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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Author: 적매화
이 말을 마친 뒤 김단은 임학의 얼굴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가득한 것을 똑똑히 봤다.

아주 웃겨!

김단을 망가뜨리려고 할 때는 그렇게 말발을 세우고 당당했으면서, 이제 자기가 끌려들어가니까 당황하는 꼴 좀 봐!

임학뿐 아니라 임씨 집안 사람 거의 다 당황했다.

오히려 계속 질질 짜던 임원이 일어서서 김단에게 말했다.

“언니 오늘 큰 일을 당했으니 일찍 돌아가서 쉬어! 시간도 꽤 됐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내일 다시 얘기하는 게 어때?”

임원의 말을 듣고 임씨 부인도 얼른 맞장구를 쳤다.

“그래 그래, 단아, 봐 날이 벌써 이렇게 저물었구나. 소 장군까지 이 일에 말려들어 아직 돌아가지도 못하셨지 뭐니. 우리 내일 일찍 다시 논의하는 게 어떨까?”

김단은 그제서야 대청에 아직도 소한이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건너다봤다.

대청의 촛불이 소한의 냉담한 얼굴 위에 일렁이자, 깎은 듯 날카로운 이목구비는 전보다 더 냉정하게 보였다.

소한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에 김단이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김단은 왠지 가슴이 시큰거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녀도 오늘 엄청난 일을 당해, 기력이 하나도 없는 게 사실이었다.

만약 임씨 집안 사람들과 말다툼을 계속해 나간다면 먼저 쓰러지는 쪽은 그녀 자신일 게 틀림없었다.

하룻밤 쉬어도 그녀는 절대 임학을 가만 두지 않겠어!

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소한에게 걸어가는 것을 본 임원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김단이 모든 걸 팽개치고 소한 품에 안기기라도 할까봐, 김단과 소한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자 임원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언니!”

임원의 목소리에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이 묻어나는 걸 모두가 느꼈으나, 김단은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곧장 소한 앞으로 걸어갔다.

거리가 꽤 가까워졌다.

임원에게 좀 삐졌던 김단은 임원의 두려움에 찬 외침에 속이 시원했지만 결국 도를 넘는 행동은 하지 않고 소한에게 감사의 예를 표했다.

“오늘 정암 종사관께서 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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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말을 들은 김단은 등 뒤에서 알 수 없는 서늘한 기운을 느껴졌다.하지만 그녀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고, 골똘히 생각했다. 이곳이 비록 중전의 거처와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긴 했지만, 뜰 안에서 하는 말은 중전 쪽 거체에 있는 사람들의 귀에까지 들어갈 수 있을 터였다.하지만 어젯밤 그녀와 맹영지는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눴고, 중전이 뜰에 서 있었다 해도 이를 들을 리가 없었다.그러니 서원 공주는 중전이나 중전의 측근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그녀와 맹영지의 시중드는 몇몇 궁녀들에게 들은 것일 터였다.그렇다면 변명의 여지가 있다.이에 그녀는 서원 공주에게 공손히 대답했다. “공주 마마께 아룁니다. 어젯밤 소신과 맹 낭자는 이야기를 나눈 것이 아닙니다. 그저 맹 낭자께서 낯선 환경에 잠을 못 이루시어 소신을 찾아와 재워드린 것뿐입니다.”서원 공주는 김단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녀에게 보고한 궁녀는 김단과 맹영지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제대로 듣지 못했고, 단지 두 사람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고만 전했다. 하지만 김단이 그저 맹영지를 달래 재운 것인지, 맹영지가 어리석게 입을 놀렸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이에 그녀는 차갑게 코웃음을 치고 섬뜩한 눈빛으로 맹영지를 바라보았다.“그렇다면, 저 맹 낭자도 바보는 아닌가보오. 낭자를 찾아와 달래달라고 할 줄도 알고 말이오.”어제 맹영지가 공격한 것에 대해 서원 공주는 아직까지 앙심을 품고 있었다.김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서원 공주가 맹영지가 바보인 척 연기하는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서원 공주는 천천히 맹영지에게 다가갔다.한 걸음 한 걸음, 시험하듯 말이다.결국 김단은 입을 열어 조심스럽게 말했다. “공주 마마, 조심하십시오.”하지만 서원 공주는 김단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맹영지의 앞에 다가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쓸어내렸다.얼굴에 손이 닿는 순간, 멍하니 있던 맹영지는 갑자기 격하게 몸을 떨며 두 손을 마구 휘저었다. “저리 가! 때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03화

