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강윤아의 표정은 금세 어두워졌다.강윤아는 두 사람처럼 비열하고 파렴치한 인간들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박미란은 차갑게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녀 눈에는 경멸의 눈빛이 어렴풋이 배어 있었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강범석을 바라보았다.“여보, 당신이 좋은 마음을 품고 제안한 것인데 제가 보기에 윤아는 당신 성의를 받을 생각이 없어보이네요. 조금 전 두 사람의 대화를 전부 다 들었어요. 윤아가 자발적으로 이 모든 것을 포기한 거 맞죠?”박미란은 말하면서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서류는 내가 이미 작성했어. 오늘 마침 여기서 만났으니 바로 사인하는 게 어때?”‘조금 전 아빠는 분명 나를 찾으러 왔다고 했는데 우연히 만난 거라고?’강윤아는 속으로 냉소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강수아가 옆에서 입을 가리고 조용히 웃기 시작했다.“언니, 언니가 이렇게 원한이 깊은 줄은 몰랐네? 아빠가 주는 물건이 싫으면 싫다고 해도 돼. 그러면••••••, 언니가 가지지 않는 이상, 모두 내것이 되겠네?”강수아는 의기양양하게 웃기 시작했다.원래 그녀는 강윤아에게 자진해서 재산을 포기하게 하려면 많은 공을 들여야 할 줄 알았는데 그녀가 의외로 쉽게 포기할 줄은 전혀 몰랐다.그러자 강윤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그제야 이들의 음모를 알아차렸다. 박미란은 분명 아주 일찍이 이 서류를 준비했을 것이다. 강범석이 그녀에게 자기 물건을 남겨주겠다고 했어도 두 모녀는 결국 어떻게 해서든 그녀 스스로 포기하도록 강요했을 것이다.강윤아는 두 사람이 자기 앞에서 의기양양해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다.그때, 강윤아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에 강수아와 박미란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강윤아, 또 무슨 수작을 부릴 생각 마. 네가 조금 전 그렇게 말했으니 어서 이 서류에 네 이름을 사인해.”박미란은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강윤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서둘러 강윤아에게 서류를 건네주었
강수아는 말을 마친 뒤 강윤아에게 모욕적인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러더니 유유히 차에 올라탔다.강범석 일행은 이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강윤아는 차가 멀어지는 것을 그 자리에서 바라보다가 한참 뒤에야 눈을 돌려 방금 달려온 의사를 바라보았다.“도와줘서 고마워요.”강윤아는 진심으로 감사를 드렸다.그러자 의사는 다소 겸연쩍은 듯 손을 내저으며 막 입을 열려고 했다. 그는 강윤아와 조금 전 세 사람의 관계가 궁금했지만, 다른 사람의 가정일에 자신이 참견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속으로 그 의문을 꾹 삼켰다.그는 강윤아 손목의 상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그 상처••••••, 병원에 가서 치료해줄까요?”강윤아는 어리둥절해 하며 손목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금 전 강범석이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떠올리며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괜찮아요.”잠시 후, 의사와 헤어진 그녀는 병실로 돌아가 은찬을 데리고 나왔다.“엄마, 방금 엄마랑 싸운 사람들은 누구예요?”은찬은 병실에서 얌전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목격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다투는 내용은 듣지 못했다.강윤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일 뿐이야.”그녀는 은찬을 어른들의 분쟁에 끼어들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그에게는 말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엄마가 말하지 않아도 저는 짐작할 수 있어요••••••.”“응? 뭐라고?"강윤아는 그의 말을 잘 못 알아듣고 다시 되물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은찬이 중얼거렸다.강윤아는 원래 이번에 귀국해서 서만옥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 바로 떠나려 했다. 하지만 서만옥의 상태가 생각보다 이렇게 심각할 줄은 미처 몰랐다. 보아하니 박미란은 서만옥을 가만두지 않을 것 같고, 강범석도 박미란 옆에 꼭 붙어서 그녀 편을 들고 있으니, 강윤아가 여기에 남아서 서만옥을 돌보지 않는 이상, 서만옥의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 강윤아는 더욱 굳
