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산! 고전 무술 왕족인 강씨 가문!이 무렵 강씨 가문에서는 장례식과 결혼식을 함께 치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영혼결혼식이였다.약혼식에서 구씨 가문의 귀공자인 구경명이 이도현에게 죽임을 당했었다.하지만 강씨 가문 수장의 딸인 강유연은 사랑에 눈이 멀어서 구경명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아버지인 강유란을 찾아가서 기꺼이 과부가 되겠으니 구경명과의 영혼결혼식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물론 강유란은 이러한 미친 행동을 승낙할 생각이 없었지만, 강유연이 결혼을 못 하게 하면 자기도 같이 따라서 죽겠다면서 완강하게 나오자, 결국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강유연은 영혼결혼식을 위해 직접 구씨 가문을 찾아가서 구경명의 시신을 찾아오기도 했다.만약 구씨 가문의 수장인 구검도가 죽지만 않았더라면 영혼결혼식을 하겠다는 강유연의 제안을 승낙하지 않았을뿐더러 승낙한다고 해도 무조건 구 씨 집안에서 하도록 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구검도와 구경명이 모두 이도현의 손에 죽은 상황에서 구검도의 라인은 이미 기세가 많이 기울어진 상황이었고 아무도 그쪽 사람들의 생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게다가 구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이도현을 가문에 끌어들일 생각이었기에 구검도의 라인을 더욱 밀쳐낼 수밖에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강씨 가문에서 뜨거운 감자 같은 구경명의 시신을 가져가겠다고 하니, 너나 할 것 없이 승낙한 것이었다.구씨 가문의 사람들은 성의를 표하기 위해 사람을 보내 직접 시신을 강 씨네 집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고 혹여나 강씨 가문에서 번복할세라 시신을 문 앞에 버리고 줄행랑쳤다.그 후 구씨 가문은 대대적인 서열 정비를 위해 한 달 동안 산장을 폐쇄할 거라고 선언했다.마치 강유연과 구경명의 영혼결혼식은 구씨 가문과는 관련이 없는 것처럼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 강씨 가문은 강유연의 결혼식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전통적인 결혼식과는 달리 결혼식장 곳곳에는 온통 흰색 천이 걸려 있었고 북을 치고 장을 치는 것이 매우 괴이해 보이기까지 했다.게
“조용히 해요, 듣겠어요! 전 죽고 싶지 않으니, 우리까지 연루시키지 말아요. 세상에 남자는 많죠, 당신도 나도 다 남자잖아요, 근데 문제는 아가씨가 우리에게 전혀 관심이 없잖아요.”“아가씨같이 예쁜 여자가 죽은 남자와 영혼결혼식을 한다니 정말 아쉽네요,”“언제 시작이죠? 으스스한 분위기 좀 봐봐요, 너무 오싹해서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영혼결혼식에 참석한 몇몇 겁이 많은 남자들은 오싹한 분위기에 벌벌 떨었다.“조금만 기다려봐요, 강씨 가문의 수장님께서 혈귀천마조직과 합세해서 이도현의 머리를 제물로 바치겠다고 했다네요!”“맞아요, 수장님께서 혈귀한테 강씨 가문의 약물인 취신선을 줬고 그쪽에도 그 약물을 이용해 이도현의 머리를 가져오겠다고 약속했다네요.”옆에서 뭇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던 한 남자가 상황을 설명했다.“수장님께서 아가씨한테 이도현의 머리를 제물로 바치겠다고 약속했는데 아직 도착하지 못해서 결혼식을 시작도 못하고 있는 거예요.”“말도 안 돼요! 혈귀가 이도현을 죽일 수 있다고요? 그럴 리가 없는데...”“왜 말이 안 돼요! 다들 취신선이 어떤 약물인지 알잖아요, 그걸 내어줬는데 당연히 성공하겠죠.”“맞아요! 취신선이라면 그럴 만도 해요, 우리 강씨 가문의 취신선이 신선도 홀릴 수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인데 이도현을 홀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겠죠.”“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도현이 아무리 대단한 존재라고 해도 취신선의 매력에 빠지면 도살당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죠.”하지만 아직도 몇몇 사람들은 아직 의문을 품었다.“아니, 취신선이 그렇게 효과가 있다면 이도현이 애초에 우리 강씨 가문에서 소란을 피웠을 때 왜 쓰지 않았을까요? 그때 이도현을 한 방에 처리했다면 가문의 그렇게 많은 고수들이 죽는 일은 없었겠죠.”“누가 그 귀한 취신선을 매일 갖고 다녀요! 그날은 아무도 이도현이 나타나서 날뛸 줄 몰랐고 게다가 그때 우리가 모두 이도현의 실력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에 그날의 치욕이 있었던 거잖아요.”“하지만 이번에는 수장님과 혈귀
