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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휘발된 기억의 잔상]

Penulis: silver구슬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4-28 18:40:00

다음 날.

해가 중천에 걸려 방 안 가득 눈부신 햇살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눈을 뜬 장하늘의 머릿속은 마치 자욱한 안개가 내려앉은 새벽의 숲처럼 흐릿하기만 했다. 주변의 풍경이 어지럽게 빙글빙글 돌며 현실과 꿈의 경계를 가차 없이 지워버렸다. 오직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인 상태로 낯선 공간에 던져져 있다는 사실만이, 서늘한 공기가 되어 피부에 차갑게 와닿을 뿐이었다.

지독하게 밀려오는 메슥거림과 깨질 듯한 두통에 초점을 맞추려 애쓰며 시계를 보니, 시간은 이미 정오를 훌쩍 넘겨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머릿속은 흡사 거대한 폭풍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의 백지장처럼 아무런 기억도 남아 있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니, 몸에 감기는 하얀 시트의 서늘한 촉감과 몸을 짓누르는 고급스러운 침구의 무게감이 남달랐다. 킹사이즈를 압도하는 거대한 침대는 그 존재만으로도 장하늘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위압적이었다.

넓은 테라스와 시원하게 뻗은 통창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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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119. [감히, 예고 없이 사라져?]

    장하늘이 자리를 비운 지 한참이 지나자, 유환은 형용할 수 없는 기묘한 이질감을 느꼈다.오늘따라 묘하게 가라앉아 있던 녀석의 표정, 자꾸만 제 눈치를 살피며 헤매던 그 위태로운 시선이 신경을 날카롭게 긁어댔다.경기 내용도 완벽했고 결승 상대도 충분히 승산 있는 팀이라 분위기는 최고조였지만, 가슴 한구석에서 정체 모를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장하늘 이 녀석, 어디 갔지? 또 귀엽게 양치하러 갔나.”유환은 장난스럽게 뇌까렸으나 눈동자 깊은 곳에는 이미 서늘한 기운이 깃들어 있었다. 그는 가글을 챙겨 화장실로 향했다. 하지만 화장실 그 어디에도 장하늘의 흔적은 없었다. 유환은 초조하게 굳어진 걸음으로 카운터 사장에게 다가갔다.“제 친구가 화장실 간 것 같은데 안 보여서요. 잘 웃고 인물 좋아서 아이돌 같다고 소문난 녀석인데, 혹시 못 보셨나요?”장하늘을 설명하는 제 목소리에 쓸데없이 열이 올랐지만, 그보다 심장이 터질 듯 불길하게 날뛰는 게 먼저였다. 그런데 사장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유환의 심장을 단숨에 얼려버렸다.“어머, 그 예쁘장한 선수? 오늘 계산 다 하고 간 그 기특한 학생 찾나 보네요.”유환의 목구멍으로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굴러떨어지는 듯한 감각이 스쳤다. 계산? 아직 파티가 한창인데 벌써 계산을 했다고?“계산을 이미 했다고요?”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술을 더 시키는 부원들도 있었고, 저 멀리선 볶음밥을 추가 주문하는 소리도 활기차게 들려오고 있었다.“그 학생이 음식값에 웃돈까지 넉넉히 얹어두고 좀 전에 택시 불러서 떠났어요.”순간 유환의 등골에 소름이 쫙 돋았다. 택시를 불러 떠나다니. 자신을 두고, 이 한밤중에 인사도 없이 사라졌다는 건 상상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118. [운명과 충돌할 때]