유치원을 떠난 강윤아는 쉴 새 없이 병원으로 달려갔다.병실 문을 밀어젖히자 방 안은 여전히 쓸쓸한 모습이었다. 서만옥은 병상에 홀로 외로이 누워있었는데 이 모습은 강윤아의 마음을 더욱 찡하게 만들었다.그녀는 병실을 오고가면서 많은 병실을 지나다녔다. 대부분의 환자 곁에는 많은 친척과 친구들이 모여 보살폈지만, 그녀의 어머니는••••••, 병세가 이렇게 심각한데 강범석은 그녀를 한 번도 보러 오려 하지 않았다.“엄마••••••.”강윤아는 병상 쪽으로 다가가 두 손으로 서만옥의 손을 잡고 울먹이며 그녀 이름을 불렀다.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진 서만옥은 의사는 정상적인 상태고 말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녀가 깨어나지 않자 강윤아는 안심할 수 없었다.강윤아는 원래 오늘 서만옥이 깨어날 수 있는지 확신이 없었는데 강윤아가 애타게 그녀 이름을 부르자, 거짓말처럼 서만옥은 천천히 눈을 떴다.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터라 금방 눈을 떴을 때 서만옥은 의식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 한동안 어리둥절해하며 눈을 깜박거리다가 한참 만에야 천천히 강윤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강윤아는 서만옥이 잠에서 깬 것을 보고 환호했다.“엄마, 깼어요?”눈앞의 강윤아를 빤히 바라보던 서만옥은 한동안 어리둥절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글썽였다.서만옥의 눈물에 강윤아는 몸을 숙여 그녀를 안아 주며 속삭였다.“엄마, 울지 마세요. 제가 돌아왔어요.”서만옥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재빨리 달려온 의사는 다시 서만옥을 자세히 진찰한 뒤 강윤아를 병실에서 불러냈다.“의사 선생님, 저희 엄마는 어때요? 지금은 좀 나아졌나요?"의사가 자신을 정중하게 불러내자 강윤아는 가슴이 두근거렸다.의사는 조급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피식 미소를 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사모님 상태는 많이 좋아졌어요.전에 줄곧 깨어나지 않아서 저희 의사들이 모두 속수무책이었는데, 강윤아 씨가 돌아오자마자 깨어날 줄이야•••••• 보아하니 사모님께서는 여전히 강윤아 씨를 마음에 염려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쩌면
강윤아는 멍한 표정으로 은찬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음속에서 감히 엄두도 못 낼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설마•••••• 은찬이가 감히 그 전설적인 권씨 그룹의 대표를 불렀기야 했겠어?’유치원 선생님은 여전히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거들먹거리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들이 얼마나 믿음직한 구세주를 불러올 수 있을지 전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더 이상 무리하지 말고 어서 여기를 떠나세요.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에 가서도 피해를 보는 건 두 분이예요. 은찬이 어머니께서 직접 말해보세요. 맞죠?”유치원 선생님은 두 손을 가슴에 대고 강윤아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강윤아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는 이제야 권력과 지위가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자기 혼자 이런 굴욕을 당한거라면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은찬까지 연루되어 그녀와 함께 억울함을 당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은찬은 그녀의 팔을 흔들며 그녀에게 윙크를 했다.“와.”그때, 사무실 밖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강윤아는 다소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돌렸다. 유치원 선생님은 현관으로 와서 밖을 내다보며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려고 했다.한 대의 고급차가 유치원 입구에 천천히 멈추었다. 그러다가 차 안에서 훤칠한 한 남자가 내렸다. 온몸에서 고귀한 기품이 줄줄 흘렀다. 그는 단지 서 있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모종의 위협감을 주었다.“엄마, 저기 보세요. 제 구세주가 도착했어요.”은찬은 약간 흥분해서 권재민에게로 달려갔다.조금 전 강윤아가 유치원으로 오기 전, 은찬은 몰래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그의 부름에 권재민은 한번에 바로 오겠다고 했었다.그래서 겉으로는 비록 억울한 얼굴이었지만 은찬은 속으로 기세가 등등했다.“무슨 일이야?"권재민은 몸을 웅크리고 앉아 은찬의 머리를 툭툭 치며 참을성 있게 물었다.두 사람이 서로 교감하는 모습을 보고, 강윤아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뜻밖에도 그 모습이 너무나 잘 어울
