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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해 볼까 해 - 내가 세상에 남기고 만 것

Penulis: 운몽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10 18:04:01

도윤을 만난것이 미연에게 있어서 큰 행운임은 틀림없었지만, 미연은 이 행운만을 즐길 순 없었다.

철민에 의해 민지의 건물로부터 나온 미연은 새로운 일자리를 계속해서 찾아야 했고 이젠 아픈 몸을 꼭두새벽부터 이끌고 나가야만 했다.

도윤을 입히고 먹여야 했다.

어느새 미연의 옷장에는 미연의 옷보다 도윤의 옷이 더 많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콜록, 콜록. 내가 감기를 조심하라 해놓곤 내가 감기에 걸린 모양이군."

도윤이 잘 자고 있는지 확인 한 미연은 새벽 아침식사 밥집으로 출근하기 위해 대문을 나섰다.

대문은 아침부터 경쾌한 소리를 내며 잠겼다.

도윤을 위해 도어락을 설치한 미연이었다.

"할미 다녀올게."

도윤에겐 닿지 않을 인사를 남긴 채 미연은 홀연히 떠났다.

사실 미연은 도윤의 육아와 일의 병행, 그리고 금전적인 문제로부터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그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진 탓일까, 최근 들어 그녀는 잔병치례가 잦아졌다.

원래도 좋지 않았던 허리는 악화되었고, 감기같은 질병은 달고 살았다.

어느 날은 일어날 수 조차 없어 가만히 누워 자고 일어나니 옆에서 도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제 머리에 물수건을 올려놨다.

옆에 잠든 도윤의 얼굴은 누가 보아도 한참 운 사람의 것이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자꾸 나쁜 생각이 든다 할미가..."

그 날밤은 미연은 한참동안이나 도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고 한다.

기어이 일이 터지고 말았다.

아침부터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도윤은 일찍 눈을 떴다.

"도윤아, 안에 있어? 민지 누나야!"

문 밖에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도윤은 의심할 겨를도 없이 문부터 열었다.

"우리 도윤이! 잘 지내고 있었어?"

제 품으로 와락 안기는 도윤에 민지 또한 함박 웃음을 지으며, 도윤의 눈곱을 다정스레 떼어주었다.

"할머니는?"

열린 문틈으로 집 안을 빼꼼 살펴보던 민지는 미연을 찾았다.

"우리 할미 요즘 아파 누나"

아까의 모습은 어디가고 풀이 잔뜩 죽은 도윤이 답했다.

"집에 약은 있어?"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는 도윤의 손을 잡고 민지는 문을 나섰다.

그렇게 민지의 출근길을 동행하게 된 도윤은 미연도 잠시, 처음으로 하는 외출에 꽤 신난 모양이었다.

"누나가 약이랑 먹을 것좀 사줄테니까 이거 들고 바로 집으로 가야 돼, 알았지?"

"네!"

듣는 중 마는 중 세상 구경을 하며 신난 도윤은 그저 씩씩하게 답할 뿐이었다.

"도윤이 호빵 먹을래?"

"호빵?"

도윤에게 물어 미연의 증상을 파악한 미연은 먼저 약을 사고 난 후 우연히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호빵을 보았다.

"호빵 먹어본 적 없어? 이거 되게 맛있어. 누나가 사줄게."

도윤의 호빵보다 더 말랑한 볼을 살짝 꼬집은 민지가 이윽고 호빵 4개를 샀다.

"이거 따뜻하게 먹어야 맛있으니까 집에 가자마자 할머니랑 나눠먹어. 알겠지? 그리고 바로 할머니 약도 챙겨드려. 물만 떠다 드리면 돼. 알겠지?"

"네!"

아까도 들었던 대답이지만 이번엔 확신에 찬 대답이었다.

"도윤이, 누나랑 같이 왔던 길로 이대로 쭉 올라가기만 하면 돼, 알겠지?"

미연과의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늦은 출근길임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됐던 민지는 기어코 도윤을 어느정도 데려다 줬다.

그 마저도 도윤이 씩씩하게 걸어 코너를 돌아 사라질 때까지 걱정이 되어 가는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미연이 또 울면 안될텐데.

어딘가 씁쓸한 표정으로 민지는 다시 출근길에 올랐다.

도윤에게 도어락은 조금 어려웠다.

도어락의 비밀번호는 미연이 도윤을 처음 만난 날이다.

