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4화

Author: 손이영
온다연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유강후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이때 그녀는 진정으로 남녀의 체형과 힘의 차이를 느꼈다.

유강후는 덩치가 큰 몸매는 아니다. 188의 키에 날렵하고 늘씬한 몸매를 가졌고 셔츠와 양복을 입을 때 세련되고 도도했다. 전혀 공격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온다연은 유강후가 옷을 벗으면 얼마나 튼튼하고 섹시한 몸매를 가졌는지 알고 있다. 3년 전 그날 오후, 유강후는 한 손으로 온다연을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가두었다.

하지만 온다연이 더 두려워하는 것은 그날 오후 그의 눈빛이었다. 붉게 달아오르고 이성을 잃은 그 눈은 짐승처럼 보였고 가끔 그녀의 꿈에도 나타났다. 그 눈빛만 떠올리면 온다연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래서 유강후에 대한 두려움은 신체적과 정신적에세 모두 비롯됐다.

“저, 저 도망치지 않았어요...”

온다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유강후는 허리를 굽혀 두 손을 침대에 짚고 온다연을 침대와 자기 몸 사이에 가두었다. 그리고 또박또박 천천히 말했다.

“다연아, 어떤 일은 말이야. 네가 피할수록 더 엉망진창이 될 거야.”

온다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녀의 몸은 가볍게 떨렸고 겁에 질려 입술을 깨물었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유강후는 그런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왜 일찍 돌아왔는지 알아?”

온다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녀는 감히 유강후를 쳐다보지도 못했고 입술만 꽉 깨물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 옆에 작은 점을 하얗게 될 정도로 깨물었고 마치 구해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유강후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꽉 움켜쥐고 입술을 그만 깨물도록 하였다.

“대답해.”

온다연은 침대보를 움켜쥐고 고개를 돌렸다.

“몰라요...”

그녀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유강후는 그런 그녀의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싸늘하게 말했다.

“알고 싶지 않은 건 아니고?”

그러자 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그녀의 턱을 꽉 잡고 있던 유강후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말해!”

온다연은 아파서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간신히 입술을 움직이며 말했다.

“나은별 씨랑 약혼하러 돌아왔겠죠.”

그제야 유강후는 손을 떼고 그녀를 몇 초 동안 바라보았다.

“약혼 안 할 거야.”

온다연은 유강후가 약혼을 하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서 온다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저 화장실 가고 싶어요.”

그러자 유강후는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지만 온다연은 그의 손길을 피하며 말했다.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그런데 발이 땅에 닿자 위에서부터 심한 통증을 느꼈고 그녀는 그대로 침대에 주저앉았다.

유강후는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미간을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

“아직도 많이 아파?”

온다연은 대답하지 않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식은땀을 뻘뻘 흘렸고 고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유강후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다연아, 네가 대답하지 않으면 나는 다른 방법을 쓸 거야.”

온다연은 아파서 말할 힘조차 없었다. 그녀는 힘겹게 눈을 치켜뜨고 유강후를 바라봤다.

그녀의 작고 하얀 얼굴에 땀에 젖은 머리카락들이 붙어있었다. 원래 맑은 눈동자는 지금 무기력해 보였고 애써 고통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유강후는 차갑게 돌아서서 문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곧 중년 남자 의사가 들어왔다. 그는 재빨리 온다연의 상태를 살피더니 엄숙하게 말했다.

“또 약간의 출혈이 있네요. 이틀 동안 일어나지 말고 누워 있는 것이 가장 좋아요.”

의사는 온다연을 보며 엄한 어조로 말했다.

“검사 보고서가 나왔는데 어린 나이에 이게 뭐예요? 위출혈에 심지어 위 천공 정도인데. 그다음 단계가 뭔지 아세요? 바로 위암입니다. 이렇게 계속 자신의 몸을 망치면 몇 년 살지 못할 거예요. 많아 6~8년, 적게는 3~5년밖에 살 수 없어요.”

그 말을 듣자 온다연은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심각하다고?

그녀는 그냥 평범한 위염인 줄 알았다.

