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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무렵, 궁에서는 다른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왕후가 조사를 명한 지 여러 날이 지나 있었다.그 아이가 사라지던 무렵 자신의 사람들이 누구를 만났는지, 누가 자신의 뜻이라 믿고 움직였는지를 가져오라 한 것이었다.돌아온 것은 이름 하나가 아니라 발자국 몇 개였다."임가 주변을 살피던 자가 있었습니다."사람이 아뢰었다."그 무렵 바깥사람을 몇 차례 만났습니다.""어디서.""성 안 주막 두 곳과, 한 번은 도성 서쪽 골목이었습니다.""그 바깥사람은.""이름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다만 그 무렵의 행적을 더 살펴보니……"사람이 잠시 말을 멈췄다."최가 본가에 드나든 적이 있습니다."—왕후는 그 말에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최가는 왕후의 외가였다. 그 집 대문으로 하루에도 몇십 명이 드나들었다.드나들었다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수틀 위에서 바늘이 한 땀 지나갔다."가신이더냐.""명부에는 없었습니다.""그럼 무엇으로 들어갔느냐.""거기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왕후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자를 만난 뒤로 무엇이 달라졌느냐.""그 뒤로 임가 쪽 기록이 늘었습니다."사람이 답했다."누가 드나드는지, 딸이 어디를 가는지까지 적혀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누구에게 아뢰었느냐.""그것이……"사람이 잠시 머뭇거렸다."아뢴 자리가 없습니다. 적기만 하고 올린 데가 없습니다."바늘이 한 번 더 멈췄다.그 무렵 왕후는 자신이 무엇을 명했고 무엇을 명하지 않았는지를 여러 번 되짚어보았다.신원을 확인해 아뢰라 한 것까지가 자신의 말이었다. 그 뒤로는 없었다.그런데 누군가는 그 뒤가 있다고 믿었다.믿었을 뿐 아니라, 그 믿음을 다른 사람에게 옮겼다."그 아이가 어찌 되었는지를 묻는 것이 아니다."왕후가 낮게 말했다."누가 내 사람에게 내 뜻을 설명했는지를 묻는 것이다.""예.""최가의 어느 문을 드나들었는지 찾아라."—잔금을 받기로 한 자리는 성 밖 나루 옆 객주였다.백우
멍은 사흘째부터 색이 짙어졌다.어깨와 팔뚝에 손자국이 남았고, 넘어질 때 부딪힌 자리가 뻐근했다.그뿐이었다. 의원은 뼈에 이상이 없다 했고, 서리도 사흘째부터는 자리에 눕지 않았다.감씨는 그 사흘 동안 서리 곁을 거의 떠나지 않았다.물을 갈러 나갔다가도 금세 돌아왔고, 문밖에서 발소리가 나면 먼저 고개를 들었다.초은은 조용했다.시비들과 함께 상을 나르고, 옷을 개고, 물을 길었다.누가 봐도 새로 들어온 시비였다.다만 방문을 열 때마다 먼저 바깥을 한 번 보았다.서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어느새 문 쪽에 서 있었고, 회랑을 지날 때는 반걸음쯤 뒤 바깥쪽에 붙었다.그것을 본 것은 서리뿐이었다.—나흘째, 서리가 옷을 챙기라 일렀다."어디 가시려고요."감씨가 물었다."저자에 나가야겠다. 점포 세 건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감씨의 얼굴이 굳었다.그때 이겸이 들어섰다.서리는 무어라 말할 준비를 하고 그를 보았다. 나가지 말라는 말이 나올 자리였다."나가셔야 한다면 초은을 데려가십시오."이겸은 그렇게만 말했다.서리가 잠시 그를 보았다."말리지 않으십니까.""말린다고 그 일이 없어지지는 않겠지요."—백우가 온 것은 그날 저녁이었다."하나 잡았습니다."이겸이 고개를 들었다."어디서.""성 밖 나루 근처입니다."백우가 답했다."손을 다친 자였습니다. 제대로 싸매지 못해 상처가 자꾸 벌어진 모양입니다. 붓기 시작하니 견디지 못하고 약재를 구하러 나왔다가 걸렸습니다."서리의 손이 잠깐 멎었다.그날 골목에서, 서리가 단도로 그은 손이었다.—사내는 서른쯤 되어 보였다. 왼손을 천으로 감고 있었는데, 그 천이 이미 붉게 굳어 있었고 손등이 부어 있었다.이겸이 앞에 앉기도 전에 사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는 수레는 손도 안 댔습니다. 그건 다른 놈이 끌고 온 거고, 아니, 어디서 가져왔는지는 압니다만 제가 가져온 건 아니라는 말씀이고요, 저는 그냥 서 있으라 해서—""묻지 않았다."사내가 입을 다물었다."무엇을 시
