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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더러운 일

Author: 뚜리
강윤아는 은찬의 손을 잡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나이가 어려 모든 것이 신기했던 은찬은 곧 병원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엄마, 외할머니를 보러 오셨다면서요? 외할머니는 어느 병실에 계세요?"

은찬은 호기심에 눈을 껌벅이며 강윤아의 팔을 흔들며 물었다.

강윤아는 피식 웃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외할머니를 만나는 것을 그렇게 기대하고 있어?”

“그럼요.”

은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여태껏 엄마 말고는 다른 가족을 만난 적이 없는 걸요.”

은찬의 말에 강윤아는 마음이 짠해졌다.

과연 이번에 돌아온 그녀를 보고 엄마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강윤아는 안절부절못하며 병실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가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5년 전, 그녀가 이곳을 떠날 때만 해도 그녀의 어머니 온화하고 점잖은 모습이었는데, 왜 지금은••••••, 이런 꼴이 된 거지?

강윤아의 손이 바들바들 가늘게 떨려왔다. 그녀는 마치 믿을 수 없다는 듯 병상 쪽으로 걸어갔다.

병상 위에 누운 여자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있었는데, 그 시절의 귀부인 기질은 전혀 찾아볼 수 없이 앙상한 모습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깊숙이 움푹 패여 있었고, 광대뼈만 툭 튀어나온 것이 마치 해골을 보는 것 같았다.

자기 어머니가 이렇게 못쓰게 변한 것을 보고, 강윤아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눈물을 흘릴 뻔했다.

“엄마, 외할머니 병••••••, 심각한 거예요?”

은찬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강윤아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때,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의사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의사는 처음보는 낯선 얼굴에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저는 이 환자의 딸입니다. 우리 엄마••••••, 그녀의 상태는 지금 어떻습니까?"

강윤아가 다급하게 물었다.

의사는 병상에 있는 서만옥을 한 번 쳐다보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전에는 꽤 심각했지만 지금은 안정을 취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혼수상태에 빠져 있지만 곧 깨어날 것 같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렇군요.”

강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의사는 여전히 얼굴을 찡그리며 다시 고개를 돌려 서만옥을 바라보았다.

강윤아는 그제야 이상함을 알아차리고 천천히 물었다.

“의사 선생님••••••, 왜 그러세요? 혹시 저희 어머니에게 무슨 일 있는 건가요?”

의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이분을 처음 병원으로 모셔온 사람도 이분 가족이었을 겁니다. 막 병원에 왔을 때, 상태가 아주 심각해서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 수입한 약품을 사용해야만 했는데 그 약품 비용이 무려 600만 원에서 800만 원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 가족 분께서 죽어도 그 돈은 못 낸다고 하셔서••••••.”

말하면서 의사는 또 다시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봐도 돈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는데••••••, 그때 왜 그랬는지 참.”

그의 말에 강윤아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마음속으로 이미 그 불륜녀의 짓일거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진작에 그 여자가 좋은 마음을 품고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 여자는 아마 여러 해 동안 암암리에 서만옥에게 몹쓸 짓을 했을 것이다. 아니면 서만옥이 어떻게 지금 이런 처참한 모습이겠는가?

강윤아는 분노로 온몸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병상에 누워 있는 어머니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동안 화가 나고 가슴이 저릿저릿 아파왔다.

“하지만 그때 이분께 그 약이 너무 절실하게 필요해서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 약을 써버렸어요. 하지만 그 후에도 돈을 내려고 하지 않아 수술 비용과 그동안의 입원비를 합치면 지금까지 2천만 원 정도 빚진 것 같습니다. 혹시 시간 되시면 빨리 밀린 돈을 지불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도 이분을 치료하기가 조금 곤란합니다."

의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강윤아는 자기 어머니의 목숨을 구해준 의사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허리를 숙였다.

“네. 지금 바로 계산할게요.”

