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정원으로 나가자 신은재가 웃으면서 깡총깡총 뛰어왔다."은재야!"이태호는 즉시 쭈그리고 앉아 귀여운 보배 덩어리를 안았다. 그리고 딸의 포동포동한 얼굴에 가볍게 한번 뽀뽀했다."아빠, 이거 봐, 내 치마 이쁘지? 어제 엄마가 은재 사준 거야!"이태호는 딸의 손이 가리키는 곳을 보며 아빠 미소를 지었다. "이뻐. 우리 딸은 무얼 입어도 다 이뻐!""가자 은재야. 우리 밖에 나가 놀자. 저곳에 작은 어린이 놀이터가 있어!"이태호는 웃으면서 은재를 데리고 별장에 멀지 않은 곳으로 놀러 갔다.한편 혈인당 쪽에서는 고급 간부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가증스럽군. 정말 가증스러워!"당주 피도둑은 주먹을 불끈 쥐고 분하여 이를 갈았다."당주님, 도대체 무슨 일이시죠?"혈인당의 어느 중년 여자가 피도둑을 바라보며 물었다.피도둑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그 이태호란 작자는 도대체 무슨 수련이지? 우리가 보낸 용전과 종사 수련을 거친 고수들이 모두 죽었잖아. 모두 연락이 안 돼!""다 죽었다고, 그럴 리가요!"뭇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할 말을 잃었다. 앞서 이미 어지간한 손실을 입었었다. 용전과 다섯 고수를 보내면 이태호를 죽이는 것쯤은 문제없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보낸 사람들이 모두 죽다니. "제기랄. 아니면 내가 가?"대장로는 곧바로 책살을 탁 치며 일어났다. 연속 몇 번 실패하여 혈인당에서 입은 손실이 너무나도 큰지라 그의 마음이 몹시 불쾌했던 모양이었다.하지만 나장로는 느긋하게 말했다."대장로 급해 하면 안 돼요. 허허. 내게 한 가지 방법이 있긴 한데. 그 자식을 처리하는데 굳이 우리가 손쓸 필요 있을까요?"대장로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나장로, 그게 무슨 말이오? 우리가 손쓰지 않는 다면 우리를 도와 손써줄 사람이라도 있다는 말이오?"나장로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다들 서의당에서 우리한테 귀순하겠다고 한 약속 잊어먹은 건 아니죠? 하하, 지금 바로 그 약속 실행할 때가 아닌가요? 지금 성의 표시하지
이때 서의당 당주 전창민은 한창 방안에 앉아 수심에 잠겨 있었다.이전에 서의당의 부하가 혈인당의 노여움을 샀는데 혈인당은 그걸 빌미로 일을 크게 벌였다. 즉 서의당은 혈인당에 굴복해야 하고 매달 조공을 바치도록 하며 혈인당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서의당을 소멸하겠다고 협박했다.그때 전창민은 서의당 식구들의 목숨을 위해 승낙하는 수밖에 없었다."휴~아빠. 혈인당에서 너무 사람 업신여겨요!"전창민의 딸인 전다민의 수심에 잠겨있는 아빠를 보고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혈인당은 정말 권세를 믿고 사람을 업신여기네요!"전창민도 탄식했다."휴~나도 어쩔 수가 없구나. 전임 당주일 때는 실력이 강해서 그나마 혈인당과 맞서 싸울 수 있었는데 지금은 당주가 죽고 나니 우리는 피도둑의 상대가 안 돼. 만약 그들의 말에 거역한다면 우리는 다 죽어. 나는 나이가 많아 생사를 가볍게 보는데 반면 내 딸은 죽는 건 두 눈 뜨고 못 봐! 게다가 많은 식구들도 있는데!""당주 님, 혈인당의 왕장로가 왔어요!"바로 이때 문가에서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전창민과 전다민은 서로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곁에 있던 두 노인과 한 명의 여인도 미간을 찌푸리며 혈인당의 나장로가 무슨 바람이 불어 그들을 찾아왔을까 생각했다."하하, 왕장로. 정말 오랜만이요!"상대방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전창민은 웃는 얼굴로 맞이하며 말했다. "왕장로가 오는 걸 모르고 마중 못 나가서 미안하오!""하하. 전 당주 별말씀을요!"왕몽은 들어오자마자 자리에 떡 하니 앉더니 전창민을 향해 말했다."내가 오늘 이렇게 온 건 자네들한테 일이 있어서 왔소!"전창민은 부하들을 시켜 차를 따르라 하고는 말을 꺼냈다."왕장로. 벌써 조공을 바칠 때가 됐단 말이오? 내 기억으로는 아직 며칠 있는 걸로 아는데?"왕몽은 즉시 말했다."아유, 우리는 다 같은 집안 식구로써 어찌 조공을 빨리 바치라고 재촉하겠소. 자네를 찾은 건 다름이 아니라 우리 당주가 임무를 수행할 게