    맹영지는 순간 눈을 크게 뜨며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어, 어떻게 그럴 수가...”그녀는 정말로 한빙산이라는 독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김단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분명 낭자의 아버지가 융골산에 한빙산을 섞었을 겁니다. 낭자가 모르는 것도 당연해요. 원래 낭자를 속일 생각이었을테니...”이 말을 들은 맹영지의 눈에서는 이미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김단이 물었다. “하지만 낭자의 아버지 손에 분명 해독제가 있을 겁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아버지 손에서 해독제를 빼낼 방법이 있을까요?”맹영지는 애써 심호흡하며 겨우 울음을 참았다. “저희 아버지, 아버지 서재에 비밀 공간이 있습니다. 융골산도 그 공간에서 꺼낸 것이었어요! 하지만 해독제도 그 안에 있는지는 모릅니다. 찾아보는 수밖에 없어요.”찾아본다는 것은 맹영지가 맹씨 가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고, 심지어 맹 대감의 서재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김단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궁에 머무르고 있으니, 맹씨 가문으로 돌아가려면 병이 낫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맹 대감은 낭자가 과거 사기 혼인을 당한 일로 원한을 품고 있다는 걸 알고 낭자를 의심할 테니, 쉽게 믿지 않을 겁니다.”그러니 맹영지가 맹씨 가문으로 돌아간다 해도 한빙산의 해독제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제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하면 어떻겠습니까?”순간 맹영지가 물었다. “제 기억이 과거 혼인 전으로 돌아간다면요?”만약 그렇다면 맹영지는 맹씨 가문의 착한 딸로 돌아가는 것이니, 맹 대감의 서재에 들어가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하지만 김단은 걱정되었다. “맹 대감이 믿을지 모르겠습니다.”“그래도 해볼 수밖에 없습니다!”맹영지는 김단의 손을 붙잡으며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하루라도 안 되면 한 달이라도, 제가 계속해서 기억을 잃기 전처럼 행동한다면 아버지도 언젠가는 저를 믿을 겁니다! 제가 직접 독을 풀었고, 제 손으로 소 오라버니를 해쳤어요. 오라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02화

    김단은 지금 맹영지의 정신이 또렷하다는 것을 확신했다.그녀는 곧장 그녀 옆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맹 낭자께서는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김 낭자, 의녀, 저를 민씨 가문이라는 지옥 같은 감옥에서 데리고 나와 주신 분이시죠.”맹영지의 대답은 그녀가 지금 정신이 깨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했다.하지만 김단은 낮 동안 멍한 상태였던 맹영지가 왜 갑자기 멀쩡해졌는지 이해할 수 없어 물었다. “맹 낭자께서는 이전에 뭘 드셨거나 마셨습니까?”그녀는 혹시 궁궐에 숨어 있는 고수가 그녀가 모르는 사이에 맹영지에게 약을 먹였을까 생각했다.하지만 맹영지는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저는 늘 이러합니다. 밤이 되면 정신이 들고, 낮에 있었던 일도 기억이 납니다.”지난 5년 동안 줄곧 그래 왔다.맹영지는 밤에 정신이 맑아졌기에 김단이 자신을 치료하러 온 것을 기억하고 있었고, 멍한 상태에서도 김단을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이는 김단에게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소식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기뻐할 겨를도 없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그럼 맹 낭자께서 소하 오라버니를 해쳤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맹영지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그 독은 제가 중독시킨 겁니다. 군의관이 소 오라버니께 약을 발라 드릴 때, 제가 독가루를 약과 섞었습니다.”김단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독이었습니까?”“융골산이었습니다.”맹영지는 말함과 동시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아버지가 그러셨습니다. 소씨 가문으로부터 병력을 빼앗기만 한다면, 저를 소 오라버니께 시집보내 주시겠다고요.”이 말을 들은 김단은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 “그러니까, 맹 낭자께서는 소 오라버니의 두 다리를 불구로 만든 뒤, 소 오라버니께 시집가 평생 그분을 돌보려는 생각이었단 말입니까?”맹영지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그리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양에 돌아오자마자 아버지께 말씀을 드렸죠. 그런데 아버지께서 저를 속였습니다! 혼인 전에 신랑 신부는 만날 수 없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01화