강유란은 강유연을 엄청나게 아꼈고 그녀의 말은 무조건 들어줬다.그는 구씨 가문과의 정략결혼을 위해 어릴 때부터 강유연에게 구경명과 언제나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 주었다. 그러므로 강유연과 구경명을 죽마고우에서부터 서로 없으면 못 사는 연인 사이까지 발전한 건 강유란과도 큰 관련이 있었다.만약 그가 나서서 이 모든 것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아마 강유연이 구경명에게 빠지지도 않았을 거고 지금처럼 과부를 자처하면서 죽은 사람과 영혼결혼식을 하겠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강유란은 자기가 강유연의 인생을 망쳐놓고 그녀를 해친 것 같아 너무 후회됐다.아니! 그는 이도현의 등장으로 모든 일이 꼬여버렸다고 생각했다.이도현이 구경명을 죽이지 않았더라면 강유연과 구경명은 아름다운 한 쌍으로 결혼해서 아이도 낳고 알콩달콩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강유란은 이도현에 대한 증오의 마음이 더욱 커졌고 무조건 그를 죽여서 딸에게 그의 머리를 선물해 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강유란은 자기가 그렇게 해야만 강유연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행복을 다시 찾을 거로 믿었다.그는 생각을 마치고 강유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회자에게 말했다.“그럼 시작하지.”사회자는 지시에 따라 결혼식 사회를 보기 시작했다.“여러분, 길시가 다 되었으니 모두 자리에 앉아주시고 이제부터 결혼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사회자의 결혼식을 알리는 멘트와 함께 홀에서는 으스스한 분위기와는 상반된 흥겨운 꽹과리와 북소리가 시작되었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이 묘한 분위기에 두피가 저릿해 났고 등에서 서늘한 느낌이 들었다.경쾌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강유연과 구경명의 결혼식이 정식이 정식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알렸다.강유연은 관 속에 있어 일어날 수 없는 구경명을 대신해 그의 위패를 안고 결혼식을 진행했다.“하늘이 주신 좋은 인연에 감사드리며 첫 절을 하늘에 올리겠습니다.”강유연은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구경명의 위패를 안고 하늘을 향해 절을 했다.“부모
“이도현!”강유란은 이를 악물고 이도현의 이름을 또박또박 불렀지만, 그의 내심에는 충격과 수많은 의문으로 가득 찼다.그의 충격이 얼마나 컸던지, 다른 사람들도 그의 표정에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혈귀에게 가문의 귀한 약물인 최신선까지 줬는데 이도현을 죽이지 못했다는 게 가능해? 최신선으로도 이도현을 꺾을 수 없다니...’하지만 강유란은 깨진 관 속에 구경명의 절반만 남은 시체를 안고 울부짖는 강유연을 보면서 더 이상 복잡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고, 그의 얼굴은 더욱 굳어지면서 순식간에 이도현에 대한 원한으로 들끓었다.“죽여! 당장 저놈을 죽여!”강유란의 명령에 기다리고 있던 엄청나게 많은 무사 부대가 이도현을 향해 미친 듯이 돌진했다.“죽어! 이 짐승아, 죽어!”“죽어!”무사들 중에는 중급 강자, 왕급계 강자와 황급계 강자 등 여러 등급의 실력을 갖춘 강자들이 있었지만, 이도현을 죽이기에는 역부적이였다.이도현이 여유롭게 음양부채를 펼치자, 음양의 힘이 홀 전체를 뒤덮었고 엄청난 힘에 의해 무사들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하나둘 검은 시체로 변했다.이를 지켜보던 강유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남은 무사들에게 소리쳤다.“당장 저놈의 목을 베어라!”그의 명령과 함께 또 한 무리의 고수들이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죽어!”고수들은 이도현에게 돌진하면서 미리 손에 쥐어있던 독약들을 그에게 퍼부었다.의술은 사람을 죽일 수도, 구할 수도 있다.강씨 가문은 수백, 수천 년 동안 의술을 계승하는 뼈대 있는 집안이었다.그들 가문이 수많은 강적을 헤쳐가면서 오랜 시간 명맥을 이을 수 있었던 건 뛰어난 의술과 무술 실력뿐만 아니라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독약 때문이기도 했다.예를 들어, 강씨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최신선은 제국급 강자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는 강한 약물이었다.그렇게 독약은 강씨 가문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하지만 그 독약이 이도현의 몸에 수없이 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등도 나타나지 않았다.여