모든 것을 해결하고, 강윤아는 아직도 은찬과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권재민을 바라보며 말했다.“오늘 정말 고마웠어요.”“아닙니다.”권재민은 강윤아를 대하는 태도는 은찬을 대하는 태도보다 훨씬 냉담했지만 그래도 예의는 유지했다.강윤아는 그런 그의 냉담함을 일찍이 예상했다.“이렇게 큰 도움을 주셨으니 제가 밥 한 끼 사드릴까요?”“죄송합니다.”권재민은 은찬의 손을 풀고 고개를 돌려 강윤아를 바라보았다.“제가 낯선 사람과 밥을 같이 먹는 편이 아니라서요.”강윤아는 비록 자신이 권재민 같은 사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권재민이 직접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난감함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하긴, 권씨 그룹 대표가 못 먹어본 음식은 없겠지. 감히 권재민 앞에서 밥을 사겠다고 하다니••••••, 어리석어도 이렇게 어리석을 수가 없었다.할 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권재민에게 굳이 밥을 사줄 필요는 없었다. 그는 딱 봐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은찬은 도대체 무슨 요령으로 권재민과 이렇게 친해진 걸까? 혹시 은찬에게 무슨 다른 매력이 있는 건 아닐까? 권재민은 말을 마친 후, 강윤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바로 돌아서서 차에 올랐다. 그가 차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던 강윤아는 은찬을 데리고 유치원을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한 눈을 파는 사이, 은찬은 곧장 권재민의 차에 따라 올라탔다.“은찬.”강윤아는 당황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권재민은 은찬을 귀여워하고, 그를 어느정도 봐주긴 했지만, 그가 이렇게 함부로 권재민의 차에 올라타는 것은 가만히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만약 은찬의 무례한 행동으로 인해 권재민의 화를 돋군다면 정말 큰일이었다.은찬은 마치 강윤아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한 듯 해맑게 웃고 있었다. 은찬은 다급히 차 문을 닫았다.그녀는 제자리에서 잠시 멍하니 있다가 급히 걸어가 은찬을 불러내려했다. 하지만 그녀가 막 몇 걸음 발을 내디뎠을 때
결국 강윤아는 은찬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그가 권재민과 함께 떠나도록 내버려두었다. 저녁, 강윤아는 아무리 기다려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은찬 때문에 내내 불안해했다.그녀가 소파에 한참 앉아 있는데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강윤아는 벌떡 일어나 문을 향해 뛰어갔다. 문을 열어보니 은찬은 그녀를 향해 환히 웃고 있었다. 은찬의 뒤에 권재민이 서 있었다.“엄마, 제가 꼭 제시간에 맞춰 집에 가겠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 걱정하는 거예요?”은찬이 중얼거렸다.“무사히 돌아왔으면 됐어.”강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냉담한 표정으로 권재민을 바라보았다.“은찬이를 안전하게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아닙니다.”권재민의 목소리도 한없이 냉랭했다.강윤아에 의해 억지로 집 안으로 끌려들어온 은찬은 번쩍 정신을 차리고 권재민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조심히 가세요.”그러자 권재민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강윤아는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이 남자••••••, 웃는 것도 참 예쁘네.’“안녕.”권재민은 은찬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그렇게 권재민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강윤아는 은찬을 끌고 소파에 앉히며 물었다.“너 무슨 사고라도 일으킨 건 아니지?”그러자 은찬은 시치미를 뚝 뗐다.“엄마, 저를 뭘로 보는 거예요? 제가 사고나 치고 다니는 아이로 보이세요?”“아니, 그건 아니지.”한편, 권재민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이 동네를 훑어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저었다.윤 실장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긴장한 듯 물었다.“도련님, 왜 그러세요?”“이 동네 환경이 그닥 좋지 않아.”권재민이 말했다.윤 실장은 그의 말에 어리둥절했다. 그는 순간,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 그럼 저희는 이만 떠날까요?”“집 한 채를 장만해.”권재민이 말했다.“네? 집을요? 집을 사서 뭐하시려고요?”“은찬에게 주려고.”권재민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권재민의 행동에 윤 실장은 깜짝 놀랐
