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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모두가 기다리는 대답

Author: Doong_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9 14:30:45

다음 날 오후, 서울 도심의 대형 호텔 연회장.

산업 파트너 포럼의 시작이 한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

"대표님. 입장 동선이 에이온 측과 일부 겹칠 수 있습니다.

주최 측에 요청해 동선을 따로 분리할까요?"

제로파트너스 전략팀 실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예정대로 가세요.

제가 동선을 굳이 바꿀 이유가 없잖아요."

해림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기사로 시작된 얄팍한 프레임 게임에 말려들어, 제 발로 숨거나 도망치는 역할 따위를 맡아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연회장 안은 이미 수많은 산업계 인사들과 기자들로 북적였다.

ZERO의 사업 비전만큼이나 기자들의 카메라는 다른 한쪽에도 집요하게 향하고 있었다.

강유헌, 민채령.

그리고 도해림.

조작된 관계 기사로 얽힌 세 사람이 이 공개적인 자리에 처음으로 함께 모인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가장 자극적인 먹잇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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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제69화. 모두가 기다리는 대답

    다음 날 오후, 서울 도심의 대형 호텔 연회장.산업 파트너 포럼의 시작이 한 시간 앞으로 다가왔다."대표님. 입장 동선이 에이온 측과 일부 겹칠 수 있습니다.주최 측에 요청해 동선을 따로 분리할까요?"제로파트너스 전략팀 실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정대로 가세요.제가 동선을 굳이 바꿀 이유가 없잖아요."해림은 차분하게 대답했다.기사로 시작된 얄팍한 프레임 게임에 말려들어, 제 발로 숨거나 도망치는 역할 따위를 맡아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연회장 안은 이미 수많은 산업계 인사들과 기자들로 북적였다.ZERO의 사업 비전만큼이나 기자들의 카메라는 다른 한쪽에도 집요하게 향하고 있었다.강유헌, 민채령.그리고 도해림.조작된 관계 기사로 얽힌 세 사람이 이 공개적인 자리에 처음으로 함께 모인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가장 자극적인 먹잇감이었다.연회장 한가운데,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강유헌과 민채령이 나란히 서 있었다.민채령은 노골적으로 팔짱을 끼거나 불필요한 스킨십을 하진 않았다.그저 강유헌의 옆에 아주 자연스럽게 머물며 행사 자료를 건네고, 몇몇 질문에 업무적으로 대신 답하는 정도였다.하지만 그 적당한 거리가 오히려 기사가 씌워둔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연인'이라는 프레임을 현실처럼 완성해 주고 있었다.해림은 그 장면을 스치듯 한 번 보았을 뿐, 곧바로 시선을 거두고 다가오는 투자자의 인사를 받았다."ZERO 공개 이후, 제로파트너스의 자문 구조가 본격적으로 에이온과 합쳐지는 건가요?"투자자의 질문에 해림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아닙니다.공개된 건 제 이름이지, 회사의 독립적인 의사결정 원칙이 바뀐 건 아니니까요."강유헌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해림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 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제68화. 원하는 반응

    "받지 않는 선택이 제 말 때문이면, 그건 대표님 선택이 아니니까."차서록은 그 말을 끝으로 조용히 대표실을 나섰다.문이 닫힌 뒤에도 해림은 잠시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자신의 질투와 불쾌감을 투명하게 드러내면서도 끝내 해림의 선택권을 침범하지 않았던 그 선명한 절제력.해림은 그 대답이 결코 싫지 않았다.그렇다고 그 한마디에 흔들려, 지난 화재 사건의 정보 은폐 문제까지 덮어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선택을 존중하는 태도와, 정보를 통제하고 미리 쥐려는 위험한 습관은 차서록이라는 사람 안에 동시에 존재했다.해림은 어느 한쪽의 매력 때문에 다른 한쪽의 결함을 모른 척 지워주거나 용서할 여자가 아니었다.아주 짧은 여운을 뒤로한 채, 해림은 다시 차갑게 식은 얼굴로 책상 위의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오후 내내, 앞서 터졌던 강유헌과 민채령 관련 기사 추적 결과가 속속 보고되기 시작했다."대표님."전략팀 실장이 들어와 테이블 위에 추적 보고서를 내려놓았다."최초 기사를 낸 매체가 사진을 직접 촬영한 건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제공받은 사진에 관계 프레임만 씌워 송출한 형태입니다.""제공처는요.""사진 메타데이터와 송부 시간을 대조해 본 결과, 오늘 오전 에이온 본사 로비에서 촬영된 대외협력 측 행사 기록용 사진과 일치합니다. 그리고 중간 유포 과정에 에이온 대외협력 라인에서 자주 사용하는 외부 홍보대행사 계정이 하나 끼어 있습니다."에이온 대외협력 라인.민채령의 공식적인 입김이 닿는 곳."민채령 씨 쪽에서 직접 지시한 게 아닐까요?"실장이 조심스럽게 추측했다.하지만 해림은 서류를 덮으며 차갑게 선을 그었다."가능성과 증거는 달라요.""…….""이 프레임이 민채령 씨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

