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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Auteur: 꽃미소
순간 당황한 기색이 이경의 얼굴에 잠깐 비쳤으나 곧 침착하게 표정을 감췄다.

지금 윤세현이 그녀 바로 앞에서 거리를 바짝 좁히고 있는 탓에, 도망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왕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맞서는 쪽이 나을 것 같았다.

“세자께서는 어젯밤 내몸을 그렇게 보고도 부족하셨습니까? 오늘 또 보고 싶으신 겁니까?”

이경은 일부러 태연한 척 받아쳤고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말투였다.

“똑같은 수법, 제가 또 속을 줄 아십니까?”

윤세현의 눈빛은 한껏 어두워진 채, 한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오늘따라 정말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걸 이경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경 역시 결코 쉽게 밀릴 사람이 아니었다.

“얼마 전 검은 옷을 입은 자도 비슷한 말을 했었지요. 세자께서는 그자의 마지막이 어땠는지 짐작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경이 다시 날을 세우자, 윤세현은 아무 말 없이 그저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했다. 남의 일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는 차가움이 오히려 더욱 도드라졌다.

‘참, 냉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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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804화

    순식간에 불바다에 휩싸이게 되자, 창랑 대군은 혼란에 빠졌다.한편 청지는 병사들을 이끌고 원거리 공격을 퍼부었다.경노궁의 위력은 모두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불바다에서 간신히 탈출한 창랑 병사들은 불길은 피했지만, 경노궁은 피하지 못했다.경노궁만으로도 단 천여 명의 남진 병사들이 만 명이 넘는 창랑 병사들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었다.남진 병사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두가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다.그런데 뜻밖의 기적이 일어날 줄이야.게다가 그 기적은 성벽 위에 선 구공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그 무렵 이경은 손에 경노궁을 든 채 성벽 위에서 뛰어내렸다.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렇게 높은 성벽을 이경이 저토록 손쉽게 내려올 줄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짧은 시간 사이, 이경의 경공은 또 한 번 눈에 띄게 성장해 있었다.윤세현은 손을 들어 얼굴을 닦아냈다.닦여 나온 것이 땀인지 핏자국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그래도 이 세상에는 정말 기적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모양이었다.그는 이경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기적이라고 생각했다.한편 창랑 결사대는 탁서의와 탁서우 형제를 호위하며 계속 후퇴하고 있었다.경노궁을 든 이경은 다른 부대를 이끌고 불바다에서 탈출한 적들을 계속 추격했다.윤세현은 큰 칼로 겨우 몸을 지탱했다.비록 전세가 역전될 조짐이 보이기는 했지만,이경이 끝까지 싸우려 하는 이상 그 역시 멈출 생각이 없었다.그는 다시 큰 칼을 휘두르며 적들을 뒤쫓아갔다.남백훈 역시 숨을 헐떡였다.그러나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쉰 뒤 장검을 휘두르며 마찬가지로 추격에 나섰다.전장은 아직 결코 안전하지 않았다.적군 병사 한 명이라도 남아 있는 한 위험은 여전히 존재했다.그 와중에도 이경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선두에 서서 최전선으로 돌진하며 적들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그녀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윤세현은 혹여 그녀가 다칠까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803화

