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두 사람의 정적을 갈랐다.
한태준이었다.
손에 서류철을 든 태준이 두 사람의 테이블로 다가와 해인의 앞을 살짝 가로막듯 섰다.
“제가 딱 15분만 시간 준다고 했었는데.”
해인의 파리한 안색과 노골적으로 지갑을 향해 뻗은 명희의 손을 번갈아 살핀 태준의 눈매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죄송합니다. 그게…… 막 일어서려던 참입니다.”
태준의 시선이 테이블 위의 지갑과 명희의 뻗은 손, 그리고 하얗게 질린 해인의 얼굴을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상황을 단번에 파악한 태준은 대수롭지 않은 척, 테이블 위에 놓인 해인의 지갑을 집어 들어 그녀의 손에 단단히 쥐여주었다.
<오후 3시.숨 막히는 적막이 감도는 임원 회의실 안, 도윤의 재킷 안주머니에서 짧은 진동이 울렸다.무시하려던 도윤의 시선이 스마트폰 화면에 닿은 순간, 미간이 얕게 좁혀졌다.[해인]‘이 시간에 해인이가 먼저?’한낮의 연락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찰나의 반가움은 이내 서늘한 예감에 먹혀버렸다. 이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으며 불길한 가정들이 머릿속을 헤집었다.‘무슨 일이지? 회사에서 곤란한 상황이라도 생긴 건가. 아니면…… 설마 어디 다치기라도 한 거야?’그는 보고를 이어가던 팀장의 말을 손짓으로 끊고는 양해를 구하며 회의실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복도 끝 창가에 서서 전화를 받는 도윤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해인아. 무슨 일 있어?”— 오빠. 지금 통화 괜찮아?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해인의 목소리는 기이할 정도로 차분했지만, 도윤은 그 끝에 매달린 미세한 떨림을 단번에 잡아냈다.— 미안해. 방금 회사 로비로…… 엄마가 찾아왔어.“뭐?”도윤의 눈빛이 매섭게 돌변했다.김명희.각서에 지장을 찍고 돈을 챙겨 떠났던 여자가 기어코 해인의 회사까지 찾아왔다는 사실에 짙은 혐오감이 치밀어 올랐다.— 우리 관계……, 이미 다 알고 있었어. 한 여사님께 들었다던데, 다행히 아저씨는 아직 모르시는 것 같고.“한 여사가?”도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김명희가 찾아왔다는 사실보다, 한 여사가 김명희를 쑤셔놓았다는 사실이 도윤의 신경을 더 날카롭게 긁었다.한 여사가 알았다면, 그 깐깐한 아버지의 귀에 들어가지 않았을 리가 없다.아니, 이미 모든 걸 꿰뚫어 보고 계실 터였다.그런데도 그 불같은 양반이 여태 잠잠하시다?이유는 하나뿐이었다.아버지는 도윤과 해인의 관계를 한낱 가벼운 ‘불장난’쯤으로 치부하고 계신 거다.정해진 혼처로 장가를 가기 전, 잠시 거쳐 가는 젊은 날의 일탈.‘그래…… 오히려 잘됐어. 차라리 그렇게 오해하시는 편이 나아. 지금은 그런 눈속임이 필요해. 해인이가 내 옆에서 온전히 제 발로 설 수 있을 때까지만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두 사람의 정적을 갈랐다.한태준이었다.손에 서류철을 든 태준이 두 사람의 테이블로 다가와 해인의 앞을 살짝 가로막듯 섰다.“제가 딱 15분만 시간 준다고 했었는데.”해인의 파리한 안색과 노골적으로 지갑을 향해 뻗은 명희의 손을 번갈아 살핀 태준의 눈매가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죄송합니다. 그게…… 막 일어서려던 참입니다.”태준의 시선이 테이블 위의 지갑과 명희의 뻗은 손, 그리고 하얗게 질린 해인의 얼굴을 빠르게 훑고 지나갔다. 상황을 단번에 파악한 태준은 대수롭지 않은 척, 테이블 위에 놓인 해인의 지갑을 집어 들어 그녀의 손에 단단히 쥐여주었다.눈앞에서 현금을 놓친 명희의 얇은 눈썹이 불쾌하게 꿈틀거렸다.“지금 뭐하는 거예요? 누군데 대화 중에 불쑥 끼어들어요?”“이그니스 마케팅팀 한태준 팀장입니다. 해인 씨 직속 상사고요.”태준이 명희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팀장이고 뭐고, 딸이랑 차 한잔도 못 마셔요?”“아, 안녕하세요.”태준이 명희를 향해 깍듯하게 목례를 했지만, 그 눈빛만큼은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가족분이신 줄은 몰랐습니다만, 지금 해인 씨가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런칭 시안에 긴급한 수정 사항이 생겨서 당장 전체 회의에 들어가야 합니다.”“아니,
