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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화. 그녀가 직접 오라고 했다

Author: 갱구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1 19:00:35

13-1화. 그녀가 직접 오라고 했다

새벽 5시.

국가 데이터 물류센터 임시 상황실.

제이드 리가 연행되고 현장 정리가 시작됐지만, 누구도 긴장을 풀지 못했다.

국가 시스템은 지켜냈다.

서유진도 무사히 구출했다.

하지만 끝난 기분은 들지 않았다.

엘리아나의 이름이 다시 등장한 순간, 상황실 공기는 다시 무겁게 가라앉았다.

대형 모니터 앞에 모두가 모였다.

강시온은 아직 방탄조끼도 벗지 못한 채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넥타이는 흐트러져 있었고, 피곤이 얼굴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달랐다.

처음 대통령이 되었을 때처럼 당황한 얼굴이 아니었다.

무서워하면서도 앞으로 가는 사람의 눈이었다.

“바로 틀어주십시오.”

전산 요원이 파일을 실행했다.

지지직—

잠시 노이즈가 흐른 뒤 영상이 나타났다.

엘리아나였다.

샴페인 골드빛 머리카락은 조금 흐트러져 있었지만, 표정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손은 묶여 있었으나 눈빛은 전혀 꺾이지 않았다.

오민석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납치된 분 맞습니까? 왜 저희보다 더 침착하십니까…”

임태건이 낮게 말했다.

“정신력이 강한 사람입니다.”

“저였으면 이미 두 번 기절했습니다.”

“그것도 압니다.”

“너무 빨리 인정하십니다…”

엘리아나는 카메라를 똑바로 보며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 대통령께 전합니다.”

또렷한 목소리였다.

“생각보다 늦으셨네요.”

시온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혼나는 겁니까?”

한채린은 조용히 팔짱을 꼈다.

“계속 보십시오.”

엘리아나는 살짝 웃었다.

“그래도 오고 있는 건 알겠어요.”

그녀는 주변을 한 번 둘러봤다.

영상 속 배경은 넓은 실내 공간이었다.

높은 천장.

철제 구조물.

멀리서 들려오는 물소리 같은 메아리.

그리고 아주 희미하게 반복되는 금속 충돌음.

엘리아나는 다시 카메라를 바라봤다.

“저는 괜찮습니다.”

잠시 멈춘 뒤, 장난기 섞인 얼굴로 덧붙였다.

“아직은요.”

오민석이 얼굴을 감쌌다.

“‘아직은’이 제일 무서운 말입니다…”

시온은 말없이 화면을 바라봤다.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괜찮지 않다.

그걸 그는 알고 있었다.

엘리아나도 지금 버티고 있는 거였다.

겁먹지 않은 게 아니라, 겁먹은 티를 내지 않는 것뿐.

한채린은 그런 시온의 표정을 조용히 바라봤다.

시온은 사람의 불안을 이상할 정도로 잘 알아챘다.

누군가 숨기고 있는 두려움까지도.

그래서 더 위험한 사람이었다.

누군가 힘들어하면 절대 지나치지 못하니까.

엘리아나는 다시 진지한 얼굴이 됐다.

“범인들은 당신이 선택하게 만들고 싶어 합니다.”

시온의 눈빛이 바뀌었다.

제이드가 했던 말과 같았다.

누군가를 버리게 만들고, 그걸 후회하게 만드는 것.

엘리아나는 낮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절 구하러 올 거라면—”

상황실이 조용해졌다.

“망설이지 말고 오십시오.”

짧은 말이었다.

하지만 부탁처럼 들리지 않았다.

자신을 구하러 올 거라고 믿는 사람의 말이었다.

엘리아나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리고 대통령님.”

“……”

“직접 오시면 조금 멋있을지도요?”

그리고 아주 짧게 카메라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지지직—

영상이 종료됐다.

상황실은 잠시 조용했다.

오민석이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납치 영상 맞습니까? 왜 팬서비스가 섞여 있습니까…”

시온은 헛기침했다.

“저도 당황스럽습니다.”

한채린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당황할 시간 없습니다.”

하지만 태블릿을 넘기는 손끝이 평소보다 조금 거칠었다.

그 모습을 본 서유진이 입꼬리를 올렸다.

“채린아.”

“왜.”

“너 지금 약간 예민한데?”

“착각이야.”

“아닌 것 같은데.”

“서 수석.”

“응.”

“구조된 지 아직 30분도 안 됐습니다. 조용히 쉬십시오.”

“걱정해주는 거야?”

“업무 지시입니다.”

서유진은 피식 웃었다.

시온은 괜히 둘 사이 눈치를 봤다.

이상하게 자신이 끼어들면 안 되는 분위기 같았다.

그때 전산 요원이 외쳤다.

“배경 분석 결과 나왔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다시 모니터로 향했다.

화면 속 배경이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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