    이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이경이 가장 먼저 장궁을 발사했다.화살은 허공을 가르며 푹 하는 소리와 함께 등롱 아래 매달린 단지를 맞혔다.미처 반응하지 못한 창랑 병사들은 그저 비가 내리는 줄로만 알았다."쏴!"이경이 다시 한번 명령을 내렸다.궁수들은 동시에 장궁을 당긴 뒤 화살을 쏘아 보냈다.백여 명의 궁수들이 쏜 수많은 화살 중 일부는 정확히 단지를 맞혔지만,일부는 활 솜씨가 부족해 등롱을 맞히고 말았다.화살을 맞은 등롱은 곧바로 아래로 떨어졌고, 등롱 아래 달린 단지는 창랑 병사들의 몸에 부딪혔다.등롱 단지는 병사들을 다치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액체까지 사방으로 흘러넘치게 했다."석유다! 이건 석유야!"창랑 병사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고함을 질렀다.그 순간 이경이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남진 병사들 전부 철수해!"그러자 아래에 있던 윤세현은 칼을 한 번 내리치고 큰 소리로 외쳤다."철수해!"남진 병사들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바로 후방으로 물러났다."횃불 궁수들은 잘 듣거라!"이어진 이경의 명령에 두 번째 조의 궁수들은 재빨리 한 걸음 앞으로 나서 성벽 위에 섰다.이내 짙은 내공이 실린 이경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전장 전체에 퍼져 나갔다."쏴!"그렇게 불꽃이 붙은 화살들이 하나둘 발사되었고, 그들의 목표는 바로 창랑 부대였다.사실 그들은 정확히 조준할 필요도 없었고, 심지어 사람을 맞힐 필요도 없었다.그들의 목표는 단지 창랑 부대 진영에 불꽃을 떨어뜨리는 것이었다."아…"쾅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검은 기름에 닿자, 순식간에 미친 듯한 불길이 치솟았다."아악!"창랑 대군 진영에 있던 수많은 사람들의 몸이 거대한 화염에 휩싸이기 시작했다.석유에 직접 닿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서로 몸이 부딪히고 뒤엉키면서 옷에 불이 옮겨붙고 말았다."폐하! 폐하, 어서 철수하시지요!"부장군들이 다급히 고함을 질렀다.분노한 탁서의는 이를 갈았다.이 짧은 시간 안에 상황이 이렇게 뒤집힐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802화

    "난 가지 않을 거야!"이내 휘익하는 소리와 함께 윤세현은 손에 든 큰 칼을 힘껏 휘둘렀다.그러자 눈앞의 두 창랑 병사의 몸이 즉시 분리되었다.그는 큰 칼을 꽉 쥔 채 차가운 눈빛을 드러냈다."난 내 여자한테 분명 약속했어. 북란성을 목숨 걸고 지키겠다고! 난 절대 떠나지 않을 거야!"그는 벌떡 일어나 방금 하마터면 남백훈을 찌를 뻔했던 병사를 단칼에 베어 갈랐다.이내 병사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용감무쌍한 세자가 드디어 돌아왔다."죽여!""창랑 병사들 전부 죽여!""죽여버려!"병사들은 순간 마지막 희망을 되찾은 듯했다.세자가 떠나려 하지 않으니, 그들 역시 결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마지막 병사 한 명이 남을 때까지 끝까지 싸워 결코 패배를 인정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한편 머나먼 창랑 대오에서는 탁서의가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으로 활을 꽉 쥐고 있었다.탁서우는 길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그들은 윤세현이 다시 한번 일어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정말 같은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오직 신만이 이 정도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았다."인간이든 신이든, 오늘 난 끝장을 볼 거야!"탁서의가 포효했다."화살을 가져와!"단 한 발의 화살로 죽일 수 없다면 다시 한 발 쏘면 된다.그의 화살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고, 윤세현의 피는 이미 거의 바닥난 상황이었다.탁서의는 윤세현이 정말로 죽지 않는 존재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형…"탁서우의 심장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다시 한번 윤세현이 일어서는 모습을 보자 그는 오히려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자신이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알 수 없었다.세자는 엄연한 적이었다.그것도 엄청나게 강한 적.그를 죽이는 것은 곧 북란관을 차지하는 것과 같았다.하지만 탁서우는 이렇게까지 강한 의지력을 지닌 전사를 본 적이 없었다.그렇기에 전장에서 윤세현은 누구에게나 존경받을 자격이 있었다.그래서 그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다소 마음 아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801화

