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나현아는 이런 행동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오로지 불만을 분출하기 위해 매달렸다.“정말 연락 안 한 거 맞아요?”도우미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녀를 살폈다. 나현아의 태도가 평소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볼일 있으면 얼른 말해요.” 나현아가 신경질적으로 화제를 돌렸다.“없으면 좀 나가주실래요? 혼자 있고 싶으니까.”“방금 공 대표님께 전화가 왔어요.”도우미가 말을 이었다.“나현아 씨가 강운시를 떠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하셨대요. 며칠만 더 기다리면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을 거예요.”“강운시를 떠난다고요?”나현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기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만감이 교차했다.수배자 신세인 그녀에게 강운시를 벗어나는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지만, 송서준과 더 멀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앞으로는 인터넷으로만 그의 소식을 접하며 신세율과 다정한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이 괴로웠다.사실 강운시에 머물고 있는 지금도 온라인에서 악플이나 다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지만 말이다.“알겠어요.”나현아는 억울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도우미는 그런 그녀의 표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공민규가 그토록 애를 써주고 있는데 왜 고마워하기는커녕 불만스러운 기색인지 의아했던 것이다.“강운시를 떠난 후에도 공 대표님이 틈을 내서 보러 가실 거예요.”“네?”도우미의 말에 나현아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방금 전까지 그녀는 강운시를 벗어난 뒤의 삶에 공민규를 대입하지 않았다.스스로 생각해도 참 이상한 일이었다.아마 송서준과 신세율의 소식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네, 공 대표님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이제 그만 나가보시고요.”도우미는 나현아가 쥐고 있는 휴대폰을 보며 한마디 더 하려 했으나, 그녀의 날 선 반응에 입을 다물고 방을 나갔다.혼자 남은 나현아는 길게 한숨을 내뱉었지만, 가슴 속의 답답함은 가시질 않았다.그녀는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아주 살짝 걷어보았다.밖은 햇살이 눈부시게
그래서 그는 사람을 시켜 계속 상황을 예의주시하게 했다.“강운시 IP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대해 심층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대부분은 단순한 악플러였지만, 두 명의 행적이 수상했습니다. 한 명은 이미 신원이 확인되었는데 신 사장의 열성적인 추종자였고 다른 한 명은 누구인지 파악되지 않았으나 주소지만은 알아냈습니다. 시 외곽의 아주 구석진 곳이었습니다.”솔직히 말해서, 고생고생해서 그곳을 찾아내지 않았더라면 강운시 변두리에 그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을 터였다.심복의 보고를 받은 송서준의 안색이 살짝 굳어졌다.“이미 사람들을 보내두었습니다. 다만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히 접근 중이니, 정말 그곳에서 나현아를 발견하게 되면 즉시 보고하겠습니다.”“알았다.”전화를 끊고 송서준은 의자에 앉아 한참 동안 침묵에 잠겼다.나현아...그녀가 이토록 끈질기게 도주를 이어갈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 정도로 철저하다면, 배후에서 그녀를 비호하는 자가 적잖은 공을 들였음이 분명했다.‘공민규일까? 뭐야, 그와 나현아가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라도 된 건가?’송서준의 입술 끝이 분노로 일그러지며 차가운 조소를 머금었다.그는 절대로 이대로 물러서지 않을 터였다.공민규가 나현아를 은닉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날엔...