만족스러운 듯 입술을 축인 명희가 그제야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해인을 빤히 쳐다보았다.“자, 이제 목도 축였으니 본론을 좀 얘기해 볼까?”“무슨 본론, 나 돈 없어. 아직 인턴이라서 첫 달 월급도 제대로 못 받아.”해인의 필사적인 대답에 명희가 마키아토를 소리 나게 들이키더니, 푸하, 하고 가소롭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에 주변 직원들의 시선이 다시금 카페 구석으로 쏠렸다.“야, 내가 네 그 쥐꼬리만 한 인턴 월급이나 뺏으러 여기까지 온 줄 아니? 사람을 뭘로 보고.”명희가 컵 벽면에 묻은 카라멜 시럽을 손가락으로 찍어 먹으며 몸을 앞으로 바짝 당겼다. 지독하게 달고 끈적한 향이 해인의 코끝을 찔렀다.“너, 도윤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 됐다면서?”명희가 테이블 위로 몸을 바짝 당기며 목소리를 낮췄다. 확신에 찬 비릿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매달려 있었다.해인의 얼굴이 얼음처럼 굳어졌다. 무릎 위에 올려둔 두 손에 왈칵 식은땀이 배어났다.“계집애, 그런 일이 있었으면 엄마한테 말을 먼저 했었어야지. 서운하게 남의 입을 통해서 듣게 하니?”“남의 입? 대체 그게 누군데……. 하 참… 누구길래 그런 말도 안 되는…….”해인은 시선을 피하며 황급히 핸드폰을 매만졌다.감추려고 했지만, 파르르 떨리는 입술과 갈 곳 잃은 눈동자가 이미 권도윤과의 관계를 낱낱이 인정하고 있었다.그 얄팍한 방어를 비웃듯 명희가 가볍게 혀를 찼다.“한 여사.”명희의 입에서 튀어나온 세 글자에 해인의 어깨가 움찔 튀어 올랐다.“지금 네가 사는 그 집의 안주인이 직접 말하던데, 그럼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한 거니?”‘알고 있었다고? 언제부터지? 집에서는 티 안 나게 조심했는데...’숨이 턱 막혀오는 기분에 해인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사색이 된 해인의 얼굴을 감상하듯, 명희가 여유롭게 빨대를 휘저으며 덧붙였다.“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니? 남녀 관계는 다 그렇다. 비밀 연애하면 본인들만 모르지, 남들은 다 안다고.”“아저씨…… 그러니까 회장님도 아신
회전문 안으로 들어선 명희는 기세등등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번쩍이는 대리석 바닥과 높은 층고, 사원증을 목에 걸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명희가 한 여사에게 받은 명함을 쥐고 게이트 쪽으로 무작정 걸음을 옮기던 찰나였다.“잠시만요, 아주머니. 방문증 없이는 출입하실 수 없습니다. 어디 오셨습니까?”로비를 지키던 덩치 큰 보안 요원이 명희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순간, 명희의 얇은 눈썹이 불쾌하게 꿈틀거렸다.“아주머니? 참 나, 내가 어딜 봐서 아주머니라는 거야? 사람 참 볼 줄 모르네.”명희가 기가 찬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그녀는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있던 명함을 보안 요원의 눈앞에 가볍게 흔들어 보이며 툭 말을 던졌다.“여기, 마케팅팀 윤해인. 내가 걔 엄마 되는 사람인데, 딸내미한테 할 말이 좀 있어서 왔거든? 그러니까 귀찮게 굴지 말고 그냥 좀 들여보내 주지?”“규정상 데스크에 신분증을 맡기시고 방문 부서에 확인 전화를 먼저……”“아, 진짜. 융통성 없게 무슨 전화야? 내 딸이라니까. 빨리 열어주기나…… 어머.”짜증을 내며 로비 안쪽을 훑어보던 명희의 시선이 한곳에 멈춰 섰다.그 시각, 로비 한구석에 위치한 개방형 사내 카페에서 남은 커피를 입에 털어 넣고 막 자리에서 일어서던 참인 해인의 뒷모습이었다.명희의 입술 끝이 비릿하게 말려 올라갔다. 그녀는 보안 요원을 향해 손을 휘휘 저으며 여유롭게 웃었다.