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강하린 씨, 결혼하신다면서요?]임슬기는 메시지를 보고 잠시 멍해졌다. 그러고 보니,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메리카에 가서 마이클과 밥 한 끼 하는 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녀는 곧장 답장을 보냈다.[네, 맞아요. 미안해요. 마이클 씨한테 빚진 그 밥은 당분간 못 갚을 것 같네요.][갑자기 결혼이라니. 전에 그런 얘기 한 번도 안 했잖아요.][그러게요. 그냥 인연이 온 것 같았어요. 다시 만나고 나니까, 이상하게 결혼하고 싶더라고요.]그 말을 보낸 뒤로 마이클은 아무 답장도 없었다.임슬
“아가씨?”주인화가 다가와 임슬기를 살짝 잡아당겼다.“바람도 부는데, 집으로 들어가요.”그제야 임슬기는 정신을 차린 듯 눈물을 훔치고는 나직이 입을 열었다.“네, 들어가요.”주인화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아가씨, 사실 진승윤 씨 참 괜찮은 분이에요. 예전 배정우 씨보단 훨씬 나아요. 이제 결혼까지 하신다니, 나도 마음이 놓여요.”“맞아요, 좋은 사람이에요.”“보면 알아요. 진승윤 씨, 아가씨한테 진심이에요. 사람도 다정하고 배려심 많고... 아가씨, 절대 손해 볼 일은 없을 거예요. 나중에 아이 낳
진승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향해 손짓했다.“아가씨, 돌아오신 걸 환영해요.”익숙한 얼굴. 순간 수많은 기억이 몰려오며 임슬기의 시야가 흐려졌다.그녀는 주저 없이 달려가 그 사람을 와락 껴안았다.“아주머니... 진짜 보고 싶었어요.”“나도 보고 싶었어요.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요.”주인화는 금세 목이 메인 채 말했다.“4년 전... 난 정말 아가씨가 죽은 줄 알았어요.”“죄송해요. 그땐 제가 너무 생각이 짧았어요. 항상 제 감정만 앞섰던 것 같아요...”“아가씨, 왜 그런 말을 해요. 어찌 그게 이기적
“여보세요? 다인아? 듣고 있어?”연다인은 양팔을 축 늘어뜨린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머릿속에 임슬기의 얼굴이 떠오르는 순간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그럴 리 없어! 그년은 이미 죽었어. 살아 돌아올 리가 없잖아.’하지만 김현정의 묘비를 찾아갈 정도로 가깝고 진승윤의 약혼녀 자리까지 단번에 차지한 여자라면... 도저히 다른 사람은 떠오르지 않았다.지난 4년 동안 연다인은 줄곧 배정우와 결혼하고 싶어 했지만 배정우의 태도는 해마다 싸늘해졌고 지금은 아예 자신을 죽일 듯 증오하고 있었다.그러던 중 그가 해외로 나갔다는 소
‘다른 사람?’임슬기는 의아한 눈빛으로 진승윤을 바라보며 물었다.“석지헌 말하는 거야?”“석지헌?”진승윤은 사진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그 사람이 석지헌이야?”“응, 해외에 있을 때 알게 됐어.”임슬기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덧붙였다.“그 사람이 날 구해줬거든.”“언제?”“유호준한테 납치당했을 때... 그 사람이랑 같이 납치됐었어. 유호준이 날 죽이려고 했는데, 대신 칼 맞고 병원에 실려 갔어.”진승윤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유호준이 풀려난 일, 아직도 이상한 점이 많아. 경찰이 왜 그렇게 갑자기
“그쪽이 왜 여기 있어?!”석지헌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배정우를 가리키며 물었다.“하린아, 이 사람이 왜 여기 있어? 네 약혼자도 아니잖아.”“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배정우가 불쾌하다는 듯 쏘아붙였다.“그래, 약혼자 아니야. 난 남편이거든!”“헛소리하지 마! 하린이는 너 같은 놈 인정 안 해!”“그럼 넌 대체 뭔데? 명인까지 쫓아와서 이유 하나 묻겠다고? 그런 순정 나는 못 믿겠는데?”배정우가 비웃듯 말하자 석지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석지헌은 길고 예쁜 눈매로 임슬기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녀에게 대답을 원하는
말을 마친 임슬기는 거실로 돌아가 가방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다시 발코니로 나와 그 봉투를 강재호에게 내밀었다.“내일 아침 비행기 티켓 예매했어. 지금 짐 싸고 내일 출발해.”강재호는 믿기지 않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누나... 이게 뭔데요? 나 강제로 내쫓는 거예요?”그가 받지 않으려 하자 임슬기는 그의 손을 억지로 잡아다가 봉투를 쥐여주었다.“강재호, 이건 명령이야. 부탁이 아니고.”“누나!”강재호는 처음으로 화를 내며 눈에 핏발을 세웠다. 그는 손에 든 봉투를 세게 움켜쥐었다. 당장 찢어버릴 듯한 기세
임슬기는 그 일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이튿날 아침.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강재호가 문을 열자 두 사람이 물건을 한가득 들고 입구에 서 있는 게 보였다.“강하린 님 댁입니까?”강재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두 분은...”두 사람은 물건을 바닥에 내려놓고 얘기했다.“이건 저희 사장님께서 강하린 님께 드리는 것입니다. 받아주시죠.”말을 마친 두 사람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고 남겨진 강재호는 멍하니 서 있었다.강재호가 정신을 차렸을 때 두 사람은 이미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저기...”그때 임슬기가 방에서 걸어
전화를 끊은 임슬기는 고개를 들어 잿빛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눈물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임슬기는 손으로 대충 눈가를 훔쳤다. 울지 않으려 애썼지만 아무리 참고 또 참아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그 순간 하늘이 쩌렁쩌렁 울리며 천둥이 터졌고 곧바로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다.빗방울은 잔인할 정도로 그녀의 온몸을 내리쳤다.결국 더는 참을 수 없었던 임슬기는 얼굴을 가린 채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왜... 왜 하필 나야...’임슬기는 끝없이 되물었다. 자신이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왜 매번 자신이어야만 하는지.4년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연결되었다.“강하린 씨?”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임슬기는 순간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황급히 전화를 끊어버렸다.잠시 뒤에 배정우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임슬기는 떨리는 손으로 화면을 바라보다가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리고 창가에 기대어 깊게 몇 번 숨을 들이쉰 끝에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문자를 보냈다.[잘못 걸었습니다.]그러고는 곧바로 배정우의 번호를 차단했다. 다시는 그를 보고 싶지도, 그의 목소리를 듣고 싶지도 않았다.방금은 너무 충동적이었다. 그렇게 전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