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철제 기둥.
천장 크레인 레일. 멀리서 반복되는 경적 소리.전산 요원이 빠르게 설명했다.
“항만 물류창고 혹은 조선소 계열 대형 시설로 추정됩니다.”
임태건이 물었다.
“범위는?”
“서울권 외곽 항만, 서해 물류기지, 민간 조선 부지 포함 약 스무 곳입니다.”
오민석이 절망했다.
“스무 곳이면 하루 종일 돌아도 끝이 안 납니다…”
한채린은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구역을 분할해 수색합니다.”
그녀는 바로 지시를 내렸다.
“경호팀은 주요 항만 확보. 전산팀은 음향 패턴 재분석. 경찰 특수팀은 민간 조선 부지 접근 허가 요청하십시오.”
“예!”
상황실이 다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채린은 시온을 바라봤다.
“각하는 집무궁으로 복귀하십시오.”
시온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
“싫습니다.”
“위험합니다.”
“압니다.”
“국가 원수가 직접 움직일 상황이 아닙니다.”
시온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한 실장님.”
“…말씀하십시오.”
“저 사람들은 계속 제가 숨어 있길 바라잖습니까.”
한채린 눈빛이 흔들렸다.
“제가 안전한 곳에 있고, 대신 누군가 선택하게 만들고.”
“……”
“그걸 원하잖아요.”
짧은 침묵.
시온은 조용히 말했다.
“그럼 더 나가야죠.”
오민석이 작게 중얼거렸다.
“가끔 너무 멋있어서 적응이 안 됩니다…”
임태건도 낮게 덧붙였다.
“틀린 판단은 아닙니다.”
모두가 임태건을 돌아봤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전술적으로도 그렇다는 뜻입니다.”
“아, 그렇군요…”
한채린은 시온을 바라봤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던 사람이었다.
도망치고 싶다고 말하던 사람.
일정표만 봐도 질색하던 사람.그런데 지금은 자기 발로 위험한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각하께서 직접 움직이면 표적이 됩니다.”
“이미 표적입니다.”
“이번은 다릅니다.”
“저도 다릅니다.”
시온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단단했다.
“이젠 누가 시켜서 가는 게 아닙니다.”
한채린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에 남았다.
그때 구조 의자에 앉아 있던 서유진이 손을 들었다.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모두가 돌아봤다.
“영상 속 소리입니다.”
전산 요원이 반응했다.
“네?”
“경적 소리 말고도 금속이 반복적으로 부딪히는 리듬이 있었습니다.”
상황실이 조용해졌다.
서유진은 천천히 기억을 더듬었다.
“이전에 축제 메인 행사장 공사 브리핑에서 비슷한 소리를 들은 적 있습니다.”
한채린이 눈썹을 좁혔다.
“축제 행사장?”
“정확히는… 본행사 전용 수상 무대 공사장입니다.”
정적.
오민석이 입을 벌렸다.
“설마 축제 장소 근처에 숨겨놨다는 겁니까?”
서유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가장 가까운 곳이 오히려 가장 의심을 덜 받습니다.”
한채린은 즉시 태블릿을 조작했다.
“World Harmony Fest 본행사장 주변 공사 구역 도면 띄우세요.”
화면에 수상 무대 공사장 구조도가 나타났다.
임태건이 낮게 말했다.
“은신 가능 구역이 많습니다.”
시온은 바로 일어섰다.
“갑시다.”
한채린이 그를 불렀다.
“각하.”
시온은 돌아봤다.
주변은 분주했지만, 이상하게 둘 사이만 조용했다.
한채린은 낮게 말했다.
“이번에는 정말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시온은 웃었다.
“늘 하시던 말이네요.”
“이번은 다릅니다.”
“저도요.”
한채린 시선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
시온은 조용히 말했다.
“전보다 조금은 덜 도망치고 싶어졌습니다.”
그 말에 한채린 표정이 아주 미세하게 풀렸다.
“…그건 좋은 변화군요.”
“칭찬입니까?”
“평가입니다.”
“한 실장님은 칭찬도 참 어렵게 하십니다.”
“익숙해지십시오.”
시온은 순간 멈칫했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 들을 수 있다는 뜻입니까?”
짧은 침묵.
오민석은 앞자리에서 입을 틀어막았다.
임태건은 창밖만 바라봤다.
한채린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아주 희미하게 귀 끝이 붉어져 있었다.
시온은 괜히 웃음이 나왔다.