왕몽은 웃으며 말했다."허허, 이 사람이 이전에 어떤 일로 우리 혈인당의 미움을 샀소. 그래서 몇몇 사람을 파견했는데 되레 상대방한테 피살당한 게 아니겠소? 상대방의 수련 등급이 낮지 않은 데다가 우리 파벌이 요즘에 다른 일 땜에 바빠서 몸을 뺄 수가 없어서 우리를 도와 상대방을 죽여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오!"왕몽은 여기 까지 말하고 잠깐 있더니 계속하여 말했다."그리고 꼭 귀띔해 줄 게 있는데 상대방의 수련 등급이 8급 혹은 9급 종사인 모양이오. 그러니 몇 사람 더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소. 수련 등급이 너무 낮아도 안 되오. 그렇지 않고 상대방한테 피살 당한다면 우리 책임을 묻지 마오!""그렇게 강하단 말이오?"그 말을 들은 전창민은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다시 왕몽에게 물었다."수련 등급이 높다면 우리도 고수를 보내야만 하겠구먼! 그리고 이 사람이 무슨 백이라도 있는 게요? 아니면 만약 갔다가 상대편 사람들한테 포위 공격당한다면 큰일이요."왕몽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그런 건 없소. 조사한 바에 의하면 무슨 백 같은 건 없고 지금 살고 있는 곳에 여섯 명의 미녀 경호원이 있다고 들었소. 다만 그 집에 갈 필요는 없고 집 주변에서 지키기만 하면 되오."말을 마치고 왕몽은 사진 한 장을 책상에 올려놓았다."바로 이태호라는 사람이오. 의술에 능하고 자네들이 태성시에서 약간 수소문해 보면 바로 알게 될게요."하지만 전다민은 불만을 토로했다."수련 등급이 그리 높다는데 우리를 보내요? 안 가면 안 돼요? 그쪽에서 기사 수련을 한 고수를 보내면 될 게 아니에요?"왕몽은 전다민을 보고 음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정 가기 싫다면 안 가도 되오. 다만 오늘 저녁에 나와 함께 지낸다면 내가 대신 가 드리리다. 어떻소?""꺼져요. 늙다리엔 관심 없어요!"전다민은 화가 치밀어서 상대방을 독기 어린 눈빛으로 쏘아보았다.곁에 있던 전창민은 어두운 낯색으로 상대방을 보고 말했다."왕장로. 말이 너무 심한 게 아니오? 나한테는 딸 하나밖
"제가 갈 게요!"그런데 뜻밖에도 다른 사람들이 말도 꺼내기 전에 전다민이 자진해 나섰다."안돼. 너는 방금 9급 종사 수련을 마쳐서 네가 가면 좀 위험해!"전창민은 즉시 반박했다."아까 왕장로도 말했잖아. 상대방은 8급 혹은 9급 종사라고. 만약 9급 종사를 오랫동안 했다면? 네가 감당할 수 있겠냐?"중년 여자는 생각을 거듭하더니 전창민을 향해 말했다."당주 님. 보건대 큰 아가씨는 바람 쐬러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제가 따라서 같이 가면 문제없을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전창민은 마지못해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 라장로한테 부탁하겠소!"비록 전다민은 다른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 싫었지만 만약 같이 가지 않으면 부친이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 하는 수없이 머리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저는 라이모랑 다녀올게요. 필경 라이모는 3급 기사 수련이므로 같이 간다면 별문제 없겠네요!""응. 어찌 됐든 꼭 조심해야 된다. 알겠지?"전창민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수련이 낮은 자들은 데리고 가는 게 아니야. 데리고 가봤자 도움이 안 되니. 만약 상대방한테 피살 당하면 우리한테 놓고 말아면 그래도 손실이니 말이다."말을 마친 전창민은 노래진 노란 가죽 종이를 꺼내 그 안의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림 위에는 용의 머리를 한 링이 있었고 꼭 마치 살아있는 듯했다."아빠. 왜 그 그림을 뚫어지게 봐요? 혹시 장보도 인가요?"전다민은 전창민이 재삼 그림을 들여다보는 것은 보고 순간 미간이 찌푸려졌다.전창민은 그제야 말문을 열었다."허허. 이건 전임 당주가 나한테 넘겨준 거야. 전임이 말하기를 우리는 사실 드래곤 신전이라 부르는 조직의 일부분에 속하지. 앞으로 이런 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은 바로 우리 신전의 주인이고 보스야. 상대방은 지극히 무서운 존재로써 아마도 12간지로 이름을 땄고 열두 개 파벌로 만들었어!"그 말을 들은 전다민은 자기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그래요? 12 간지로 아래 세력을 이름을 딴 그
