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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해 볼까 해 - 사라진 빛

Author: 운몽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2 22:44:49

"지금 나더러 나를 칼로 찌르라는 말이냐?"

철민은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아 여러 번 자신의 뺨을 내려 쳐 보기도 하였으나 여전히 보이는 건 칼 한 자루였다.

"보시다시피."

"가능할 리가 없잖아! 어떤 멍청이가 스스로를 찌르겠냔 말이야!"

철민의 외침에 도윤은 자신의 팔을 걷어보였다.

대차게 울려퍼지던 철민의 목소리가 멈췄다.

"불가능 한 것은 없습니다."

도윤의 팔은 꽤나 깊은 상처를 입었던 것 같은 흉터들이 낭자했다.

"저는 선택지를 드렸어요, 스스로 못하시겠다면 제가,"

"기다려!"

칼을 쥐려는 도윤보다 빠르게 칼을 낚아챈 철민의 손은 미친듯이 떨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도윤은 철민의 앞으로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를 더 내밀었다.

"황미옥"

이름 세 글자만이 무거운 공기 중으로 울려퍼졌다.

"뭐?"

"이것도 모르시진 않으실텐데요."

세 글자 이름을 들은 철민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황미옥씨 주소, 알고 계시죠? 제가 필요한 정보를 내어주시고 자신을 구하시겠어요?"

황미옥. 철민의 아내이자, 도윤의 친모였다.

"그 여자 주소를 내가 어떻게 알아!"

마른 침을 삼킨 철민은 여전히 떨고 있었다.

도윤은 더 이상 철민과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다.

"저희 너무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모른다면 이 이상의 대화는 필요없습니다."

몸을 일으킨 도윤은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또 한 자루의 칼을 꺼내들었다.

"자, 잠깐!"

겁에 잔뜩 질린 철민은 알아보기 힘든 글씨로 무엇인가를 적어내려갔다.

"내가 아는 황미옥의 마지막 주소였어. 여기로 가 봐.그럼 나는 이제 살려주는거지?"

이윽고 들려온 대답에 철민의 눈에 안광이 사라졌다.

"지옥에선 부디 두 분 사이좋게 지내시길."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써버린 도윤은 더 이상 지체할 틈이 없었다.

철민을 화장실로 데려가 낡은 욕조 속에 눕힌 도윤은 철민의 손에 칼을 쥐여주었다.

그리고 칼을 쥔 철민의 손을 다시 제 손으로 잡곤 천천히 철민의 심장을 향해 올려두었다.

"살려준다고 했잖아!"

어느덧 공포로 인해 철민의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되어 있었다.

"권도윤이에요, 제 이름. 아버지."

철민과 마찬가지로 도윤의 손 또한 미친듯이 떨리고 있었다.

"알 게 뭐야!"

"그리웠습니다, 아버지. 곧 저도 따라 갈게요."

주저흔을 남기기 위해 살갗 위로 여러 번의 상처를 낸 도윤은 심장 위에 다시 칼을 올려두었고 그 위로 제 무게를 실었다. 

"으윽..."

예리한 칼 끝은 철민의 심장을 향해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붉은 피가 흘러나왔고 이미 노쇄한 철민의 몸은 많은 출혈과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

그렇게 도윤은 원망하던 아버지를 아이러니하게도 제 품에서 보낼 수 있었다.

처음으로 자신의 아버지의 온기를 느껴 본 도윤은 기분이 묘했다.

피가 점점 빠져나가는 철민의 몸은 빠르게 식어갔다.

일을 마친 도윤은 족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본인의 발자국을 말끔히 지웠고, 현장을 꼼꼼히 둘러 본 도윤은 자신이 실수로 남긴 흔적은 없는지 살피기 시작했다.

마지막의 철민의 모습을 눈에 담은 도윤은 그대로 집을 나섰다.

오는 길에 본 좁은 골목, 빛조차 제대로 들지 않는 골목길이었다.

CCTV조차 제대로 설치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도윤은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저 바보."

도윤이 도주하자마자 그의 뒤로 범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생각했던 것보단 그래도, 조금은 엉망진창이었지만 해냈네."

범은 도윤의 보호자이면서도 감시자였다.

"아니? 우리 도윤이 생각보다 잘 해냈을지도?"

멀어져가는 도윤의 모습을 지켜보던 범은 확인사살 및 도윤이 미처 놓친 증거들을 지우기 시작했다.

"장갑 잘 끼고 있었으니 지문 없고, 족적은 지가 지웠고, 떨어진 머리카락 없고, 애초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녀석이라 이걸 찾아낼지도 궁금하긴 하네."

연거푸 혼잣말을 하던 범은 대포폰으로 사건 현장을 촬영하곤 홀연히 자신도 철민의 집을 나섰다.

"안전 조심하셔야죠."

떠나는 길에 범은 도윤이 열어두었던 철민의 집 문을 굳게 닫아주었다.

"왔어?"

도윤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더 일찍 집에 도착한 범이 도윤을 반겼다.

"우리 도윤이, 잘 해냈어? 어떻게 됐나?"

이미 모든 것을 지켜본 범이었지만 도윤을 천천히 기다려주었다.

그 어떠한 대답도 없이 범을 그대로 지나친 도윤은 곧장 화장실로 향하더니 자신의 손을 미친듯이 씻어냈다.

헛구역질이 계속해서 도윤을 괴롭혔다.

범이 따라와 도윤의 등을 두드려주자 도윤은 그제서야 참았던 숨과 눈물을 쏟아내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형, 내가, 내가 아빠를 죽였어."

도윤의 목소리는 알아듣기 힘들만큼 울음이 가득했다.

"따뜻했던 온기가 나 때문에 사라졌어. 그 감촉이 잊혀지지가 않아."

장난스럽던 모습은 어디가고 도윤을 처음으로 안아 준 범은 연거푸 도윤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잘했어, 숨 쉬어. 잘했어 내 동생, 고생했다."

그 어떠한 말도 지금의 도윤에겐 닿지 않으리란 걸 잘 알고 있는 범은 그저 도윤을 토닥일 뿐이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도윤은 자신이 벌인 일 때문에 괴로워하며 물 한모금조차 삼키지 못한 채 겨우 잠들었다.

도윤이 괜찮은지 살핀 범은 차마 도윤을 깨우지 못한 채 약속했던 장소로 홀로 향했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도윤아, 마음 단단히 먹어."

처음 이 일에 발을 들인 자신의 모습과 도윤이 계속 겹쳐보여 마음이 쓰였다.

하지만 자신이 믿었던대로, 그리고 자신이 해냈던대로, 도윤은 잘 이겨내리라.

범이 집을 나가자마자 도윤은 눈을 떴다.

그의 눈 속에는 더 이상 빛 한 점 찾아볼 수 없었다.

운몽

빛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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