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럼 가시죠.”“같이 타시겠습니까?”세레나는 잠깐 생각했다.각자 마차를 타야 할 이유는 없었다.“네.”테오도르가 문을 열었다.세레나는 먼저 올라가 안쪽에 앉았다.테오도르는 자연스럽게 맞은편으로 가려다가 멈췄다.세레나가 그걸 보고 물었다.“왜요?”“어디에 앉는 게 좋을지 생각했습니다.”“지난번처럼 맞은편에 앉으시면 되잖아요.”“그렇군요.”그가 맞은편에 앉았다.세레나는 웃지 않으려다가 결국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이제 이런 작은 머뭇거림이 불편하지 않았다.오히려 그가 자신이 정한 거리를 계속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에 가까웠다.마차가 움직이고 조금 지나자 세레나가 먼저 물었다.“어제 이후로 또 기억난 게 있습니까?”테오도르의 시선이 올라왔다.“없습니다.”“두통은요?”“아침에는 없었습니다.”“잠은 주무셨고요?”“네.”세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됐습니다.”테오도르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물었다.“세레나.”“네.”“제가 먼저 말씀드리지 않아도 물어봐 주시는군요.”세레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환자 상태 확인하는 겁니다.”“저는 환자입니까?”“두통하고 기억 혼란이 있었으니까요.”“그렇군요.”그런데 목소리는 별로 실망한 것 같지 않았다.세레나는 그를 보다가 낮게 말했다.“그리고 궁금하기도 했습니다.”테오도르의 눈이 멈췄다.세레나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그걸로 충분했다.3-W 철문은 오전 열 시에 개방됐다.이번에도 세레나가 먼저 들어가지 않았다.황실 기술관이 구조를 확인했고, 공기 시료를 채취했으며, 잔류 분진 농도가 보호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단시간 진입 가능한 수준으로 내려온 뒤에야 조사 인원이 들어갔다.세레나는 두 번째 조에 포함됐다.테오도르는 마지막이었다.철문 너머 공간은 병실이라기보다 작은 작업장과 관찰실을 결합한 시설에 가까웠다.첫 번째 방에는 낡은 침상 열두 개가 있었다.제4광맥 4-W 격리실의 열여섯 침상보다 적었다.벽에는 환자 이름 대신 번호가 남아 있었다.1
3-W 철문을 연 것은 그날이 아니었다.발파로 드러난 구 배수관 주변의 수압부터 낮춰야 했고, 잘려 나간 보행교 지지핀과 강제로 열린 상류 수문이 추가 붕괴를 일으킬 가능성도 확인해야 했다. 무엇보다 철문 아래로 흘러나오던 물에서 제7광산 하부 정제 부산물과 비슷한 반응이 나온 이상, 문 하나를 빨리 여는 것보다 그 안의 공기와 물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먼저 확인하는 편이 중요했다.세레나는 현장에서 밤을 새우지 않았다.“오늘 안에 열 수 있더라도 열지 마세요.”황실 광산 기술관이 고개를 들었다.“내일까지 기다리시겠다는 겁니까?”“네. 구조가 무너지지 않는지 밤 동안 변화를 보고 싶습니다.”“누군가 안에 들어가 자료를 없앨 수도 있습니다.”세레나는 새로 드러난 철문을 돌아봤다.“밖에서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이것뿐이라는 확인이 끝났습니까?”“아직입니다.”“그럼 더더욱 지금 열면 안 됩니다.”철문 자체에 집착하는 순간 다른 통로를 놓칠 수 있었다.제7광산 하부 2구역에서도 그랬다. 상대가 준비한 길은 눈앞에 있었고, 실제로 필요한 길은 다른 곳에 숨어 있었다.세레나는 테오도르를 바라봤다.“오늘 밤 이 일대를 군으로 막으실 겁니까?”그가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그렇게 하고 싶습니다.”솔직한 답이었다.“하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말씀이시겠죠.”“제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지난 며칠 동안 배운 게 있어서요.”세레나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그럼 공작님 생각은요?”“철문 주변은 황실 기술관과 영지 안전인력의 공동 조사 구역으로 지정하고, 주민 통행만 막겠습니다. 군은 바깥 도로 순찰만 맡고 조사 구역 안에는 들어오지 않게 하겠습니다.”“왜 그렇게 하시려고요?”“누가 밤에 다시 접근하는지 봐야 하니까요.”세레나가 잠시 그를 바라봤다.그동안 테오도르는 위험이 생기면 문을 닫는 사람이었다.이제는 문을 닫았을 때 무엇을 놓치는지까지 보기 시작했다.“저도 그게 좋겠습니다.”테오도르가 아주 미세하게 고