이도현이 손에 들고 있던 음양부채를 다시 한번 흔들자, 여러 갈래의 음양 힘들이 강씨 가문의 고수들을 하나둘씩 공격했고 그들도 이도현을 공격하기 전에 검은 시체로 변했다.음양부채는 며칠 동안 복원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불러왔다.이전 음양부채에서 너무나 뜨거운 불길이 나오면서 가는 곳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두 검게 변하게 했다면 음면을 복원하면서 음양동체의 효과를 내게 되었고 이제는 얼음과 불이 뒤엉킨 듯한 더욱 으스스한 느낌을 받게 하는 힘이 생겼다.강유란은 가문의 고수들이 맥없이 이도현에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그는 분노한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이도현! 네가 간이 부었구나, 이 늙은이의 손에 죽임을 당해야 정신 차리지.”이에 강유란은 직접 몸을 날려 이도현을 향해 공격했다.그의 두 손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보라색 빛이 춤을 추고 있었고 강대한 힘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이제야 늙은이가 직접 나서는군!”이도현도 강유란의 공격에 발맞춰서 들고 있던 음양부채를 휙휙 휘두르면서 계속해서 달려드는 고수들을 가볍게 물리치고는 강유란을 향해 연신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쾅!”허공에서 이도현의 발과 강유란의 두 손이 부딪히며 순간적으로 굉음을 내면서 강한 힘을 뿜어냈다.강유란은 이도현의 힘에 밀려 자신도 모르게 홀 대문까지 날아가 부딪혔고 그 충격으로 오래된 대문이 산산조각 났다.그는 몸에서 느껴지는 심한 통증을 간신히 참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도현을 향해 다시 한번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이도현, 오늘 정말로 우리 강씨 가문과 끝장을 볼 생각인 건가? 당신의 내공을 봐서라도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네! 지금 순순히 곤륜옥의 열쇠를 내놓고 자리를 뜬다면 가문의 수장으로서 과거 우리 사이에 있었던 모든 일을 없었던 걸로 하고 더 이상 집안 그 누구도 당신을 건드리지 않도록 하겠네!”이도현은 승리한 것처럼 말하는 강유란의 말투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강유란이 약물을 삼키는 순간 그의 몸에서 강한 힘이 뿜어져 나왔다.공포의 힘에 직격탄을 맞은 주변 책걸상들은 산산이 부서졌고, 멀지 않은 곳에서 그 광경은 지켜보던 강씨 가문의 자제들은 창백한 얼굴로 연신 뒷걸음쳤다.강유란은 두 손을 모아 그 강력한 힘을 모은 뒤 이도현을 향해 밀어붙였다.“쾅!”강력한 장력이 천지를 뒤덮으면서 이도현을 향해 휘몰아쳤고, 이도현도 질세라 음양부채를 휘저으며 강유란의 공격을 받아쳤다.“쿵!”광음과 함께 강씨 가문의 홀은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순식간에 사분오열되면서 집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모든 사람은 그 충격으로 하나같이 땅에 쓰러졌고 여기저기 고통에 울부짖는 소리로 정신이 없었다.하지만 강유란과 이도현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몸을 날려 공중에서 또 공격을 이어 나갔다.강유란은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잠재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강씨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특별한 담약을 복용했다.물론 그 담약에는 엄청난 부작용도 존재했다. 복용하고 나서 반년 안 체내에 모든 힘이 빠지면서 보통 사람으로 변했고 온몸이 극도로 쇠약해지면서 한순간이라도 수양을 소홀히 하면 작은 병으로 숨질 수도 있었다.그러나 강유란은 지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도현을 죽이지 않는다면 가문 전체가 망한다는 것을 알기에 담약의 부작용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을 죽이고 강씨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강유란에게는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담약을 먹고 강력한 힘을 얻어 이도현을 죽이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가치 있는 일이었다.“짐승아! 죽어!”강유란과 이도현은 서로 강력한 주먹으로 맞서 싸웠고 두 사람의 주먹이 공중에서 부딪히는 순간 굉음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이도현은 강유란이 담약을 복용한 후 강력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 힘은 전투에서 만나본 상대 중 가장 강력한 힘이었고, 숙련된 내공만이 그 힘을 다룰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강유란의 진정한 내공과 힘을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눈 깜짝할 사이에 두 사람은 천지를 뒤흔드는 힘을 발휘하면서 몇십 번의 공격을 주고받았다.강렬한 충격으로 강 씨 집 주변은 폭탄을 맞은 듯 아수라장이 되었다.강유란은 시간이 흐르면서 담약의 약효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머릿속에는 온갖 걱정들이 밀물처럼 밀려와 자꾸만 정신이 산만해졌다.이 정도 레벨의 싸움에서 조금이라도 한눈을 팔면 엄청나게 나쁜 결과가 생기기 마련이었다.