"에이 그만해.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는 드래곤신전 소속이야. 나도 언젠가 신전 주인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 그러면 우리도 지금처럼 억울하게 협박받지 않을 거 아니야!"전창민은 마지못해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신전 주인은 만나봐도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일단 우리 자신을 믿어보자!"전다민은 별로 개의치 않은 지 어깨만 으쓱이고는 라이모를 불렀다. "라이모, 우리 언제 출발해요?"라이모는 웃으며 대답했다. "내일 출발하자. 내일 아침에 출발하면 점심이면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오후에는 나가서 이태호라는 사람을 수소문해 보자!""응!"전다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창민을 향해 말을 꺼냈다. "아빠, 나와 라이모 이번에는 출장 근무하는 거잖아요. 그럼, 출장비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전창민은 어이가 없어 일갈했다. "이 계집애 쇼핑하고 싶은 거 뻔히 보인다. 좀 아껴 쓰라. 지금은 매달 혈인당에 상납해야 해. 예전 같지 않아!"같은 시간 강성."뭐라고!"이영호는 조수의 보고를 듣고 화가 치밀었다. "신수민 왜 그러지? 건축자재까지 합작을 취소하겠다고? 계속 이윤을 주고 있어서 벌이가 있지 않나? 왜 이쪽까지 합작을 취소시킨 거지?""도련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미 합작을 취소시켰습니다!"조수는 고개를 숙이고 어쩔 수 없이 대답해다."무조건 이태호 때문이야. 신수민은 섬세해서 우리와 합작하면 남편이 질투할까 봐 이러는 것일 거야!"이영호는 다시 생각해 봐도 이유가 이것밖에 없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신수민 너무 조심스러워하는 거 아니야? 그 남자가 뭐라고 그렇게 신경 써주는 건데! 나 이영호가 그 남자보다 못한 게 뭐가 있는데?""도련님, 밖에 웬 늙은이가 찾아왔습니다."이때 여직원이 들어와서 보고했다."늙은이?"이영호는 눈살을 찌푸렸다."네, 중산복 차림에 모자를 썼습니다. 그리고 선글라스도 착용하고 있어서 이상해 보였습니다!"여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다들 먼저 나가. 그
늙은이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허허, 어제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일이 생기는 바람에 늦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놈을 금방 죽여드릴 테니까!"여기까지 말한 늙은이는 짧게 생각한 후 다시 말을 이었다."상대가 살고 있는 곳과 자주 가는 곳을 알려주면 더 빨리 죽여드릴 수 있지요.""좋아, 그 자식이 죽길 기다렸어."이영호는 곧바로 이태호의 상황을 눈앞의 6급 킬러에게 알려주었다.그는 6급 킬러가 나서면 상대를 죽이는 일이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이태호는 오전 일정이 비어있어서 은재랑 맘껏 놀아주었다. 점심을 먹은 후에도 집에서 쉬었다.오후 퇴근할 시간이 다 되었을 때 미녀 경호원 이호호의 전화를 받았다."호호, 무슨 일이야?"이태호는 전화를 받으며 의아한 느낌이 들어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여섯 명의 미녀 경비원이 평소 그에게 연락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왜 갑자기 이 시간에 연락한 것이지?"주인님, 큰일 났습니다. 부인이 납치당했습니다!"이호호는 조급한 목소리로 보고했다."무슨 상황이야? 항상 따라다니면서 퇴근을 마중 나간 거 아니었어? 납치라니?"이태호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이호호는 인제야 말을 이었다."다 제 잘못입니다. 바보짓을 했습니다. 그때 두 사람이 거리의 구석진 곳에 숨어서 우리를 겨냥해서 총을 쏘았어요. 제 능력으로 총알을 받아내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그 사람들이 도망가는 걸 쫓아가는 바람에 부인을 놓쳤습니다. 다시 돌아왔을 땐 부인이 이미 사라졌습니다. 납치가 틀림없습니다.""너 지금 회사 앞이지? 금방 갈게!"이태호는 화가 나서 곧바로 1층으로 내려갔다.그는 빠르게 움직여 운전해서 회사 앞의 광장에 섰다."주인님, 어떡합니까? 그들은 일부러 그런 것입니다. 인제 와서 생각해 보니 총을 일부러 빗겨 나가게 조준했습니다. 저를 유인하려는 것이 틀림없습니다!"많은 일들을 겪어 보아 항상 무덤덤한 이호호도 이태호가 도착하자 연신 자책하며 평정심을 잃었다. "바보 같은 저 때
