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탕!
귀를 찢는 총성과 함께 철문이 크게 흔들렸다.
금속이 울리는 소리가 항만 전체에 퍼졌다.
강시온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심장이 목 끝까지 치솟았다.“으악!”
임태건이 즉시 시온의 어깨를 잡아 뒤로 밀어냈다.
“엄폐!”
동시에 특수부대 요원들이 양옆 컨테이너 뒤로 흩어졌다.
총구들이 일제히 창고 방향으로 향했다.
무전기 소리가 연달아 터졌다.
“우측 창문 움직임 확인!”
“2층 열 감지 반응!”
“저격 가능 구역 확보 중!”
한채린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은 채 상황을 파악했다.
“발사 위치 1층 우측.”
“저격 대응팀, 창문 제압 준비.”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마치 총격 현장이 아니라 회의실인 것처럼.
오민석은 바닥에 엎드린 채 외쳤다.
“저 오늘까지만 출근 하겠습니다!”
“저도 지금 그 생각 중이에요!”
시온은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눌렀다.
살면서 총소리를 실제로 들어본 적은 없었다.
게임 속 효과음과는 전혀 달랐다.
소리는 훨씬 무겁고 날카로웠고, 공기 자체를 찢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현실감이었다.
조금 전 총알이 정말 자기 쪽으로 날아왔다는 사실.
그 사실이 뒤늦게 실감났다.
잠시 후.
창고 스피커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지지직—
“겁먹은 표정이군, 대통령.”
시온은 이를 악물었다.
“저 안 무서운데요.”
“손이 떨리고 있다.”
시온은 황급히 손을 뒤로 숨겼다.
“…그건 추워서요.”
한채린이 작게 중얼거렸다.
“거짓말 실력은 형편없군요.”
시온은 억울한 얼굴로 그녀를 돌아봤다.
“지금 팀킬 하시는 겁니까?”
“현실 전달입니다.”
“이럴 때라도 위로 좀 해주세요.”
“죽지 않게 해드리고 있습니다.”
“…그건 인정.”
잠시 침묵이 흘렀다.
창고 안쪽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오히려 그 침묵이 더 불안했다.
누군가 어둠 속에서 총을 겨누고 있다고 생각하니 식은땀이 흘렀다.
바닷바람이 거칠게 불어왔다.
녹슨 철판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멀리선 갈매기 울음소리까지 희미하게 섞였다.
한채린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강제 진입은 위험합니다. 인질을 방패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임태건도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후면 침투 루트도 막혀 있습니다.”
“그럼 방법이 없잖아요.”
시온의 말에 모두가 잠시 멈췄다.
그때였다.
창고 2층 깨진 창문 너머로 엘리아나가 다시 보였다.
손은 묶여 있었지만, 고개는 숙이지 않고 있었다.
흔들리긴 했지만 눈빛은 살아 있었다.
시온은 이상하게도 그녀의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겁먹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다.
저 안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총을 들고 있어도,
협박을 하고 있어도, 누군가는 두려워하고 흔들리고 있을 거라고.시온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각하!”
임태건이 즉시 막아서려 했지만, 시온은 손을 들었다.
“잠깐만요.”
“위험합니다.”
“알아요.”
솔직히 엄청 무서웠다.
다리도 조금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만히 숨기만 하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시온은 철문을 향해 크게 외쳤다.
“안에 있는 분들!”
정적.
특수부대 요원들조차 긴장한 채 상황을 지켜봤다.
시온은 숨을 한번 고른 뒤 다시 말했다.
“솔직히 저도 무섭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동시에 그를 돌아봤다.
오민석은 입을 벌렸다.
“이 타이밍에 고백을…”
시온은 계속 외쳤다.
“대통령 된 지 하루도 안 됐고, 지금 상황도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창고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근데 여러분도 무섭죠?”
바닷바람이 세게 스쳐 지나갔다.
시온은 철문을 바라본 채 말을 이었다.
“이렇게 숨어서 총 쏘고, 사람 붙잡고, 협박하는 거… 안 무서울 리 없잖아요.”
철문 안쪽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한채린의 눈빛이 달라졌다.
“반응합니다…”
시온은 멈추지 않았다.
“지금 나와도 됩니다!”
“……”
“지금 무기 내려놓고 나오면, 제가 직접 이야기 듣겠습니다!”