이도현은 강유란이 집중 못 하는 틈을 타서 그의 어깨를 공격했고 그 충격으로 강유란의 한쪽 팔 전체가 일그러졌다. “윽...”강유란은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에 참지 못하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이도현은 빈틈을 놓치지 않고 옆차기로 강유란의 가슴을 단숨에 걷어찼다.“쾅!”둔탁한 소리와 함께 강유란의 가슴뼈가 부러지면서 중심을 잃고 거꾸로 날아갔다.강유란은 수십 미터를 날아가서야 땅에 내동댕이쳐졌고 한참 동안 온몸을 벌벌 떨면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수장님...”강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고 놀라서 어리둥절했고 몇몇은 미친 듯이 강유란에게로 달려가서 그를 구하려고 했다.그러나 이도현은 손에 음양부채를 들고 맹렬하게 흔들면서 강유란을 구하러 가는 사람들에게 공격했고 그 강력한 힘의 공격에 강씨 가문의 몇몇 자제들은 한 순간 시커먼 시체로 변해버렸다.“누가 또 감히 이 싸움에 끼어든다면 그 끝은 저 사람들과 똑같을 것이야! 죽음이 두렵지 않다면 어디 한번 해봐!”이도현의 싸늘한 목소리가 사신처럼 울려 퍼지자, 남은 사람들은 눈으로만 분노할 뿐 감히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이도현은 시큰둥한 눈초리로 그들을 훑어보다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강유란 앞까지 와서 그를 계속 걷어차면서 말했다.“날 죽인다면서? 이 정도 실력으로 날 죽일 수 있을 거로 생각해? 담약으로 잠재력을 끌어올려서 신체기능을 높여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너는 내 앞에서는 그저 쓸모없는 인간일 뿐이야!”이도현은 잠깐 숨을 고르더니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하하하! 나 하나 죽이겠다고 혈귀와도 손을
강유란은 그제야 이도현의 심기를 건드린 것을 후회했고 그가 아량을 베풀 때 복수에 눈이 멀어 혈귀와 손을 잡고 또 한 번 건드려서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도 후회했다.강유란은 이도현이 또 걷어차려고 드는 다리를 필사적으로 잡으면서 구걸했다.“내가 다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발 날 죽이지 말고 살려줘! 날 포함해서 우리 강씨 가문에서 다시는 당신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없게 할 테니까 제발 그만 놔줘, 부탁이야...”강유란은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모든 체면을 내려놓고 비겁하게 용서를 빌었다.그러나 이도현은 강유한의 거듭되는 구걸에도 일말의 동정심을 느끼지 못했다.그는 오히려 이러한 가문의 수장은 동정할 가치가 없고 그들을 놓아주는 거야말로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과 같은 노릇이라고 생각했다.게다가 강씨 가문이 전에 남궁 일가를 학살할 때, 그쪽 가문의 수장이 아무리 선처를 구해도 자비를 베풀기는커녕 남녀노소 나이 불문하고 모조리 죽였었다.그렇기에 이도현은 이런 짐승과도 다를 바 없는 사람을 상대할 때는 악을 악으로 처단해야 한다고 믿었다.“헉!”강유란은 있는 힘껏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던 중 이도현은 발로 그의 머리를 꾹 짓밟았다.그 충격으로 강유란은 잠시 온 세상이 빙빙 도는 느낌을 받다가 결국 이도현의 발힘에 의해 머리가 두 동강 났다.머리가 깨지는 둔탁한 소리에 장내는 쥐 죽은 듯 더 고요해졌다.강씨 가문의 자제들은 바닥에 머리가 두 동강이 난 수장을 보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들에게는 이제 더 이상 그 어떠한 희망도 남아있지 않았고 두려움이 서린 눈빛으로 이도현의 처벌을 기다릴 뿐이었다.하지만 이도현은 남은 사람들은 한번 훑어볼 뿐 더 이상의 살인은 하지 않았다.그는 자기가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을 죽인다면 남궁 가문을 학살하던 강씨 가문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이도현이 대학살을 벌인다면 그의 사부가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거였다.“오늘 내가 너희들을 죽이지 않을 테니, 너희가 죽음이 두렵지 않을 정도로 복수를 원한
“저의 현재 내공이 성역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고무계에서는 강자에 속해요. 임의의 종파에 들어가도 맘대로 누빌 수 있는 존재이니 매일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풍부한 수련 자원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비록 고무계의 영기가 성역보다 못하지만, 신선 대접을 받을 수 있다면 굳이 여기서 거지같이 살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한 중년인이 말했다.“맞는 말이에요. 저도 이렇게 생각하던 참이었어요. 나중에 저희같이 나가요...”“하하하. 그래요. 같이 나가요... 저희 이제 이런 얘기 그만하고 술이나 마시러 가요.”