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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작가: 봄빛요요
서지훈은 세차게 고개를 저어 댔다.

그는 내 환심을 사려는 듯 비굴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레 내 손을 잡으려 다가섰다.

내가 뒤로 서너 걸음 물러서며 피하자 그의 손이 머쓱하게 공중에 멈춰 섰다.

“서연아, 나... 그냥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그랬던 거야. 사실 요 며칠 동안 매 순간 네 생각이 났어.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네가 주름 하나 없이 다려놓은 정장이며 네가 싸준 도시락이며 날 위해 챙겨주던 사소한 모든 일들이 계속 떠올랐어. 나 진짜 너 없인 안 돼. 너 없이 못 살 것 같아. 이런 기분 주희한테는 느껴본 적 없어, 오직 너한테만 그래. 그날 도현이가 전화를 받았을 때 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정말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원래 내 사람이었던 네가 다른 남자 품에 안긴다는 사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어. 네가 언제까지나 날 기다려주고 나한테 먼저 져줄 줄 알았어.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쓰레기 같은 짓도 많이 하고 못 할 말도 너무 많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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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전남친의 절친   제8화

    누군가의 치밀한 기획하에 실시간 검색어는 한 달 동안 계속 상위권을 유지했다. 덕분에 서지훈과 민주희의 이름 석 자는 완전히 더러워졌고 서진 그룹은 안팎으로 쑥대밭이 되어 당장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웠다.반면 나의 나날은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김도현이 매일같이 지극정성으로 챙겨주는 음식들을 받아먹느라 바빠서, 그런 한심한 소식에 시간을 낭비할 여유조차 없었다.그러던 어느 날, 식사를 하던 중에 뜬금없이 속이 메스껍더니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로 구역질이 올라왔다.우리 둘 다 심상치 않은 상황을 직감하고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임신하셨습니다. 아빠 엄마가 되신 걸 축하해요.”의사의 한마디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 등 뒤에 서 있던 김도현은 나보다 훨씬 더 심하게 목소리를 떨고 있었다.진료실을 나와 대기실에 이르자 그는 나를 의자에 부드럽게 앉히고는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그제야 그의 눈시울이 붉게 젖어 있는 게 보였다.“분명... 분명 피임도 철저하게 챙겼는데. 애 낳는 거 진짜 많이 아프잖아. 난 네가 아픈 거 딱 질색이야. 그러니까... 그냥 아기 안 낳으면 안 될까...”나는 기겁하며 얼른 내 배를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우리 아가, 아빠가 하는 나쁜 말은 귀 막고 듣지 마!”나는 헛웃음이 나와 김도현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울지 마요, 난 괜찮아요. 벌써부터 아빠가 그런 소리나 하면 나중에 태어나서 아빠 미워할걸요?”김도현은 완강히 고개를 저었다.“누구든 내 소중한 아내 힘들게 하면 난 내 자식이라도 예뻐할 생각 없어.”마주친 시선 사이로 두 사람의 잔잔한 미소가 겹쳤다.김도현이 조심스레 팔을 뻗어 나를 꼭 안아주었다.“고마워.”나 역시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오히려 내가 더 고마워요. 아빠가 세상을 떠나셨을 때, 난 내 인생의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이제 보니 난 세상 모든 걸 얻었네요.”우리는 서로에게 기대어 온기를 나누느라 그 누구도 병원 복도 구석에 초라하게 웅크리고 있던 그림자를