차량 행렬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World Harmony Fest 본행사장 인근 수상 무대 공사장.
해가 떠오르는 아침.
대한민국 대통령은 또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멀리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World Harmony Fest 9일차.오후 2시 30분.행사 운영본부.자판기 앞에 선 남자가 종이컵을 받아 들었다.지나가던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오늘도 바쁘겠네요.”남자도 자연스럽게 웃었다.“내일이면 끝이니까요.”직원이 사라지자 남자는 주머니에서 작은 단말기를 꺼냈다.화면에는 한 문장만 떠 있었다.『D-1』그는 메시지를 지우고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목에는 행사 운영본부 출입증이 걸려 있었다.마주 오는 직원과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남자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람들 사이로 섞여 들어갔다. 같은 시각.대통령 집무궁 임시 상황실.모니터에는 행사 운영 구역 출입 기록이 떠 있었다.오전 11시 17분.정상 승인.한서준은 그 기록을 기준으로 확인 범위를 좁히고 있었다.강시온이 물었다.“운영 권한을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됩니까?”“아직 많습니다.”한서준이 명단을 띄웠다.“행사 시작 전부터 지금까지 실제로 해당 구역을 드나든 사람들만 추렸습니다.”오민석이 화면을 훑었다.“그래도 꽤 되네요.”한채린이 바로 말했다.“직급보다 사용 시간을 보죠.”“출입증은 사용됐는데 CCTV에 사람이 없거나.”“반대로 CCTV에는 있는데 출입 기록이 없는 구간.”“기록이 반복해서 끊기는 사람부터 확인하면 됩니다.”한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쪽이 빠르겠네.”
오전 11시 40분.World Harmony Fest 운영본부.폐막식 준비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었다.스태프들은 장비와 자료를 들고 복도를 오갔다.누구도 내일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지 못했다.임시 상황실.한서준은 전날 밤 외곽 차량 기록에서 새로 추려낸 승합차 한 대를 화면에 띄웠다.“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시온과 한채린의 시선이 동시에 모니터로 향했다.승합차가 행사장 외곽 도로로 들어오는 모습이 정지 화면으로 떠 있었다.“운전자를 찾은 겁니까?”“아닙니다.”한서준이 시간 기록을 확대했다.“차량이 행사장 외곽에 도착하기 직전.”“내부 출입 기록 하나가 남아 있습니다.”한채린이 곧바로 물었다.“몇 시입니까?”“오전 11시 17분입니다.”“그 직전 기록부터 보여주세요.”기록들이 빠르게 지나갔다.그리고 한 줄에서 멈췄다.행사 운영 구역.출입 승인.오민석이 화면 가까이 다가갔다.“이게 왜 이상한 겁니까?”“이 구역은 일반 출입증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임태건의 표정이 굳었다.“운영 권한이 있어야 합니다.”시온이 물었다.“위조입니까?”“아닙니다.”한서준의 대답은 짧았다.“정상 승인입니다.”상황실이 조용해졌다.억지로 문을 연 것도 아니었다.인증을 속인 흔적도 없었다.정상적인 권한으로 문이 열렸다.시온
World Harmony Fest 9일차.오전 8시.대통령 집무궁 임시 상황실.전날 밤 발견된 배치도가 화면 중앙에 떠 있었다.붉은 원 하나.폐막식 무대를 정확히 가리키고 있었다.강시온이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다 물었다.“취소해야 합니까?”한서준은 밤새 들어온 분석 결과를 확인한 뒤 입을 열었다.“아직 그 단계는 아닙니다.”“폐막식이 실제 목표인지도 확정되지 않았습니다.”시온이 붉은 원을 바라봤다.“하지만 가능성은 가장 높고요.”“네.”한서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그래서 오늘 안에 찾아야 합니다.”“공격 방식도.”“안에서 움직이는 사람도.”오민석이 작게 숨을 내쉬었다.“하루도 안 남은 셈이네요.”한채린이 태블릿을 내려놓았다.“상대가 언제 움직일지 모르니 더 짧다고 봐야 합니다.”짧은 정적.시온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럼 나눠서 보죠.”“한 차장님은 내부 접근 기록.”“임 팀장님은 무대와 대표단 동선.”“오 비서관님은 현장 보고.”그리고 마지막으로 한채린을 바라봤다.“한 실장님은 전체 조율 부탁드립니다.”“알겠습니다.”한채린은 곧바로 태블릿에 역할을 정리했다.어젯밤 복도에
밤 9시.대통령 집무궁 임시 상황실.오후에 시작한 대조 작업이 끝나 있었다.외곽 CCTV.출입 기록.차량 이동.한서준이 세 기록을 한 화면에 띄웠다.“확인 끝났습니다.”강시온이 바로 물었다.“밖으로 나간 기록은요?”“없습니다.”오민석이 화면을 다시 봤다.“정말 하나도 없습니까?”“USB 전달 이후를 기준으로 전부 대조했습니다.”한서준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외곽 CCTV에도 없고.”“출입 인증에도 없습니다.”“차량으로 빠져나간 흔적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시온의 표정이 굳었다.오후에 발견한 내부망 접속 흔적.그 가능성이 이제 다른 기록과 맞물리고 있었다.“그럼 아직 행사장 안에 있을 수 있다는 거군요.”한채린이 행사장 구역도를 띄웠다.“그럼 수색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한채린의 손끝이 화면 안쪽을 가리켰다.“안에 남아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오민석이 작게 숨을 내쉬었다.“행사장 규모가 작은 것도 아닌데요.”임태건이 짧게 말했다.“구역부터 나누겠습니다.”한서준도 고개를 끄덕였다.“내부 출입 기록은 제가 다시 보겠습니다.”시온은 잠시 화면을 바라보다 말했다.“좋습니다.”