그때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울리며 상념에 빠져 있던 송서준을 깨웠다.조혜선이 보낸 메시지였다.[방금 세율이랑 통화했는데 별일 아니라고 하더구나. 언론이야 원래 부풀리기 좋아하니 해명만 하면 된다더라고. 목소리를 들어보니 화난 것 같지는 않았어.][다행이네요.]송서준은 눈을 내리깔며 답장을 보냈다.[그나저나 엄마, 번거로우시겠지만 신 사장한테 전해 주세요. 루머 대응이랑 기사 삭제는 내가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고요.][어머, 갑자기 왜?]조혜선은 의아해했다.[너 아까까지만 해도 엄청 서둘렀잖아.][그럴 만한 이유가 좀 있어요.]송서준이 대답했다. 조혜선은 아들의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하고 더는 캐묻지 않았다.[그래, 내가 잘 말해
[방금 검색해 봤는데 진짜네! 나현아라는 여자, 병원 진료받으러 갔을 때 도망쳤대요. 지금도 수배 명단에 떠 있어요!][무슨 짓을 저지른 거래요?][그건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송서준 쪽에서 이미 손절했다는 건 팩트인 듯.]‘손절’이라는 단어가 나현아의 심장에 비수처럼 꽂혔다.더는 차마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아 나현아는 페이지를 닫고 고통스럽게 머리를 감싸 쥐었다.이럴 순 없었다. 송서준의 여자친구는 자신이어야만 했고 그의 사랑을 받는 유일한 사람도 자신이어야 했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홀린 듯 다시 송서준과 신세율의 기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명색이 송연 그룹의 후계자였기에 연예인만큼은 아니어도 관련 기사와 가십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나현아는 송서준과 신세율이 잘 어울린다는 칭찬과 송서준의 부모님이 그녀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한다는 증언들을 하나하나 지켜봐야만 했다.과거에 그토록 자신과의 만남을 반대했던 그들이었다. 송서준이 부모의 압박에 맞서며 끝까지 자신을 고집했을 때야 겨우 마지못해 허락했던 그들이, 왜 신세율에게는 처음부터 그토록 너그러운 걸까?나현아는 거꾸로 솟구치는 피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걷잡을 수 없는 질투와 분노가 그녀를 송두리째 삼키려 들고 있었다....송서준은 자신과 신세율의 열애설 기사를 확인하고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터졌다.어젯밤은 분명 그의 어머니가 신세율과 식사 자리를 가지며 그와 그의 아버지까지 부른 것뿐인데, 어쩌다 그가 여자친구를 부모님께 소개하는 그림이 된 건지 미디어의 허위 보도가 기가 막힐 따름이다.그는 즉시 신세율에게 전화를 걸려다 머뭇거림 끝에 조혜선에게 대신 연락해 상황을 설명해달라고 부탁했다.전화를 받은 조혜선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두 사람 기사 봤어. 내가 보기엔 그 사람들 안목이 꽤 정확하던데? 한눈에 봐도 너랑 세율이가 연인처럼 잘 어울리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거 아니겠어?”“엄마, 지금 장난칠 상황이 아니잖아요.”송서준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며 말을
도우미는 나현아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곳에 숨어 있다는 사실이 탄로 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할 사람은 바로 나현아 본인일 테니까.그래서 더 대꾸하지 않고 방을 나갔다.나현아는 심심풀이로 볼만한 드라마나 영화를 찾으려 휴대폰을 뒤적였다.그때, 연예 뉴스 알림 하나가 화면 위로 불쑥 솟아올랐다. 평소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뉴스였으나, 나현아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송서준의 이름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송씨 가문의 후계자 송서준, 여자친구와 부모님의 오붓한 동반 식사]나현아는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제목을 훑어내렸다.시선이 멎었던 찰나의 정적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이 무엇을 본 것인지 비로소 실감이 났다. 머릿속이 하얘지며 날카로운 이명이 고막을 때리는 와중에 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기사를 클릭했다.