강윤아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자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엄마, 왜 그러세요? 안색이 많이 안 좋아보여요.”

병원에 온 이후부터 강윤아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옆에 있던 은찬이 걱정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강윤아는 간신히 입술을 오므리고 몸을 숙여 은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녀가 막 몸을 곧게 펴고 일어날 때, 밖에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천천히 멈추는 것을 발견했다.

보아하니••••••, 좀 낯이 익었다.

바로 그녀의 아버지인 강범석의 차였다.

강윤아는 생각지도 못한 그의 등장에 냉담한 얼굴로 밖으로 나갔다.

강범석은 서만옥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강윤아가 귀국한 후 제일 먼저 병원에 갔다는 소식을 듣고 여기로 찾아온 것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병원 입구에서 마주쳤다.

“윤아야, 돌아왔구나."

강범석은 마치 자상한 아버지인 척 연기하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 그의 태도에 강윤아는 정말로 역겨웠다.

그녀는 냉담한 얼굴로 강범석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서 말했다.

“저기 안에 누워 있던 그 여자가 당신에게 어떻게 했는지 잊은 거예요? 거의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도 어떻게 구하지 않을 수가 있어요? 정말 파렴치해요. 아니, 어쩌면 진작부터 우리 엄마를 못마땅하게 여겼는지도 모르겠군요. 우리 엄마만 없으면 당신의 그 불륜녀랑 아무 거리낌 없이 행복하게 함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녀의 말에 강범석의 얼굴이 한껏 어두워졌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강윤아를 노려보았다.

“강윤아. 난 아직 네 아버지야. 말 똑바로 해.”

“아버지요?”

강윤아는 비웃었다. 그녀는 경멸이 가득한 눈빛으로 강범석을 노려보았다.

“그때, 아버지는 이미 저를 강씨 가문에서 쫓아내셨어요. 그런데 무슨 아버지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거죠?”

그녀의 말에 강범석은 손을 높이 쳐들고 강윤아의 뺨을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재빨리 그의 손을 피했다.

지금도 그녀를 때리려고 한다니••••••, 지금의 강윤아는 예전의 순진했던 강윤아가 아니었다.

도발적인 강윤아의 태도에 강범석은 표정이 더욱 험악하게 변했다.

“강윤아, 너••••••, 이제 다 컸다는 거야?”

“글쎄요. 그 당시 아버지는 인정사정 없이 저를 어릴때부터 자랐던 곳에서 쫓아내셨습니다. 그 덕분에 온갖 풍파를 모두 겪었고요. 그런 제가 어떻게 예전의 강윤아와 똑같을 수 있겠습니까?”

강윤아는 도발적으로 비웃었다.

“••••••.”

강범석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는 그런 강윤이가 조금도 안쓰럽지 않은 것 같았다.

“네가 애초에 그런 더러운 일을 저질렀는데, 우리 강씨 가문이 어떻게 너를 용납할 수 있단 말이냐?”

‘더러운 일••••••.’

“자, 이번에 내가 너를 찾아온 것도 다 볼일이 있어서야. 어쨌든 너도 명의 상으로는 내 딸이니까 이번에 네가 이렇게 돌아왔으니 나도 너에게 물건을 좀 남겨줘야겠어.”

강범석이 말했다.

그의 말에 강윤아는 시큰둥했다.

과연 무엇이 그녀에게 차려진단 말인가? 아마 강수아 모녀가 원하지 않는 물건일 거겠지.

“제가 아버지한테 유일하게 원하는 건 바로 아버지가 여기에서 당장 꺼지는 거예요. 저는 아버지의 그 어떤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강윤아. 선 넘지 마.”

강범석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강윤아를 빤히 노려보며 말했다.

그때, 갑자기 승용차 뒷좌석 문이 열렸다. 인기척에 고개를 돌려보니 강범석의 불륜녀인 박미란과 그녀의 딸인 강수아가 차에서 내리는 것이 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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