    김단은 맹영지가 서원 공주를 할퀴는 것을 본 뒤에야 깨달았다. 맹영지의 손톱은 단순히 보기 좋으라고 기른 것이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하늘에 대고 소리쳐도 대답 없고 땅에 대고 외쳐도 반응 없는 그 민씨 가문에서, 아마도 그 열 개의 긴 손톱만이 그녀의 무기가 되어 그녀 자신을 보호해 왔을 것이다.이에 김단은 숨을 깊게 들이쉬고 마음속에 피어난 쓸데없는 연민을 억눌렀다.왼쪽 엄지손가락부터 시작하여 김단은 조심스럽게, 조금씩 맹영지의 손톱을 잘라냈다.스스로가 강해지지 않으면 손톱이 아무리 길어도 완벽히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어쩌면 맹영지는 회복된 뒤 더 좋고 강력한 무기를 찾을지도 모른다.그냥 잘라버리자!그날 밤.김단은 침대에 누워 한참을 잠들지 못했다.침대가 불편한 것도 아니었다. 중전의 침소에 어찌 불편한 물건이 있을 수 있겠는가?환경이 바뀌어서도 아니었다.세답방 생활로 단련된 그녀가 어찌 그리 예민할 수 있겠는가?그저 편안한 환경으로 바뀌었을 뿐만 아니다. 하만촌의 낡은 나무 침대에서조차 그녀는 편안하게 잠들어 아침까지 푹 잘 수 있었다.김단은 미간을 찌푸리며 몸을 뒤척였다.그저 궁에서 자야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녀는 궁에 대해 왠지 모를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마음이 불편한 것도 당연하지 않겠나?깊은 생각에 빠진 채 김단은 다시 몸을 뒤척였다.분명 부드럽고 향긋한 침대였지만, 그녀는 아무리 뒤척여도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없었다.그녀가 잠 못 이루고 뒤척이던 중, 갑자기 누군가가 방문을 열었다.고요한 밤, 삐걱거리며 열리는 나무문의 소리가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김단은 순간 몸이 얼어 붙었다.강한 불안감이 엄습해 왔고, 등줄기가 순식간에 서늘해졌다.이미 자시가 넘었을 텐데, 누가 그녀의 방을 찾아온 것일까?순간 예전에 세답방 궁녀들이 들려주었던 귀신 이야기가 김단의 뇌리를 스쳤다.김단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숨을 깊게 들이쉬고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800화

    김단의 태도에 서원 공주는 코웃음을 쳤다.눈썹을 치켜들고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곧이어 중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중전이 영지를 보살피기 위해 이곳으로 데려왔소. 헌데 공주가 영지의 두 손을 자르려 하다니, 주상께 들키기라도 하면 무슨 벌을 내릴 줄 알고! 어찌 그리 무엄한 짓을 벌이는 것이오!”중전의 말투는 엄격했다.서원 공주는 그제야 제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중전을 바라 보았다.“저도 그저 화가 난 것 뿐이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서도 저를 때린 적이 없지 않습니까!”서원 공주는 말하는 도중에, 눈물을 흘렸다.중전은 결국 마음이 아파왔다.서둘러 서원 공주에게 손을 뻗었다.“어서, 어디 다쳤단 말인 가.”서원 공주는 서둘러 중전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콧소리를 냈다.“어마마마, 제 얼굴을 보십시오...”서원 공주의 하얀 피부 탓에 상처가 유난히 선명했다.곧이어 중전이 미간을 찌푸렸다.“어찌 이리도 심한 것이야? 여봐라! 의원을 부르거라!”피가 보였다.만일 상처가 남게 된다면, 평생 망가진 얼굴로 살아야 하지 않은가.김단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중전마마, 소신께 약이 있사옵니다. 효능이 뛰어난 덕에 공주 마마의 얼굴에 흉이 남지 않을 것이옵니다.”그녀의 말에 중전이 깜짝 놀랐다.“그것이 사실이오?”김단은 그제야 소매에서 약을 꺼냈다.그리고 양손으로 약을 건넸다.“예, 사실 이옵니다.”옆에 있던 나인이 서둘러 약을 가져갔다.그리고는 서원 공주에게 건넸다.서원 공주는 평범한 약병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혹여 흉이 남았다 하면, 어찌할 생각이오?”“소신의 목숨을 걸겠나이다.”김단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이 약은 김단도 쓴 적이 있었다.오늘 다친 상처뿐만 아니라 오래된 상처에도, 두 번만 바르면 흉이 금방 사라졌다.오늘 날, 팔의 흉도 자세히 보지 않는 이상 보이지 않았다.김단이 자신의 목숨을 건다는 말에, 서원 공주는 그제야 약병을 가져갔다.그리고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99화