‘가짜일 거야. 송서준이 여자친구를 부모님께 소개해 드린다고? 설마... 벌써 다른 여자가 생긴 건가?’기사 안에는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파파라치가 몰래 찍은 듯한 사진 속 장소는 어느 식당의 룸이었고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송서준은 창가를 마주하고 앉아 있었기에, 나현아는 단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그리고 그의 곁에 앉은 여자 역시 눈에 들어왔다.그 바 사장이었다.나현아는 이를 악물었고 심장이 조여오는 통증을 느꼈다.맞은편에 등을 보이고 앉은 두 사람은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송서준의 부모님임이 분명했다.그러니 기사는 사실이었다. 송서준은 정말로 새 여자친구를 데리고 부모님을 만난 것이다.‘어떻게 이럴 수 있어! 벌써 딴 여자가 생겼다고? 그것도 그 바 사장이라니, 분명 아무 사이 아니라고 했었는데!’“송서준,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나현아는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중얼거렸다.“넌 날 사랑했잖아. 나한테 그렇게 잘해줬으면서, 이제 그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주겠다고? 안 돼...”나현아는 송서준에게 새로운 연인이 생겼다는 사실이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감당하기
정창호와 대화를 마친 정윤재는 일 층으로 내려왔다.연미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도우미에게 물으니 후원으로 나갔다고 했다.정윤재는 무언가 짐작한 듯 후원으로 향했고 예상대로 나무 아래 그네에 앉아 멍하니 있는 연미정을 발견했다.그 나무는 정윤택이 태어난 해에 심어진 것이었고 그 옆에 있는 나무는 정윤재가 태어난 해에 심어진 것으로 3년의 차이가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똑같이 높고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과거 정윤택이 가문에서 쫓겨났을 때, 정창호는 그의 흔적을 모두 지우라고 명령했으나 오직 이 나무만은 남겨두었다.잊어버린 것인지, 아니면 다른 뜻이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정윤재는 지난 세월 동안 연미정이 자주 이 나무 아래 앉아 상념에 잠기곤 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연미정의 모습을 본 정윤재는 방해하고 싶지 않아 발길을 돌리려 했으나, 연미정이 먼저 그를 발견했다.“윤재야.”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할아버지랑 이야기는 다 끝났어?”정윤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다가갔다.“엄마, 바람이 불기 시작하네요. 담요 좀 가져오라고 할게요.”연미정은 고개를 젓고 그네에서 일어났다.“아니다, 친구랑 약속이 있어서 곧 나가야 해.”“그러세요.”지금 같은 기분으로 집에만 있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 기분 전환을 하는 편이 나을 터였다. 두 사람이 함께 집 안으로 향하던 중, 연미정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나무들이 참 잘 자랐구나.”그녀가 중얼거렸다.“윤재야, 네 생각엔...”그녀의 말은 거기서 멈췄다.그녀는 허탈한 듯 두어 번 웃음을 터뜨리더니 집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정윤재는 복잡한 눈빛으로 어머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어머니가 방금 무엇을 묻고 싶어 했는지 정윤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윤재야, 네 형은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어느덧 나현아가 공민규가 마련해 준 작은 집에서 지낸 지도 일주일이 흘렀다.24시간 교대하는 보안 요원들의 철저한 경비