  • 내 남편은 전남친의 절친   제7화

    오늘은 김도현과 나의 역사적인 공식 첫 데이트 날이었다.데이트에 앞서 내가 귀찮게 졸라댄 끝에야 그가 나를 어떻게 좋아하게 되었는지 들을 수 있었다.무려 첫눈에 반했다는, 그 뻔하디뻔한 이야기였다.이런 드라마 같은 일이 내 현실에 일어날 줄이야.하필 내가 이미 그의 절친과 사귀고 있었기에 김도현은 마음을 접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그리고 뒤에서 나를 멍청하다고 비웃는 민주희를 차마 두고 볼 수 없었고, 내가 계속 바보처럼 속고 사는 게 안타까워 조언해 줬던 건데 오히려 나한테 이간질쟁이로 오해받기까지 했다는 것이다.그래도 정말 다행히, 우린 인연을 놓치지 않았다.하지만 첫 데이트는 그리 순탄치 않았다.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내 휴대폰 벨 소리가 적막을 깨고 울렸다.“받지 마.”하지만 벨 소리는 포기를 모르는 듯 끈질기게 귀를 찔렀다.혹시 급한 일일까 봐 걱정스러운 마음에, 나는 김도현에게 미안해하면서도 결국 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로 어딘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번에 술자리에서 들었던 강성진이라는 녀석의 목소리 같았다.“여보세요, 백서연 씨 맞죠? 지훈이 형한테 좀 와봐요. 이러다 진짜 술 마시다 죽을 것 같아요. 병째로 들이켜는데 벌써 몇십 병은 마셨다니까요.”짜증을 억누르는 듯한 껄끄러운 어조였다.곧이어 혀가 잔뜩 꼬인 서지훈의 주정 섞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빌어먹을, 내가 연락하지 말랬잖아! 걔는 지금 나를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데 왜 쓸데없이 오지랖이야!”그러자 강성진이 결국 폭발했다.“형! 난 진짜 납득이 안 가! 지가 행실 똑바로 안 하고 도현 형이랑 붙어먹어서 형 뒤통수치고 바람피운 년인데 왜 아직도 감싸고 도는 건데? 나 같으면 이런 여자는 벌써 가만 안 뒀어!”소란스럽던 바 내부의 소음이 그 순간 거짓말처럼 멈췄다.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뒤이어 쨍그랑하며 술병이 바닥에 처박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주먹이 살에 꽂히는 둔탁한 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생생하게 울렸다.“네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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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이 되자 나는 또다시 휴대폰 벨 소리에 잠이 깼다.이번엔 김도현의 휴대폰이었다.비몽사몽 중에 손을 뻗어 전화를 집어 들었는데, 무심결에 수신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이미 통화가 연결된 상태였다.나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김도현에게 휴대폰을 건넸다.“도현 씨, 전화 왔어요. 얼른 받아요...”그때 수화기 너머로 잔뜩 흥분한 분노의 목소리가 벼락같이 터져 나왔다.“야! 이 미친년아, 진짜 너였어? 백서연, 당장 문 열어! 감히 내 친구 놈이랑 눈이 맞아 가지고 침대에서 뒹굴어?! 젠장!”이내 문이 부서질 듯 쿵쾅거리는 소리가 집안을 울렸다.서지훈의 고함은 방음문 밖에서도 생생하게 들릴 정도로 컸다.“백서연, 문 열어! 김도현, 친구라는 놈이 감히 내 여자랑 붙어먹어? 문 열라고!”쾅쾅거리는 소리가 갈수록 요란해지자 내 잠은 완전히 달아나 버렸다.김도현이 문을 열자마자 서지훈이 기다렸다는 듯 들이닥쳤다.덥수룩한 수염에 눈은 벌겋게 충혈된, 몹시 초췌한 몰골이었다. 그는 다짜고짜 내 손목부터 거칠게 움켜쥐며 분노를 쏟아냈다.“백서연, 어쩐지 이번엔 연락 한번이 없더라니, 다른 남자랑 침대에서 구르고 자빠져 있었던 거야? 낯짝 한 번 두껍다, 진짜!”하지만 서지훈은 그 뒤의 말을 더 잇지 못했다. 내 손바닥이 이미 그의 뺨을 시원하게 후려쳤기 때문이다.짝!맑고 경쾌한 마찰음이 정적을 깨뜨리며 사방을 메웠다. 김도현이 혼인신고서를 내게 건네자 나는 서류를 활짝 펼쳐 그의 면상에 그대로 내리쳤다.“눈 똑똑히 뜨고 잘 봐, 혼인신고서야. 말했지, 네가 예식장을 뛰쳐나간 그 순간부터 그 결혼식은 너랑 아무 상관없어졌다고. 합법적인 부부가 한 침대에서 자는 게 대체 무슨 문제인데? 그리고 내 낯짝이 두껍다고? 우리가 만나는 동안 민주희랑 침대에서 구르고 제 친구들 모아놓고 날 헌신짝 취급하며 씹어대던 너 같은 인간쓰레기보단 내가 훨씬 떳떳하지!”서지훈은 멍해졌다.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악을 썼다.“나랑 주희는 네

  • 내 남편은 전남친의 절친   제4화

    “김도현! 미쳤냐?!”서지훈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김도현의 강압적인 손길을 좀처럼 뿌리칠 수가 없었다.강성진을 비롯한 몇몇이 싸움을 말리려 다가왔으나, 그들이 곁으로 오기 무섭게 김도현은 곧바로 주먹을 날려 강성진의 면상을 받아쳐 버렸다.민주희는 의자에 주저앉아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겁먹은 눈으로 바라볼 뿐이었다.“도현 오빠...”하지만 김도현은 가차 없이 그녀의 말을 잘라 버렸다.“닥쳐. 난 여우 짓이나 하는 가식적인 동생 둔 적 없어.”서지훈 역시 분에 못 이겨 주먹을 휘둘렀지만 김도현은 가볍게 피해 버렸다.“이 자식이, 감히 주희한테 어떻게 그따위 말을 지껄여!”민주희는 겁에 질려 더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화면의 구도가 바뀌면서 그의 얼굴이 똑똑히 드러났다. 김도현의 표정이 한층 더 싸늘하게 가라앉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그를 진정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는 태블릿을 내려놓고 무음으로 전환한 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영상 속에서 익숙한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김도현은 거의 동시에 서지훈을 거칠게 밀쳐내더니, 전화를 받으며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을 다정하게 풀었다.수화기 너머로 나직하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지금 밖에 일이 좀 있어서 나왔는데, 잠이 안 와? 금방 들어갈 테니까 전화 끊지 말고 내 목소리 들으면서 잘래?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해줄게.”방금 전 사람들을 매섭게 몰아붙이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인 너무나 다정한 어조였다.나는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아빠가 세상을 떠난 이후, 나를 이렇게까지 감싸고 돌며 지켜준 사람은 김도현이 처음이었다.문득 예전 직장에서 동료와 다투고 속상해서 서지훈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를 바랐던 기억이 스쳤다. 하지만 그는 귀찮아 죽겠다는 듯 쏘아붙였다.“왜 굳이 너한테만 그런 시비를 걸겠냐? 가끔은 너 자신한테도 문제가 없는지 생각해 봐. 나 바쁘니까 이딴 푸념 들어줄 시간 없어, 끊는다.”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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