이 사람들은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이 사건이 자신들과 전혀 상관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이 여기서 아무리 분석하고 논의해봤자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이는 애당초 그들이 애간장을 타면서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하여 그들은 잡담을 그만두고 떠났다.이도현도 정보를 충분히 얻었으니 넷째 황자의 저택을 향해 갔다.이도현은 상대가 누구든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넷째 황자든, 장 도련님이든, 그의 여섯째 선배를 괴롭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한편, 넷째 황자의 저택은 그가 초대한 젊은 영재들로 가득 찼다. 그들은 각 세력의 뛰어난 제자들 또는 다른 제국의 황족들이었다.즉 넷째 선배에게 초대된 사람은 평범한 젊은이가 아니라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진 천재들이었다.그리고 넷째 황자로부터 조금 떨어진 자리에 신선처럼 아름다운 여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그녀의 존재로 인해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여자가 모두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였다.그녀는 바로 이도현의 여섯째 선배인 양주희였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내공이 제한되어 있어 평범한 여자나 다름없었다.그녀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아름다운 곡선미와 뛰어난 몸매가 드레스에 의해 더욱 돋보였고, 곧은 다리와 풍만한 가슴이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마치 하늘이 조각한 예술 작품 같아 다른 여자를 무색하게 만들었다.특히 그녀의 차가운 표정은 사람을 가까이하지 못하게
거리에 많은 사람이 이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도현은 잠시 들었을 뿐인데 많은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우선 그의 여섯째 선배 양주희는 현재 대진제국의 황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넷째 황자의 왕부에 있다.또한, 넷째 황자는 여섯째 선배에게 반해 그녀를 보호하고 싶어 한다. 반면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 즉 이도현에게 살해당한 장선이라는 사람의 형은 동생을 위해 복수하려 한다.그리고 여섯째 선배를 보호하고 싶지만, 장 도련님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 같으니까 넷째 황자는 성역의 유명한 젊은 영재를 초대해 함께 장 도련님을 설득하려 한다.이도현은 그제야 자신이 줄곧 잘못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장선은 현천문이 아니라 천현문의 사람이었다. 어디서부터 기억이 잘못된 건지 모르지만 이도현은 이를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그저 길거리 사람들의 대화에 집중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때 조금 전까지 이야기하던 몇 사람들이 또 입을 열었다.“맞아요. 그렇게 쉽게 얘기할 상황이 아니에요. 넷째 황자가 수많은 사람을 초대했다 하더라도, 죽은 사람은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이잖아요. 그분은 천현문의 차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천현문의 상징이기도 해요. 그런 사람이 살해당했는데 천현문에서 쉽게 넘어갈 리가 없잖아요. 천현문에게 있어서 이건 한 나라의 태자가 살해당한 거나 다름없는데... 그러니 누군가의 체면을 봐서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아요.”한 중년인이 말했다.“저도 그 말에 동의해요.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이 동생을 얼마나 아꼈는데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의 재능과 자질, 그리고 장남이라는 신분으로 천현문의 작은 문주 자리를 얻지 못하고 동생에게 주어졌을 리 없어요.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이 동생을 그만큼 사랑하니까 작은 문주의 자리도 선뜻 양보했던 거 아닐까요? 첫째 도련님은 뒤에서 동생을 묵묵히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거예요. 이런 애정은 정상적인 사랑을 넘어서 집착에 더 가깝죠. 그러니 다른 사람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동생을 죽인 원수를