“혹시... 형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아세요?”정윤재의 물음에 정창호는 고개를 저었다.“처음 해외로 내쫓을 때만 해도 사람들을 붙여서 지켜보게 했지만, 워낙 수완이 좋은 놈이라 다 따돌리고 잠적해 버렸어.”그 이후로 정창호 역시 그를 더는 찾지 않았다.정윤택이 저지른 잘못이 워낙 막대했기에 손자 하나쯤은 가계도에서 지워버린 셈 쳤던 것이다.하지만 실상은 연미정과 다를 바 없었다. 그는 단 한 번도 마음속에서 그 녀석을 진정으로 밀어내 본 적이 없었다.다만 그 감정을 완벽하게 은폐했기에 정윤재마저 속아 넘어갔을 뿐이었다.“만약 뵙고 싶으시다면, 사람을 시켜 한 번 찾아볼까요?”정윤재가 복잡한 심경으로 물었다.정윤택에 대한 그들의 감정은 실타래처럼 엉망으로 뒤엉켜 있었다.그는 부정할 수 없는 혈육이었으나, 가문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대죄를 저지른 죄인이었으며 무엇보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이기도 했다.정창호는 긴 침묵 끝에 무겁게 입을 뗐다.“관두자꾸나. 내 정씨 가문에 그런 자는 없다고 이미 선언하지 않았느냐. 게다가 세월이 이만큼 흘렀는데 이제 와서 그를 다시 찾는다면 또 어떤 풍파가 일지 모를 일이다.”“하지만 할아버지, 실은 어젯밤에 문자 메시지를 하나 받았습니다.”정윤재는 휴대폰을 꺼내 어제 받은 메시지를 할아버지에게 보여주었다.원래는 할아버지의 심기를 어지럽힐까 싶어 꺼내지 않을 작정이었으나, 정창호가 먼저 정윤택의 이름을 올린 이상 더는 피할 이유가 없었다.정윤재가 미처 설명을 보태기도 전에 메시지를 확인한 정창호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설마... 윤택이가 보낸 것이냐?”“할아버지도 그렇게 느끼시나요?”정윤재가 엄숙한 표정으로 답했다.“번호를 추적해 보았지만 없는 번호로 나왔어요.”정창호의 안색이 한층 더 굳어졌다.“진짜 그놈이라면, 대체 뭘 하려는 거지?”사실 해외에서 온 문자 한 통만으로 정윤택의 의중을 단정 짓는 것은 다소 무모한 일이었다.하지만 정창호와 정윤재는 마음 한구석에 남는 찜
그녀의 이름은 배다현, 소정빈이 밖에서 20년 넘게 만나온 내연녀이다. 그동안 이 여자는 소정빈에게 지극하고 각별한 사랑을 받아왔다. 이렇게 심하게 혼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배다현은 멍하니 얼어붙더니 억울하다는 듯이 쏘아붙였다.“나한테 왜 그래? 방금 당신 착한 딸이 날 때렸어. 봐봐 여기!”그녀는 소유영에게 맞은 반쪽 얼굴을 소정빈에게 들이밀었다.소유영이 홧김에 세게 때렸더니 한쪽 뺨이 벌겋게 부어올랐다.그 모습을 본 소정빈은 배다현이 기대한 것처럼 딱히 안쓰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밀치면서 쌀쌀맞게 말했다.“
정윤재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언제든 환영해.”한편 심하온은 그에게 기대서 차분한 발걸음 소리를 듣고,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느끼며, 과거 때문에 생긴 마음속의 모든 트라우마가 점차 사라지는 것 같았다.두 사람이 차에 탄 후 차가 곧장 밤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홀로 남은 강선우는 갇혀버린 짐승처럼 음침한 눈빛에 광적인 증오가 가득 찼다.사실 그는 지금 악담을 퍼붓는 것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하지만 분노와 질투에 눈이 멀어 완전히 이성을 잃게 만들었다.그래서 방금 스스로 통제하
잠시 침묵하던 강선우가 고현주에게 손을 내밀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휴대폰 줘요.”“안 보는 게 좋아.”고현주가 주저하며 대답했다.하지만 강선우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여전히 손을 내밀었다.결국 고현주는 강선우에게 휴대폰을 건넸다.강선우는 곧바로 포털사이트로 들어갔다.그는 곧 메인 페이지에서 자신의 사진을 확인할 수 있었다.신제품 출시회에서 경찰에 체포되는 모습이 찍힌 기사 사진이었다.사진 속의 강선우는 잿빛이 된 얼굴에 볼품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강선우은 마치 누군가 심장을 꽉 쥐고 있는 듯 숨이 쉬어지지 않
정윤재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으진 얼굴로 말했다.“왠지 너 무슨 나쁜 생각이라도 꾸미고 있는 것 같은데?”“아니야.”심하온은 고개를 저었다.“그냥... 드디어 성공했을 뿐이야.”“뭘 성공했다는 건데?”“비밀이야.”그녀는 여전히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시선이 흘러가는 순간마다 무심한 듯한 요염함이 스며 있었다. 그 탓에 정윤재의 목울대가 저도 모르게 움찔였다.그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그녀를 위해 차 문을 열어 주었다.차는 한 시간가량을 달린 끝에 멈춰 섰다.외관만 보면 식당이라기보다는 조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