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가 떠난 자리에 연화는 엎드려 눈물을 쏟아냈다.마음속 깊이 쌓여 있던 슬픔과 미련, 모든 감정을 눈물로 토해냈다.‘여기서 실컷 울자. 그리고… 미련 없이 떠나자.’그렇게 연화는 한참을 그 자리에서, 그들을 떠 준비를 했다.달은 구름에 가렸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도 그녀의 눈물은 끝없이 흘러내렸다.집으로 돌아온 후, 연화는 며칠을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딸의 걱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는 아비의 마음도 외면한 채, 연화는 끝내 문을 열지 않았다.그리고 사흘째 되던 날, 홍양은 다시 한번 미음을 들고 연화의 방을 두드렸다.“연화야, 뭐라도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 문 좀 열어 보거라.”열릴 것 같지 않던 방문이 활짝 열렸다. 웃는 낯이었다.연화는 홍양이 가져온 미음을 천천히 먹었다.사흘을 방에 틀어박혀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담담한 모습이었다.그런 연화를 홍양이 지긋이 지켜보았다.“뭐라도 먹어주니 고맙다. 헌데 무슨 일인지, 이 아비에게 말해주지 않을 참이냐?”미음 한 그릇을 모두 비운 연화가 수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궁을 나왔습니다. 물론 전하께서 허락하셨고요.”궁을 나왔다니,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말인가?이 아이는 궁에 들어갈 때도, 궁을 나올 때도 모든 것을 혼자 결정했다.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토록 좋아하고, 자부심 넘치던 그 일을 그만두다니…당최, 무슨 일이기에…“어찌하여… 네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냐? 네가 어떻게 지킨 자린데 이 아비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그런 결정을 한 것이야?”“죄송해요, 아버지. 상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혹시… 전하께서 너를…혹 네가 불임이라..”눈을 부릅뜬 연화의 동공이 사정없이 흔들렸다.“아버지…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붉어진 얼굴이 귀까지 번지고, 당황하다 못해 넋이 나간 그녀의 표정에 홍양은 푹-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아파 누워 있을 때 말이다. 누군들 눈치채지 못했겠느냐?”“……”“세자 시절부터
심장이 바닥으로 곤두박이칠 쳤다. 그가… 그가… 알고 있었다.흔들리는 동공과 경직된 그녀를 보며, 그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눈치 못 챘을 거라 생각한 것이야?”연화는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너무 부끄러워서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알고 있었다. 전장에서부터 너와 전하께서 정을 통한다는 것 말이다.”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리고 헛웃음이 나왔다. 그렇게도 사람들의 눈을 속여가며 지키려 했던 그 마음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에."결국.. 비밀은 없네요..""..."“예, 맞습니다. 그러니 이제 제가 떠나야지요. 전하를 곤경에 빠뜨릴 순 없습니다.”영도는 잠시 연화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깊은 상념과 고뇌가 엿보이는 눈빛이었고, 초조하다는 듯 손을 만지작거렸다.그는 이내 결심이 선 듯 그녀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다.“연화야.”그가 그녀의 눈을 피한 채 손을 살포시 잡았다.“예?”피하고 싶은 무언가가 그의 입에서 나올 것 같은 예감에, 연화는 몸을 뒤로 물렸다.“나도 너와 함께 떠나면 안 되겠느냐?”듣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그것이 무슨 말씀이십니까?”“그래, 당황했겠지. 