그 뒤로 서리는 도성에 오지 않았다.소식은 간간이 들려왔다. 좋은 것은 없었다.장군을 따르던 이들이 하나씩 자리를 떠났다더라.북방의 거래처가 다른 집으로 옮겨 갔다더라.서가에서 사람을 보내도 예전처럼 셈을 치러주지 않는다더라.열일곱짜리 여식이 아무리 적통이라 한들,오래도록 장군의 이름으로 굴러가던 것을 하루아침에 붙들 수는 없는 일이었다.이헌은 그 이야기들을 지나가듯 들었다.딱하다 싶기는 했다.다만 그뿐이었다. 어차피 언젠가는 다시 도성으로 올 사람이었고,그때가 되면 왕실이 뒤에 있을 터였다.—다시 마주친 것은 그로부터 여러 해가 지난 뒤였다.스무 살이 되어 있었다.키는 크게 자라지 않았는데 인상이 달라져 있었다.예를 올리는 몸짓에 군더더기가 없었고, 묻는 말에 답하는 목소리도 낮아져 있었다.무엇보다 웃지 않았다.아주 웃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예전처럼 얼굴이 먼저 밝아지는 일이 없었다.이헌은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나이를 먹으면 다들 그리되는 것이었다.어릴 적처럼 뛰어다니고 나무에 올라가는 여식은 없었다.그러려니 했다.그리고 그해, 연택례가 열리게 되었다.서가에 닥친 비극 뒤에 마련된 자리였다.삼 년 전까지만 해도 없던 절차가, 이제는 서리에게 낭군을 고르게 하기 위해 정전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이헌은 그것이 왜 그런 방식으로 정해졌는지까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어차피 불릴 이름은 하나라고 여겼다.—그런데 그때, 아주 짧게 무언가가 스쳤다.*서리는 영안공의 부인인데.*이헌이 걸음을 멈췄다.무슨 소리지.숙부께는 부인이 없다. 병상에 누워 계신 지 오래고, 혼인한 적도 없다.게다가 서리는—서리는 내 신부인데.왜 그런 생각이 들었지.이헌은 미간을 좁혔다.어디서 들은 말인지, 아니면 잘못 떠오른 것인지 알 수 없었다.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였다.곧 잊었다.—연택례는 봄에 있었다.정전에 명패가 늘어섰고, 이헌의 이름이 가장 앞에 걸렸다.서리가 들어섰다.이헌은 그 얼굴을 보았다.
한번은 다른 집 여식들과 마주친 적이 있었다.서리가 북방 이야기를 하자 그중 하나가 소매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군영에도 가신다니, 참 씩씩하십니다."말은 칭찬인데 소리가 그렇지 않았다.서리는 그것을 알아들었다. 알아듣고도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다만 입을 다물고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이헌이 그때 끼어들었다."나는 그 이야기가 재미있던데."여식들이 조용해졌다."북방에서 강이 언다는 이야기는 나도 처음 들었다. 여기서는 못 듣지 않느냐."그러고는 서리 쪽을 보았다."아까 하던 이야기 마저 해보아라."서리가 고개를 들었다.이헌에게는 그것이 별일이 아니었다.자기 앞에서 누가 누구를 비웃는 것이 보기 싫었을 뿐이었다.그런데 그날 이후로 서리는 이헌을 조금 다르게 보았다.—서리가 열넷이 되던 해였다.그해에는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왔다.가을에 왔을 때 서리가 물었다."전하.""말하여라.""제가 지난봄에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하십니까."이헌이 잠시 생각했다."북쪽 고을에 눈이 늦게까지 남는다는 이야기 아니었느냐."서리가 그 자리에서 웃었다.그냥 웃는 것이 아니라, 참으려다 실패한 얼굴로 웃었다."왜 그러느냐.""아닙니다.""말하여라.""……전하께서 제 말을 다 기억하고 계셔서요."이헌은 그 말이 이상했다.기억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어려운 이야기도 아니었고, 그렇게 오래된 일도 아니었다.그런데 서리는 그것을 굉장한 일처럼 여겼다.—열여섯이 되던 해부터 혼담 이야기가 오갔다.정확히는, 오갈 것도 없었다.서가와 왕실 사이의 일은 오래전부터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고,어머니는 그것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그 아이는 장차 네 곁에 설 사람이다."어머니가 그렇게 말했다.이헌은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에 놀라지 않았다.반가워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그저 그렇겠거니 했다.—그 무렵의 서리는 예뻐졌다.키가 자랐고, 머리 땋은 모양이 달라졌고, 옷차림도 예전 같지 않았다.그런데 웃는 것은 그대