  • 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제67화. 싫다는 말

    민채령과의 조작 기사가 뜬 직후, 다급하게 변명해 오던 유헌의 전화를 가차 없이 끊어낸 해림은 곧바로 예정되어 있던 업무를 이어갔다.오후 3시. 제로파트너스 대표실의 문이 열리고, 사전에 협의되어 있던 일정대로 차서록이 들어왔다.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테이블 위로 태성과의 협업 서류를 내려놓으며 가볍게 입을 열었다."기사는 봤습니다.""어느 쪽이요?""강유헌과 민채령 씨."서록은 기사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배후 추적이나 대응에 자신이 먼저 끼어들지는 않았다."대응은 대표님 쪽에서 하고 있습니까?""네."해림이 건조하게 대답했다."최초 보도 매체와 사진 유포 경로만 따로 추적 지시를 내려둔 상태입니다."서록은 짧게 고개를 끄덕일 뿐 더 이상 묻지 않았다."강유헌 씨도 기사 때문에 전화했어요."해림이 아무렇지 않게 서류를 넘기며 던진 말에, 서류의 다음 장을 넘기려던 서록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멈칫했다."무슨 이유였습니까?""기사 해명."해림이 시선을 올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본인과 민채령 씨가 그런 관계가 아니라고."서록의 시선이 해림의 서늘한 얼굴에 잠시 머물렀다.다음 장을 넘기지 않은 손끝도 그대로였다.그의 눈매가 아주 미세하게 좁아졌다."…싫습니다."짧고 건조한 정적을 깨고, 서록이 낮게 입을 열었다."뭐가요?"해림이 그제야 시선을 들어 서록을 바라보았다."강유헌이, 자기가 여전히 대표님한테 그런 개인적인 일들을 설명해야 할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게 싫습니다."이번에는 보호도, 책임도 아니었다.서록은 자신의 불쾌감을 다른 이름으로 돌리지 않았다."질투하는 건가요?"해림이 피

  • 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제66화. 사랑이라면

    "그걸 알아낸 건 당신의 몫이지, 제가 당신에게 돌아가야 할 이유는 아니니까요."서늘한 복도에서처럼, 혹은 그때보다 더 차가운 해림의 목소리가 전화선을 타고 넘어갔다.수화기 너머의 유헌은 한동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해림은 그 무거운 침묵 속에서 그가 어떤 상처를 받았을지 굳이 대신 헤아려주지 않았다."…알아."마침내 흘러나온 유헌의 대답은 몹시 갈라져 있었다.짧은 대답이었다.적어도 그는 이번에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해림을 다시 붙잡고 통제할 수 있는 권리인 양 내세우지는 않았다."그 말을 하고 나니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게 있어."해림은 묻지 않았다.수화기 너머로 마른 숨이 한 번 스쳤고, 잠시 뒤 유헌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그날."짧은 정적이 흘렀다."불이 났던 날, 나는 네 손을 놓고 민채령한테 갔어."새로운 사실도, 놀라운 폭로도 아니었다.하지만 같은 사건을 말하고 있음에도 그의 목소리는 이전과 달랐다.'네 손을 놓았다'는 말을 꺼낸 뒤, 유헌은 한동안 숨소리만 거칠게 내뱉을 뿐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네."해림의 짧고 건조한 대답에는 비난도, 연민도 없었다."그리고 난, 네가 정말 죽었는지… 끝까지 확인하지도 않았어."숨을 짜내듯 토해내는 유헌의 목소리."…미안해."해림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가 허공을 응시했다.과거의 그녀였다면 그 한마디에 어떻게든 위로의 말을 건넸을지도 모른다.그의 선택을 합리화하며 스스로 그 짐을 대신 덜어주려 애썼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사과는 들었어요.""…그게 끝이야?""네."해림이 서늘하게 덧붙였다.

