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월요일 오전 8시 10분.은소예는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신시안이 커피를 내려놓으며 물었다.“여보, 아침부터 뭐 해?”“책 만들려고.”“벌써 결정했어?”“응. 일단 소량으로 만들어보려고.”시안은 맞은편에 앉았다.“몇 권?”“30권 정도 생각 중이야.”“생각보다 적네.”“처음부터 많이 만들 필요는 없잖아. 실제로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고.”소예는 독립출판 제작 안내서를 펼쳤다.“그리고 이번에는 내 돈으로 만드는 거야. 판매가 안 되더라도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은데.”“대신 당신한테는 한 권 줄게.”“돈 내고 살게.”소예가 눈썹을 올렸다.“남편한테까지 돈을 받아?”“첫 번째 고객이 되고 싶은데.”“그럼 정가로 받아야겠다.”“할인은 없어?”“없어. 작가님 책은 정찰제입니다.”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화요일 오전 11시.NEXT ONE 본부장실.소예는 지역 기록 사업의 인터뷰 원고를 검토하고 있었다.김도윤이 말했다.“본부장님, 첫 번째 참여 업체에서 원고 수정을 요청했습니다.”“어떤 부분이요?”“가게가 어려웠던 시기에 관한 내용은 빼고 싶다고 하십니다.”소예는 해당 부분을 확인했다.“그럼 삭제해야죠.”“그런데 그 부분이 이야기의 중심이라서요.”“중심이라고 해서 당사자가 공개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넣을 수는 없잖아요.”김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다른 방향으로 수정하겠습니다.”소예는 자료를 덮었다.“그분이 지금 가게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도 충분할 거예요.”수요일 오후 7시.소예는 독립서점을 다시 방문했다.서점 운영자는 인쇄 견본을 보여줬다.“이건 무선제본이고, 이쪽은 중철제본입니다.”소예는 두 권을 번갈아 펼쳤다.“얇은 책이면 중철제본이 더 나을까요?”“페이지 수에 따라 달라요. 지금 생각하시는 분량이라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종이는요?”“글 위주라면 지나치게 두꺼운 종이보다 읽기 편한 종이를 추
금요일 오전 8시 30분.은소예는 식탁에 앉아 독립서점에서 보내온 행사 안내문을 읽고 있었다.신시안이 커피를 내려놓으며 물었다.“낭독회 연락 왔어?”“응. 다음 주 토요일 오후 3시래.”“참여할 거야?”“아직 고민 중이야.”소예는 안내문을 넘겼다.참가자는 3명. 각자 자신의 글을 10분 정도 낭독하고 관객들과 짧은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었다.“전시는 사람들이 알아서 글을 읽잖아.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직접 읽어야 하니까.”“글쓰기 모임에서도 읽어봤잖아.”“그때는 서로 아는 사람들이었지.”시안이 웃었다.“회사에서 발표할 때는 그렇게 당당하면서.”“회사 발표랑 내 이야기를 읽는 건 다르거든.”소예는 잠시 생각하다가 신청서를 열었다.“그래도 해볼래.”“결정했어?”“응. 해보지도 않고 걱정할 필요는 없잖아.”토요일 오후 2시.소예는 개인 작업실에서 낭독할 글을 고르고 있었다.처음에는 《아무도 나를 모르는 바다》를 선택했다.하지만 10분 동안 읽기에는 분량이 짧았다.그녀는 새로운 문장을 덧붙여 보다가 지웠다.“억지로 늘리니까 이상하네.”그때 시안이 작업실 문을 두드렸다.“여보, 아직도 원고 보고 있어?”“응. 글이 너무 짧아.”시안은 옆에 앉았다.“그럼 두 편 읽으면 되지 않아?”“두 편?”“응. 꼭 한 편만 읽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잖아.”소예는 안내문을 다시 확인했다.실제로 작품 수에 관한 제한은 없었다.“그러네.”그녀는 오래된 집 열쇠에 관한 글을 꺼냈다.“그럼 이걸 같이 읽어볼까?”시안은 원고를 살펴봤다.“두 글이 잘 어울리네.”“왜?”“하나는 혼자 여행했던 이야기고, 하나는 혼자 살던 이야기잖아.”소예는 고개를 끄덕였다.“둘 다 나 혼자 보냈던 시간이네.”월요일 오후 4시 40분.NEXT ONE 본부장실.소예는 지역 기록 사업의 인터뷰 원고를 검토하고 있었다.김도윤이 말했다.“본부장님, 참여 업체에서 수정 요청이 들어왔습니다.”“어떤 부분이요?”“가게가 어려웠던 시기에 관한