    그녀는 맹영지가 소하 오라버니의 이름에 이리 반응할 줄 몰랐다.서원 공주가 잠시 이름을 말했을 뿐 인데, 맹영지가 다시 소하 오라버니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닌가.혹여 중전과 서원 공주가 이 사실로 하여금,소하 오라버니에게 노여움을 품으면 어찌하는가.이때, 서원 공주가 다가가 소리쳤다.“겉으로 멍하니, 어리벙벙하면서 어찌 소하 하나에게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이오?혹여 낭자의 머릿속에는 소하만 가득 한 것이오?!”맹영지는 서원 공주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그녀에게 있어 눈 앞은 그저 하얀 연기 속과 같다.그 연기 속에 이름 하나만이 유일하게 선명했다.“소하…소하…”그녀는 다시 소하의 이름을 읊었다.맹영지의 모습에 서원 공주는 더욱 화가 났다.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가고는, 손을 들어 그대로 뺨을 내리쳤다.“감히!”김단은 깜짝 놀랐다.“공주 마마!”허나 이미 때는 늦었다.뺨을 때리는 소리는 또렷하게 퍼졌다.마치 천둥이 내리치는 것 같았다.정확히 맹영지의 신경을 뒤흔들었다.곧이어 그녀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아! 때리지마! 잘못했어! 때리지마!”맹영지는 소리를 지르면서,두 손은 허공을 향해 흔들었다.김단이 다가가려 하자, 서원 공주가 맹영지의 손을 낚아챘다.“이 몸은 네가 미쳤다는 말을 믿지 않느니라! 감히 공주 앞에서 무엄한 짓을 벌이다니, 가만두지 않겠다!”그리고 다시 한번 더 뺨을 내리쳤다.이때, 맹영지가 강력하게 저항했다.“이거 놔! 아!”날카로운 비명 소리는 마치 야생동물의 울음소리 같았다.맹영지는 서원 공주의 손을 떨쳐내고, 미친 사람 마냥 온몸을 휘두르며 발악했다.“아!”곧이어 서원 공주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맹영지는 서원 공주의 얼굴에 상처를 내고 말았다.서원 공주는 서둘러 얼굴을 감쌌다.두 눈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감히 네 년이 이 몸에 상처를 내? 여봐라! 어서 사람을 불러, 저 년의 두 손을 잘라내거라!”김단은 어쩔 줄 몰랐다.청을 하려 무릎을 꿇으려 하자, 중전이 꾸짖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98화

    중전은 김단과 맹영지를 같은 별채에 머물게했다.두 사람은 중전의 침전과 담 하나 정도 떨어져 있었다.조금이라도 소리를 키우면, 중전이 자신의 침전에서도 김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사실 중전 마마의 지위로 보아, 온화하고 어질다는 뜻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족하를 궁에 들여 돌본다면, 응당 궁 안의 한적한 방을 택하는 것이 마땅하다.허나 김단은 단번에 중전의 뜻을 알 수 있었다.중전의 침전과 가까운 곳에 지내게 된다면, 모든 순간의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하물며 헛된 꿈말도 내뱉었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잠시 뒤, 중전이 서원 공주를 데리고 들어왔다.김단이 그들에게 절을 했다.허나 옆에 있던 맹영지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중전은 맹영지를 한 번 보고 나서야,김단을 일으켰다.“계속 이런 모습이오?”김단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뢰옵기 송구하오나, 길에서 소 총령을 마주쳐도 낭자께서 알아보지 못했나이다.”궁 안은 사방이 눈이다.방금 소하와 마주친 것도 이미 보았을 터,자신이 한발 먼저 나서는 게 좋지 않은 가.중전은 잠깐 생각하고는 김단을 바라보았다.“영지와 소하의 사이를 아시오?”김단이 고개를 끄덕였다.“소 총령께서 알려 주셨 나이다. 두 분은 혼약을 한 사이이옵니다. 허나 이후에 식을 올리지 않은 것은 소신도 모르옵니다.”중전은 숨길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당시에 소하가 두 다리 다쳐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되었소. 중전은 족하가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을 원치 않았소, 그리하여 전하께 정승댁 민 씨와 혼약을 하게 청하였지. 허나, 그 선택이 잘못되었을 줄이야.”그녀는 후회하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곧이어 서원 공주가 입을 열었다.“어마마마께서 천리안의 신선도 아니지 않사옵니까. 그저 맹 낭자에게 좋은 인연을 맺어 주려 하신 것 뿐 이옵니다. 그것이 어찌 어마마마의 잘못 이옵니까?”그녀는 맹영지를 바라보았다.곧이어 그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제가 보아하니, 애당초 낭자의 팔자가 사나운 것이옵니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97화