유강후도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까는 술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러자 의사는 안경을 바로 쓰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것은 단지 초보적인 판단일 뿐입니다. 모든 것은 기계의 검사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게다가 이 소녀의 위병은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적어도 10년 이상이고 도중에 위를 다친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젊은 나이에 위가 뚫릴 지경에 이르렀을 리가요.”

의사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을 이어갔다.

“물론 지금은 죽을 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닙니다. 몸조리를 잘하고 정기적으로 검사하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습니다. 젊으니까요.”

그리고 의사는 유강후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쪽이 남자 친구죠? 더 이상 술을 마시게 하면 안 됩니다. 자극적은 음식을 먹어도 안 되고요. 아시겠습니까?”

남자 친구?

온다연은 어리둥절해하며 재빨리 해명했다.

“남자 친구 아니에요.”

그리고 그녀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고 바로 입을 다물었다. 의사는 안경을 바로 쓰며 말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제 말만 기억하면 됩니다.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술과 자극적인 음식을 입에 대지 마세요.”

의사는 말을 마치고 떠났다. 유강후는 온다연을 지긋이 바라봤다. 그는 온다연의 얼굴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지 못했다. 자기의 건강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방금 유강후가 자기 남자 친구가 아니라고 반박할 때 정신이 번쩍 든 것 같았다.

유강후가 자신을 쳐다보자 온다연은 다시 긴장되었다. 그녀는 침대에 머리를 바짝 붙이고 머리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강후는 그녀가 조용히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인내심이 슬슬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연아, 30분 줄게. 내가 이따가 뭘 물어볼지 너는 잘 알고 있을 거야.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해 봐.”

그리고 그는 아까 의사가 가져온 약과 미지근한 물을 침대에 놓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가버렸다.

그가 가자마자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약을 먹었다. 한참 후 위의 통증이 약해졌다.

그러나 잠시 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하자 그녀는 다시 초조해졌다.

유씨 가문에서 이렇게 오래 생활하면서 온다연은 유강후가 어떤 사람인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차갑고 무정하고 능력이 뛰어나지만 지독하다. 그가 내린 결정은 아무도 바꿀 수 없다.

그 때문에 그는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유씨 가문의 실권자가 되었다. 그리고 유씨 가문은 경원시에서도 최상층에 있는 일류 가문이고 정치계와 상업계의 거물이다.

유강후는 어려서부터 돈과 권력의 맛을 알고 자랐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헤아리고 과감하게 공격할 줄 안다. 몰래 숨어 있는 맹수처럼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공격할 준비가 되면 180도 바뀐다.

온다연은 당연히 유강후와 감히 맞서 싸울 수 없지만 그와 얽히고 싶지도 않았다. 분명 잊었다고 했는데 유강후는 왜 계속 그 일을 말할까?

그녀는 한참 고민하다가 밖을 내다봤다. 날이 아직 밝지 않았으니 아니면 몰래 도망갈까?

이때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재빨리 몸을 돌려 자는 척했다.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자 설송 냄새가 밀려오면서 그녀의 옆자리가 움푹하게 꺼지는 것을 느꼈다.

온다연은 긴장해서 손바닥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유강후는 그녀의 긴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는 것을 보고 말했다.

“다연아, 자는 척하는 게 재밌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08화 자제와 기다림