World Harmony Fest 8일차.오후 8시 20분.행사장 야외 정원.낮의 열기가 조금씩 식어 가고 있었다.분수 주변에는 은은한 조명이 켜졌고.멀리 메인 공연장에서는 버스킹 공연이 이어지고 있었다.대표단들은 저녁 만찬을 마친 뒤 삼삼오오 산책을 즐기고 있었고.관람객들도 여유로운 표정으로 늦은 저녁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공식 일정 대부분이 끝난 행사장은 낮보다 느긋했고.조금 조용했다.엘리아나는 혼자 정원을 걷고 있었다.발걸음은 느렸지만 생각은 좀처럼 느려지지 않았다.어제 이후였다.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안도했고.경호원들이 가까이 지나가면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따라갔다.괜찮아졌다고 생각했는데.마음은 아직 어제의 충격에서 완전히 돌아오지 못한 모양이었다.엘리아나는 난간 앞에 멈춰 섰다.그 순간.“혼자 계셨네요.”익숙한 목소리.엘리아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루카였다.검은 재킷 차림의 그는 무대 위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화려한 조명도.환호성도 없었다.그저 조용히 다가와 옆에 서 주는 사람이었다.“인터뷰는 끝났나요?”“조금 전에 끝났습니다.”“생각보다 빨랐네요.”“도망 나왔습니다.”엘리아나가 피식 웃었다.“또요?”“이번에는 진짜 질문이 너무 많았습니다.”“그 정도는 인기의 대가지요.”루카
오후 5시 30분.World Harmony Fest 행사장 중앙 산책로.강시온과 한채린은 다음 일정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다.조금 전까지 긴장으로 가득했던 상황실과 달리 밖은 평온했다.음악이 들리고.사람들은 웃으며 산책로를 오갔다.하지만 한채린의 시선은 계속 태블릿에 머물러 있었다.“복구팀에서 장치 식별 정보를 추가로 확인하고 있습니다.”“곧 나옵니까?”“중간 결과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시온은 대답 대신 그녀를 잠깐 봤다.한채린은 걷는 동안에도 보고서를 넘기고 있었다.그때 바람이 세게 불었다.자료 한 장이 그녀의 손에서 빠져 벤치 아래로 밀려갔다.시온이 먼저 몸을 돌렸다.한채린도 동시에 몸을 숙였다.두 사람이 같은 종이를 붙잡았다.손등이 가볍게 스쳤다.한채린이 먼저 손을 떼려 했다.시온도 같은 순간 움직였다.다시 한번.손끝이 짧게 닿았다.둘 다 멈췄다.“죄송합니다.”시온이 먼저 손을 거뒀다.“아닙니다.”한채린은 종이를 받아 일어났다.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일이었다.우연히 손이 닿았고.바로 떨어졌다.그뿐이어야 했다.그런데 다시 걷기 시작하고 나서도 손끝의 감각이 남아 있었다.한채린은 일정표를 정리하는 척 손가락을 한번 접었다 폈다.싫어서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오히려 반대였다.조금 전의 짧은 접촉을 아무렇지 않은 일로 넘기고 싶지 않은 자신이 더 당황스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