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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Author: 손이영
온다연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유강후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이때 그녀는 진정으로 남녀의 체형과 힘의 차이를 느꼈다.

유강후는 덩치가 큰 몸매는 아니다. 188의 키에 날렵하고 늘씬한 몸매를 가졌고 셔츠와 양복을 입을 때 세련되고 도도했다. 전혀 공격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온다연은 유강후가 옷을 벗으면 얼마나 튼튼하고 섹시한 몸매를 가졌는지 알고 있다. 3년 전 그날 오후, 유강후는 한 손으로 온다연을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가두었다.

하지만 온다연이 더 두려워하는 것은 그날 오후 그의 눈빛이었다. 붉게 달아오르고 이성을 잃은 그 눈은 짐승처럼 보였고 가끔 그녀의 꿈에도 나타났다. 그 눈빛만 떠올리면 온다연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래서 유강후에 대한 두려움은 신체적과 정신적에세 모두 비롯됐다.

“저, 저 도망치지 않았어요...”

온다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유강후는 허리를 굽혀 두 손을 침대에 짚고 온다연을 침대와 자기 몸 사이에 가두었다. 그리고 또박또박 천천히 말했다.

“다연아, 어떤 일은 말이야. 네가 피할수록 더 엉망진창이 될 거야.”

온다연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녀의 몸은 가볍게 떨렸고 겁에 질려 입술을 깨물었지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유강후는 그런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왜 일찍 돌아왔는지 알아?”

온다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녀는 감히 유강후를 쳐다보지도 못했고 입술만 꽉 깨물고 있었다. 그녀는 입술 옆에 작은 점을 하얗게 될 정도로 깨물었고 마치 구해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았다.

유강후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꽉 움켜쥐고 입술을 그만 깨물도록 하였다.

“대답해.”

온다연은 침대보를 움켜쥐고 고개를 돌렸다.

“몰라요...”

그녀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유강후는 그런 그녀의 생각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싸늘하게 말했다.

“알고 싶지 않은 건 아니고?”

그러자 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때 그녀의 턱을 꽉 잡고 있던 유강후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말해!”

온다연은 아파서 얼굴이 더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간신히 입술을 움직이며 말했다.

“나은별 씨랑 약혼하러 돌아왔겠죠.”

그제야 유강후는 손을 떼고 그녀를 몇 초 동안 바라보았다.

“약혼 안 할 거야.”

온다연은 유강후가 약혼을 하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도망치고 싶었다. 그래서 온다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저 화장실 가고 싶어요.”

그러자 유강후는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했지만 온다연은 그의 손길을 피하며 말했다.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그런데 발이 땅에 닿자 위에서부터 심한 통증을 느꼈고 그녀는 그대로 침대에 주저앉았다.

유강후는 창백한 그녀의 얼굴을 보며 미간을 약간 찡그리며 말했다.

“아직도 많이 아파?”

온다연은 대답하지 않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식은땀을 뻘뻘 흘렸고 고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유강후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다연아, 네가 대답하지 않으면 나는 다른 방법을 쓸 거야.”

온다연은 아파서 말할 힘조차 없었다. 그녀는 힘겹게 눈을 치켜뜨고 유강후를 바라봤다.

그녀의 작고 하얀 얼굴에 땀에 젖은 머리카락들이 붙어있었다. 원래 맑은 눈동자는 지금 무기력해 보였고 애써 고통을 참는 것처럼 보였다.

유강후는 차갑게 돌아서서 문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곧 중년 남자 의사가 들어왔다. 그는 재빨리 온다연의 상태를 살피더니 엄숙하게 말했다.

“또 약간의 출혈이 있네요. 이틀 동안 일어나지 말고 누워 있는 것이 가장 좋아요.”

의사는 온다연을 보며 엄한 어조로 말했다.

“검사 보고서가 나왔는데 어린 나이에 이게 뭐예요? 위출혈에 심지어 위 천공 정도인데. 그다음 단계가 뭔지 아세요? 바로 위암입니다. 이렇게 계속 자신의 몸을 망치면 몇 년 살지 못할 거예요. 많아 6~8년, 적게는 3~5년밖에 살 수 없어요.”

그 말을 듣자 온다연은 충격을 받았다. 이렇게 심각하다고?

그녀는 그냥 평범한 위염인 줄 알았다.

유강후도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아까는 술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러자 의사는 안경을 바로 쓰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것은 단지 초보적인 판단일 뿐입니다. 모든 것은 기계의 검사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게다가 이 소녀의 위병은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적어도 10년 이상이고 도중에 위를 다친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젊은 나이에 위가 뚫릴 지경에 이르렀을 리가요.”

의사는 잠시 멈칫하다가 말을 이어갔다.

“물론 지금은 죽을 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닙니다. 몸조리를 잘하고 정기적으로 검사하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습니다. 젊으니까요.”

그리고 의사는 유강후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쪽이 남자 친구죠? 더 이상 술을 마시게 하면 안 됩니다. 자극적은 음식을 먹어도 안 되고요. 아시겠습니까?”

남자 친구?

온다연은 어리둥절해하며 재빨리 해명했다.

“남자 친구 아니에요.”

그리고 그녀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고 바로 입을 다물었다. 의사는 안경을 바로 쓰며 말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제 말만 기억하면 됩니다.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술과 자극적인 음식을 입에 대지 마세요.”

의사는 말을 마치고 떠났다. 유강후는 온다연을 지긋이 바라봤다. 그는 온다연의 얼굴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지 못했다. 자기의 건강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방금 유강후가 자기 남자 친구가 아니라고 반박할 때 정신이 번쩍 든 것 같았다.

유강후가 자신을 쳐다보자 온다연은 다시 긴장되었다. 그녀는 침대에 머리를 바짝 붙이고 머리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강후는 그녀가 조용히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인내심이 슬슬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연아, 30분 줄게. 내가 이따가 뭘 물어볼지 너는 잘 알고 있을 거야.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해 봐.”

그리고 그는 아까 의사가 가져온 약과 미지근한 물을 침대에 놓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가버렸다.

그가 가자마자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약을 먹었다. 한참 후 위의 통증이 약해졌다.

그러나 잠시 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하자 그녀는 다시 초조해졌다.

유씨 가문에서 이렇게 오래 생활하면서 온다연은 유강후가 어떤 사람인지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차갑고 무정하고 능력이 뛰어나지만 지독하다. 그가 내린 결정은 아무도 바꿀 수 없다.

그 때문에 그는 서른도 안 되는 나이에 유씨 가문의 실권자가 되었다. 그리고 유씨 가문은 경원시에서도 최상층에 있는 일류 가문이고 정치계와 상업계의 거물이다.

유강후는 어려서부터 돈과 권력의 맛을 알고 자랐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헤아리고 과감하게 공격할 줄 안다. 몰래 숨어 있는 맹수처럼 평소에는 조용하다가 공격할 준비가 되면 180도 바뀐다.

온다연은 당연히 유강후와 감히 맞서 싸울 수 없지만 그와 얽히고 싶지도 않았다. 분명 잊었다고 했는데 유강후는 왜 계속 그 일을 말할까?

그녀는 한참 고민하다가 밖을 내다봤다. 날이 아직 밝지 않았으니 아니면 몰래 도망갈까?

이때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재빨리 몸을 돌려 자는 척했다.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자 설송 냄새가 밀려오면서 그녀의 옆자리가 움푹하게 꺼지는 것을 느꼈다.

온다연은 긴장해서 손바닥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유강후는 그녀의 긴 속눈썹이 가볍게 떨리는 것을 보고 말했다.

“다연아, 자는 척하는 게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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