문무백관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각자의 속마음을 알아차린 듯 눈빛을 교환했다.그들은 언젠가 적당한 기회를 찾아 이 무례한 황제를 혼내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황제는 신선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키려 했다....한편, 이도현은 이제 출발해도 될 것 같아 대진제국의 황성으로 향하기 시작했다.황성의 성문에 도착했을 때 병사들은 몇 마디 묻지 않고 바로 그를 들여보냈다.어찌 됐든 이곳은 대진제국의 황성이고 대진제국의 과반수 고수가 여기에 은거해 살고 있었다. 누군가가 대진제국의 황성에서 소란을 일으킨다면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더구나 대진제국은 누군가 황성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따라서 오가는 사람에게 꼬치꼬치 캐물을 필요가 없었다.이도현은 성문을 통과한 후 목적지인 황성을 향해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하지만 얼마 걷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런 대화가 들렸다.“다들 들었어요? 넷째 황자가 세속계의 여자 한 명을 잡아 왔대요. 이 여자가 고무계에서 천현문의 작은 문주이자 둘째 도련님을 죽였다고 해요. 지금 넷째 황자는 이 일로 그 여자를 심판할 거래요. 그리고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도 곧 오신다고 했어요. 다들 이 얘기 들었어요?”한 젊은 도련님이 말했다.“황성에서 벌써 소문이 쫙 퍼졌어요. 모르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예요. 게다가 황성의 수많은 아가씨가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을 한번 보려고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해요.”“그럼요.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은 근 백 년이래 수련 재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에요. 현재 백 살도 안 되는 나이에 내공이 이미 회도경지를 돌파했다고 해요. 이 나이가 무사들 사이에서 얼마나 젊은 편인데요.”“맞아요. 백 살에 회도경지를 돌파하는 것은 아주 대단한 일이에요. 무사의 백 살을 보통 사람들의 나이로 치면 마흔 살 정도밖에 안 되잖아요. 게다가 장 도련님이 얼마나 잘생겼는데요. 용모가 훤칠하고 풍채가 좋으니 수많은 여자가 반할 만도 하죠. 하지만 도련님은 단 한 번도 자신을
대진상제는 이 말을 듣고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태허산과 곤륜옥에 대한 이야기를 수없이 들었다.전설 속의 곤륜옥은 천하를 다스릴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도 곤륜옥을 손에 넣고 싶었다.특히 대진제국의 상제가 된 이후로 그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들을 겪은 후 그는 이런 생각을 포기했다.이제 곤륜옥의 비밀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심지어 비밀이 조금 밝혀지자 그의 마음속에서 잠자던 욕망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한 제국의 상제로서 천하통일의 야망을 갖는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그는 즉위한 날부터 마음속으로 다른 세 제국을 멸망시키고 대진제국이 성역을 통일하는 포부를 품고 있었다. 그는 성역의 땅에 오직 대진제국의 깃발만 있기를 바랐다.하지만 4대 제국은 창립 이래 서로 견제하며 발전했다. 각 제국의 실력이 늘 비슷했기에 누구도 다른 제국을 멸망시키지 못했다.하여 그는 자신의 포부와 야망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평생 실현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그런데 지금 또 갑자기 희망이 보이니 마음속 깊이 숨겨졌던 욕망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만약 그가 곤륜옥의 힘을 얻는다면 성역을 통일할 수 있고 대진제국을 성역의 유일한 제국으로 만들 수 있다.이런 생각이 들자 대진상제는 더 이상 마음속의 야망과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는 위엄 있게 물었다.“그 이도현이라는 자가 태허산의 제자라고?”“네, 폐하. 정말입니다. 이도현은 태허산의 제자일 뿐만 아니라 후계자이기도 합니다. 외계에서 들은바, 이도현의 내공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나다고 합니다. 다들 이도현이 어린 나이에 이토록 강대할 수 있는 것은 이미 곤륜옥의 비밀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이도현이 이미 곤륜옥의 비밀을 얻었단 말이냐?”대진상제는 얼굴색이 돌변하더니 급히 되물었다.“외계에서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하고 다닙니다. 그 얘기의 진실 여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합니다만 이도현은 이제 겨우 서른 초반인데 내공이 진짜 놀라울 정도로 강합니다.