    유강후는 자제력이 강한 사람이었고 그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그녀가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다짐했다.그는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다.자신의 마음을 어렴풋이 깨달은 후부터 그는 점점 유씨 가문에 돌아가는 횟수를 줄였다.유강후는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짓을 할까 봐 두려웠다.동시에 그녀가 나중에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도록 그는 평생 후회할 말을 내뱉었다.“온다연은 유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야.”누구도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었다.마치 운명의 톱니바퀴가 갑작스럽게 맞물리듯 인위적인 힘으로는 바뀌지 않는다.사실 그 정도 술로는 그가 취할 리 없었다.하지만 젖은 머리카락과 옷을 반쯤 벗은 모습은 쉽게 그의 이성을 흔들었다.유강후는 너무나 쉽게 그녀의 숨결과 입술을 빼앗았다.부드러운 입술과 혼란스러워하며 의지할 곳 없이 두려워하는 모습은 그의 모든 정신을 사로잡았다.그는 달콤함에 빠져 거의 자제력을 잃을 뻔했고 마지막으로 그녀의 눈물이 이성을 되찾게 했다.이내 그녀의 섬세한 뺨에 입을 맞추고 낮은 목소리로 약속했다.“두려워하지 마. 너에게 손대지 않을게. 착하지. 울지 마.”온다연은 여전히 겁에 질려 침대 가장자리에 웅크린 채 눈물을 흘렸다.유강후는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려 했지만 그녀는 피했다.온다연을 안아 위로하고 싶었지만 겁에 질린 모습이 그를 망설이게 했고 그녀는 아직 어리고 시간이 필요했다.그는 옷을 제대로 여미고 자리를 떠났다.유강후는 직접 온다연이 좋아하는 브랜드 매장에 가서 몇 벌의 옷을 고르고 하인을 시켜 보냈지만 그녀는 그날 이후 계속 그를 피해 다녔다.그녀는 유강후가 보낸 옷조차 입지 않았다.며칠 후 그는 유자성을 찾아가 은근히 온다연의 상황을 물었다.유자성은 하나하나 상세히 대답해 주었고 심미진도 옆에서 거들었다.그들의 말뜻은 분명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유씨 가문이 온다연에게 잘 대해줬다는 것이었다.입고 먹고 자는 모든 것 비록 유하령만큼은 아니었지만 모두 명품이었고 외출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07화 시간의 흐름과 성장

    유강후가 18살이 되던 해 집에 아주 재미있는 작은 인물이 굴러들어 왔다.보드랍고 쫀득하며 색이 바랜 낡은 치마를 입은 채 유씨 가문의 대청 한가운데 서 있는 모습은 한없이 괴롭히기 쉽고 어딘가 맛있어 보이기까지 했다.그가 당시 막 서재에서 나왔을 때 계획 더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2층 계단에서 거실 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알고 보니 큰형이 새로 맞이한 형수가 어린 여자아이를 데려왔고 유하령과 유민준은 몹시 불쾌해하고 있었다.원래 그는 이런 일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 그 어린 여자아이의 순진한 모습과 밤하늘의 별처럼 깨끗한 두 눈을 보고 순간적으로 세상을 떠난 누이가 떠올랐다.유하령이 또다시 어린 여자아이의 치마를 잡아 뜯으려 하자 그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유민준, 유하령, 너희 예절 선생님은 손님을 대할 때 그렇게 하라고 가르쳤어?”거실 안의 질책과 꾸짖음은 즉시 멎었고 모두가 그를 바라보았다.어린 여자아이도 그를 쳐다봤지만 딱 한 번뿐이었다.곧 고개를 숙이고 얼굴에 방금 맞아 생긴 붉은 자국과 함께 그림자 속으로 숨어버렸다.그 연약한 모습을 본 유강후는 처음으로 유하령과 유민준이 방금 한 행동이 정말 꼴불견이라고 생각했다.어린 여자아이를 훑어보며 그는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새로 시집온 형수 심란옥은 그를 보자마자 아첨 섞인 미소를 지으며 어린 여자아이의 옷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이분은 네 아저씨, 유강후야. 어서 아저씨라고 불러.”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감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한참 만에 고양이 같은 작은 목소리로 “아저씨”라고 불렀다.유강후는 처음으로 마음이 간지러운 듯했으며 묘하게 그 목소리가 귀엽다고 생각했다.그것은 그가 창밖에서 보던 길고양이 새끼를 떠올리게 했다. 새끼 고양이 역시 솜털 같은 머리와 순진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원래 그는 큰형이 맞이한 형수를 매우 싫어했지만 그녀가 데리고 온 작은 짐짝은 꽤 귀여웠다.그는 그 아이의 이름을 묻고 싶었지만 말을 많이 하는 성격이 아니었기에 그저 냉담하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06화 해피엔딩