    장하늘은 주변 사람들의 들뜬 웃음소리에 겹겹이 둘러싸여 있었지만,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건드리면 금세 산산조각 날 유리 파편처럼 위태로웠다.손가락 끝으로 불이 꺼진 휴대전화 화면을 의미 없이 톡톡 두드리는 동작이 극에 달한 초조함을 대변했다.사실 전생의 기억이 떠오른 이후, 장하늘의 마음은 믿음과 불신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유환과 나누는 달콤한 순간들은 혀끝에 감기는 꿀처럼 황홀한 행복이었으나, 동시에 운명의 사슬을 끊어내기 위한 잔혹한 선택지가 끊임없이 심장을 옥죄어 왔다.현생의 궤도를 뒤틀어서라도 그를 살리고 싶다는 열망이 머릿속에서 서슬 퍼런 칼날처럼 번뜩였다.그리고 마침내, 그 처절한 망설임에 쐐기를 박는 문자가 도착했다.[장하늘 학생,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네만 나에게 유환이는 소중한 아들이자 우리 집안의 대를 이을 귀한 존재야. 처음엔 헤어지면 아프겠지. 하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 다 해결될 일 아니겠나.][나이 든 사람의 황당한 소리라 치부해도 좋네. 하지만 내가 앞날을 내다본다는 용한 이를 만나 알아보니, 자네와 우리 유환이는 지독한 악연이라더군. 함께 있으면 둘 다 단명할 팔자라고 해. 야구도 절대 시키지 말라고 했어.][이런 말을 전하게 되어 미안하네. 돈이든 명예든, 미국에서의 야구 진로든 원하는 건 무엇이든 지원하겠네. 부디 유환이 곁을 떠나 주게. 올해가 가장 위험하다고 들었어. 유환이가 그저 마음 잡고 경영 수업을 받게 도와줘.]유도완이 보낸 문자를 내려다보는 장하늘의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점쟁이의 예언이든, 전생을 꿰뚫어 보는 이의 경고든 상관없었다. 그 말들이 장하늘의 가슴을 이토록 잔인하게 난도질하는 이유는 그것이 사무치는 진실이기 때문이었다.안 그래도 벼랑 끝에서 갈등하던 차였다. 장하늘 스스로도 이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117. [흔적 따위 필요 없을지도]

    샤워를 마친 부원들의 발길은 약속이라도 한 듯 녹두거리 춘천닭갈비집으로 향했다.장하늘은 유환의 차에 몸을 싣고, 어쩌면 제 생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짧은 드라이브를 눈에 담았다.양재의 정체 구간을 지나 예술의 전당 앞 신호 대기에 걸렸을 때, 장하늘은 묵묵히 운전대를 잡은 유환의 옆얼굴을 시리도록 투영하게 바라보았다.“유환아, 어깨 괜찮은 거 맞지?”결국 아이싱도 하는 둥 마는 둥 대충 끝내버린 녀석이 걱정되어 장하늘이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유환이 전광석화처럼 고개를 돌리더니, 장하늘의 입술을 가차 없이 집어삼켰다.“자꾸 그렇게 야한 눈으로 쳐다볼 거야?”뜬금없는 말에 장하늘은 어이가 없어 미간을 찌푸리며 유환의 어깨를 밀쳐냈다.“걱정하는 눈이 어디가 야하다는 거야?”유환은 대답 대신 기분 좋게 낮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돌연 차를 좌회전시켜 예술의 전당 주차장 깊숙한 곳으로 꺾어 들어갔다.“어? 야, 어디 가!”차는 점점 더 어두운 산기슭 아래, 인적조차 드문 은밀한 공간에 멈춰 섰다.묘한 긴장감이 장하늘의 아랫도리를 묵직하게 조여왔다.“이건 다 네 탓이야. 방금 씻고 나와선 상큼한 향기 풀풀 풍기면서 그런 눈으로 유혹하니까.”그의 논리에는 기적 같은 모순이 서려 있었지만, 장하늘은 반박할 힘을 잃었다.유환의 다급한 손끝이 제 피부 위를 스칠 때마다 이성은 눈 녹듯 허물어졌다. 오늘이 마지막 스킨십일지도 모른다는 잔혹한 절박함이 장하늘의 남은 이성마저 마비시켜 버렸다.두 사람의 입술이 다시금 질척하게 엉겼다. 야성적인 매력으로 따지자면 본래 유환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민트향이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116. [결심, 소리 없이 남기는 의지]

