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청운이 먼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차율은 그제야 멈춰 있던 숨을 천천히 내쉬며 뒤따랐다.
한 팀이 전부 들어와도 넉넉할 만큼 큰 회의실에 단둘이 마주 앉으니 공간이 유난히 휑하게 느껴졌다.
열띤 토론은커녕 어색한 침묵만 감도는 가운데, 청운은 말없이 차율을 바라봤고 차율은 그 시선이 괜히 신경 쓰여 애꿎은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하지?’
입안이 바짝 말라 가던 순간, 두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저번에…….”
“소,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얘기하려는 거죠?”
먼저 운을 뗀 쪽은 청운이었지만, 당황한 차율의 높은 목소리에 그대로 묻혀 버렸다.
본의 아니게 말을 잘라 버린 꼴이 되자 차율의 얼굴에 낭패감이 번졌다.
“아, 무슨 말씀 하시려던 게…….”
“네.”
또 한 번 말이 겹쳤다.
차율이 난감한 얼굴로 입을 다무는 사이, 청운은 잠시 숨을 골랐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본론으로 들어갔다.
“챌린지보다 인플루언서 협업을 먼저 진행하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
“하지만 아직 인플루언서 리스트업도 끝나지 않았는데요?”
일 이야기가 나오자 차율의 눈빛이 눈에 띄게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 어색함에 눈치를 보던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청운 역시 익숙하다는 듯 자료를 펼쳤고, 조금 전까지 휑하기만 했던 회의실에는 금세 두 사람의 의견이 오가기 시작했다.
오후 8시.
퇴근한 사람들의 흔적만 남은 사무실에서 마지막까지 켜져 있던 자리 하나가 마침내 어두워졌다.
차율의 자리였다.
신입 시절부터 제 일이든 남의 일이든 맡은 일이라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렸던 그녀에게 야근은 이제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이었다.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책상 위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종이컵 하나가 놓였다.
“이제 퇴근해요?”
진한 원두 향 위로 부드러운 중저음이 얹혔다.
고개를 들자 백호빈이 서 있었다.
“아. 이제 하려고요.”
대답을 하면서도 차율은 그가 내민 컵을 바라보기만 할 뿐 선뜻 손을 뻗지 못했다.
호빈은 그런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컵을 그녀 쪽으로 조금 더 밀었다.
“마셔요. 카페 갔더니 원 플러스 원이라길래.”
“아…… 감사합니다.”
그제야 차율은 호빈의 다른 손에도 똑같은 종이컵이 들려 있는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커피를 받아 들었다.
따뜻한 온기가 손바닥으로 스며들었다.
‘요즘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도 원 플러스 원 행사를 하나?’
잠깐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원래 그런 것을 꼬치꼬치 따지는 성격도 아니었거니와, 기왕 건넨 호의를 쓸데없는 질문으로 무안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 먼저 가 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네. 들어가요.”
차율은 갈색 크로스백의 끈을 고쳐 메고 가볍게 목례한 뒤 돌아섰다.
복도로 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자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렸다. 텅 빈 공간에 몸을 싣고 닫힘 버튼을 누르려던 찰나, 고요한 복도를 깨뜨리는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타닥, 타닥.
빠르게 가까워지는 구두 소리에 차율이 고개를 돌렸다.
“잠시만요! 홍 과장님, 같이 가요!”
닫히려는 문틈 사이로 회색 코트를 한쪽 팔에 걸친 호빈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차율이 화들짝 놀라 열림 버튼을 누르자 간발의 차로 문이 다시 벌어졌다. 안으로 들어온 호빈은 벽에 한 손을 짚은 채 들썩이는 어깨를 가라앉혔다.
“미안해요. 이 시간엔 엘리베이터 혼자 타면 괜히 무섭더라고요.”
차율의 눈이 조금 커졌다.
원 플러스 원 커피에 이어 이번에는 엘리베이터가 무섭다는 핑계라니.
넉살 좋기로 유명한 백 부장다운 농담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진심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차율이 얼떨떨한 얼굴로 바라보자 호빈은 금세 장난스럽게 눈꼬리를 휘며 닫힘 버튼을 눌렀다.
“왜요? 제가 겁쟁이라는 게 안 믿겨요?”
“아, 아뇨.”
차율은 괜히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등 뒤에서 터진 호빈의 낮은 웃음소리가 좁은 엘리베이터 안을 채웠다.