    격분한 남운필은 결국 병까지 얻었다.기침이 멈추지 않고 숨쉬기조차 힘들어져 무려 보름이나 입원한 끝에야 겨우 회복되었다.남하윤은 그제야 두려움을 느끼고 주희에게 조금은 부드러워졌지만 결혼에 대한 마음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어느덧 연말이 다가오고 남씨 가문은 역대 최대 규모의 단합 대회를 열었다.지난 반년 동안 남씨 가문은 엄청난 수익을 올려 작년의 세 배에 달했고 남하윤은 성과를 낸 직원들을 모두 데리고 남해로 7일간의 휴가를 떠나기로 했다.해변가에 있는 대규모 장원을 통째로 빌린 소식에 모두 들떠 있었다.처음에는 축복 같은 휴가였지만 그곳에 간 지 사흘째 되던 날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남하윤이 납치된 것이다.놀랍게도 납치범은 그의 친동생 남서진이었다. 알고 보니 남서진은 남쪽으로 파견되어 경영하던 회사 세 곳이 반년도 안 돼 줄줄이 무너졌고 현재는 한 곳만 간신히 버티고 있는 처지였다.그는 남하윤이 이곳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200억을 요구했으나 단칼에 거절당했다.복수를 결심한 남서진은 지역 조폭들을 불러 남하윤이 물건을 사러 외출한 틈을 타 그를 배에 태워 납치했다.주희가 사람들을 이끌고 달려왔을 때 남하윤은 갑판 위에 매달린 채로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주희가 보이자 남하윤은 크게 외쳤다.“남서진이 남씨 가문의 모든 주식을 자신에게 넘기라고 했어. 주면 안 돼. 그 손에 들어가면 1년도 못 가서 다 탕진할 거야.”남서진은 걸어가더니 남하윤의 뺨을 두 차례 때렸다.“어리석은 년, 네 엄마처럼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재주가 있구나. 네가 여자인데 왜 남씨 가문을 쥐고 흔들어? 돈을 벌면 뭐해? 결국 남자한테 몸이나 팔 텐데.”남하윤은 혀를 차며 그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꺼져.”남서진은 다시 손을 뻗어 뺨을 때렸고 남하윤은 피 섞인 가래를 뱉어냈다. 주희는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쳤다.“그만둬. 한 번만 더 건드리면 너 한 푼도 못 가져간다고 보장해.”남서진은 냉소적으로 대꾸했다.“웃기지 마. 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05화 문이 잠긴 이유

    남하윤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할아버지,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남씨 가문에 방이 이렇게 많은데 그가 어디서든 묵을 수 있잖아요. 왜 제 방에서 자야 하죠?”남운필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졌다.“왜 내가 이제 너를 통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남씨 가문에 방이 없다고 했으면 없는 거야.”“여기, 아가씨를 방에 데려다주고 문을 잠가라.”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인들이 다가와 남하윤을 억지로 방으로 밀어 넣었다.문이 ‘철컥’ 닫히며 잠기자 남하윤은 화가 치밀어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그녀는 고개를 홱 돌려 주희를 매섭게 노려봤다.“너 우리 할아버지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말할게. 우리 사이엔 절대 아무 일도 없어. 제발 이쯤에서 그만해.”그녀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그 얼굴엔 냉정함이 서려 있었다.“항상 고고한 이미지로 통하던 톱스타가 이렇게 뻔뻔하게 우리 집에 눌러앉을 줄은 몰랐네. 예전에도 이런 식으로 온다연 씨에게 들러붙었던 거야? 어쩐지 유 대표님께서 그렇게 싫어하더라.”그 말에 주희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남하윤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다연 누나에게 들러붙은 적 없어. 비열한 수단을 쓴 적도 없고... 남하윤, 난 그저 내 마음을 네 앞에 보여줬을 뿐이야.”남하윤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고 대신 주희의 시선을 피했다.주희는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래 알아. 예전에 내가 엉망이었던 것도 지금 네가 나를 믿지 못하는 것도 이해해. 그래도... 사람이 죄를 지었다고 해서 다시 시작할 기회조차 없어야 해? 남하윤, 너는 나한테 이러면 안 되잖아.”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안심해. 네가 허락하기 전엔 네 침대에서 자지 않을게. 네 방에 작은 거실이 있으니까 나는 그 밖에서 잘 거야.”하지만 남하윤은 데인 듯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그대로 자신의 침실로 들어가 문을 ‘쾅’ 닫았다.잠금쇠가 채워지는 소리가 울리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04화 할아버지의 계략

