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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Author: 월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30 21:10:53

원무과에서 다시 연락이 온 건 오후 세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나는 깊이 잠든 아버지의 이불을 가슴께까지 끌어올려 드리고 조용히 병실을 빠져나왔다.

복도로 나오자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모습도 엉망이었다. 아침부터 제대로 먹은 게 없어 입술은 말라 있었고, 대충 묶은 머리카락도 흐트러져 있었다.

1층 원무과 로비는 병실과 달리 사람들로 붐볐다. 번호표를 뽑아 빈 의자에 앉은 뒤 휴대전화를 켰다.

진이건에게서 온 답장은 없었다.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반차 냈습니다.]

내가 보낸 한 줄만 화면에 남아 있었다.

괜히 허전해 휴대전화를 내려놓는데 호출 번호에 불이 들어왔다.

“한지아 님.”

창구로 다가가자 직원이 서류 몇 장을 건넸다.

“내일 추가 정밀 검사 들어가시면 오늘 결제하신 금액 외에 비용이 더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더 나올까요?”

직원이 모니터를 확인한 뒤 금액을 알려주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나는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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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무과에서 다시 연락이 온 건 오후 세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나는 깊이 잠든 아버지의 이불을 가슴께까지 끌어올려 드리고 조용히 병실을 빠져나왔다.복도로 나오자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모습도 엉망이었다. 아침부터 제대로 먹은 게 없어 입술은 말라 있었고, 대충 묶은 머리카락도 흐트러져 있었다.1층 원무과 로비는 병실과 달리 사람들로 붐볐다. 번호표를 뽑아 빈 의자에 앉은 뒤 휴대전화를 켰다.진이건에게서 온 답장은 없었다.[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반차 냈습니다.]내가 보낸 한 줄만 화면에 남아 있었다.괜히 허전해 휴대전화를 내려놓는데 호출 번호에 불이 들어왔다.“한지아 님.”창구로 다가가자 직원이 서류 몇 장을 건넸다.“내일 추가 정밀 검사 들어가시면 오늘 결제하신 금액 외에 비용이 더 발생할 수 있습니다.”“……얼마나 더 나올까요?”직원이 모니터를 확인한 뒤 금액을 알려주었다.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나는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검사 결과 확인한 뒤에 결제해도 괜찮을까요?”“네. 내일 정확한 내역 확인하시고 처리하셔도 됩니다.”서류를 받아 돌아서던 순간, 지나가던 누군가와 부딪힐 뻔했다.“죄송…….”고개를 들자 말이 멎었다.진이건이었다.이곳에서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한 사람이 정장 차림으로 내 앞에 서 있었다.“대표님……?”이건도 걸음을 멈췄다.“한지아 씨.”“여기는…… 웬일이세요?”그가 잠시 나를 바라봤다.“볼일이 있어서 왔습니다.”“병원에요?”“병원에 병원 볼일 말고 다른 게 있겠습니까.”태연한 얼굴이었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그다운 대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그러네요.”이건의 시선이 내 얼굴에 오래 머물렀다.괜히 신경 쓰여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왜…… 그렇게 보세요?”“얼굴이 엉망이라서요.”웃음이 금세 사라졌다.“사람 얼굴 보고 참 직설적이시네요.”“밥 안 먹었죠.”묻는다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말투였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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