수요일 오전 9시 30분.은소예는 전시장 한가운데 서서 마지막으로 작품 배치를 확인했다.사진 4점과 글 4편.벽면에는 《아직 쓰지 않은 문장들》이라는 제목이 걸려 있었다.관람객이 직접 문장을 남길 수 있는 테이블에는 작은 카드와 펜을 준비했다.“이 정도면 됐겠지?”소예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그때 신시안이 커피 두 잔을 들고 들어왔다.“여보, 아직도 확인 중이야?”“응. 혹시 이상한 데 있나 봐줘.”시안은 전시장을 천천히 둘러봤다.“좋은데?”“정말?”“응. 당신이 보여주고 싶었던 분위기가 느껴져.”소예는 미소 지었다.“그럼 다행이고.”시안은 커피를 건넸다.“오늘은 관람객으로 와도 되는 거지?”“당연하지. 대신 대표님이라고 특별 대우는 없어.”“입장료도 없잖아.”“그럼 더더욱.”두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오전 11시.전시장이 문을 열었다.첫 관람객은 근처에 사는 중년 여성이었다.그녀는 바다 사진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소예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지켜봤다.여성은 사진 옆에 놓인 글을 읽고 말했다.“이 바다는 어디예요?”“제가 혼자 여행 갔을 때 찍은 사진이에요.”“좋네요. 사람이 없어서 더 편안해 보여요.”소예는 웃었다.“저도 그날은 조용한 곳에 있고 싶었거든요.”여성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날이 있죠.”그녀는 관람객 참여 테이블로 가서 작은 카드에 문장을 적었다.오늘은 나를 위해 조금 늦게 집에 가겠습니다.소예는 카드를 읽고 미소 지었다.오후 1시 20분.공차연과 김도윤이 전시장에 들어왔다.“본부장님!”공차연이 손을 흔들었다.소예는 웃으며 다가갔다.“두 분 다 오셨네요?”김도윤이 작은 꽃다발을 내밀었다.“전시 축하드립니다.”“감사해요. 그런데 이런 것까지 준비하셨어요?”공차연이 웃었다.“도윤 씨가 꽃집에서 엄청 고민했어요.”“그런 얘기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요.”김도윤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소예는 꽃다발을 받아 들었다.“잘 골랐네요. 예뻐요.”두 사람은 작
화요일 오전 8시 20분.은소예는 식탁에 노트북을 펼쳐놓고 전시 준비 목록을 확인하고 있었다.신시안이 커피를 내려놓으며 물었다.“어제 대관 승인받고 잠은 제대로 잤어?”“잤지.”“새벽 1시까지 노트북 켜져 있던데?”소예는 태연하게 대답했다.“그건 잠들기 전 마지막 점검이었어.”“마지막 점검을 세 번 하던데.”“신시안, 관찰력이 너무 좋은 것도 문제야.”시안이 웃었다.소예는 전시할 사진 4장을 화면에 띄웠다.바닷가의 빈 벤치, 비 오는 날의 창문, 오래된 골목, 그리고 작은 카페의 테이블이었다.“어때?”시안은 사진을 차례로 살펴봤다.“세 번째 사진이 마음에 드네.”“골목?”“응. 빛이 좋아.”“나도 그게 제일 좋아.”소예는 만족스럽게 파일을 저장했다.화요일 오후 6시 30분.소예는 퇴근 후 전시 공간을 다시 방문했다.이번에는 실제 작품 크기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담당자는 이동식 패널을 보여줬다.“이 패널은 양면 사용이 가능합니다.”“그럼 사진과 글을 마주 보게 배치할 수도 있겠네요.”“네. 다만 작품을 너무 많이 걸면 답답해 보일 수 있어요.”소예는 줄자로 간격을 확인했다.사진 4점과 글 6편.처음에는 충분히 적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공간에 배치해 보니 생각보다 많았다.“글을 2편 정도 줄여야겠어요.”“그렇게 하시면 여유가 생길 것 같습니다.”소예는 도면에 표시했다.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게 아니라 이미 고른 것 중 일부를 빼는 일이었다.수요일 오후 12시 10분.NEXT ONE 구내식당.공차연이 소예 맞은편에 앉았다.“본부장님, 전시 준비는 잘되고 있어요?”“생각보다 할 일이 많네요.”“회사 행사도 많이 진행하셨잖아요.”“그건 여러 사람이 역할을 나눠서 하니까요. 이번에는 거의 혼자 하려니 다르더라고요.”공차연이 웃었다.“저도 보러 가도 되죠?”“물론이죠. 개인적으로 오시는 거라면 언제든 환영이에요.”“그럼 도윤 씨한테도 알려줄까요?”소예는 잠시