“폐하, 우 호위무사의 말을 들어보니, 같은 사람이 맞는 것 같습니다.”한 대신이 나서서 말했다.“아주 건방진 녀석이구나. 아주 대놓고 찾아오다니. 좋아... 아주 잘 됐어. 이번 일을 넷째 황자에게 전적으로 맡기겠다. 알아서 해결하라고 해. 그리고 넷째 황자에게 전해. 대진제국의 체면을 구기지 말고, 성역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말라고.”대진상제가 냉랭하게 말했다.대진상제는 한 나라의 군주로서,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었다. 다만 이도현의 행위가 대진제국의 권위를 건드렸기에 그를 조금 눈여겨 봤을 뿐이다.“네, 폐하.”한 내시가 명령을 받고 즉시 전달하러 갔다.“또한, 결계의 일을 즉시 다른 세 제국과 3대 종파에도 알려라. 각 세력에서도 이 사실을 알면 분명 사람을 보낼 것이다. 허허허...”“네, 폐하.”“넷째 황자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 천현문의 사람과 연회를 준비해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을 죽인 여인을 심판할 거라고 들었다. 사실이냐?”“폐하, 넷째 황자님은 천현문의 첫째 도련님을 황자님의 왕부로 초대하셨습니다. 말로는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을 죽인 여인을 함께 심판하자고 했지만 실은 넷째 황자님이 그 여인에게 반해 협상으로 끝내려는 것 같습니다.”“조사 결과에 따르면,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을 죽인 사람은 그 여인이 아니라 이도현입니다. 당시 고무계의 비경에서 천현문의 작은 도련님과 그의 호위무사는 전설의 음양탑을 찾다가 두 여인을 붙잡고 몰래 그녀들의 기억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두 여인의 후배인 이도현에게 살해당한 겁니다.”사건의 자초지종을 잘 아는 대신이 자세한 상황을 설명했다.“폐하, 오 어르신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그 두 여인과 이도현은 모두 태허산의 제자들입니다.”“뭐라고? 모두 태허산의 제자들이라고?”대진상제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네, 폐하. 저희가 이미 확인해봤습니다. 저는 이번에 세속계에 있는 진씨 가문에 가는 김에 천 년 전의 진씨 조상을 멸망시켰던 조씨
“폐하, 큰일 났습니다... 누군가가 결계를 뚫고 들어왔습니다...”우기호는 말하던 중 또 피를 토하고 말았다.그는 대전까지 찾아오는 길에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악착같이 버텼다. 하지만 지금은 쓰러질 때도 되었다.하여 피를 토한 우기호는 대전 바닥에 그대로 쓰러졌다. 그는 곧 죽을 사람처럼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숨소리가 매우 허약했다.“형님... 저에게 거짓말한 거 아니죠... 저 왜 이리 자고 싶어요...”우기호는 의식이 점점 흐려졌고 눈 감기 전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빨리... 빨리 우 호위무사를 살려. 어서...”대진상제가 급히 명령했다.말이 끝나자 한 대신이 즉시 나서서 우기호의 상처를 살펴보기 시작했다.“폐하, 우 호위무사의 상태가 매우 심각합니다. 오장육부가 모두 손상되었고 과도한 출혈로 인해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대신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누가 우 호위무사를 이렇게 만든 거야? 빨리 치료부터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우 호위무사를 살려내.”대진상제가 명령했다.“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 호위무사가 심하게 다치긴 했지만, 아직 치료가 가능한 상태입니다. 상처가 처음에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을 거라 예상합니다. 아마도 결계에서 발생한 일을 폐하께 빨리 전하기 위해 달려오는 과정에 원기를 너무 많이 소모하여 상처가 악화하였고 생명까지 위협한 것 같습니다.”대신은 진원으로 우기호의 상처를 처치하며 대진상제에게 설명했다.“아이고. 우 호위무사는 늘 이런 성격이었어. 매번 중요한 일이 생기면 자기 목숨보다 나에게 가장 빠른 속도로 소식을 전하는 게 우선이었지. 그 덕분에 나는 위기를 여러 번이나 모면할 수 있었어. 사람이 조금 바보스럽고 멍청해 보일지라도 충성심만큼은 누구보다 강하다니까. 그러니 내 사랑하는 대신들, 무슨 일이 있어도 우 호위무사를 살려내야 해. 나는 이렇게 충성스러운 호위무사를 잃고 싶지 않아.”대진상제는 우기호의
