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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07 08:33:43

민수가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야, 진짜 산 거야? 4천3백을 태워? 너 미쳤어? 우리 돈 다 쓴 거잖아! 취등록세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겠는데?”

“민수야.”

“어, 어?”

“너 1년 뒤에 이 땅 평당 얼마 갈 것 같냐?”

“글쎄... 지금 평당 300 정도 쳤나? 한 350 가려나?”

나는 웃으며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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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10.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이게 장당 얼마입니까?”“원래는 박스당 4만 5천 원인데, 내가 학생들 기특해서 특별히 3만 8천 원에 줄게. 어디 가서 이 가격에 못 구해.”민수가 내 옆구리를 찌르며 속삭였다.“야, 이쁘다. 가격도 깎아주신다는데 이걸로 할까?”나는 대답 대신 타일 표면을 손으로 쓱 훑었다. 차가운 감촉.그리고 내 눈앞에 파란색 정보창이 떠올랐다.『시스템: 스킬 「자재 분석(Lv.1)」을 발동합니다.』『대상: 세라믹 타일 (브랜드: 마르코)』『원산지: 중국 포산 (이탈리아 브랜드 도용)』『등급: C급 (흡수율 0.5% 이상, 강도 약함)』『실거래가: 박스당 1만 2천 원 내외』'역시나.''박스갈이.' 중국산 저가 타일을 이탈리아 박스에 담아 비싸게 파는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겉보기엔 그럴싸하지만 내구성이 약해 1년만 지나도 모서리가 깨지거나 오염이 스며드는 쓰레기였다.“사장님.”“응? 왜, 마음에 들어?”“이거 이태리제 맞습니까? 박스만 이태리고 알맹이는 중국 포산 공장에서 찍어낸 거 같은데요.”사장님의 믹스커피 젓던 손이 딱 멈췄다.“뭐? 아니, 이 학생이 무슨 섭섭한 소리를...”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9

    나는 천천히 그들 쪽으로 걸어갔다.“소장님, 작업 지시는 제가 합니다. 외부인은 내보내시죠.”“어? 강 소장, 이 양반들이 태영건설이라는데? 대기업에서 이 똥차 건물을 산다는데?”박 소장은 대기업 명함에 혹한 눈치였다.김영민 사원이 나를 쳐다봤다.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당연했다. 나는 아직 대학생이고, 전생의 인연은 시작되지 않았으니까.“누구시죠? 학생? 아르바이트생인가?”“이 현장 총괄 책임자, 강진호입니다.”“아, 네가 그... 최 팀장님이 말씀하신 맹랑한 대학생이군요.”“잘됐네요. 안 그래도 찾으려고 했는데. 우리 최무진 팀장님께서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소꿉장난은 그만하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우리가 이 건물주에게 제시할 금액은 시세의 1.5배입니다. 과연 건물주가 대학생의 꿈을 이뤄줄까요, 아니면 현찰을 택할까요?”'확실한 공격이었다.'백 회장은 돈을 좇는 사람이다. 시세 1.5배라면 당장이라도 건물을 팔아치우고 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다. 위약금 정도는 껌값일 테니까.민수가 옆에서 안절부절못했다.“야, 진호야. 어떡하냐? 1.5배면... 백 회장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8

    민수가 옆구리를 쿡 찔렀다.“야, 진짜 산 거야? 4천3백을 태워? 너 미쳤어? 우리 돈 다 쓴 거잖아! 취등록세 내고 나면 남는 것도 없겠는데?”“민수야.”“어, 어?”“너 1년 뒤에 이 땅 평당 얼마 갈 것 같냐?”“글쎄... 지금 평당 300 정도 쳤나? 한 350 가려나?”나는 웃으며 손가락 세 개를 펼쳤다.“3천?”“아니. 5천.”“뭐?! 평당 5천만 원? 야, 강남이냐? 여기가 무슨 압구정도 아니고!”“두고 봐. 2년 안에 평당 1억까지도 갈 수 있는 땅이야. 우린 오늘 8억짜리 복권을 4천만 원에 산 거야.”민수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내 말이 허풍처럼 들리겠지만, 내 눈에 보이는 확신 때문에 차마 반박하지 못하는 눈치였다.사실 평당 1억은 좀 보수적으로 잡은 거다. 2020년대가 되면 이곳은 평당 1억 5천을 호가하게 되니까.“자, 돈은 썼으니 이제 다시 돈을 벌러 가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7

    “입금 문자 보여줘?”“아니, 믿어. 믿는데... 그 할머니 강남 바닥에서 피도 눈물도 없기로 유명하잖아. 예전에 세입자가 월세 밀리니까 한겨울에 보일러 배관을 다 뜯어버렸다는 소문도 있어. 괜찮겠냐?”“오히려 좋아. 비즈니스 파트너로서는 확실한 사람이니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철저하게 이익만 좇는 사람. 그런 사람이 다루기 더 쉬워.”나는 무심하게 대답하며 전공 서적 귀퉁이에 낙서를 했다. 낙서가 아니었다. 앞으로의 자금 운용 계획표였다.5천만 원을 은행에 넣어두는 건 바보 짓이다.그렇다고 주식에 넣자니 환금성이 떨어지고 시드머니가 너무 작았다.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몸집을 불릴 방법. 답은 역시 내가 제일 잘 아는 부동산, 그중에서도 경매(Auction)였다.“수업 끝나고 시간 좀 비워 놔.”“어? 왜? 또 어디 가려고.”“현장 실습 가야지. 일당 챙겨줄 테니까 따라와. 너도 이제 슬슬 현장 밥 좀 먹어봐야지.”민수는 투덜거리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오후 2시. 서울 서부지방법원 경매 법정.법원 특유의 건조하고 무거운 공기가 폐부로 스며들었다.여기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6