박미란과 강수아는 이렇게 아무런 수확도 없이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보기만 해도 만만찮은 두 남자 때문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강윤아의 집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도 박미란은 여전히 조금 전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수아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강윤아한테 어디서 갑자기 기댈 구석이 생긴거지?”강수아의 얼굴빛은 심하게 굳어졌다. 그녀도 마침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그녀의 시선이 방금 아래층에서 주차된 고급 외제차에 떨어졌다.이번에 귀국할 때 권재민이 운전하던 바로 그 차였다.‘뭐야? 그럼 설마 강윤아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는 소리야? 정말 권재민이랑 만나고 있는 거야?’이런 가능성을 생각하자 강수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버럭 소리를 질렀다.‘안 돼, 안 돼. 강윤아가 어떻게 감히 권재민이랑 만난다는 거야? 권재민이 그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어.’강수아의 표정을 본 박미란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강수아가 그저 조금 전 강윤아에게 한바탕 당해서 화가 난 줄로만 알고 황급히 위로했다. “수아야, 화내지 마. 우리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보자. 난 이렇게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야. 절대.”“방법은 무슨 방법이요? 강윤아는 하마터면 재벌가에 시집갈지도 몰라요. 재벌집에 시집가니까 저희 가문의 재산이 마음에 안 드는 거라고요.”강수아는 홧김에 발을 동동 굴렀다.그녀의 말에 박미란 깜짝 놀라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재차 물었다.“그••••••, 그게 무슨 뜻이야?”“방금 봤는데, 권씨 그룹 대표 차가 아래에 주차되어 있었어요. 조금 전 그 경호원들도 분명 권씨 가문 경호원들일 거예요. 강윤아는 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귀국하자마자 이렇게 큰 월척을 낚아챈 거죠?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반드시 막아야 해요.”강수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벌써부터 음모의 새싹이 싹트기 시작했다.한편, 강윤아와 은찬은 집에 갑자기 나타난 경호원 두 명을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강윤아
저녁, 권재민의 사무실.사무실에서는 권재민이 진지한 표정으로 책상 위의 각양각색의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깊은 밤까지 마지막 서류를 다 읽은 권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모든 서류를 정리하여 책상 한구석에 놓았다.그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폭풍같은 하루 일과에 지쳐 그는 손을 들어 관자놀이를 문질렀다.“똑똑.”사무실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권재민이 말했다.“도련님, 도련님 아내인 척 연기를 할 만한 여자들을 물색했으니 도련님께서 한 번 봐주세요.”윤 실장은 두툼한 자료 뭉치를 권재민 앞에 내밀었다.그 많은 자료를 보고 권재민은 미간이 찌푸렸다.“이게 바로 윤 실장이 엄격하게 고르고 골라낸 후의 결과인가?”윤 실장은 그의 말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저는 대표님께서 어떤 구체적인 요구를 가지고 있는지 몰라서••••••, 그래서•••••• 하지만 걱정 마세요. 이 후보들은 모두 상류 가정의 자제분들이거나, 이미지가 좋은 연예인들이니 대표님을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 겁니다.”권재민은 그 서류들을 대충 훑어보며 모든 사람들의 자료를 그저 조금씩 읽어내려갔다. 그는 마음속에서 이미 그 여자들을 대략적으로 파악했다.그렇게 많은 자료를 다 훑어본 후, 권재민은 그가 생각하는 요구에 부합되는 사람을 한 명도 찾지 못했다.“도련님, 왜 그러십니까?”윤 실장은 권재민의 기색을 살피며 약간 긴장한 듯 물었다.권재민은 고개를 저었다. 그의 태도는 이미 너무 뚜렷하게 드러났다.스미스의 딸은 이미 네 살이 되었기 때문에 권재민은 자신도 비슷한 연령의 아이를 찾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아내의 경우 첫째, 자신과 나이 차이가 너무 커서는 안 되며 둘째, 권씨 가문의 며느리로서 당연히 외국의 예의범절에 매우 익숙해야 했다.그런데 윤 실장이 찾아낸 명문가의 자제들은 어릴때부터 응석받이로 자란 탓에 좀처럼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여자 연예인들은 비록 그가 연예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어쨌든 많은 연예인들이 좋은 이미지에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