“거봐, 전화할 필요 없다니까. 저기 있네, 내 딸. 엄마 온다고 마중까지 나와 있는 거 봐.”당황한 보안 요원을 뒤로한 채, 명희가 구두 굽 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며 카페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어머, 우리 딸! 엄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아니?”등 뒤에서 들려오는,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그 끔찍하고 익숙한 목소리.빈 컵을 든 해인의 손이 그대로 굳어버렸다.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웃고 있는 김명희가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엄마가 여길 어떻게.”“어떻게긴. 다 아는 수가 있지.”사색
“대기업?”한 여사는 테이블 위로 명함 한 장을 툭 던지듯 올려놓았다.“백화점 매장이나 지키던 애가 어떻게 거기까지 갔을까? 뻔하죠. 지 딴에는 어떻게든 도윤이랑 급을 맞춰보겠다고 나름대로 노력 하는 거 아니겠어요?”한 여사가 가엾다는 듯 혀를 쯧, 찼다.“그런데 어쩌나. 회장님이 이미 도윤이 짝으로 점찍어둔 혼처가 있는데. 핏줄에 결벽증 있는 그 양반이, 당신 딸을 권씨 집안 며느리로 들일 것 같아요?”“…….”“결혼 따로, 연애 따로. 재벌가 사내들 노는 방식, 명희 씨도 겪어봐서 잘 알잖아요? 도윤이라고 다를까. 평생 그늘진 별채에 첩으로 앉혀놓고 필요할 때나 들여다볼 텐데.”한 여사의 목소리가 명희의 귓가에 감겨들었다.“자기가 안 나서면, 윤해인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버려질 거고, 권도윤한테서 국물 한 방울 못 얻어먹을 텐데. 그래도 명색이 엄마면 딸이 원하는 바를 같이 이루어주려고 노력이란 걸 좀 해야 하지 않겠어요?”명희의 시선이 테이블 위에 놓인 명함으로 처박혔다. 시커먼 탐욕으로 번들거리는 눈동자와 함께, 명희의 거친 손이 명함을 낚아채듯 집어 들었다.**“해인 씨, 방금 보낸 기획안 폰트 사이즈만 조금 더 키워서 다시 넘겨줘요.”“네, 팀장님! 바로 수정하겠습니다.”모니터 화면을 뚫어질 듯 노려보며 쉴 새 없이 마우스를 클릭하던 해인의 시야로, 불쑥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불시착했다.“쉬엄쉬엄해. 그러다 우리 디자이너 쓰러지면 이번 런칭 망해.”고개를 팩 치켜들자, 캡모자를 푹 눌러쓴 강서우가 테이블에 비스듬히 기댄 채 씩 웃고 있었다.“모델님? 위층에서 화보 콘셉트 회의 중 아니었어요?”“방금 끝났지. 아, 영감이 꽉 막혀서 머리 터지는 줄 알았네.”서우가 과장되게 뒷목을 주무르더니, 불쑥 해인의 의자 팔걸이를 쥐고 뒤로 슬쩍 잡아당겼다.“한 팀장님! 저 윤해인 사원님 딱 10분만 사내 카페로 납치하겠습니다! 메인 모델 영감 충전 좀 할게요!”사무실 한가운데서 당당하게 외치는 뻔뻔한 목소
에이펙 본사의 최상층, 무거운 정적이 감도는 회장실.권 회장은 비서실장이 내민 보고서를 훑으며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입을 열었다.“그래서, 매일같이 별채를 들락거린다?”“본부장님께서 윤해인 씨의 주변을 자주 맴도시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딱히 데이트라고 부를 만한 정황은 없어서 굳이 보고드리지 않았는데…….”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뒷말을 이었다.“어제 퇴근길에, 자택 앞에서 두 분이 차를 타고 다시 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주택가 초입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차가 잠시 멈췄을 때, 윤해인 씨가 먼저 키스를 시도하는 듯한 행동이 있었습니다만.”“……있었습니다만?”“본부장님께서 고개를 돌려 피하셨습니다.”그 말에 서늘했던 권 회장의 입가에 짙은 비웃음이 번졌다.“그럼 그렇지. 누구 아들인데.”권 회장은 서류를 책상 위로 툭 던지며 만족스러운 듯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윤해인에게 목을 매는 줄 알았더니, 역시나 제 아들은 선을 넘지 않고 있었다. 