تسجيل الدخول날카로운 물건에 찔린 것처럼 어깨가 움츠러 들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유라의 말이 맞았다. 선우는 그 익숙함을 놓지 못하는 것 뿐이다. 닿을 수 있는 존재를 놓치 못하는 거 뿐이었다. 그러나 그걸 유라 앞에서 인정할 정도로 은성은 멍청하지 않았다. 그녀는 돌아서서 할 수 있는 가장 얄미운 표정을 지었다.
“그 말 박선우한테 좀 전해줘. 계속 안 헤어지려고 들러붙는 거 정말 지긋지긋하거든.”
“미친년…!”
부들거리는 모습을 비웃어주고 돌아섰다. 그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울지마. 한은성.’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선우를 인생에서 완전히 도려내기 위해서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해야했다. 그러니 이런 것 따위에 눈물 흘리고 있을 시간 따위 없었다. 입안의 여린 살을 악물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앞이 뿌해져서 잘 보
하지만 그러한 기대는 곧 산산이 부서졌다. 선우는 못볼꼴을 봤다는 듯 눈을 찌푸리더니 황급히 두 걸음 물러섰다. 그 모습이 꼭 오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사람 같았다. 그것만으로도 땅에 쳐박힌 기분이 들었것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서늘한 눈빛으로 압박했다.“그딴 더러운 치료를 받느니 죽는 게 낫죠.”“하, 너 재밌다?”해나는 당황했지만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팔짱을 끼고 턱을 치켜들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선우가 코웃음을 쳤다.“재밌어요? 그럼 더 재밌게 만들어 드릴게요. 그쪽이 어떻게 노는지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만드는 건 어때요?”순식간에 해나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러나 이내 태연한 척 말했다.“내가 어떻데 노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이번에는 선우가 거리를 좁혔고 귓가에 속삭였다.“교수, 선배, 후배 남자가 참 많던데요. 그게 재밌는 거면 사람들이 알면 더 좋은 거잖아요. 안 그래요?”“야…!”교수, 선배, 후배의 존재를 선우가 어떻게 알았을까.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척 할 수 없을 정도로 해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곧바로 거리를 벌려 그 얼굴을 보며 비웃었다.“세상 사람들 다 알고 싶은 거 아니라면 좀 조용히 삽시다. 그리고 알바 시간 좀 늦지 마요.”선우는 냉랭하게 돌아서 근처에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그러나 해나는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온몸이 덜덜 떨렸다. 빨
치지직, 담배가 타들어가는 것처럼 마음도 타들어갔다. 깊게 연기를 들이마시면서 당시를 떠올렸다.고3 1학기 중간 고사가 끝나고 그는 일타강사에게 과외를 받으러 갔었다. 그날 은성은 도희의 집에서 잤고 다음날 돌연 이별을 통보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선우는 헤어지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대체 은성이 왜 갑자기 마음이 변해버린 것인지 계속 지켜봤다. 가장 높은 가능성은 다른 남자였다. 그녀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많았다.가정부 딸이라고 무시하면서도 끈적한 눈빛을 보내는 그런 빌어먹을 인간들부터 예쁘고 단아한데다 성격도 좋은 모습에 설레여하는 인간들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그 어떤 남자도 은성에게 고백을 하지는 못했다. 고백이 이루어지기 전에 선우가 처리했으니까.그러나 어디에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선우의 눈을 피해서 은성에게 도달했을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눈에 불을 키고 그 남자의 존재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남자가 아니라면 대체 왜 은성은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된걸까. 헤어질 때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하지 못하면서 사랑한다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사귄지 한달이 지났을 무렵부터 그녀는 사랑한다 말을 들려주었다. 그도 사랑한다고 답하고 싶었다. 하지만 답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다음날이면 보상하듯 비싼 선물을 안겼다. 행동으로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어떤 비싼 선물도 은성의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보다 가치있지 않았다. 그걸 알아서 더 미안했다.“역시 그거인가…?”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을
은성이 무미건조한 눈으로 말했다.“그걸 왜 저한테 물어봐요? 상대한테 물어봐야지.”“현남친이 아니면 전남친 아니야? 내가 이렇게 보여도 상도덕은 있거든.”살짝 드러난 하얀 어깨를 으쓱 올리는 모습이 꽤나 유혹적이었다. 왜 주변에 그렇게 남자가 많은지 알거 같았다.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잘 되길 빌게요. 지금은 시제마저 하죠.”“알았어. 되게 무섭네.”해나는 미련이 남는다는 듯 선우를 한번 더 끈적하게 훑고 돈을 세었다. 그러면서도 입술은 쉬지 않았다.“그런데 전남친 돈 많나보다. 스무살 밖에 안됐는데도 에스텔라를 타고.”“집이 부유해요.”“오오. 흥미가 더 당긴다. 아저씨가 생각나기도 하고.”해나는 아저씨가 누구인지 물어봐주길 바라는 눈치였지만 그래서 은성은 더욱 물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기어코 답은 이어졌다.“나 아주 어렸을 때 날 챙겨주던 아저씨가 있었거든.”평소와 다르게 그녀의 얼굴에는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그건 은성이 알바는 아니었다.“가보겠습니다.”그 말과 동시에 그녀는 미리 챙겨둔 가방을 가지고 편의점을 떠났다. 닫히는 문 소리를 들으면서 해나가 귀엽다는 듯 피식 웃었다.“그런 표정을 지으면서 잘 되길 빈다고?”