임태건이 낮게 물었다.
“각하, 계획이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역시.”
오민석은 작게 중얼거렸다.
“이 나라 미래 괜찮은 거 맞죠…”
잠시 후.
끼익—
철문이 아주 조금 열렸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 틈 사이로 떨리는 손 하나가 보였다.
권총을 쥔 손이었다.
시온은 천천히 두 손을 들었다.
“괜찮습니다. 쏘지 마십시오.”
손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곧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복면 아래로 젊은 눈동자가 보였다.
생각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많아야 스무 살 초반.
시온은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다.
저 나이에 총을 들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씁쓸했다.
남자는 이를 악문 채 소리쳤다.
“다가오지 마!”
“안 가겠습니다.”
“거짓말하지 마!”
“저 원래 잘 못합니다.”
“…뭐?”
남자가 순간 당황했다.
그 틈에 주변 공기가 아주 조금 풀렸다.
시온은 부드럽게 말했다.
“왜 이런 일까지 하게 됐어요?”
남자의 손이 흔들렸다.
“우린… 버려졌으니까.”
“누가요?”
“나라가.”
모두가 조용해졌다.
남자는 울분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산업단지 폐쇄되고, 일자리 사라지고, 가족은 흩어지고… 아무도 안 봤어!”
총을 든 손끝이 조금씩 아래로 향했다.
“우릴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시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남자의 눈이 흔들렸다.
“…네?”
“몰랐습니다. 못 봤습니다. 그래서 죄송합니다.”
순간 주변 공기가 달라졌다.
한채린조차 시온을 바라봤다.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보통 대통령이라면:
변명하거나
설득하거나 명령했을 것이다.하지만 시온은 먼저 사과했다.
시온은 진심이었다.
“근데 사람을 붙잡는 방식으로는 아무도 여러분 얘기를 듣지 않습니다.”
남자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살아서 말해야죠.”
긴 침묵.
바닷바람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마침내.
툭.
권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순간이었다.
창고 안쪽 깊은 곳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터졌다.
“멍청한 놈.”
탕!
방금 투항한 남자의 어깨 옆 벽으로 총알이 날아왔고
콘크리트 파편이 튀었다.
“꺄악!”
오민석이 비명을 질렀다.
모두가 즉시 자세를 낮췄다.
한채린이 외쳤다.
“내부 강경파 존재! 지휘관급입니다!”
시온의 표정이 굳었다.
방금까지 앞에 나온 청년은 이용당한 말단에 불과했던 것이다.
스피커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울렸다.
낮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역시 재미있는 대통령이군.”
한채린이 이를 악물었다.
“목소리 변경… 지휘자가 바뀌었습니다.”
“엘리아나는 우리가 데리고 간다.”
순간 2층 창문이 깨지며 연막탄이 터졌다.
콰앙!
회색 연기가 창고 전체를 뒤덮었다.
“시야 확보 안 됩니다!”
“열 감지 교란 발생!”
“인질 위치 상실!”
혼란이 폭발했다.
임태건은 즉시 시온을 감쌌다.
“후퇴하십시오!”
하지만 시온은 연기 속 2층 창문을 바라봤다.
희미하게 누군가 뛰어가는 그림자가 보였다.
그리고 사라졌다.
연기가 걷힌 뒤.
창고 내부에는 쓰러진 조직원 몇 명과 버려진 장비만 남아 있었다.
엘리아나는 없었다.
한채린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인질 이동됐습니다.”
오민석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잡은 줄 알았는데…”
임태건은 주변을 살피며 낮게 말했다.
“진짜 적은 따로 있었습니다.”
시온은 바닥에 떨어진 권총을 바라봤다.
그리고 방금 투항한 청년의 떨리던 손을 떠올렸다.
이건 단순한 납치 사건이 아니었다.
누군가 사람들의 절망을 이용하고 있었다.
한채린이 시온을 바라봤다.
“각하.”
“네.”
“방금 행동은 무모했습니다.”
잠시 후 그녀가 덧붙였다.
“…하지만 한 명은 구했습니다.”
시온은 작게 웃었다.
“칭찬이죠?”
“오늘은 그렇게 받아들이십시오.”