"성 밖?"이태호는 눈썹을 찡그리며 얼굴을 굳혔다. "성 밖으로 나가면 어느 성으로 향하는지 알 수가 없다."이 말을 마치고 뭐가 생각이 났는지 급히 물었다."누가 성 밖에 별장 또는 큰 산장 같은 걸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어?"범용은 기억을 훑어보다가 말했다."옛날에 향무당이 큰 산장을 하나 지은 것 말고는 어... 생각났어요. 호수 옆에 구 씨 집안 도련님의 별장이 있습니다.""구운장?"이태호는 이 말을 듣고 눈썹을 치켜들었다.무슨 이유인지 이태호는 갑자기 지난번 구운장이 무릎을 굻고 자기 신발을 핥는 장면이 떠올랐다.그리고 요즘 구운장이 너무 조용해진 것도 이상해서 이태호는 이번 일이 아마도 그의 짓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다 생각해야 한다."이씨 가문의 사람은 성 밖에 별장 있어?""없습니다!"범용이 확신하며 답했다."제갈씨 집안과 용씨 집안도 성 밖의 시골에 별장이 있습니다."생각을 마친 태수가 대답했다."그들이 아닐 거야, 구 씨 집안의 가능성이 제일 커, 젠장!"이태호는 주먹을 꽉 주고 범용한테 물었다."대충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압니다!"범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 그럼, 우리 둘이 가자, 자동차는 너무 느려서 두고 가자. 빨리 움직여야 해!"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범용의 팔을 덥석 잡았다."운전은 너무 느려!"범용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시속 200킬로까지 밟으면 아무리 기사라고 해도 따라올 수가 없다. 그래서 그의 상식에서는 운전해서 가는 것이 제일 빠른 방법이다."슉!"1초 후 그는 경악했다. 이태호는 그의 팔을 잡고 뛰어올랐는데 저 먼 곳에 있던 빌딩의 옥상까지 날아갔다."뭐예요? 날 수 있었어요?"범용은 마른침을 삼키며 경악해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항상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태호의 실력 등급이었다. 그가 성주부의 명수를 쉽게 제압하는 것을 보고 그가 이미 9급 기사에 도달한 게 아닌지 의심했다.
"어느 쪽이야?"이태호는 앞을 확인하면서 범용에게 물었다.범용은 떨린 가슴을 진정시키며 오른쪽을 가리켰다. "여기 오른쪽. 그들이 도로를 타고 간 걸 보면 우리가 더 빨라. 우리는 저 산으로 가면 돼. 산 아래 호수가 있는데 상대방 별장이 바로 호수 옆에 지어져 있어."범용은 여전히 떨림이 가시지 않았다. 보아하니 이태호는 이미 기사의 경계를 초월했다.어느 별장 안. 정문이 열리고 두 남자가 신수민을 연행하고 구운장과 구맹 앞으로 걸어왔다."도련님, 잡았습니다!"양복을 차려입은 두 남자 중 한 명이 거친 목소리로 보고했다.신수민의 분노어린 얼굴을 확인한 구운장이 머리를 끄덕였다. "좋았어. 돌아가면 상을 내릴 거야!""도련님, 감사합니다!"두 남자는 여전히 신수민을 제압하고 있었다."구운장, 너였구나. 이 나쁜 새끼 이게 무슨 짓이야?"신소민은 악독한 눈빛으로 구운장을 노려보았다.지금 홀 주변을 에워싸고 서 있는 경호원들은 구씨가문의 정예들이다."무슨 짓?"구운장이 차갑게 웃었다. 그는 신수민 앞으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살짝 들어 올렸다. "무슨 짓?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좋아해서 계속 따라다녔는데도 너는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더라. 너의 그 못 난 남편은 나한테 주먹까지 날리더라. 이제야 깨달았어. 너의 진심을 가질 수가 없다면 너의 몸이라도 가져야겠어!"구운장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뻔뻔스럽게 계속했다. "나도 뭐 얻은 것이 있어야지.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잖아.""비겁한 놈!"욕설을 내뱉은 신수민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조용히 앉아 있는 구맹에게 말을 걸었다. "구 회장님, 명색에 이류 명문의 회장님이신데 어떻게 아들이 이런 비겁한 짓거리를 하는 걸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나요.? 부끄럽지도 않으신지요?"상대방이 대답이 없자 신수민이 말을 계속했다. "구 회장님, 지금 저를 풀어주시면 오늘 일은 없었던 걸로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을 시 구 씨 집안을 보존하기 어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