그날 밤, 이헌은 오래 잠들지 못했다.골목에서 있었던 일이 자꾸 되돌아왔다.서리는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눈길 한 번 돌아오지 않았다.먼저 그곳에 닿은 것은 자신이었다.사람을 풀어 그것들을 물린 것도 자신이었다.그런데 이겸이 도착하자 서리는 그쪽으로 갔다.몇 걸음 되지 않는 거리였다.그 몇 걸음을 걷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이헌은 그 몇 걸음을 몇 번이나 다시 떠올렸다.값을 치르라는 것이 아니었다.고맙다는 말을 들으려고 그 골목에 들어선 것도 아니었다.다만 이상했다.예전에는 무슨 말을 하든 먼저 이쪽을 보던 아이였다.답을 하기도 전에 얼굴부터 밝아지던 아이였다.그런데 오늘은 돌아보지 않았다.돌아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얼굴이었다.자신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는 것이 아예 셈에 들어 있지 않았다.언제부터 그랬는지 알 수 없었다.이헌은 오래 그것을 붙들고 있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오늘 서가에서 사람이 온다."어머니가 그렇게 말했다.이헌은 서안 앞에 앉아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아홉 살이었다."서가라 하면.""북방을 지키는 집안이다. 그 집 딸이 함께 온다 했다."어머니가 이헌의 옷깃을 바로잡아 주었다."잘 대해주어라.""어째서요.""장차 네 곁에 설 아이니까."이헌은 그 말을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어머니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었다.—아이는 생각보다 작았다.일곱 살이라 했다. 예를 올리는 몸짓은 배운 대로였는데, 고개를 들자마자 눈이 사방으로 돌아갔다.기둥을 보고, 천장을 보고, 창밖을 보았다."저기 물이 있습니까."첫마디가 그것이었다.곁에 선 유모가 당황해 아이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아이는 그제야 입을 다물었지만, 눈은 여전히 그쪽을 보고 있었다.이헌이 물었다."연못을 말하는 것이냐.""예.""보고 싶으냐.""예!"대답이 너무 커서 유모가 다시 소매를 잡아당겼다.—연못에는 잉어가 많았다.아이는 난간에 배를 대고 몸을 절반쯤 내밀어 물속을 들여다
서리는 단도를 앞으로 세운 채, 등을 담 쪽으로 붙였다.이것으로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다만 들어오는 칼이 한 번 멈칫하면, 그것이 곧 시간이었다.감씨가 큰길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릴지를 셈했다.한 걸음이라도 늦추면 그만큼이었다.말발굽 소리가 난 것은 그때였다.한 무리가 좁은 길로 들이닥쳤다. 앞선 자가 말에서 뛰어내리며 칼을 뽑았다.호위 차림이었다. 그 뒤로 몇이 더 내려섰다."어느 놈들이냐!"앞선 자가 소리쳤다.골목을 막고 있던 자들 사이에서 짧은 욕이 튀어나왔다.가려진 자 하나가 낮게 뱉었다."태자궁이다."그 말이 떨어지자 움직임이 한꺼번에 멈췄다.이헌이 말 위에서 내려온 것은 그다음이었다.궁에서 나온 길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나와 같은 방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앞쪽이 소란한 것을 보고 걸음을 돌린 것뿐이었다.돌린 뒤에야 그 안에 누가 있는지 보였다."저것들을 잡아라."이헌의 명이 떨어졌다.수는 이쪽이 많았다. 가려진 얼굴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곧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몇 걸음 물러난 뒤에는 그대로 흩어져 달아났다.이헌이 서리 앞에 섰다.서리는 아직 단도를 쥐고 있었다. 손등에 남의 피가 묻어 있었다."다치셨습니까.""아닙니다.""그 손은.""제 것이 아닙니다."이헌이 잠시 그 손을 내려다보았다.서리는 그제야 단도 끝을 조금 내렸다.숨이 아직 고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먼저 나온 말은 다른 것이었다."영안궁에 사람을 보내주십시오."이헌의 눈이 들렸다."지금 말입니까.""예. 지금."이겸이 도착한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말을 몰아 온 소리가 골목 밖에서부터 들렸다.내리는 것과 걸어 들어오는 것이 거의 이어져 있었다.넘어진 가마, 바닥에 남은 자국, 아직 치우지 못한 사람들.그가 그것들을 지나오는 동안 아무도 말을 걸지 못했다.그 뒤로 백우와 영안궁 사람들이 따라 들어왔다.그가 서리를 보았다.서리도 그를 보았다.그 자리에서 걸음이 한 번 멈췄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