    김단은 맹영지를 소하가 있는 곳으로 보게 하였다.허나 맹영지는 반응이 느리고,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에 소하를 바라보지 않았다.“소하라고 하는 사내입니다. 기억하십니까?”김단은 여전히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허나 소하의 이름을 들어도, 맹영지는 어떠한 반응도 하지 않았다.이러한 그녀의 모습에 소하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이리 상황이 좋지 않을 줄은 몰랐소.”김단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소하 오라버니께서는 염려하지 않으셔도 돼옵니다. 제가 최선을 다하여 낭자를 보살 피겠나이다.”곧이어 소하의 시선이 김단을 향했다.찌푸린 미간은 펴질 줄 몰랐다.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것인가.사실 그는 맹영지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눈앞의 감회는 그저 오늘날과 이전의 다름에서 온 것이라 말할까,마음에는 김단의 안위만 생각하고 있으니, 다른 생각 하지 말라고 말할까.헌데 만일 그녀가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면, 할 말이 없지 않은가.소하는 여러 생각에 휘잡혔다.허나 생각했던 말은 내뱉지 않았다.“중전 마마께서 낭자와 맹 낭자를 처소로 들이시는 것은, 분명 다른 생각이 있으실 것이오. 그 뜻이 무엇인지 알고 있소?”김단이 고개를 저었다.“사실 저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였나이다.어쩌면 맹 씨 집안 때문이 아니겠습니까?”“어찌 되었든 간에, 낭자가 중전의 처소로 들어갔으니 호랑이 굴에 들어간 것과 같소. 항상 조심해야 하오.”“소하 오라버니, 염려하지 마시옵소서.제게는 오라버니께서 가르쳐 주신 방도가 있지 않사옵니까.”그녀의 말에 소하가 고개를 숙이고 미소를 지었다.“돌을 은침으로 대신하여, 민대부를 반나절 동안 아우성치게 하지 않았소.”“반나절이라니요, 반 시진도 가지 못했나이다!”김단은 소문이란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소하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그래도 큰 인물이 되지 않았는 가.”“스승이 잘 가르쳐 준 덕분입니다.”김단은 서로 치켜세우는 상황에 웃음을 터트렸다.“중전 마마께서 기다리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96화

    해가 서쪽 하늘에 기울 무렵, 김단이 맹영지를 데리고 궁으로 들어갔다. 경씨가 옆에 서있었다.그의 얼굴에는 염려가 가득했다. 허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전하가 김단에게 맹영지와 함께 궁으로 들라는 명을 내리지 않았는 가.만일 대군께서 한양에 계셨다면 막을 수 있었을 터, 한낱 마부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궁궐은 워낙 넓고, 궐 안의 금군 중에는 무예가 뛰어난 자들이 넘쳐 난다.더하여 내각에는 임금을 지키는 호위들이 따로 존재한다.자신이 몰래 궁에 들어가 낭자를 지키려 든다면, 날이 밝기도 전에 역적이라 오해를 받아 온몸이 찢길지도 모른다.김단은 경씨의 표정을 보고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경씨 도령, 염려하지 마시 옵소서. 제 몸 하나는 제가 잘 챙길 수 있사옵니다.하물며 소하 오라버니는 금군의 총령이니, 만일 무슨 일이 생기게 되어도 도움을 청할 수 있나이다.”경씨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부디 조심하시오.”경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숙희가 붉은 눈가를 한 채로 입을 열었다.“아씨, 노비는 궁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옵니까?”숙희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그저 김단과 함께 궁으로 들어가고 싶었다.혹여 무슨 일이 생기면, 도움을 줄 수 없다 하여도 자신이 뒤집어쓸 수 있지 않은가.허나 김단은 만일 하나 일이 생겨도, 숙희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나는 그저 작은 의녀에 불과해.중궁전에 거처하면서 내 몸종까지 데려간다 하면, 중전의 사람을 꺼려 한다면서 입을 놀릴 것이야.”숙희는 어렴풋이 그저 둘러대는 것일 뿐이라 느껴졌다.허나 반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궁 안의 규칙이 수도 없이 많은 탓에,진정 구설수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은 가.혹여 자신이 아씨를 해할 수도 있지 않은가.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숙희는 참을 수 밖에 없었다.뜬 눈으로 김단이 맹영지와 함께 궁궐 문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양쪽으로 큰 성벽이 둘러쌓여 있어,알 수 없는 압박감에 맹영지가 긴장을 했다.그녀의 두 손은 김단의 팔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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