6월18일

도어락을 처음 본 도윤은 꽤나 애먹었지만, 이제는 제법 비밀번호를 잘 누르고 들어왔다.

문이 열리자마자 도윤은 큰 소리로 외쳤다.

"할미! 이거 좀 봐! 할미 호빵 알아? 민지 누나가 사줬어! 같이 먹으래!"

집 안은 고요했다.

평소 미연이라면 누워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마중을 나왔을텐데 오늘은 달랐다.

"할미 많이 아파?"

들떴던 목소리도 잠시, 도윤은 미연의 옆으로 잽싸게 달려갔다.

"할미...?"

미연은 여전히 답이 없었다.

도윤은 냉큼 미연의 손을 잡았고, 이윽고 그 작은 몸은 불안함에 사시나무 떨 듯 떨렸다.

미연의 손의 평소와 같이 않게 너무 차가웠다.

"할머니, 할머니, 할머니 어...?"

어린 도윤은 어쩔 줄 몰랐다.

이미 차가워진 미연의 몸을 다시 따뜻하게 해주고 싶었다.

한글도 겨우 배운 아이가 구급신고를 할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도윤은 신발도 신지 못하고 아까 민지와 같이 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며 미친듯이 울부짖었다.

"민지 누나! 민지 누나!"

같이 갔던 약국, 호빵을 샀던 편의점. 

민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도윤은 그대로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민지 누나, 할머니가 이상해...민지 누나..."

도윤의 애달픈 목소리에도 민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또 다시 한참을 운 도윤은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호빵은 이미 식어버린 뒤였다.

어느 덧 퇴근시간.

오늘의 업무를 마친 민지 또한 여전히 도윤과 미연이 걱정이었다.

미연이 많이 안좋은 건지 여태 자신의 메세지에 답변이 없었다.

결국 민지는 한 번 더 오지랖 부리기로 했다.

퇴근길에 다시 한 번 도윤의 집에 들려 초인종을 눌렀다.

안은 고요했다.

무언의 불안에 휩싸인 민지는 그대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도윤아! 민지 누나야! 도윤아! 안에 없어?"

혹여 괜히 아침에 저 때문에 집으로 잘 돌아오지 못한 것인지 걱정을 하던 민지도 잠시,

문이 열렸다.

"누나..."

"도윤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할미가..이상해..."

민지의 불안함은 확실함으로 자리잡았다.

도윤의 손을 잡고 집안으로 들어온 민지는 경악하고 말았다.

얼른 도윤의 눈 부터 가렸다.

"누나..할머니 어떡해?"

이 작은 존재가 '죽음'이라는 개념을 이해할리 만무했다.

이해하고 있는 민지 또한 눈물이 차올랐다.

이윽고 민지의 신고로부터 이 좁은 골목은 사이렌 소리로 시끄러웠다.

그렇게 미연의 사인은 뇌졸중으로 밝혀졌다.

이미 뇌혈관 이력을 갖고 있던 미연은 쓰러지면서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았고, 그대로 치료시기를 놓친 것이다.

그런 미연을 도윤은 본인의 있는 힘을 다 짜내어 눕혀놓은 것.

민지는 그런 미연과 도윤의 모습이 눈에 너무 선하여 한참을 울 뿐이었다.

미연의 유품을 도윤과 함께 정리하면서 미연이 생전에 너무 소중히 여긴 통장을 발견했다.

통장을 펼치자, 같이 붙어있던 메모장도 함께 볼 수 있었다.

'비밀번호 0618'

한장과 함께

'오늘 저녁 메뉴'

- 다진 고기

- 파

- 카레

- 당근

- 감자

- 햄

미연이 잊은 그 날의 저녁 메뉴는 카레였나보다.

미연이 잊은 것은 저녁메뉴 뿐만이 아니었다.

도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도윤을 학대, 방임한 부모는 도윤의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뒤늦게 알아챈 미연은 출생신고를 하려 했지만, 미연에겐 치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어떻게든 도윤의 출생신고를 하고 싶었던 미연이지만 세상은 미연이 모든 것을 잊게 만들었다.

행복했던 삶도, 불행했던 모든 것도.

그렇게 도윤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슬픈 삶을 살아야만 했다.

이 어린아이에게 펼쳐진 세상은 너무나 가혹하기만 했다.

이제 더 이상 빨간 털실은 없다.

운몽

기구한 운명을 지닌 두 사람은 과연 어디로 향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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