그저 가벼운 불장난에 불과하다는 확신이 섰다.“하지만 먼저 입술을 들이밀다니, 그 발칙한 행동은 몹시 거슬리는군. 윤해인 쪽은 어떤가? 그 주변에 다른 남자는 없고?”“이그니스 마케팅팀에 한태준이라는 팀장이 있습니다. 회사 내에서는 오히려 본부장님보다 그쪽과 붙어 있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점심시간도 그렇고, 사적으로 편의점도 꽤 자주 동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하하.”권 회장의 입에서 기가 찬다는 듯 건조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역시 천한 핏줄은 못 속인다니까.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딱 제 어미를 쏙 빼닮았어. 앞에서는 순진한 척하면서 뒤로는 사내새끼들한테 꼬리나 치고 다니는 꼴이.”한때 제 안방을 차지했던 김명희의 천박함을 떠올린 권 회장의 눈빛이 경멸로 물들었다. 그는 깍지 낀 손으로 턱을 괸 채 차갑게 중얼거렸다.“차라리 도윤이가 그 기집애의 실체를 빨리 아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어.”“실체 말씀이십니까?”“어미를 닮았으면 사내 품에서 구르는 것쯤이야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갑자기. 오빠는 그냥 오빠지.”겨우 내뱉은 목소리에서 의지와 상관없는 떨림이 느껴졌다.아니라고 딱 잘라 말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혀끝이 마비된 듯 굳어버렸다.조금 전 자신을 외면하고 돌아서던 도윤의 넓은 어깨와, 차갑게 식어있던 눈동자가 잔상처럼 스쳐 지나갔다.그건 서운함일까, 아니면 서우가 말한 그 지독한 감정의 편린일까.해인은 제 안의 금기된 상자가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한 번도 남자라는 프레임으로 가둬본 적 없는 도윤이, 서우의 질문 하나에 낯선 열기를 띠며 심장 속으로 침투해 왔다.
칠흑 같은 한강의 물결 위로 서울의 네온사인이 깨진 보석처럼 흩뿌려졌다.기부라는 숭고한 명분은 차갑게 식은 샴페인 기포 속에 녹아 사라지고, 한강의 밤바다 위에는 오직 서로의 계급을 확인하려는 은밀한 탐욕만이 번들거렸다.“표정 좀 풀어. 사람들이 우리 싸운 줄 알겠어.”채영이 도윤의 팔에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며 속삭였다.도윤은 대답 대신 정중하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 너머, 아직 굳게 닫힌 연회장 입구를 응시했다. 시선은 고정되어 있었으나, 초점은 불안하게 흔들렸다.“곧 올 거야. 당신이 아주 깜짝 놀랄 모습으로.”채영의
정적은 독이었다.의식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순간, 도윤은 제 전신을 감싸고 있는 낯선 감각들에 마비될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팔 안에 가득 들어찬 말랑하고 가녀린 곡선, 콧끝을 집요하게 간질이는 보드라운 머리카락, 그리고 얇은 잠옷 너머로 여과 없이 전해지는 뜨거운 온기.하지만 곧 그것이 무엇인지 자각하자마자 , 도윤의 등골로 서늘한 소름이 돋아 올랐다.‘……!’제 품에서 고른 숨을 내뱉고 있는 건, 세상에서 유일하게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였다.심장이 늑골을 뚫고 나올 듯 요동쳤다. 다행히 해인은 깊은 잠에 빠진 듯 미
“엄마, 나 이 약혼 안 해. 못 하겠어.”찻잔을 매만지던 엄마의 손길이 멈췄다. 하지만 기대했던 걱정이나 당혹감 따위는 없었다. 엄마는 그저 안경 너머로 채영을 차갑게 훑었을 뿐이었다.“권도윤이 에이펙 후계자 자리에서 밀려나기라도 했니?”“그게 아니라…….”담담한 물음에 채영의 입술이 굳었다가 다시 움직였다.“그 인간, 나 사랑 안 해. 아니, 사랑 안 하는 건 상관없는데, 딴 여자가 있다고!”채영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하지만 엄마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그래서?”“그래서라니?”엄마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