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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지금은 몸을 낮추고 기다려야할 때

ผู้เขียน: 지은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5-14 06:00:42

“그대는…!”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자, 겸과 영도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소인을 기억하시는지요?”

방금 전까지 연무장에서 놀라운 실력을 보여준 그 왜소한 사내가, 다시금 겸 앞에 섰다.

허나 지금 이 순간, 더 놀라운 것은 그 얼굴이었다.

겸은 그를, 아니 그녀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실은, 오라버니보다 제가 한 수 위입니다.”

돌직구처럼 날아드는 말에 연무장은 다시 한 번 술렁였다.

“무술대회에 제가 나갔다면 장원은 제 것이었을 것입니다.”

그 말에 홍양은 낯빛이 굳어졌다.

딸아이의 입을 막기 위해 손목을 꽉 특어 쥐었지만, 연화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날 저하께서 하신 말씀,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오직 실력으로 사람을 판단하신다 하셨습니다.”

그녀의 눈빛은 단단했다.

뚫어지게 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어떤 흔들림도 읽을 수 없었다.

“그땐 너무 분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나마 저하께 실력을 보여드릴 수 있어 조금은… 그 분이 풀렸습니다.”

연화의 거침없는 행동에 결국 홍양은 못 참고 외쳤다.

“그만! 그만하거라.”

연무장안에 긴장감이 흘렀고, 그 어색한 분위기에 연화는 한걸음 물러났다.

홍양은 멍한 얼굴의 겸을 이끌며 연무장을 빠져나갔다.

“저하, 꽤나 중요한 말씀을 하시러 오신 것 아니십니까?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홍양은 겸의 걸음을 재촉했다.

겸은 홍양을 따르며, 뒤돌아 연화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그 아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하지만 어쩐지 지금은 그것을 물을 때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사랑방에 도착한 겸은 홍양과 마주 앉았다.

영도가 그 곁을 조용히 지키고 서 있었다.

“제가 오늘 기별도 없이 찾아뵌 건… 스승님께서 제게 다시 힘이 되어주시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홍양은 그 말을 이해한 듯 조용히 눈을 감았다.

잠시 생각에 잠기는듯 하더니 천천히 눈을 뜨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저하, 소신은 언제나 저하의 사람입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에게는 마음이 아닌, 실질적인 힘이 필요합니다. 아바마마와 중전께서는 명분을쌓고 있습니다. 태어날 왕자가 세자가 되는 날, 저는 폐세자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까지 염려하실 일은 아닐 것입니다.”

“아닙니다. 조정은 이미 중전의 세력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똘똘 뭉친다면 저를 몰아내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

“문안 인사조차 한 달째 외면당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언제까지 기다리기만 해야 합니까?”

겸의 설득에도 홍양은 입을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그의 절박함은 명백했지만 신중해야했다.

“스승님께서 입궐하신다면, 아바마마께서도 분명히 기뻐하실겁니다.

누구보다 스승님의 인품과 능력을 높이 사시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듣고도 홍양은 한동안 침묵했다. 그러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다섯 살 원자 시절부터 저하를 지켜봐 왔습니다. 단언컨데, 누가 뭐라 해도 저하께서는 성군이 될 자질을 갖추셨지요.”

“그러니 저를 도와주십시오.”

겸의 눈빛은 간절했지만, 홍양은 조용히 한숨을 내쉴뿐이었다.

“저하, 지금은 때가 아닙니다. 저하의 곁을 소신이 지킨다면, 저들은 소인를 저하곁에서 먼저 제거하려 들 것입니다.”

“그렇지만 스승님…”

현실적인 그 말에 겸은 이어갈 말을 찾지 못했다.

“김정균 판서가 왜 좌천되었는지, 저하께서는 알고 계신지요? 지근거리에서 저하를 지켰기 때문입니다. 저하의 곁에 머물러선 안 되는 때가 있습니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입니다.”

겸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자신때문에 한양을 떠나가던 김정균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려왔다.

“저하, 지금은 몸을 낮추십시오. 조용히, 내실을 다지며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

“저하께 소신이 정말로 필요할 그 순간, 반드시 저하의 곁에 있을 것입니다.”

홍양의 말에 겸은 더는 반박하지 못했다.

이치로 보나 정으로 보나, 그 말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못내 그 서운한 마음은 어쩔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받아들여야 했다. 그는 홍양을 향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스승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약조, 꼭 지켜주실거지요?”

“물론입니다. 저하,”

그를 바라보는 홍양의 눈빛은 진실했으며, 확신이 있었다.

그의 눈빛, 그 말한마디가 외로운 그 자리를 지키게 하는 힘이 되었다.​

홍양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왕세자 이겸 앞에 엎드려 절을 했다.

백번의 말보다 신실한 그의 행동이 그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그 뒤에 굳건히 선 영도가 보였다.

그래, 내게는 누구보다 믿을 만한 충신들이 있다. 그러니 버텨내고, 이겨낼 수 있다.

​오랜만에 존경해 마지 않는 스승과, 벗. 세자의 충신들과 둘러 앉아 다과를 먹고, 차를 마시는 이 짧은 순간에 행복을 느꼈다.

그 순간, 겸의 머릿속에 궁금했던 그 이름이 떠올랐다.

“헌데… 아까 그 아이, 연화라 하였지요? 대체 그 아이는 누구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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