    남하윤은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말했다.“내려.”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당장 내 차에서 내려. 주희야, 내가 너를 정말 싫어지기 전에...”주희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한참 동안 침묵하던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내가 말했잖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남하윤, 내 진심을 보여줄 기회를 줘.”남하윤은 혼란스러운 마음에 한숨을 내쉬었다.“내리라고 했잖아.”주희는 조용히 차에서 내렸다.그리고 그녀의 차가 쏜살같이 도로를 질주해 멀어지는 모습을 그는 묵묵히 바라봤다.그녀의 차 등이 점점 멀어질수록 주희의 눈빛은 더 단단해졌다.한편 남하윤은 회사로 향했고 쌓여 있던 서류를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깊은 밤이 되어 있었다.남씨 가문 저택으로 돌아가기도 싫었고 그렇다고 강민규의 집에 계속 머무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사무실에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한 뒤 창가에 앉아 도시의 불빛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맞은편 대형 쇼핑몰 외벽의 전광판에는 끊임없이 광고가 바뀌고 있었다.그런데 열 개 중 세 개는 주희의 얼굴이 나오는 광고였다.하나하나가 그녀가 직접 촬영 현장에서 지켜본 장면들이었다. 그가 화장대를 마주 앉아 메이크업을 받던 모습 빛 아래에서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던 표정까지 생생했다.남하윤은 점점 불편해져 커튼을 확 닫아버렸다.그 순간 휴대폰 벨이 울렸고 발신자는 저택이였다.“큰아가씨, 어르신께서 천식이 도지셨습니다. 빨리 돌아오셔야 합니다.”집사의 다급한 목소리에 남하윤은 숨이 멎는 듯했다.“지금 바로 갈게요. 주 의사 선생님을 당장 모셔 와요.”그녀는 옷을 갈아입을 틈도 없이 차 열쇠를 움켜쥐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집에 도착하자마자 남하윤은 허둥지둥 남운필의 방으로 들어갔다.그러나 방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놀란 그녀가 하인에게 묻자 하인은 서재 쪽을 가리켰다.“어르신은 저 안에 계십니다.”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남하윤은 믿기 힘든 광경을 보았다.남운필과 주희가 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03화 거절할 수 없는 인연

    남하윤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다.“너 이런 짓까지 할 필요 없어. 주희야, 가져가. 너의 물건은 받지 않을 거야.”주희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는 잠시 남운필을 향해 가련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남운필은 냉정하게 그 시선을 받아내며 단호히 말했다.“나는 이 혼사를 찬성한다. 내일부터 약혼 준비를 시작해.”남하윤의 눈썹이 깊이 찌푸려졌다.“할아버지, 왜 이러세요?”남운필은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네가 어릴 때부터 내가 키웠으니 내가 결정할 수 있어. 다가 네가 이 녀석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감히 말할 수 있어? 년 동안이나 주희를 쫓아다닌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남하윤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말을 잇지 못했다.“할아버지, 아니에요... 저는 그런 적 없어요...”남운필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며 물었다.“네가 몇 년 동안 그를 쫓아다니며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지 그 모든 걸 내가 다 알고 있다. 지금 내가 너를 시집보내려는 건 단지 그동안 들인 본전을 조금이라도 회수하려는 것뿐이다. 너희가 알든 모르든 나는 상관하지 않아. 내가 이 혼사를 승낙한 이유는 이 녀석이 유씨 가문의 사람과 어느 정도 연이 있어 앞으로 남씨 가문에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 게다가 주희는 그나마 성의라도 보여 전 재산을 다 털어 넣었다더군. 남자의 돈이 있는 곳에 마음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이 혼사는 이미 내 결정으로 끝났다. 네가 동의하지 않아도 동의해야 할 거야.”남하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저 주희를 노려볼 뿐이었다.주희는 덤덤하게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 남하윤이 저를 쫓아다닌 게 아니라 제가 남하윤을 필요로 하고 남하윤 없이는 살 수 없어서 그래요. 지난 몇 년간 남하윤이 저와 함께해 주지 않았더라면 저는 오늘날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남운필은 말했다.“나는 너희들 일은 상관하지 않아. 너희는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나에게 증손자를 안겨줘라. 다른 일로는 나를 귀찮게 하지 말고.”말을 마친 후 탁자 위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