안다. 하지만 이렇게 되었으니, 나도 더는 내 감정을 숨기고 싶지 않다. 나도 그동안 많이 힘들었으니까...”그의 손이 가늘게 떨리고, 여전히 시선은 바닥을 향해있었다.“내가 먼저다.”“……”“너를 좋아한 것 말이다. 전하보다 내가 먼저 너를 좋아했어.”갑작스러운 그의 고백에, 연화는 어찌할 바를 몰라 눈과 끔뻑거렸다.“그날… 대문을 열고 나오던 너의 모습을 나는 한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 너를 볼 때마다 설레고 기뻤지만, 전하의 여인인 너에게 감히 내 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지.”“……”“그간 나도 꽤나 힘들었어. 그러니 연화야, 이제라도 내가 네 곁에 함께하면 안 되겠느냐?”큰 용기가 필요했을 그 고백이, 그녀에게 무겁게 떨어졌다.안된다. 그는 이곳에 남아 자신이 떠나온 주군을 지켜야 한다.“다른 이를 마음에 품은
“떠나거라. 떠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이 이리도 확고한데, 어찌 나 혼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절벽을 사이에 둔 깊은 절명의 침묵이 흘렀다.“내... 너를 놓아줄 것이다.”그가 연화의 연약한 어깨에 고개를 떨궜다.하지만 그녀의 어깨를 잡고 있는 그의 손은 아직 미련이 남은듯 그녀를 꼭 쥔 상태였다.축 처진 그 고귀한 남자의 모습에, 연화의 마음은 이미 산산이 무너졌다.제가 뭐라고… 이 남자는 이렇게 까지 무너지는 것일까.하지만 이런 자신의 약한 마음을 들켜서는 안 되었다.그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아니, 자신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자리를 떠나야 했다.담담히 그를 떨치고 일어나, 자신을 거둬주고 아껴주었던 주군이자 연인을 향해 절을 했다.그는 차마 그녀를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 깔았다.이윽고 그녀가 돌아서 그의 방을 나서려고 할 때, 등 뒤로 연모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화야. 네가 떠나도 너를 연모하는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언제든 돌아오너라. 나는 이 자리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대답하지 못했다. 떨리는 목소리를 들킬까 봐.등을 돌리자 참아왔던 눈물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왈칵 쏟아져 내렸다.연화는 그 눈물이 그에게 들킬세라, 황금히 밖으로 빠져나왔다.끝끝내, 그의 이별을 받아내고야 말았다.달을 바라보던 상선이 연화의 인기척에 몸을 돌렸다.눈물을 흘리며 나오는 연화를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왔다.“오늘이 홍연 대장을 보는 마지막 날입니까?”그녀는 황급히 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눈물이 소매로 미처 다 흡수되지 못하고, 그녀의 얼굴에 들러붙었다.그는 그녀가 왜 우는지 묻지 않았다.“예, 상선 어른. 아마 그럴 듯싶습니다.”상선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상선께서는.. 모두 알고 계셨지요?”연화의 물음에, 상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전하와 시간을 보낼 때마다 궁인들을 모두 물리시는 것을 보고,
“떠나거라. 떠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이 이리도 확고한데, 어찌 나 혼자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내... 너를 놓아줄 것이다.”그가 연화의 연약한 어깨에 고개를 떨궜다.축 처진 그 고귀한 남자의 모습에, 연화의 마음은 이미 산산이 무너졌다.제가 뭐라고… 이 남자는 이렇게 까지 무너지는 것일까.하지만 이런 자신의 마음을 들켜서는 안 되었다.연화는 그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담담히 그를 떨리고 일어나, 자신을 거둬주고 아껴주었던 주군이자 연인을 향해 절을 했다.그는 차마 그녀를 바라보지 못하고, 시선을 내리 깔았다.이윽고 그녀가 돌아서 그의 방을 나서려고 할 때, 등 뒤로 연모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연화야. 