    유환과 오붓하게 데이트도 하고 소중한 추억도 쌓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너무도 잔인했다.하필이면 춘천이라니. 전생의 유환이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자신 또한 영혼이 조각나듯 기억을 잃어버렸던 그 저주받은 핏빛 무대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갈 수는 없었다.장하늘은 타들어 가는 마른침을 삼키며 본심을 꾹꾹 눌러 담은 채, 유환의 탄탄한 등을 가볍게 툭 쳤다.“유환아, 5월은 가정의 달이잖아. 우선은······ 어른들께 충실해야지.”나직하게 떨리는 목소리 뒤로 '그러니 제발 그 지옥 같은 곳으로 가자고 하지 마'라는 애원이 숨어 있었다.그러나 사정을 알 리 없는 유환의 표정이 순식간에 정색하며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또다시 집안의 압박이 나타나 우리 사이를 갈라놓을 거냐는 밀어내기로 들렸는지, 그의 깊은 눈빛이 서운함과 차가움으로 얼룩졌다.“도S 안방마님이 아주 나를 제대로 한 방 먹이네. 미안해서 더 할 말이 없게 만드는군.”장하늘은 누가 도S냐며 입술을 비쭉 내밀었지만, 밀려드는 통증에 가슴이 저려와 짐짓 무심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향해 서둘러 걸어 나갔다.유환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 뒤를 따르자 관중석에서는 떠나갈 듯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5회에도 선발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는 건, 이 경기를 완봉승으로 단숨에 끝장내겠다는 에이스의 강력한 의지였다.야구팬들은 새로운 슈퍼스타의 탄생을 목격하며 열광했다.장하늘은 귀를 먹먹하게 채우는 이 눈부신 광경을 제 생의 마지막 풍경인 듯 눈에 담았다.“유환아, 이렇게 마운드에 서 있으니 정말 좋지?”그의 나지막한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115. [완벽하고 소름끼치는 엔딩이라니]

    장하늘은 유환을 바라보자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져 갑자기 코끝이 시큰거렸다.“피곤해서 좀 늦었어.”대충 대꾸를 하고 고개를 돌리자, 유환이 다시금 다가왔다.“어디 아픈 건 아니고?”주변의 서정우와 유경호가 의아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게 느껴졌지만 유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유환은 역시 이런 녀석이었다. 그는 글러브를 바닥에 툭 떨어뜨리더니 장하늘의 이마에 냅다 손을 올렸다.“컨디션 안 좋았던 거야? 미안.”애써 딱딱하게 굴려던 장하늘의 가시 돋친 방어막이 유환의 다정함 앞에서 허무하게 허물어졌다.스스로를 책망하며 뻣뻣하게 굴다가도 결국 본심을 드러내고 마는 유환을 보며, 정작 먼저 무너진 것은 장하늘이었다.“너야말로 안 올 줄 알았는데.”그 말에 유환의 귓불이 순식간에 홧홧하게 달아올랐다. 그는 쑥스러운 듯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시선을 먼 그라운드로 돌렸다. 저 멀리 오늘의 상대인 L대 선수들이 몸을 푸는 모습이 보였다.“중요한 경기가 있는데 내가 왜 안 와.”“바쁘다길래.”“진짜 미안하다. 도저히 면목이 없어서.”유환이 찰나의 순간 주춤했다. 장하늘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너무도 평온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오히려 사흘간 ‘별일’이 아주 많았음을 증하고 있었다.장하늘은 묵직한 미트를 끼며 시선을 잔디 위로 던졌다. 외야의 초록빛이 햇살 아래 눈부시게 선명했다.“오늘 경기 잘하자.”“당연하지, 장하늘. 오늘은 너 절대 혼자 안 둬.”장하늘은 쓰게 웃었다. 미트로 유환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는 것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114.[잠시 몸을 식힐 필요가]

    대한민국 아침 드라마는 자고로 막장이어야 제맛이라던데, 지금 장하늘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 어떤 각본보다도 지독하고 자극적이었다.국내 굴지의 재벌가 후계자가 야구 선수가 된 것도 모자라, 하필이면 시커먼 사내와 엉켜 몸을 섞던 현장을 아버지에게 정면으로 들키다니.남들이 보기엔 이보다 더 흥미진진한 구경거리가 없겠지만, 장하늘에게 이곳은 순식간에 불지옥으로 변해버린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이런, 아버지가 오실 줄이야······ 젠장. 장하늘, 미안한데 잠깐만 여기 있어 줘. 불편하게 해서 정말 미안하다.”장하늘의 젖은 어깨를 다급히 다독인 유환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미안함과 당혹감이 처절하게 일렁이고 있었다.“어, 괜찮아. 부모님이 아들 집에 불쑥 오실 수도 있지. 유환아, 어서 가 봐.”장하늘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담담한 척 손짓했다.욕실 안의 로브는 단 한 벌뿐이었고, 수건 한 장 걸치고 나갈 용기도 없었기에 장하늘은 식어가는 탕 안에 몸을 숨긴 채 유환의 뒷모습만을 쫓았다.유환은 서둘러 몸을 닦고 로브를 걸친 채 폭풍전야 같은 거실로 나섰다. 욕실 문이 닫히고, 그는 홀로 유도완이라는 거대한 벽과 마주했다.[아버지! 이 밤중에 예고도 없이 대체 왜 오신 거예요!]날 선 유환의 포효가 욕실 벽을 타고 날카롭게 파고들었다.[이 녀석이 어디서 큰소리야! 너, 저 비실비실한 포수 놈이랑 진짜로 욕실서 살까지 비비는 거냐? 정신 차려, 이놈아!]유도완도 이미 짐작했으리라. 금지옥엽 키운 아들이 자신 같은 남자와 살을 맞대고 있었으니 속이 오죽 타들어 갈까.세상이 아무리 변했다 해도 남남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9. [원하지 않는 사랑도 폭력인 것을]