그녀가 젖은 장갑으로 작은 금속통 하나를 들어 보였다.차단판 옆 틈에 걸려 있던 것이었다.황실 기록관이 위치를 남긴 뒤 열었다.안에는 종이가 한 장 있었다.물에 젖지 않도록 밀랍으로 감싸 둔 문서.광산 안전 점검용 통지였다.‘제6 외곽 상류 수문 이상 발생 시 세리스 베인 치료사 현장 확인 요청.’세레나는 문장을 끝까지 읽었다.자신의 이름이 있었다.그러나 치료원에서 발행한 문서가 아니었다.그 아래에는 다른 이름도 적혀 있었다.‘칼베른 공작 동행 권고.’테오도르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오늘 두 사람이 함께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고 작성한 문서였다.세레나는 종이 끝을 보았다.날짜는 오늘.그런데 발행 시각이 이상했다.오전 아홉 시.두 사람이 하부 2구역에 들어가기 전이었다.그 시간에는 아직 세척수 배수망이 제6 외곽 수로로 이어진다는 사실조차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나디아가 낮게 말했다.“또 예상한 거예요?”세레나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이번에는 달랐다.문서를 미래를 예측해 만든 게 아니었다.누군가는 이미 배수망 구조를 알고 있었다.그리고 오늘 자신들이 그것을 발견하게 될 것까지 계획에 포함시켰다.세레나는 종이를 뒤집었다.뒷면에는 짧은 작업 지시가 있었다.‘수문 개방 후 현장 대응 확인.’‘두 사람 동시 도착 시 2단계 진행.’테오도르가 물었다.“2단계가 뭡니까?”아무도 답하지 못했다.그 순간 멀리 수로 상류에서 둔탁한 폭음이 울렸다.땅이 아주 작게 흔들렸다.모든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공병 책임자의 얼굴이 굳었다.“상류에서 발파가 있었습니다.”세레나는 즉시 지도를 펼쳤다.폭음이 난 방향.제6 외곽 수문보다 더 위쪽.그리고 그 아래에는 오늘 처음 연결을 확인한 옛 베일런 배수 터널이 있었다.테오도르가 세레나를 봤다.그녀는 이미 지도의 한 지점을 보고 있었다.발파 지점과 일치하는 곳.‘제4광맥 구 배수관 3번.’지금까지 한 번도 열어 보지 않은 통로였다.공병 한
“세리스.”세레나는 마차에서 내려 물었다.“환자입니까?”“아니요. 수로예요.”“무슨 일입니까?”“제6 외곽 수로 임시 차단판 압력이 갑자기 올라갔어요. 기술관들이 확인하러 갔는데 상류에서 물이 한꺼번에 밀려 내려오고 있대요.”테오도르도 마차에서 내려왔다.세레나가 물었다.“상류 수문은 누가 관리합니까?”“옛 베일런 배수망이랑 연결된 곳은 지금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잖아요.”“그런데 열렸다는 겁니까?”“그런 것 같아요.”세레나는 바로 이동하지 않았다.먼저 지도를 펼쳤다.하부 2구역의 세척수는 임시 차단해 별도 우회 수로로 빼고 있었다. 그 상태에서 상류 압력이 갑자기 올라가면 차단판이 버티지 못할 수 있다.그게 무너지면 오염 가능 물이 제6광산촌 생활 수로로 한꺼번에 들어간다.“주민 급수는?”“대체 급수로 이미 바꿨습니다.”그나마 다행이었다.“수로 주변 사람들은요?”“기술관들이 물리고 있어요.”세레나는 테오도르를 봤다.그가 먼저 말했다.“공병을 보내겠습니다.”“네. 그런데 수문을 닫으려고 바로 들어가지는 마세요.”“함정 가능성 때문에요?”“오늘 우리가 하부 2구역 배수망을 찾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세레나는 지도를 접었다.“먼저 왜 압력이 오른 건지 봐야 합니다.”이번에는 둘이 같은 마차를 타지 않았다.세레나는 의료진과 함께 치료원 마차를 탔고, 테오도르는 공병 쪽으로 갔다.제6 외곽 수로에 도착했을 때는 물소리부터 달랐다.평소 좁게 흐르던 수로가 갈색 물로 가득 차 있었고, 임시 차단판 앞에서는 거품 섞인 물이 세게 부딪히고 있었다.다행히 주민들은 모두 물러나 있었다.기술관 한 명이 손에 상처를 입은 채 앉아 있었다.세레나는 그 사람부터 봤다.“어떻게 다치셨습니까?”“차단판 보강하다가 쇠붙이에 베였습니다.”“물에 손이 닿았습니까?”“장갑은 끼고 있었습니다.”세레나는 상처를 씻고 오염 가능 접촉으로 기록하게 했다.그때 공병 책임자가 테오도르에게 달려왔다.“각하, 상류 수문