네가 떠나도 너를 연모하는 내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언제든 돌아오너라. 나는 이 자리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대답하지 못했다. 떨리는 목소리를 들킬까 봐.등을 돌리자 참아왔던 눈물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왈칵 쏟아져 내렸다.연화는 그 눈물이 그에게 들킬세라, 황금히 밖으로 빠져나왔다.끝끝내, 그의 이별을 받아내고야 말았다.달을 바라보던 상선이 연화의 인기척에 몸을 돌렸다.눈물을 흘리며 나오는 연화를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왔다.“오늘이 홍연 대장을 보는 마지막 날입니까?”그녀는 황급히 소매로 눈물을 닦아냈다.눈물이 소매로 미처 다 흡수되지 못하고, 그녀의 얼굴에 들러붙었다.그는 그녀가 왜 우는지 묻지 않았다.“예, 상선 어른. 아마 그럴 듯싶습니다.”상선이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상선께서는.. 모두 알고 계셨지요?”연화의 물음에, 상선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알고 있었습니다. 전하와 시간을 보낼 때마다 궁인들을 모두 물리시는 것을 보고, 상선께서도 알고 계신다는 걸요.”그는 눈을 감고 작은 숨을 내쉬었다.“감사합니다. 그동안 저와 전하의 비밀을 지켜주셔서요.”“마땅히 제가 해야 할 일을 했
분노에 찬 그의 눈이 연화를 꿰뚫었다.연화는 처음 보는 그의 눈빛에 잔뜩 겁이 났다. 저런 눈도 가진 사람이었구나.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을 단념시켜야만 그가 살 수 있다.“생가를 오가던 그 전장에서 정신이 피폐해지셨던 전하를 떠올려 보십시오.”“……”“정신과 마음이 약해지셨던 그날 전하께서 저를 안으셨습니다. 전하께서 얼마나 힘드신지 알기에 기꺼이 몸도 내어 드렸습니다.”“!”파르르- 핏줄이 솟은 그의 팔이 떨리고 있었다.그가 겪을 격동을 외면한 채 그녀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그때의 소인은 전하께 맹목적이었습니다. 소인이 전하께 해드릴 수 있는 전부를 내어드린다고 생각했습니다.처녀의 몸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전하께서는 그때의 그 강렬했던 기억을 가지고 사신 겁니다.고된 전장에 맛본 달콤한 행위에 중독되셨던 겁니다.”“홍연화!”“그 기억이 지금껏 전하께서 저를 붙잡고 있으신 이유입니다.첫 정이란… 그런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 기억을 깨고 나오셔야 합니다.이제는 하등 쓸모없는 그 왜곡된 기억에서 말입니다.전하. 저를 잘 보십시오. 얼마나 별 볼일 없는 계집인지 말입니다.”불길이 치솟는 그의 눈빛을 피하지 않으려, 애써 눈을 부릅뜨고 온몸에 힘을 주었다.“너는! 우리의 소중한 시간마저 별 볼 일 없게 만드는 것이냐? 그래? 연화야? 너와 몸을 섞는 것이 너의 충성심이었고, 절대자의 욕정이었다면 말이다. 연화야. 그렇다면 지금 내가 너를 여기서, 아무렇게나 취해도 상관없겠지?” 별안간 그의 손에 뒷머리가 붙들렸다.전에 본 적 없는 그의 격한 태도에 떨리는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지금 내 정신이 피폐해졌으니 말이다. 네가 얼마나 별 볼일 없는 계집인지 지금 똑똑해 확인해 봐야겠다.”그는 연화의 옷자락을 거칠게 잡아당겨 벗기기 시작했고, 그녀의 앞섶이 파헤쳐지며, 뽀얀 젖가슴이 툭, 떨어졌다.연화는 눈을 질끈 감았다. 스스로를 굳게 붙잡으려 할수록 몸은 더욱 경직되어 갔다.그녀를 할퀴는 그의
당장이라도 무언가 부술 것 같은 분노가 서린 얼굴이었다.전에는 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그의 기세에 연화의 눈이 사정없이 흔들렸다.“네가 내 곁을 떠나겠다고”“……”“네가 감히 나를 떠나 어디로 가겠다는 것이냐.”고저 없는 그의 목소리는 먹잇감을 앞에 둔 산군의 모습과도 같았다.그러나 물러설 수는 없었다. 그렇게 되면 그를 망칠 수도 있기에.“제가 사라져야 전하께서 살시고, 전하께서 사셔야 제가 살 수 있습니다.”“안 된다.”“……”“불허한다.”“이번만은 소인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연화야!"