  • 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제65화. 잃고 나서야

    "너는… 내가 없어도 아무렇지 않아?"수화기 너머로 무겁게 떨어져 내린 유헌의 질문.그것은 그동안 에이온, 계약, 그리고 ZERO라는 수많은 명분 뒤에 숨어 있던 그가 처음으로 모든 포장지를 벗겨내고 꺼내놓은 날것의 결핍이었다.하지만 해림은 그 처절한 질문 앞에서도 아주 조금의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네. 이제는요."과거에는 분명 그렇지 않은 시간도 존재했다.예전의 해림은 유헌이 늦은 밤 피곤한 얼굴로 거실 소파에 앉아 회사 이야기를 무심코 흘려놓으면, 언제나 그 곁에 앉아 끝까지 이야기를 듣고 밤을 새워 해결책을 찾았다.그가 부르면 묵묵히 기다렸고, 굳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그에게 가장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을 지우고 헌신했다.그 맹목적이었던 시간 속에서 해림의 세상은 언제나 강유헌을 중심으로 돌아갔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유헌이 어떤 무거운 질문을 던지든, 그것은 이제 해림의 완벽한 일과나 다음 일정을 단 1초도 바꿀 수 없는 타인의 목소리일 뿐이었다.그가 너무 오랫동안 당연하게 방치했던 그 시간들은 이미 재가 되어 사라진 지 오래였다."당신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게 된 뒤부터요."수화기 너머의 유헌은 그 차가운 대답에 즉시 반문하지 않았다.무겁고 억눌린 숨소리만이 두 사람 사이의 팽팽한 전화선을 가득 채웠다.예전의 해림이라면 분명 달랐을 것이다.수화기 너머로 이런 무거운 침묵이 흐를 때면, 그가 어떤 말을 삼키고 있는지 먼저 헤아리려 애썼다.미세하게 낮아진 목소리나 짧은 한숨만으로도 혹여나 그가 불편한 것은 아닌지, 이유를 묻기도 전에 그 마음부터 살피고 짐을 덜어주려 했다.하지만 이제 해림은 그 기나긴 침묵의 의미를 굳이 앞서 추측하거나 대신 해석해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강유

  • 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제64화. 내가 없는 자리

    "왜 당신이어야 하는데요?"해림은 그 짧고 날카로운 반문 뒤로 더 이상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차 문이 닫히고, 서록의 짙은 회색 세단은 어두운 지하 주차장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서록은 출발하는 내내 백미러 너머로 멀어지는 강유헌을 향해 어떤 불필요한 시선도 던지지 않았다.해림은 차가 모퉁이를 돌아 완전히 주차장을 빠져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차창 너머의 유헌을 한 번 바라보았다.그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서 차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후회하십니까?"조용한 차 안, 서록이 운전대를 잡은 채 짧게 물었다."뭘요?""방금 그 사람에게 그렇게 말한 것 말입니다.""아니요."해림이 건조하게 대답하자 서록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그는 방금 두 사람 사이에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묻지 않았고, 자신의 차에 탄 해림에게 어떤 소유권의 언어도 꺼내지 않았다.그 깔끔하고 서늘한 거리가 다시 한번, 두 남자의 명백한 차이를 증명하고 있었다.제로파트너스에 도착한 해림은 언제나처럼 자신의 자리에서 다음 업무로 넘어갔다.방금 전 주차장에서 있었던 팽팽하고 날 선 대치도 그녀의 완벽한 일과를 조금도 멈춰 세우지 못했다.오후 회의가 끝날 무렵, 전략팀 실장이 결재 서류를 들고 대표실로 들어왔다."대표님. 에이온 측에서 공식 협업 요청서가 도착했습니다."해림은 건네받은 서류를 훑어 내렸다.그가 '필요하다면 정식 계약으로 요청하라'고 선을 그었던 바로 그 업무였다.에이온은 정확히 그 절차에 따라, 제로파트너스 측에 과거 전략안에 대한 추가 자문과 협업을 정식으로 요청해 왔다.사업적으로 지극히 정상적이고 타당한 문서였다.단 하나의 항목만 제외한다면."에이온 측에서 대표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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