    남백훈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듯, 온몸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 그는 목숨을 잃을 뻔했다.그나저나 아무도 그가 왜 목숨까지 걸고 세자를 구하려 했는지 알지 못했다.아마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오직 그 자신뿐일 것이다.그는 그저 이경을 지키고 싶었다.그는 단지, 이경이 절망 속에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세자 나리!"큰 충격을 받은 병사들은 더 이상 자신의 안위조차 돌볼 겨를이 없었다.모두가 일제히 돌진해 윤세현을 호위했다.윤세현의 시야는 온통 붉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흐릿해진 의식 속에서 더 이상 살육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오직 형제들의 절박한 외침만이 귓가를 울렸다."나리, 일어나십시오!""나리, 이제 가셔야 합니다!""가십시오, 나리!"장암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켜 적을 막아 내며 그들에게 다가갔다.그녀는 이미 절망에 빠져 있었다.이 전투는 끝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자신들 모두가 북란관 밖에 묻히게 될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녀에게는 아직 단 하나의 희망이 남아 있었다.바로 윤세현이 살아서 이곳을 떠나는 것이었다."나리, 일어나십시오. 어서 돌아가셔야 합니다. 원래 계시던 곳으로!"장암의 목소리는 이미 쉬어 있었다.그녀는 가슴이 찢어질 듯한 심정으로 외쳤다."저희 남진과 저 장암은 평생 나리의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살아남아 초나라로 돌아가십시오. 제발요.""나리, 어서 가십시오! 어서!"그 순간 창랑 병사의 검이 한 병사의 가슴을 꿰뚫었다.병사는 쓰러지는 순간까지도 두 눈을 크게 뜬 채 눈을 감지 못했다.그는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쉰 목소리로 외쳤다."나리... 가십시오... 가십시오...."윤세현은 이토록 지쳐 본 적이 없었다.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힘겨울 정도였다.열여섯 살에 처음 전장에 나가 이름을 떨친 이후,그는 크고 작은 전투를 수도 없이 겪어 왔다.하지만 이처럼 기진맥진하고,이처럼 고통스럽고,이처럼 절망적이었던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800화

    긴 화살은 소름 끼치는 파공음을 내며 밤하늘을 가로질러 갔다.화살에 실린 위력은 멀리서 보아도 선명하게 느껴질 정도로 엄청났다."세자 나리, 조심하십시오!"모든 이가 순간 두려움에 휩싸였다.하지만 이제는 누구도 세자를 대신해 그 화살을 막아 줄 수 없었다."나리!"장암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하지만 그녀 역시 검을 휘둘러 눈앞의 적을 막아내는 것조차 버거운 상태였다.더 이상 세자를 지킬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화살이 곧 세자의 몸을 꿰뚫으려는 순간,모든 사람이 숨을 삼켰다.어느새 윤세현의 시야에도 그 긴 화살이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찰나의 순간.그는 자신의 거친 숨소리만 들을 수 있었다.주변의 함성도, 외침도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긴 화살이 눈앞까지 날아왔지만, 그는 정말 더 이상 남은 힘이 없었다.겨우 무거운 팔을 들어 올린 순간,쨍!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다.긴 화살은 큰 칼날에 부딪혔다.하지만 누구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없었다.화살에 실린 엄청난 충격으로 윤세현이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그렇게 세자는 쓰러졌다.언제나 하늘을 떠받치는 거목처럼 우뚝 서 있던 세자가,마침내 쓰러지고 만 것이다.그의 입가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흘러내렸다.너덜너덜해진 몸이 땅에 떨어지자마자 그는 다시 피를 토했고, 붉은 선혈이 얼굴을 물들였다.곧이어 창랑 병사들이 몰려들었다.그들은 하나같이 칼과 장검을 치켜들고 상처투성이가 된 그의 몸을 찌르려 했다.윤세현은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었다.거대한 칼은 어느새 손에서 미끄러져 땅에 떨어져 있었고, 그의 곁에 나뒹굴고 있었다.그는 더 이상 40킬로그램에 달하는 대도를 들어 올릴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세자는 정말 쓰러지고 말았다….순간 모든 남진 병사들은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을 느꼈다.그들의 신이자 버팀목이었고,마지막 희망이었던 존재가 쓰러진 것이다.반면 창랑 병사들은 광기에 가까울 정도로 흥분했다.그들은 바로 이 순간을 기다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799화

