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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04 07:26:52

몇 시간 뒤, 뉴욕 지사의 한재이 상무로부터 긴급 보안 화상 통화가 연결되었다. 홀로그램 화면에 나타난 재이의 표정은 몹시 굳어 있었다. 그는 깔끔한 슈트 차림으로 미간을 찌푸린 채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

"강진호 대표, 요청하신 한설화 씨의 신상과 현재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상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녀가 입사한 대형 설계사무소인 미래건축이 최근 가상의 거대 자본 연합인 글로벌 자산 신디케이트의 자회사로 편입되었습니다.

설화 씨가 제출한 독창적인 대도시 재생 도면을 회사의 고위 임원들이 강제로 갈취하여 자신들의 이름으로 발표하려 하고 있습니다."

재이의 차가운 보고를 듣는 순간, 내 눈빛이 무섭게 가라앉았다. 주머니 속의 볼펜을 쥐고 있던 내 손가락에 강한 힘이 들어갔다. 전생에서 기득권 세력들이 나와 설화의 재능을 짓밟고 피를 말리던 그 추악한 수법이,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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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74(완결)

    "말도 안 돼... 저게 무슨...?"미국 노라드(북미 항공우주 방위사령부)의 관제실에서 화면을 지켜보던 장성들이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섰다.서울 상공에 도달한 텅스텐 탄환의 엄청난 운동 에너지가, 가이아 코어와 연결된 아크 케이블에 닿는 순간 '전기 에너지'와 '중력 파동'으로 순식간에 환원되어 흡수되고 있었던 것이다!마치 거대한 번개가 번개침으로 빨려 들어가듯, 초음속으로 쏟아지던 텅스텐 탄환은 공중에서 붉은빛을 잃고 멈추어 섰다. 그리고 그 가공할 만한 운동 에너지는 가이아 코어의 대용량 아크 콘덴서로 통째로 전송되어, 궤도 엘리베이터를 완성시킬 완벽한 '동력원'으로 변환되었다."적들이 친절하게도 완공 축하 폭죽과 함께 막대한 에너지를 선물해 주었군."내 차가운 입꼬리가 올라갔다. 스튜디오 안에서 한설화와 박민수가 입을 벌린 채 말을 잇지 못했다."흡수된 운동 에너지 수치... 120만 메가와트! 진호야, 가이아 코어의 에너지 충전율이 100%를 초과했어!"한설화가 소리쳤다. 나는 그 에너지를 지상에 모아두지 않았다."재이 상무, 그 자폭 위성 헬리오스 7호의 소유주와 신디케이트 수뇌부들이 숨어 있는 스위스 지하 벙커의 좌표를 연결해라.""즉시 연결했습니다, 대표님! 스위스 앨프스 산맥 지하 500미터에 위치한 신디케이트의 최후 비밀 기지입니다!"화면에 나타난 스위스 지하 벙커 내부. 비단 슈트를 입은 구시대의 금융 거두들과 군수 기업 CEO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73

    『시스템: 지구-달 간 궤도 케이블 도달율 89%.』『지상 터미널 「가이아 코어」와 달의 「루나 아크」 간의 공간 동기화가 순조롭게 진행 중입니다.』『현재 마에스트로 등급: 레벨 8 (지상 및 저궤도 영역 완전 제어).』망막 위에 떠오르는 푸른 문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머릿속에서는 지상과 우주를 잇는 거대한 아크 케이블의 진동수가 나선의 파동을 그리며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제 단 몇 분 뒤면, 지구 역사상 단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우주 통로가 정식으로 연결될 터였다.바로 그 순간이었다.삐이이이이-!스튜디오 전체를 뒤흔드는 날카로운 붉은색 경보음이 천장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정적을 깨뜨린 것은 뉴욕 지사에서 실시간으로 정찰 위성 데이터를 감시하던 한재이 상무의 긴급 보안 메시지였다."대표님! 상공 400킬로미터 저궤도에서 이상 징후가 포착되었습니다!"한재이의 얼어붙은 얼굴이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몰락한 글로벌 자산 신디케이트의 핵심 배후였던 군수 기업 '에이펙스 시스템즈'와 유럽 군사 카르텔이 비밀리에 운용하던 민간 기후 관측 위성 '헬리오스 7호'가 궤도를 이탈했습니다! 그들 내부의 무장 제어권이 해킹당한 것이 아니라, 자폭성 군사 프로토콜을 가동한 겁니다!"한설화가 급히 위성 궤도도를 확대하자, 한강 상공 저궤도에 정지해 있던 거대한 구조물 하나가 붉은 점으로 번쩍이기 시작했다."저건... 단순한 기후 위성이 아니야!"한설화가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72