    “사업? 풋내기가? 야, 강진호. 세상이 그렇게 만만해 보여? 네가 짓고 싶은 건물이 있으면 우리 같은 대기업 밑에 들어와서 배워야...”“배우는 건 학교에서 끝냈습니다. 그리고 팀장님, 조만간 현장에서 뵙게 될 겁니다. 경쟁자로요.”“뭐? 경쟁자? 푸하하하! 야, 너 진짜 개그맨 소질 있다. 태영건설이랑 경쟁을 하겠다고? 그래, 어디 한 번 해 봐. 짓밟아 주는 재미가 있겠네.”“기대하셔도 좋습니다.”뚝.전화를 끊었다. 손에 땀이 배어 있었다.최무진. 그는 집요한 인간이다. 내 거절을 모욕으로 받아들였을 것이고, 앞으로 나를 주시하며 방해하려 들 것이다.'오히려 좋아. 네가 날 신경 쓸수록, 너는 내 페이스에 말려들 테니까.'나는 펜을 고쳐 잡았다.사각사각.제도판 위로 선이 그어졌다.논현동 유령 빌딩의 새로운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통유리로 마감된 매끈한 파사드 대신, 기존의 붉은 벽돌을 살리되 틈새로 빛이 새어 나오게 만드는 '빛의 감옥' 컨셉.그리고 옥상에는 루프탑 라운지를 조성해 강남의 야경을 끌어들인다.이름은 .이것이 내 첫 번째 포트폴리오이자, 강남 입성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그때, 눈앞에 다시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시스템: 히든 퀘스트 「첫 번째 의뢰」를 시작합니다.』『목표: 논현동 리모델링 프로젝트 성공』『보상: 스킬 「구조 해석(Lv.2)」, 명성도 +100, 그리고... 「???」의 단서.』물음표?아직 잠겨 있는 보상이 있었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스템이 주는 보상이라면 분명 평범한 것은 아닐 터.밤은 깊어가고, 내 손은 멈추지 않았다.20년 후의 감각과 지식, 그리고 현재의 젊은 육체가 만나 춤을 추고 있었다.도면 위에서, 나는 진정한 마에스트로였다.다음 날 아침.나는 밤새 그린 투시도와 평면도를 들고 백 회장의 사무실을 찾았다.사무실에는 어제 봤던 덩치들과, 깐깐하게 생긴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 백 회장의 법률 자문을 맡고 있는 김 변호사였

  •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5. 도면 위의 마에스트로

    백 회장의 눈이 커졌다. 주변에 있던 덩치들도 입을 딱 벌렸다.단순히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사업 파트너로서의 지분을 요구한 것이다.'건방진 놈. 새파랗게 어린놈이.'“이 건물, 이대로 두면 똥값 됩니다. 하지만 제가 손대면 강남 랜드마크로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선택하시죠. 평생 귀신 나오는 건물 주인으로 남으실지, 아니면 저랑 손잡고 돈방석에 앉으실지.”잠시 침묵이 흘렀다. 백 회장은 입술을 잘근거렸다. 그녀도 급했다. 이미 들어간 돈이 수십억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좋다. 30분이다. 만약 해결 못 하면, 넌 진짜로 내 밑에서 1년 동안 개처럼 일해야 할 거다. 각서 써.”“구두 계약도 계약입니다. 녹음하시죠.”나는 자신만만하게 미소 지었다.나는 안전모를 쓰고 덩치들이 가져다준 망치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인부용 리프트를 타고 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옥상에 올라서자 바람 소리가 더욱 거세졌다.윙윙거리는 소리가 고막을 때렸다.『시스템: 공명 발생 지점을 포착합니다.』『좌표 확인. 옥상 파라펫(Parapet) 상단 알루미늄 루버 14번, 15번, 16번 구간.』건물 디자인을 위해 설치된 수직 알루미늄 장식들.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미세한 간격 오차로 인해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피리처럼 소리를 내고 있었다.해결책은 간단했다. 바람의 길을 흐트러뜨리면 된다.“저기, 저거 뜯어내세요.”내가 지목한 곳은 루버의 중간 부분이었다. 인부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이거 비싼 자재인데... 막 뜯어도 됩니까?”“책임은 제가 집니다. 빨리요!”내 호통에 인부들이 마지못해 빠루(노루발 못뽑이)를 들이밀었다.끼이익- 쾅!알루미늄 바가 뜯겨 나갔다.하나, 둘, 셋.연달아 세 개의 루버를 제거하고, 남은 루버 사이에 미리 준비한 고무 패킹을 끼워 넣었다. 진동을 흡수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자, 이제 들어보세요.”거짓말처럼, 귀를 찢을 듯하던 굉음이 사라졌다.바람은 여전히 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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