멀리 항만 위로 붉은 노을이 번지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한서준은 동생을 한번 살폈다.“얼굴 좋아졌네.”“갑자기?”“전에는 맨날 피곤해 보였잖아.”한채린은 대답 대신 보온병을 내려다봤다.한서준이 돌아섰다.“센터 들어간다.”“응. 조심해서 가.”몇 걸음 가던 그가 돌아봤다.“둘 다 무리하지 마.”강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예.”한서준은 그대로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강시온이 작게 물었다.“저도 포함해서 걱정해 주신 거 맞죠?”“욕심내지 마십시오.”한채린이 먼저 걸었다.강시온이 웃으며 따라갔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박은호가 보낸 메시지였다.「제이드 리 관련 최종 보고. 치료 종료 후 보호 관찰 전환. 잔여 조직 수사 협조 완료.」그 아래에는 제이드 리가 남긴 문장이 있었다.「이제는 남이 정한 길 말고 제 길로 가보겠습니다.」강시온은 화면을 잠시 바라봤다.“좋은 소식입니까?”“예.”그는 휴대전화를 넣었다.“이번에는 정말 자기 선택대로 살아보겠답니다.”한채린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 7시 15분.대통령 관저 정원.공식 일정이 끝난 뒤 강시온은 약속대로 한채린과 저녁을 먹고 정원으로 나왔다.휴대전화가 울렸다.루카가 보낸 사진이었다.야외 카페에서 엘리아나와 나란히 앉아 있었다.「데이트 중입니다. 대통령님도 열심히 하세요.」강시온이 피식 웃었다.“이 사람은 연애를 해도 여전하네요.”한채린이 사진을 확인했다.“엘리아나 씨가 고생하시겠네요.”“그래도
몇 달 후.오전 8시 30분.대통령 관저 집무실.강시온은 책상 위의 보고서 첫 장을 바라봤다.「뉴(New) 세계 평화 프로젝트 제1차 공동운영회의」첫 장 아래에는 한 사람의 이름 대신 참여국들의 서명이 빼곡했다.“현재 참여국은 62개 국가입니다.”한채린이 태블릿을 확인했다.“오늘 회의 이후 추가 참여를 결정할 국가도 있습니다.”강시온이 다음 장을 넘겼다.“최고 승인권자는 없고요?”“없습니다.”“후보 평가도?”“없습니다.”“몰래 사람을 관찰하는 일도?”한채린이 그를 바라봤다.“그 질문을 매번 하실 생각입니까?”“확인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서요.”강시온이 웃었다.과거의 세계 평화 프로젝트 자료는 공개됐고.누군가를 몰래 고르고 움직이던 조직은 사라졌다.새 프로젝트는 각국이 같은 권한으로 참여하고 주요 결정과 예산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사람을 선택하는 계획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함께 움직이기 위한 약속이었다.강시온은 마지막 페이지에 서명했다.“이제 조금 실감이 나네요.”“무엇이 말입니까?”“이전과는 다른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는 게요.”“시작만 했습니다.”“좋은 분위기를 오래 두는 법이 없으시네요.”“오늘 일정이 많으니까요.&rdquo
강시온이 천천히 웃었다.“그러면 한 번 더 해도 됩니까?”이번에는 한채린이 대답 대신 그의 재킷을 가볍게 잡아당겼다.두 번째 입맞춤은 첫 번째보다 조금 길었다.멀리서 사람들의 박수가 다시 터졌다.World Harmony Fest의 마지막 순서가 끝나고 있었다.두 사람이 천천히 떨어졌다.한채린이 말했다.“이제 정말 돌아가셔야 합니다.”강시온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미소로 그녀를 바라봤다.“같이 가시는 거죠?”“예.”강시온이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다.한채린은 망설이지 않고 그 손을 잡았다.두 사람은 맞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행사장으로 돌아갔다.오후 7시 34분.World Harmony Fest 메인 행사장.마지막 공식 일정까지 모두 끝난 뒤였다.루카는 무대 뒤 통로에 기대 서 있었다.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아직 안 가셨어요?”루카가 고개를 들었다.엘리아나가 걸어오고 있었다.“누굴 좀 기다렸어요.”“누구를요?”루카가 웃었다.“그걸 꼭 물어봐야 알아요?”엘리아나는 잠깐 그를 바라보다 말했다.“오늘 무대 좋았어요.”“봤어요?”“네. 끝까지요.”루카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그럼 됐네요.”“뭐가요?”