월요일 오전 9시 20분.은소예는 출근 전부터 휴대폰으로 소규모 전시 공간을 검색하고 있었다.지난 주말 구상한 《아직 쓰지 않은 문장들》을 실제로 열어보기 위해서였다.공간은 넓을 필요가 없었다. 자신이 쓴 글 몇 편과 사진을 전시하고, 관람객들이 짧은 문장을 남길 수 있는 테이블 하나면 충분했다.문제는 대관료였다.“하루에 45만 원?”소예는 화면을 확대했다.여기에 설치비와 철거비까지 별도였다.“생각보다 비싸네.”맞은편에서 아침을 먹던 신시안이 물었다.“전시장 알아봐?”“응. 그런데 괜찮다 싶은 곳은 다 비싸.”“예산부터 정해보는 건 어때?”소예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겠어. 처음부터 크게 할 생각은 없거든.”시안이 커피잔을 내려놓았다.“당신 작업실에서 하면 안 돼?”“SOYE'S ROOM?”“응.”“거긴 내 개인 물건이 많아서 외부인을 초대하기에는 좀 그래.”소예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일단 다른 곳을 더 알아볼게.”화요일 오후 12시 40분.점심시간.공차연은 소예가 출력한 전시 기획서를 살펴봤다.“본부장님, 직접 전시 여시는 거예요?”“네. 아직 장소를 못 구했지만요.”“이런 건 지역 문화공간 대관도 알아보셨어요?”“아직요.”“구청이나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곳은 비용이 저렴한 경우도 있더라고요.”소예는 메모했다.“좋은 정보네요.”공차연이 기획서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그런데 관람객이 직접 문장을 남기는 방식이면 개인정보는 안 받으시는 거죠?”“네. 이름도 적지 않게 하려고요.”“그럼 전시가 끝난 뒤 그 문장들은 어떻게 하실 거예요?”소예의 손이 멈췄다.그 부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그러게요.”공차연이 웃었다.“나중에 사진으로 공개하거나 책에 넣으려면 별도 동의가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요.”“맞아요. 전시장에 남기는 것과 외부에 공개하는 건 다른 문제니까.”소예는 기획서에 새로운 항목을 추가했다.수요일 오후 4시.소예는 작은 복합문화공간을 방문했다.1층에는 카페가 있었고, 2
월요일 오전 7시 40분.“여보, 여기 좀 봐.”은소예는 식탁에 앉아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신시안이 커피잔을 내려놓았다.“뭔데?”“당신 의자 사진이 올라왔어.”“어디에?”“공방 공식 계정.”지난 주말 열린 목공 회원전의 사진이었다. 여러 작품 가운데 시안이 제작한 《두 번째 시도》도 소개돼 있었다.그런데 댓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이 의자 판매하나요? 집에 놓고 싶어요.소예가 웃음을 터뜨렸다.“신시안 씨, 주문 문의가 또 들어왔는데요?”시안은 화면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저었다.“판매할 생각은 없는데.”“왜? 인기가 좋잖아.”“아직 남한테 돈 받고 만들 실력은 아니야.”소예는 남편을 바라봤다.“당신이 그런 말도 하네?”“무슨 뜻이야?”“회사에서는 뭐든 자신 있게 결정하잖아.”“회사 일은 경험이 있으니까.”시안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목공은 아직 배우는 중이잖아.”소예는 웃으며 휴대폰을 내려놓았다.“그럼 나중에 실력 늘면 주문받을 거야?”“글쎄. 지금은 만드는 과정 자체가 좋아.”“그것도 괜찮지.”화요일 오전 10시 30분.NEXT ONE 회의실.지역 기록 사업의 최종 선정 기준을 검토하던 소예는 한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도윤 씨, 여기 선정 평가표요.”“네.”“가게 운영 기간에 배점이 너무 높아요.”김도윤이 자료를 확인했다.“오래된 가게를 기록하는 사업이라 그렇게 정했습니다.”“그런데 운영 기간만으로 평가하면 기록할 만한 이야기가 있어도 상대적으로 새로 생긴 가게는 불리하겠죠.”공차연이 물었다.“그럼 기준을 바꿀까요?”“운영 기간은 참고하되, 지역과의 관계나 기록의 구체성도 함께 평가하면 좋겠어요.”소예는 펜으로 항목을 표시했다.“그리고 선정되지 않은 업체의 사진이나 사연은 홍보 자료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해 주세요.”“알겠습니다.”“기록을 제공했다고 해서 반드시 선정되는 것도 아니고, 선정되지 않았다고 자료를 마음대로 사용해도 되는 건 아니니까요.”수요일 오후 6시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