선우의 말문이 막혔다. 이제 더 이상 연인이 아니다. 그렇다고 친구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친구라는 역할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 같았다. 하지만 연인도 아니고 친구도 아니라면 둘의 관계는 무엇일까. 부모의 고용으로 엮인 관계? 그건 더더욱 싫었다. 그런 그의 생각을 고스란히 읽기라도 한듯 은성이 입을 열었다.“무슨 관계라는 걸 말할 수 없는 사이에서 그런 말 주제 넘어.”선우가 멍해진 그 순간 은성은 손을 뿌리치고 나왔다. 발걸음에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으나 눈가는 촉촉했다.*식당 밖으로 나와서 거리를 걸었다. 여기서 편의점까지는 빨리 걸어서 30분이 걸렸다. 그러니 시간을 맞춰서 가려면 걸음을 서둘러야 했다. 그러나 발걸음이 무거웠다. 축 처진 어깨가, 말문이 막힌 얼굴이 떠올라 마음을 괴롭게 했다.“언니. 괜찮아?”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도희가 뒤를 따르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은성은 싱긋 웃어 보였다.“언제부터 거기 있었어?”“언니가 가게에 나오기 전부터.”“선우랑 말하는 거 들었어?”도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씁쓸한 미소가 은성의 입가에 맺혔다.“언제쯤 우리는 완전히 끝낼 수 있을까?”“…”반년을 사귀었고, 그 2배 정도 되는 기간 동안 헤어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은성과 선우 모두 이 관계를 완전히 놓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그는 자연스럽게 만난척 이렇게 불쑥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필요한 부분을 충족시켰다. 일주일 전에는 본가에서 많은 짐을 들고 자취방으로 와야 했다.“나도 학교에 갈일 있는데 태워다 줄까?”이주 전에는 책을 빌려야했는데 도서관에서 책이 보이지 않아서 난감했다.“그 책 나 갖고 있는데 빌려줄까?”그런식으로 그는 필요할 때마다 그녀의 삶에 나타났다. 답하지 않고 그를 지그시 응시했다. 그는 그런 시선마저 달게 삼켰다. 평소 사탕을 먹을 수 없는 아이가 허겁지겁 사탕을 입에 넣는 거 같았다.‘언제까지 이럴건데?’‘네가 나를 다시 봐줄때까지.’‘지치지도 않아?’‘지치지 않아.’아무말도 이어지지 않았음에도 눈빛으로는 많은 대화가 오갔다. 둘만의 세계가 있는 것 같았다. 불편함을 느낀 사람은 도희였다.“언니, 우리 학식가자.”선우가 등장한 그 순간부터 도희는 입맛이 싹 달아나는 경험을 했다. 학식에 가자고 하는 건 그냥 이 자리를 피하고 싶어서 한 말이다. 은성은 잠시 고민하더니 도희를 보고 말했다.“같이 밥 먹자. 선우가 밥 사준다잖아. 돈 굳고 얼마나 좋아.”“아니야. 언니. 나 정말 학식이 먹고 싶어.”밥은 무엇을 먹는가 보다 누구랑 훨씬 중요했다. 선우와 불편하게 진수성찬을
그를 따라 가니 골목에 익숙한 검은색 승용차가 보였다. 뒷문을 열자 선희가 보였고, 그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그녀가 시선을 앞에 둔채 물었다.“은성이는 오늘 들어오겠다고 해요?”“네.”답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인다는 듯 선희의 표정이 풀렸다.“아침에도 말했지만 은성이한테 더 이상 어떤 압박도 주지 마세요. 원하는대로 하게 둬요.”“네… 회장님.”“그만 가보세요.”경자가 깊게 고개를 숙이고 내렸다. 잠시 후 유 실장가 차에 올랐고 검은색 승용차는 골목을 떠났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차가 있던 자리를 응시하며 경자가 중얼거렸다.“선우가 마음을 접게 할 생긱이신가?”선희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는 분명했다. 지금 은성을 압박한다면 그녀는 하나 뿐인 가족이자 딸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허억…! 허억….!”은성이 거친 호흡을 내쉬면서 캠퍼스를 달렸다. 벚꽃이 피기 시작한 캠퍼스의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그런 것을 볼 여유따위는 없었다. 9시 정각에 강의실로 들어섰다. 