만 둘이고 딸이 없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