    도대체 상황이 어떤 궤도로 굴러가고 있는 것일까.병원에 꼭 가보라는 선배들의 극성스러운 배웅을 뒤로하고, 장하늘은 유환의 억센 손에 이끌려 주차장까지 내려왔다. 정신을 차려보니 녀석의 차 조수석에 올라타 교정의 가로수들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중이었다.유환의 차는 위압적인 차체를 자랑하는 블랙 컬러의 독일제 M시리즈 SUV였다. 시트 포지션이 워낙 높아 올라탈 때 유환의 묵직한 부축을 받아야만 했는데, 허리춤을 단단히 감싸 쥐던 녀석의 커다란 손바닥 온도와 묘한 접촉의 잔상이 여전히 손등 위에 선명히 남았다.얼떨결에 사람들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7. [들러붙지 마! 누가 할 소리]

    그것은 기적을 넘어선, 명백한 궤변의 영역이었다.대체 꿈속에서 무슨 짓을 저질렀길래 현실의 유환이 저토록 살벌한 기세를 뿜어내며 들러붙지 말라는 으름장을 놓는 걸까. 불과 몇 시간 전, 꿈속의 어둠 속에서 짐승처럼 헐떡이며 제 몸을 구석구석 몰아붙이던 그 뜨거웠던 열기는 온데간데없었다. 오직 얼음장처럼 차갑게 벼려진 눈빛만이 비수처럼 날아와 꽂혀, 하늘의 심장을 사정없이 저릿하게 만들었다.전생의 그 오랜 기억을 송두리째 통틀어봐도 이런 반응은 하늘의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유환은 늘 오만했지만, 이토록 날 선 방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6. [너만 보면 왜 화가 나지?]

    시야가 닿지 않는 저 음습하고 은밀한 후미진 구석.어제의 파렴치했던 환상이 다시금 생생하게 재생되자, 맥동하는 아랫도리가 기다렸다는 듯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이 미친 몸뚱어리가……! 생각도 녀석, 몸도 녀석. 나 진짜 미쳐버린 건가!’유환은 하마터면 눈앞의 철제 의자를 박살 낼 듯 주먹을 움켜쥐었다.난잡한 호색한도 아니거늘, 꿈속에서 장하늘에게 저질렀던 그 외설적인 행위들이 떠올라 홧홧한 열기가 뺨으로 번졌다. 이성과 본능이 장하늘이라는 덫에 걸려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었다.유환은 거칠게 심호흡을 하며 달아오른 열기를

  • '도SS'의 퍼펙트 배터리(The SS-Class Perfect Battery)   #5. [내 머리가 점점 이상해지다니]

    S대로 향하는 내내 유환은 속내가 뒤틀려만 갔다.가죽 핸들을 쥔 손바닥이 축축한 땀으로 미끌거렸지만, 뇌리에 박힌 장하늘의 잔상은 지워지지 않아 액셀을 밟는 발끝에만 신경질적인 힘이 실렸다.머릿속은 여전히 장하늘 뿐이었다.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자신이 그래서 더 짜증났다.장하늘의 리드는 단순한 사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타자의 뇌를 해부하고 심리를 난도질하는 집도의의 메스와 같았다. 마운드 위에서 누구보다 오만하게 군림해야 할 유환조차 그의 미트 끝에 조종당하는 꼭두각시가 된 듯한 기분, 그것이 참을 수 없는 굴욕이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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