“전하께서는 이 관계가 영원히 유지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셨습니까?”“그래. 제가 많이 힘들었겠지. 미안하다. 하지만… 나도… 방법을 찾지 못해서… ”치솟았던 분노가 어느새 죄책감으로 변해, 그는 애절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이제… 그만하고 싶습니다. 소인을 놓아주십시오. 떠나고 싶습니다. 전하.”그녀의 단호한 태도에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나는 절대 너를 떠나보낼 수는 없어. 네가 원해서 동궁전으로 너를 보내주었다.그것만으로도 내겐 힘든 결정이었어. 더는 안 된다.더 멀리는 안돼. 나는 너를 보낼 수는 없어.”“전하. 사사로운 감정일 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감정일 뿐입니다.”“아니다! 네가 없으면 나는 당장… 나는… 살 수 없단 말이다. 연화야.”작아진 그의 어깨를 보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지만, 그럴수록 더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이제 지쳤습니다. 누군가의 그늘인 채로, 세상을 속이고 사람들을 속이는 것에 지쳐버렸습니다. 전하를 연모하는 그 마음하나로 버틴 세월입니다. 더 이상… 더 이상은 힘이 들어 버틸 수가 없습니다.”“그래. 힘들었겠지. 그럼 내가 어찌하면 좋으냐? 당장이라도 너를 내 후궁으로 들이면 되는 것이냐”“전하! 어찌 그런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으십니다. 그 말 한마디에 닥칠 파장들은 생각하지 않으십니까?”“그렇겠지. 폭풍이 몰아칠 테지, 하지만 네가 나를 떠나는 고통만 하겠느냐
행인은 겸을 한번 훑어보더니, 곧 반색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홍대감님 댁이라면 이 마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따라오십시오.” 겸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백성이 진심으로 존경하는 신하라니, 역시 스승다웠다. 그 덕분에 수월하게 홍양의 대문 앞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홍양대감의 저택 앞. 담장 너머로 하늘을 향해 부드럽게 치솟은 용마루들이 가문의 위엄을 드러내고 있었다.
“부인, 혼례라니… 너무 갑작스럽지 않습니까? 저러다 또 곡기라도 끊으면…” “대감, 대감께서는 어찌 저 아이하고만 있으면 천치가 되시는겁니까?” “천치라니! 거참, 말이 심하지 않소?” “보시고도 모르시겠습니까? 열흘 동안 곡기를 끊은 아이 혈색이랑 품이 저리 좋답니까?” “아… 생각해 보니 그렇구려… 내가 또 당했나 보오… 이것 참…” 부인은 보이지 않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감께서는 언제까지 저 과년한 아이를 끼고 사시렵니까?” “그것은… 혼사자리가 마땅치 않아…” “예, 마음에 드는 혼처
쿵쿵쿵- “또 밥을 다- 남기셨네! 이러다 정말 죽는다니까요!” 문 앞의 밥상 앞에 앉아 막둥어멈이 큰 소리를 쳤다. 누군가가 꼭 들으라는 듯이. “안 먹을 테니 헛수고 말고 가져가!” 방 안쪽에서도 누군가가 들으라는 듯 우렁찬 대답이 들려왔다. 그들의 바람이 통하기라고 한 듯, 홍양이 연화의 방 앞으로 걸어왔다. 그 모습에 막둥어멈이 자리를 비켜서자, 홍양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던 자물쇠를 풀었다. 덜컹-문을 잡아당겼지만 문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었다. “이게 왜 이러는 것이냐?” 당황한 홍
"이제 그만하시오. 내가 실언을 했다 하지 않았소?" "그렇게는 안 되겠는데요!" 연화는 순식간에 영도를 향해 달려들었다. "연화야!" 놀란 홍문이 그녀를 향해 소리쳤지만 이미 칼은 영도에게 겨눠지고 있었다. 영도는 재빠르게 다시 칼을 뽑아 그녀의 칼을 막아냈다. 챙! "받아주는 건 여기까지요. 이제 그만하시오. 더는 나도 참지 않겠소!" 영도의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달아오르고 있었다. 당최 말이 통하지 않는 여인이다. 무슨 여자가 이리도 드센지… 그렇다고 해도 여인을 상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