4-W가 하지 못했던 것.전쟁 중 만들어진 긴급 보호환자 규정이 하지 못했던 것.테오도르는 그걸 이번 문서에는 처음부터 넣었다.회의가 끝난 뒤 사람들이 나가기 시작했다.세레나는 자리에 남아 최종본을 다시 읽었다.테오도르가 맞은편에서 물었다.“수정할 게 있습니까?”세레나는 마지막 장까지 확인했다.“하나 있습니다.”테오도르가 펜을 들었다.“말씀하십시오.”“검토 주기 두 달은 너무 깁니다.”그의 입가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이번에도 하나는 있군요.”세레나는 웃지 않으려다 실패했다.“한 달로 하세요.”“알겠습니다.”“나머지는 공작님 판단대로 하셔도 됩니다.”테오도르는 수정된 문서를 다시 읽고 서명했다.그 위에는 세레나의 이름이 없었다.이번 규정의 주체는 칼베른 영지였다.세레나는 그게 좋았다.자신이 떠나도 남을 제도였으니까.행정청을 나왔을 때 이미 해가 많이 기울어 있었다.테오도르는 계단 아래에서 마차를 준비하고 있었다.세레나가 가까이 오자 물었다.“같이 가시겠습니까?”이번에는 그가 먼저 물었다.세레나는 마차 두 대를 번갈아 봤다.“네.”테오도르의 눈에 아주 짧은 놀라움이 지나갔다.그는 다른 의미를 묻지 않고 자신의 마차 문을 열었다.세레나는 안으로 들어가 맞은편에 앉았다.마차가 출발한 뒤 한동안 둘 다 말이 없었다.세레나는 창밖으로 지나가는 광산촌 불빛을 보다가 입을 열었다.“아까 기억 얘기요.”테오도르가 시선을 들었다.“네.”“제가 그 문장을 한 건 사실입니다.”그는 숨을 조금 늦췄다.세레나는 계속 말했다.“하지만 공작님이 그걸 기억한다는 이유로 지금 무언가를 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 건 아닙니다.”“알겠습니다.”“그리고 제가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추측하지 마세요.”“네.”그가 너무 순순히 대답하자 세레나가 그를 봤다.“정말 안 물어보실 겁니까?”테오도르는 잠시 생각했다.“묻고 싶습니다.”세레나의 시선이 멈췄다.“그런데 지금 답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으니 안 묻겠습니다.”세
두 번째.‘의료용·산업용 백휘석의 재분류 시 원래 공급 번호를 삭제할 수 없음.’세 번째.‘광산 노동자의 의료 기록을 고용주가 단독 보관하거나 성전으로 강제 이관할 수 없음.’네 번째.‘유사 증상 집단 발생 시 현지 치료사는 성전 승인 전이라도 공통 증상과 노출 경로를 익명 통계로 공유할 수 있음.’다섯 번째.‘안전 조사 때문에 작업이 중단된 기간에는 증상 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노동자 보상 기준 적용.’광산주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남자가 얼굴을 찌푸렸다.“치료사가 광산 규정을 만드는군요.”세레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그럼 이 문서는 뭡니까?”“의료 쪽에서 필요한 최소 조건입니다.”세레나는 테오도르를 봤다.“영지 규정으로 어떻게 만들지는 공작님 판단입니다.”회의실의 시선이 테오도르에게 돌아갔다.그는 세레나 대신 설명하려 하지 않았다.먼저 문서를 끝까지 읽었다.“광산주들의 의견도 듣겠다.”한 사람이 곧바로 말했다.“폐수 처리 시설을 전부 바꾸려면 비용이 큽니다.”테오도르가 물었다.“현재 시설이 생활 수로와 분리돼 있나?”“대부분은 그렇습니다.”“증명할 기록은?”상대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다른 광산주가 말했다.“정상적으로 운영한 광산까지 같은 감사를 받는 건 과합니다.”이번에는 노동자 대표가 끼어들었다.“정상인지 아닌지 저희는 모르니까 이런 일이 난 것 아닙니까?”회의실 분위기가 거칠어졌다.세레나는 그 싸움에 들어가지 않았다.테오도르 역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전 광산을 같은 방식으로 멈추지는 않는다.”그가 말했다.“대신 폐수·폐석·재정제 물량 기록은 전부 남긴다. 이미 기록이 있는 광산은 그걸 제출하면 되고, 없는 곳은 앞으로 만든다.”광산주가 물었다.“과거 기록까지 전부 조사합니까?”테오도르가 세레나를 보지 않고 대답했다.“현재 문제가 확인된 제5·6·7광산과 관련 정제 시설은 과거 오 년을 본다. 다른 광산은 최근 일 년부터 시작한다.”세레나는 그 범위를 듣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