“이번에는 기다리지 않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한채린의 말이 끝난 뒤 강시온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수없이 미뤘던 말인데, 막상 허락을 받고 나니 준비했던 문장들은 필요 없었다.“좋아합니다.”한채린의 눈빛이 멈췄다.“한채린이라는 사람을 좋아합니다.”“처음에는 저도 잘 몰랐습니다.”강시온이 조금 어색하게 웃었다.“늘 옆에 계셔서 의지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일이 없어도 보고 싶었고, 안 보이면 찾게 됐습니다.”그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대통령이라서 제 곁에 있어 달라는 말이 아닙니다.”“비서실장이라서 옆에 계셨으면 하는 것도 아니고요.”강시온은 결국 가장 쉬운 말로 돌아갔다.“그냥 제가 한채린이라는 사람 옆에 있고 싶습니다.”한채린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시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제가 너무 늦었습니까?”“많이 늦으셨습니다.”강시온의 표정이 굳자 한채린이 아주 작게 웃었다.“그래도 기다렸습니다.”이번에는 강시온이 말을 잃었다.한채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도 처음에는 이 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각하를 걱정하는 것도, 찾는 것도 업무라고 생각하면 편했으니까요.”그녀의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걸 업무라고 부르는 게 더 이상해
한채린이 그를 바라봤다.“그렇게 멀리 앉으실 필요는 없습니다.”강시온이 고개를 돌렸다.“가까이 앉아도 됩니까?”“아까는 제 어깨에도 기대셨잖습니까.”강시온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그건 꽤 강력한 근거네요.”그는 한채린의 옆자리에 앉았다.어깨 사이에 손 하나 들어갈 만큼의 거리만 남았다.멀리서는 아직 박수와 음악이 이어지고 있었다.한채린이 조용히 말했다.“오늘은 이상하게 그 소리가 멀게 들립니다.”“저도요.”강시온은 정면을 바라봤다.“지금은 저쪽보다 여기가 더 신경 쓰여서요.”한채린의 손이 무릎 위에서 잠깐 멈췄다.강시온은 그 손을 잡지 않았다.대신 자신의 손을 벤치 위에 내려놓았다.한채린도 손을 치우지 않았다.둘 사이의 거리는 그대로였지만, 먼저 물러나는 사람도 없었다.서로 기대지도, 붙잡지도 않았지만 이제는 굳이 멀리 있을 이유가 없는 사이 같았다.강시온이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한채린이 그 움직임을 보고 물었다.“왜 그러십니까?”“괜히 손이 움직일 것 같아서요.”“무슨 뜻입니까?”강시온이 그녀의 손을 한번 내려다봤다.“오늘은 안 잡으려고요.”한채린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왜요?”이번에는 질문이 그녀에게서 먼저 나왔다.강시온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후 6시 19분.World Harmony Fest 행사장 뒤편 정원.강시온은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와 정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한채린의 태블릿이 무대 뒤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다.정원 끝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한채린은 난간 앞에 서서 멀리 행사장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늘 다음 일을 준비하던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 있는 모습이 낯설었다.한채린이 먼저 그를 알아차렸다.“각하.”강시온이 가까이 다가갔다.“여기 계셨습니까?”“잠시 바람을 쐬고 있었습니다.”“태블릿까지 두고요?”한채린이 짧게 웃었다.“그 정도로 급하게 나온 건 아닙니다.”“저한테는 꽤 큰일처럼 보였습니다.”“왜요?”“한 실장님이 태블릿을 두고 자리를 비우는 건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아서요.”한채린은 다시 행사장 쪽을 바라봤다.멀리서 폐막을 알리는 음악이 희미하게 들려왔다.강시온은 그녀 옆에 섰다.이번에는 이유를 재촉하지 않았다.잠시 뒤 한채린이 먼저 말했다.“연설을 듣고 있으니까 조금 이상해졌습니다.”“뭐가요?”“처음 각하를 만났던 날이 생각났습니다.”강시온의 표정이 멈췄다.대통령이 된 이유조차 몰랐고, 일정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날.“좋은 기억은 아닐 것 같은데요.”“그때는 아니었습니다.&rd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