    [시스템 메시지: 특수 스킬 「공간 압박(Lv.MAX)」이 대륙 간 에너지 공명 모드로 발동합니다.][지상 터미널 구역 내의 중력 및 기압 제어권 장악 완료.]우우우우웅.하늘을 가르던 거대한 진동음과 함께, 상공에 떠 있던 공격 헬기 세 대의 프로펠러 소리가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헬기 주위의 공기가 거대한 투명한 손에 짓눌리듯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수십 톤에 달하는 거대한 중무장 헬기들이 허공에 그대로 멈춰 섰다."뭐, 뭐야! 조종간이 안 움직여! 상공의 기압이... 기압이 수백 배로 치솟고 있다!"헬기 조종사들의 공포에 질린 비명이 확성기를 타고 밖으로 새어 나왔다.나는 들고 있던 볼펜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쥐었다.찌그러지는 소리.쿵! 콰직!아무런 미사일도, 단 한 발의 총성도 없었다. 오직 내 손끝에서 발동된 엄청난 공간 압박 스킬에 의해, 하늘에 떠 있던 세 대의 중무장 헬기들이 마치 어린아이가 알루미늄 캔을 구기듯 허공에서 찌그러지기 시작했다.탑승하고 있던 용병들은 조종석이 파괴되기 직전 낙하산을 펴고 비명을 지르며 떨어져 내렸고, 찌그러진 헬기 고철 덩어리들은 비 내리듯 바닥으로 추락했다.지상에 있던 장갑차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십 밀리미터의 특수 합금 장갑이 내 손짓 한 번에 종잇장처럼 구겨지며 차체 전체가 바닥에 납작하게 처박혔다. 용병들은 무기를 던져두고 공포에 질려 머리를 감싸쥔 채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71

    내 나직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전 세계의 통신망을 타고 퍼져나갔다. 화면 너머로 월스트리트의 자본가들, 유럽의 정치인들, 그리고 숨죽인 채 나를 지켜보는 대중의 얼굴들이 수만 개의 실시간 접속자 수치로 찍혔다."오늘 저는 인류가 대지라는 좁은 요람을 벗어나 우주로 나아갈 가장 거대하고 완벽한 다리를 선포하고자 합니다. 서울 용산의 '가이아 코어'와 달의 '루나 아크'를 하나로 잇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구조물, '지구-달 궤도 엘리베이터' 프로젝트의 시작입니다."내가 단말기를 조작하자, 한설화가 만든 '가이아 코어'의 거대한 3D 홀로그램 도면이 전 세계의 모니터 위로 웅장하게 펼쳐졌다. 용산 지하 깊은 곳에서 시작되어 구름을 뚫고 대기권을 지나, 창백한 달 표면까지 정교하게 연결되는 거대한 푸른빛의 줄기. 그 압도적인 자태 앞에서 전 세계가 넋을 잃고 침묵했다."이 엘리베이터가 완성되는 순간, 인류의 물류와 에너지 이동 비용은 백분의 일로 줄어들 것입니다. 자원의 독점은 사라질 것이며, 공간의 한계는 완전히 소멸할 것입니다."내 선언이 끝나기가 무섭게 전 세계 증시가 유례없는 대폭풍에 휘말렸다. 기존 우주 항공 관련주들과 항공 물류 기업들의 주가가 수직으로 고꾸라지기 시작했고, JM 홀딩스와 연결된 기술주들은 천장을 뚫고 솟아올랐다.그러나 이 눈부신 혁명의 선언은, 기득권을 잃어버리고 파산 위기에 몰린 자들에게는 최후의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새벽 2시, 용산 정비창 부지 내 가이아 코어 시공 현장.지평선을 가르며 불어오는 차가운 밤바람 속에서 거대한 철골 크레인들과 자동화 장비들이 웅웅거리는 진동음을 내며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70.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나는 바닥에 쓰러진 상무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단말기를 꺼내 가볍게 버튼을 눌렀다."사유지라. 당신들이 믿고 까부는 그 글로벌 신디케이트의 유럽 및 아시아 지사 메인 데이터 센터 전원이 방금 전으로 영구 차단되었다. 내 아크 엔진의 알고리즘을 거부하고 타인의 재능을 약탈한 대가다. 오늘부로 당신들의 주식은 휴지 조각이 될 것이고, 미래건축을 포함한 모든 계열사는 JM 홀딩스 아래로 강제 편입된다."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상무의 태블릿 화면에 본사로부터 발송된 파산 및 인수합병 통지서가 붉은색 경고등과 함께 쏟아져 내렸다. 우주를 지배하는 설계자의 힘 앞에, 지상의 불법 자본 연합 따위는 단 1분도 버티지 못하고 증발해 버린 것이다.나는 굳어 있는 설화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손을 내밀었다."가자, 설화. 내 곁에서 인류의 가장 위대한 구조물인 궤도 엘리베이터와 지구 전체의 아크 그리드를 함께 설계하자. 26세의 젊은 마에스트로인 당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도면을 준비해 두었으니까."설화는 내 손을 바라보다가, 이내 눈물을 닦아내며 내 손을 꽉 움켜잡았다. 그녀의 얼굴에 전생에서 보았던 그 아름답고 당당한 미소가 다시금 피어올랐다."그래, 진호. 네가 그리는 세상이라면, 내가 기꺼이 가장 완벽한 선을 그려줄게."뒤이어 회의실로 들어온 민수 역시 오랜 친구의 합류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활짝 웃어 보였다."환영한다, 한설화! 이제 우리 동기 삼총사가 지구와 우주를 통째로 리모델링하는 거다!"민수의 유쾌한 외침과 함께 우리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69