    성문 밖 전장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사흘 밤낮 동안 창랑 대군은 끊임없이 병력을 교체하며 전장에 투입 시켰다.남진 역시 처음에는 교대로 싸울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기본적인 교대조차 불가능했다.대체할 병력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소문에 따르면 성 안에는 아직 천여 명의 병사가 남아 있다고 했다.그러나 고작 천여 명으로는, 설령 전력을 다한다 해도 방대한 창랑 대군을 상대할 승산이 전혀 없었다.날이 밝을 때 시작된 전투가 지금까지 이어지자, 사실 모두의 마음에는 이미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아무도 승리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믿지 않았다.설령 성 안의 천여 명이 전력을 다해 출전한다 해도, 결국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기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윤세현이 손에 쥔 큰 칼에는 어느새 무수한 흠집과 이가 나 있었다.그 거대한 칼은 마치 그의 몸처럼 상처투성이였다.몸에 걸친 중갑 역시 적의 화살과 장검, 대도에 의해 수없이 갈라지고 찢겨 있었다.갑옷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비록 대부분은 적의 피였지만, 그 자신의 피 또한 적지 않게 섞여 있었다.남백훈의 은빛 갑옷 역시 어느새 온통 선혈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장암은 두 차례나 칼에 찔린 뒤 전투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그럼에도 그녀는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비록 희망은 보이지 않았지만, 세자와 삼황자가 아직 버티고 있었고 모두가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그녀 역시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모두와 함께 쏟아붓기로 결심했다."형, 세자한테는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은 것 같은데."한편 탁서우는 부상당한 탁서의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다행히 형의 상처는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다.치료를 받고 충분히 쉰 뒤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얼굴이 다소 창백할 뿐, 병색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탁서의는 멀리 성문 밖에 여전히 우뚝 서 있는 그림자를 바라보았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자신을 다치게 한 원한이 다시금 가슴 깊은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202화

    이내 설 신의는 자신의 약상자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이 상자의 재질은 일반 나무 상자와는 달랐다. 매우 습하고 차가운 상자 안의 기운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설 신의가 상자를 열자 그 안에서는 온 몸이 하얀 무언가가 튀어나왔다.보기에는 개구리 같지만, 일반 개구리와는 전혀 달랐다.“이게 바로 지명 개구리인 건가?”연유월은 식견이 넓은 편이긴 하지만, 이런 지명 개구리는 아직 본 적이 없었다.“그렇습니다.”설 신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지명 개구리를 들어 올렸다.“이 지명 개구리가 어떻게 누구의 피가 현주를 구해낼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106화

    한편 이경은 돌아간 뒤, 붕대로 상처를 잘 감싸고는 잠에 들었다. 그녀는 의사가 치료해 주는 건 원치 않았다. 그 상처는 초아가 보기에도 매우 끔찍했지만, 정작 이경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픈 줄도 모르고 약만 먹고 대충 붕대로 싸맸다. 그렇게 말 한마디 없이 옷을 갈아입고는,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깊이 잠들었다. 연지는 원래 문밖을 지키려 했지만, 초아는 혹시나 공주가 너무 슬픔에 빠진 나머지 밤에 안 좋은 생각이라도 할까 봐 불안했다. 필경 세자는 지금 이서영의 곁에 남아 있으니까. 결국 연지는 초아의 말을 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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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제450화

    이경은 내심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일부러 이러는 건가? 비몽사몽 한 상태에서 이런 말을 하면, 지난 모든 원한을 내려놓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어떻게 단번에 그 모든 걸 다 내려놓을 수가 있겠어?이제 곁에 초아도 없는데… 이경은 결국 그를 힘껏 밀쳐냈다. 방 안, 그리고 방 밖에 서있던 사람들의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세자는 한때까지만 해도 고귀한 존재로서, 그 누구 앞에서도 이렇게까지 비굴했던 적이 없었다. 그런 그가 의식이 흐릿해지고 나서야, 자신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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