고작 몇 초뿐인 시간이 평소보다 길게 느껴졌다.
띵-.
1층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 호빈이 갑자기 제 주머니를 뒤적였다.
“아, 놓고 온 게 있네.”
“네?”
“홍 과장님 먼저 가요. 전 잠깐 올라갔다 와야겠어요.”
차율이 얼떨결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호빈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문이 닫히고 차율 혼자 로비에 남았다.
그녀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 표시등을 바라보니 숫자는 다시 5층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혼자 타기 무섭다더니.’
역시 핑계였나 보다.
알면서도 어쩐지 묘한 기분이 들어 차율은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잠시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그리고 로비를 가로지르려던 순간이었다.
“어! 홍차율 과장님!”
익숙한 목소리에 차율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소파에 죽치고 앉아 있던 남주함이 스프링이라도 달린 사람처럼 벌떡 튀어 올랐다.
“남…… 대리님?”
“아, 왜 이렇게 늦게 나와요. 기다리다 날 새는 줄 알았네.”
“네? 설마 지금까지 절 기다리신 거예요?”
“그럼요. 제가 안경도 찾아다 드렸는데 받은 건 얻어맞은 것밖에 없잖아요.”
주함이 기다렸다는 듯 바짓단을 걷어 정강이를 내밀었다.
아침의 소란이 떠오른 차율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물었다.
문득 조금 전까지 함께 있던 호빈이 생각나 뒤를 돌아봤지만, 엘리베이터는 이미 5층에 도착한 뒤였다.
‘조금만 늦게 올라가지.’
거짓말인 걸 알면서도 이 순간만큼은 아쉬웠다.
차가운 로비 조명 아래서 주함의 시선이 다시 차율의 얼굴을 훑었다. 그는 차율이 불편해하는 기색을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한 발 가까이 다가왔다.
“술 한잔만 사 줘요. 그 정도는 해 줄 수 있잖아.”
주함의 손이 차율이 단정하게 맨 목도리 끝으로 향했다.
차율은 곧바로 반걸음 물러서며 목도리를 제 쪽으로 잡아당겼다.
“남 대리님.”
“왜요. 이 정도 가지고 뭘 그래.”
아침에 들었던 경고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모양이었다.
주함이 코를 찡긋하며 웃었다.
그렇다고 차율이 겁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시선은 잠시 주함의 정강이로 떨어졌다.
‘내일부터는 뾰족구두를 신고 다녀야 하나.’
신발장에 고이 모셔 둔 하이힐의 굽 높이를 진지하게 떠올렸을 뿐이었다.
그 속을 알 리 없는 주함은 차율의 침묵을 망설임으로 받아들인 모양인지 혼자 신이 나서 말을 이어 갔다.
“제가 분위기 죽이는 술집 하나 알거든요.”
“…….”
“아니면 굴 먹으러 갈래요? 아아, 조크. 조크!”
차율은 한쪽 눈썹을 미세하게 찌푸렸다.
이 인간을 어떻게 떼어 놓아야 하나.
일이 남았다고 하고 다시 위로 올라갈까. 잠시 올라갔다 온다며 기다리라고 한 뒤 그냥 다른 출구로 빠져나가 버릴까.
하지만 올라갔는데 백 부장이 이미 퇴근하고 없다면?
차율이 머릿속으로 탈출 방법을 궁리하는 동안에도 주함의 자랑은 끝날 줄 몰랐다.
“내 차 여기 바로 앞에 세워 놨는데. 아, 제 차 모르죠? 이번에 새로 뽑았거든요.”
주함이 괜히 뜸을 들이더니 입꼬리를 비틀었다.
“B. M. W.”
브랜드 이름을 한 글자씩 힘주어 발음하는 모습에 차율은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저 말을 하면서 왜 눈까지 내리깔고 혀끝을 내미는 건지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차율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는 확실하게 거절해야겠다.
“남 대리님, 저는…….”
그때였다.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럼, 저 좀 태워주시겠어요? 남 대리님.”
