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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빠른 방법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라서

Penulis: 데이지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22 18:44:24

하인이 물러나자 세레나는 뒤늦게 봉투를 놓았던 손을 

치맛자락에 가볍게 문질렀다.

죽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시 그의 사람이 되지도 않는다.

그 두 선택 사이에는 전생의 세레나가 한 번도 걸어 보지 않은 길이 있었다.

칼베른 공작가의 기사는 쉽게 돌아가지 않았다.

세레나가 옷을 갈아입고 침실을 나왔을 때도 그는 현관에 서 있었다. 

진흙이 튄 장화와 헝클어진 머리에서 얼마나 급히 달려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기사는 세레나를 보자마자 계단을 두 칸씩 올라왔다.

“베일런 영애.”

에마가 막으려 했지만 세레나는 손을 들어 제지했다.

“말씀하세요.”

기사는 주변을 살핀 뒤 목소리를 낮췄다.

“공작님께서는 다른 치료사의 손길을 싫어하십니다. 

영애께서 오시면 상처를 보이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상처를 보이지 않는 것은 공작님의 선택입니다.”

“위중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의원에게 필요한 내용을 적어 드렸습니다.”

기사는 손에 든 봉투를 내려다봤다. 아직 전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글 몇 줄로 사람의 상처를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압니다.”

세레나는 한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제가 가지 않는다고 해서 치료를 거부하시는 분을 

설득할 권한까지 제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공작님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 목적이라면, 

저를 이곳에서 붙잡아 둘 시간에 의원에게 그 봉투부터 전해 주시는 편이 낫습니다.”

기사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테오도르를 가까이 모시는 기사라면 세레나를 알고 있을 것이다. 

부름을 받으면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던 영애, 

공작의 상처라면 자신의 몸이 망가져도 성력을 퍼붓던 여자. 

그래서 지금의 거절을 변덕이나 감정싸움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컸다.

“공작님과 다투셨습니까?”

기어이 나온 질문에 에마의 얼굴이 굳었다.

세레나는 난간 위에 얹은 손을 거두었다.

“기사님.”

목소리는 높아지지 않았으나 기사는 자세를 바로 했다.

“테오도르 칼베른 공작께서 다치신 일과 제가 그분께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공작저 의원이 제 소견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정식으로 기록을 보내 달라고 하세요. 

제가 아는 범위에서 답하겠습니다.”

“영애께서 직접 치료하시면 훨씬 빠를 텐데도 말입니까?”

“빠른 방법이 언제나 옳은 방법은 아닙니다.”

세레나는 그의 손에 들린 봉투를 한 번 바라봤다.

“출발하십시오. 공작님의 상태가 걱정되신다면 더더욱.”

기사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세레나가 먼저 시선을 돌리자 결국 고개를 숙였다.

“말씀은 전하겠습니다.”

현관문이 열리며 찬바람이 밀려왔다. 

기사가 계단을 내려가 마차에 오르는 동안, 

세레나는 문이 완전히 닫힐 때까지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마차 바퀴가 자갈을 밟는 소리가 멀어졌다.

에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말 괜찮으세요?”

세레나는 난간 끝에 묻은 먼지를 손끝으로 닦았다.

괜찮다는 대답은 쉽게 할 수 있었다. 전생에는 늘 그렇게 말했으니까.

테오도르가 다른 여자와 혼인하겠다고 했을 때도 괜찮다고 했고, 

치료를 마친 자신을 빈방에 남겨 둔 채 군사회의로 떠났을 때도 괜찮다고 했다. 

몸에서 성력이 빠져나가 손을 제대로 들지 못하는 밤에도 

그가 살아 있으니 괜찮다고 되뇌었다.

그 말은 상태를 설명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자신의 고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기 위한 덮개였다.

“아직은 모르겠어요.”

세레나가 대답했다.

에마의 눈이 조금 커졌다.

세레나는 더 설명하지 않고 복도를 걸었다. 

아무렇지 않다고 거짓말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전과는 다른 아침이었다.

침실로 돌아온 세레나는 문을 잠갔다.

책상 서랍을 열자 비어 있는 가죽 장부가 나왔다.

전생에 테오도르의 부상 기록을 적기 위해 구입했던 것이었다. 

첫 장에는 그의 체온과 맥박, 상처가 벌어진 길이를 적었고, 

마지막 장에는 마리엘과의 혼인식에 필요한 약재 목록을 정리했다.

이번에는 다른 내용을 적을 생각이었다.

세레나는 깃펜 끝을 잉크에 담갔다.

첫 줄을 쓰기 전 손을 멈추고 날짜부터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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