    몇 시간 뒤, 뉴욕 지사의 한재이 상무로부터 긴급 보안 화상 통화가 연결되었다. 홀로그램 화면에 나타난 재이의 표정은 몹시 굳어 있었다. 그는 깔끔한 슈트 차림으로 미간을 찌푸린 채 보고서를 읽어 내려갔다."강진호 대표, 요청하신 한설화 씨의 신상과 현재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상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녀가 입사한 대형 설계사무소인 미래건축이 최근 가상의 거대 자본 연합인 글로벌 자산 신디케이트의 자회사로 편입되었습니다.설화 씨가 제출한 독창적인 대도시 재생 도면을 회사의 고위 임원들이 강제로 갈취하여 자신들의 이름으로 발표하려 하고 있습니다."재이의 차가운 보고를 듣는 순간, 내 눈빛이 무섭게 가라앉았다. 주머니 속의 볼펜을 쥐고 있던 내 손가락에 강한 힘이 들어갔다. 전생에서 기득권 세력들이 나와 설화의 재능을 짓밟고 피를 말리던 그 추악한 수법이, 형태만 바뀐 채 지금 지상에서 고스란히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갈취라니. 그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내 곁에서 묵묵히 경계 태세를 유지하던 동수가 내 살기에 반응하듯 권총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동수는 나를 향해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지상으로 이동할 전용 셔틀의 출격 준비는 이미 끝났습니다. 감히 대표님의 사람을 건드린 대가가 무엇인지, 지상의 그 오만한 자본가들에게 똑똑히 보여줄 시간입니다.""그래, 동수. 우주에서의 기초 공사도 완벽하게 끝났으니, 이제 지상으로 내려가 쓰레기들을 청소할 차례다. 지현 누나에게 달 성전의 유지 관리를 맡기고, 우리는 즉시 지구로 향한다."나의 명령과 함께 루나 아크의 메인 엔진이 푸른빛의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4

    나는 국물을 들이키며 눈을 번뜩였다.당장 큰돈을 만질 방법이 필요했다.주식? 비트코인?물론 알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아직 대중화되기도 전이고, 주식으로 큰돈을 불리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나는 지금 당장 현금이, 그것도 억 단위의 현금이 필요했다. 그래야 곧 발표될 강남 개발 계획에 숟가락이라도 얹을 수 있었다.내 전공을 살리면서 단기간에 목돈을 챙길 방법.기억을 더듬었다. 2013년 겨울. 대한민국 건축 업계와 부동산 시장에 돌았던 흉흉한 소문들. 그리고 내가 실무에서 들었던 수많은 비사(秘史)들.뇌리에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3

    그가 명함을 내밀었다.전생에서는 내가 굽신거리며 받았던 그 명함. 이번에는 내가 그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그림만 잘 그리는 환쟁이는 우리 회사에 필요 없지만, 돈을 벌 줄 아는 건축가는 환영이지. 우리 회사 공채, 지원했나?”그의 질문에 나는 피식 웃었다.지원? 이미 서류는 냈다. 하지만 면접장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태영건설에 입사해서 노예처럼 구르는 건 사양이다.나는 그의 명함을 받아 들고는, 뚫어져라 그를 응시했다.[대상: 최무진 (태영건설 기획팀장)][성향: 야망, 기회주의, 소시오패스 성향 다분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2

    나는 손을 뻗어, 내가 한 달 동안 밤새워 만든 모형의 지붕을 잡았다.우지끈-!“야! 강진호! 너 뭐 해?!”옆에 서 있던 동기가 비명을 질렀다. 스튜디오 안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최무진의 시선도, 김 교수의 당황한 눈빛도 느껴졌다.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모형을 짓이겨버렸다.바사삭, 툭.정성스럽게 붙인 창문이 떨어져 나가고, 기둥이 꺾였다.“미쳤어? 지금 뭐 하는 짓이야!”달려온 조교가 내 팔을 잡으려 했지만, 나는 가볍게 뿌리쳤다.“쓰레기를 치우는 중입니다.”내 목소리는 차분했다. 스튜디오가 찬물을 끼얹은 듯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5.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백 회장의 눈이 커졌다. 주변에 있던 덩치들도 입을 딱 벌렸다.단순히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사업 파트너로서의 지분을 요구한 것이다.'건방진 놈. 새파랗게 어린놈이.'“이 건물, 이대로 두면 똥값 됩니다. 하지만 제가 손대면 강남 랜드마크로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선택하시죠. 평생 귀신 나오는 건물 주인으로 남으실지, 아니면 저랑 손잡고 돈방석에 앉으실지.”잠시 침묵이 흘렀다. 백 회장은 입술을 잘근거렸다. 그녀도 급했다. 이미 들어간 돈이 수십억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좋다.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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