뒤에 앉아있는 도희가 여기라는 듯 팔을 들어 흔들었다. 그쪽으로 가서 앉기 무섭게 바로 안 교수가 들어섰다.“출석 먼저 부르겠습니다.”“휴우!”안도의 한숨을 쉬는 은성을 보면서 도희가 어이없다는 눈으로 응시했다.“언니, 학교 바로 앞에 살면서 왜 늦어?”“원래, 가까이 사는 애들이 더 늦는 거야.”뻔뻔한 말투에 도희가 피식 웃었다. 은성의 가출이후 4개월이 지났다. 가출은 고작 하루밤이었지만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수능 성적이 나왔고 최종적으로 세정대에 합격했다. 결정되지마자 은성은 기다렸다는 듯이 집을 구해서 지금 학교 앞에 살고 있었다. 출석을 다 부른 안 교수가 수업을 하려고 분필을 잡았다.“지난 시간에는 경영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경영 주체에 대해 배웠습니다. 오늘은 경영 객체에 대하여…”그때 문이 열리고 익숙한 얼굴이 들어왔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안 교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러나 들어온
‘착각이겠지?’착각일 것이다. 선우는 자신의 남자친구였고 항상 은성에게 충실했다. 잘생긴 얼굴, 뛰어난 운동실력, 무던한 성격, 좋은 집안 모든 이들이 탐낼만한 조건을 갖고 있었지만 한번도 이성문제로 은성의 속을 썩인 적이 없었다. 사귀기 전에도 그랬다. 그러니 분명히 착각일 것이다. 그래야 했다.그런 생각을 하면서 교문을 지나 기계적으로 걸어갈 때였다. 갑자기 몸이 확 끌어당겨지더니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 은성을 끌어당긴 사람은 선우였다.“박선우! 깜짝 놀랐어.”“이렇게 안 하면 네가 나를 안 봐주잖아.”다시 입이 나
“한번도 사랑한다고 말한 적 없으니까…”그는 한번도 사랑한다는 말을 한적이 없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하는 유치원 시절에도, 가까운 친구이던 시절에도, 연인이 된 이후에도 단 한번조차고 말한적이 없었다. 은성이 용기내어 말해도 그는 사랑한다고 말한적이 없다.“내가 괜히 쓸데없는 거에 집착하는 건가?”겨우 한마디 말에 불과한데 고집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우의 행동은 ‘사랑한다’는 말을 넘어서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도 자꾸만 그것이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가끔 그의 시선이 유라에게 향할 때 알 수 없
“네가 가면 나도 가.”“내가 안 가면?”“나도 안가.”어이없다는 듯 그녀가 피식 웃었다.“그런게 어딨어.”“여기 있어.”고집 부리는 아이를 보는 것처럼 얼굴에 걱정이 떠올랐다.“회사 물려받으려면 유학 다녀와야하는 거 아니야?”“너랑 떨어지면서까지 가야할 정도로 회사가 의미있지 않아.”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내려다 보다 입을 열었다.“그럼 유학 가고 싶어?”“응. 가고 싶어.”선우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왔다.“왜 가고 싶은데?”“같이 유학 가면 우리 둘만 있을 수 있잖아.”어이없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네.”긴장한 은성이 무슨 일이냐는 듯 선우를 봤다. 선우는 빙그레 웃을 뿐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도 선희도 찻잔을 향해 손을 뻗었고 아주 잠시 손이 닿았다. 더러운 것이라도 만진것처럼 손을 황급하게 거둬드린 그가 구토를 했다.“우욱…!”스치는 접촉에도 그의 몸은 정직하게 반응했다.선우가 화장실로 달려갔다. 은성은 따라가고 싶었지만 선희의 눈치가 보여서 가지 못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이 세상에 불편한 모자 사이는 많았지만 잠깐 손이 닿는 접촉만으로도 이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없었다. 한성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