그 말을 기다려 놓고, 막상 듣고 나니 서운했던 일부터 떠올랐다.“이 대리님은요?”청운이 내려놓았던 자료에 손을 얹었다.“면접 결과 나오면 제일 먼저 말해 준다고 했잖아요. 저도 남한테 듣기 싫어서 부탁한 거였는데.”“아. 그건 거절했습니다. 결과 나온 날 바로요.”차율은 닫다 만 가방의 지퍼를 마저 당겼다.잘됐다는 말이 하마터면 먼저 나갈 뻔했다. 청운에게도 좋은 결정이었는지는 물어보지도 않고.“그럼 왜 얘기 안 해주셨어요?”“말씀드리러 갔었습니다. 퇴근하실 때요.”“언제요? 저 못 봤는데.”“바빠 보이셔서 그냥 왔습니다.”그 무렵이면 두 정거장 떨어진 정류장에서 호빈의 차를 타곤 했다.거기까지 왔던 걸까.어디서 봤느냐는 말은 입 밖에 내지 못했다.“그다음 날도 저 보셨잖아요.”“예. 제가 늦었습니다.”청운이 구겨진 자료 모서리를 폈다.“제 일은 말도 안 해 놓고 과장님한테는 가지 말라고 했네요.”그렇게 말하니 오히려 섭섭했다. 염치없다고 방금 한 말까지 거두어 갈까 봐.“늦어도 얘기해 주시지.
자기가 웃어서 좋았다는 뜻일까.차율은 하마터면 그 말까지 입 밖에 낼 뻔했다.청운은 아직 차율을 보고 있었다. 먼저 물어 놓고 이제 와서 농담처럼 넘길 수도 없는데, 가방 안에서 핸드폰이 울렸다.[어디예요? 다들 2차 간대요. 기다릴게요.]호빈의 이름을 보자 가방을 가지러 온 사람치고는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다는 생각이 들었다.[지금 내려가요.]“저 먼저 갈게요.”“…네. 가방은요?”손에는 핸드폰만 들려 있고 가방은 의자 위에 그대로였다. 차율이 얼른 어깨에 메자 청운이 문을 열어 주었다.차율은 평소처럼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표정까지 평소 같았는지는 자신이 없었다.노래방 문을 열자 도윤의 노랫소리보다 탬버린 소리가 먼저 쏟아졌다. 호빈은 소파에 놓아둔 재킷을 들어 차율이 앉을 자리를 내주었다.“안 오나 했어요.”“기다린다면서요.”그 말에 호빈이 웃었다.사람들이 후렴을 따라 부르는 사이 둘은 잠깐 어깨를 붙이고 앉아 있었다. 차율은 노래가 끝날 때까지 그대로 있고 싶었다.차율이 먼저 일어나자 호빈도 택시 잡는 데까지 따라나왔다.“다들 부장님 찾겠어요.”“나도 아까부터 차
“그런 사이 아니에요.”대답하고 나서야 차율은 호빈의 눈을 봤다. 웃고 있을 줄 아니었는데 아니었다.“알아요. 그래도 질투는 나네요.”호빈은 차율이 안고 있던 자료를 받아 들었다.“가요. 늦으면 안 되니까.”차율은 나란히 걸으면서도 무슨 말을 보태야 할지 몰랐다.청운과 눈이 마주치고 웃었던 순간까지 설명할 수는 없었다.*한성유통 회의실에서 리모컨을 쥐었을 때도 그 말이 남아 있었다.차율은 첫 장을 띄우고 고개를 들었다. 호빈이 바로 앉았고, 그 옆에서 청운이 자료를 폈다.발표는 순조로웠다. 질문도 무난했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인사를 하려는 순간, 가운데 앉은 상무가 손을 들었다.“하나만 묻죠.”그는 안경을 벗어 테이블에 내려놓았다.“미가앤푸드의 단가는 귀사보다 18퍼센트 낮습니다. 예상 판매량도 더 크고요. 우리가 귀사를 골라야 할 이유가 뭡니까?”차율은 준비한 손익표를 다시 띄웠다.“저희 예상치는 새로 받은 매출 확정치에 맞췄습니다. 처음 계획보다 초도 물량을 줄였고요.”“매출도 그만큼 줄겠군요.”“팔리지 않은 물량을 떠안는 비용도 봐야 합니다. 출근 수요가 확
숫자 하나만 고칠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차율은 판매 예측표 옆에 손익표를 띄웠다. 납품 물량을 줄이니 개당 원가까지 달라졌다. 청운이 매장별 배치안을 여는 동안 호빈에게 전화를 걸었다.“부장님, 확정치가 나왔는데 차이가 큽니다. 예측부터 다시 잡아야겠어요.”-자료 보내 줘요. 팀에도 연락할게요.설명을 마치기도 전에 차 키 챙기는 소리가 들렸다.*열한 시 반, 마케팅1팀이 회의실에 모였다.다들 평소보다 편한 차림이었다. 도윤의 앞머리는 덜 말라 이마에 붙어 있었고, 주함은 콩이의 목줄과 노트북 가방을 한 손에 쥐고 있었다.“콩이도 야근이에요?”도윤이 허리를 숙이자 콩이가 꼬리를 흔들었다. 주함은 목줄을 짧게 잡으며 한숨을 쉬었다.“혼자 둘 수가 없어서요.”의자 옆에 담요와 물그릇을 놓아 준 뒤에야 노트북을 폈다. 콩이는 담요보다 주함의 발등에 먼저 턱을 얹었다.“판매 예측은 제가, 점포별 배치는 이 대리님이 맡을게요. 혜주 씨는 장표 정리, 지수 씨는 수치 대조 부탁해요. 도윤 씨는 그래프 바꾸고요.”“원가와 최소 생산량은 내가 볼게.”“최종 파일은 남 대리님한테 모아 주세요.”주함이 공유 폴더를 정리하는 사이 차율은 첫 장을 바꿨다.매출 증가율 대신 준비해 둔 고객 조사부터 보여 주기로 했다. 왜 아침을 거르는지, 어떤 제품이라면 사겠다고 했는지.“이 표 앞으로 당길까요
“성과가 좋아도 전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이세요?”인사팀 과장은 차율이 내민 실적표를 내려놓았다.“물류 기획 인력 보강이 우선이라서요. 아직 검토 중입니다. 현재 업무와 부서 의견도 함께 보겠습니다.”“제가 빠지면 진행 중인 사업은 누가 이어받는지도 검토해 주세요.”차율이 담당 업무표를 얹자 인사팀 과장의 펜이 사업 이름 옆에 멈췄다.화요일 10시에 시작한 면담은 십오 분 만에 끝났다.일을 못해서 보내는 게 아니라니, 잘했다는 말만으로는 남을 수 없다는 건가.자리로 돌아오자 노 차장이 회의실로 불렀다. 먼저 와 있던 호빈이 제안 요청서를 내밀었다.“한성유통 PB 간편식 제조 파트너 선정 건이에요. 경쟁사는 미가앤푸드고, PT는 삼 주 뒤예요.”가격도 생산 규모도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차율이 납품 조건을 넘기는 동안 노 차장이 일정을 짚었다.“홍 과장이 제안 총괄하고 발표까지 맡아. 이 대리는 점포 데이터 붙이고. 생산 쪽 조율은 내가 할게.”호빈이 수첩에 메모하며 덧붙였다.“가격 조건은 제가 검토할게요. 인사팀에는 기존 실적과 진행 업무를 묶어서 의견 내고요.”차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주한다고 전보가 취소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자신이 이 팀에서 계속할 일을 보여줄 수는 있었다.*그날 저녁, 청운과 제안서를 펼쳐 놓
지난밤 차율은 서랍에서 수첩을 꺼내 화살표들을 다시 훑고 덮었다. 피곤한 사람의 기억이 흐린 걸 붙잡고 따질 일은 아니었다.다음 날 정오, 호빈의 차가 아파트 앞에 섰다.“더우니까 냉면 먹어요. 2주 동안 그 생각만 했어요.”그가 데려간 곳은 강 건너 오래된 냉면집이었다. 호빈은 가위를 집어 차율의 면부터 잘라 주고 제 그릇을 당겼다.“출장지에서 제일 힘들었던 게 뭔지 알아요? 밥 먹을 때마다 맞은편이 비어 있는 거.”차율은 웃음을 참으며 육수를 마셨다. 어젯밤 서랍 앞에서 굳었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 지금 마주 앉은 사람이 이렇게 웃고 있는데.식사가 끝나 갈 무렵 호빈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을 본 그의 얼굴이 굳었다.잠깐 나갔다 온 호빈은 자리에 앉으며 짧게 말했다.“아버지예요. 다음 주에 GK 쪽이랑 저녁 하재요. 안 간다고 했어요.”“저 때문이면 가셔도 돼요.”“차율 씨 때문 아니에요. 가면 또 결혼 얘기만 하실 거라서.”호빈은 웃으며 계산서를 집었다.차율은 그 웃음 뒤에 남은 굳은 기색을 보았지만 모른 척했다. 오늘은 그를 더 지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호빈이 돌아오고 사무실은 제자리를 찾은 듯했다.노 차장은 결재 서류를 넘기며 홀가분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