“빨리 궁문을 열고 길을 비켜라. 나는 어전 호위무사 우기호다. 빨리 비켜라... 폐하께 급히 전달할 소식이 있다. 얼른...”궁문에 거의 도착했을 때 우기호가 또 큰소리로 외쳤다. 그리고는 또 피를 두 번 토했다.말을 마친 후 우기호는 다리에 힘이 풀려 하마터면 바닥에 엎드릴 뻔했다.다행히도 그는 굳센 의지로 쓰러지는 것을 방지했다. 여기서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았다면 바닥에 엎드려 머리가 깨졌을지도 모른다.“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돼.”우기호는 스스로 용기를 북돋았다.빠른 속도로 궁문 앞에 도착했을 때 근위군은 이미 그의 신분을 확인하고 문을 열었다.궁궐에서 어전 호위무사로 임명된 사람은 실질적인 권한이 없지만, 특수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그들은 보고하지 않고도 황제를 만나러 궁에 들어갈 수 있고, 무기를 지니고 대전에 들어갈 수도 있다. 이런 특수한 권한은 모두 황제가 그들을 신뢰한다는 표징이다.그렇기에 이런 사람들은 권력이 크지 않더라도 아무도 그들을 건드리지 않고 그들에게 밉보이지 않는다.우기호는 근위군과 인사 나눌 시간도 없이 계속 피를 토하며 대전을 향해 달려갔다.이 길에 그는 피를 몇 번 토했는지 모른다. 그는 처음으로 황궁이 너무 커서 욕이 나올 뻔했다.‘황궁은 왜 쓸데없이 큰 건데... 정말 사람 죽겠어...’우기호는 피를 수십 번 토한 끝에 드디어 대진제국의 가장 신성하고 권력 있는 장소에 도착했다.대진제국의 모든 중대한 결정은 이곳에서 내려졌다. 이곳에서 나오는 종이 한 장 또는 말 한마디마저 천하의 권력을 좌우지할 수 있었다.이곳이 바로 대진제국의 대진궁전이다. 대진상제는 매일 이곳에서 조회를 열어 문무백관과 천하의 대사를 논의하고 대진제국에서 권력이 가장 크고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대진제국의 미래를 결정한다.우기호는 눈앞의 높이 치솟은 대전을 보고 또 피를 토하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는 빠르게 위로 올라가며 큰소리로 외쳤다.“폐하... 큰일 났습니다. 폐하...
호위무사 우기호는 외치면서도 계속 피를 토했다. 그는 죽을까 봐 겁이 나서 최선을 다해 앞으로 달려갔다.다른 누구라도 이렇게 계속 피를 토한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빠르게 달려도 피를 토하고, 공법을 사용해도 피를 토하며, 말을 해도 피를 토하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 피를 토하다가 정말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호위무사는 두려움에 떨었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는 죽음을 면하려면 대진제국의 황제를 속이고 억울한 누명을 쓰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다. 그러려면 피를 토하는 고통쯤은 감수할 수 있었다.“우기호 호위무사?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결계를 지키고 있었던 거 아니에요? 왜 이 꼴이 되었어요? 누가 그런 거죠?”성문을 지키던 장군은 하염없이 피를 토하는 우기호를 보고 경악하며 물었다.“강적... 강적이 쳐들어왔어요. 어서... 어서 저를 들어가게 해주시오. 황제 폐하께 빨리 보고해야 해요... 서두르지 않으면... 시간이 없어요... 헉...”우기호는 말하다가 성문을 지키는 장군의 옷에 또 피를 토했다. 장군은 흠칫 놀라더니 더 이상 묻지 않고 즉시 성문을 열어주도록 명령했다.장군은 우기호의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제야 충격에서 깨어났다. 그는 얼굴에 튕긴 피를 닦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정말 대단한 놈이야. 피를 그렇게 많이 토했는데 아직 살아있다니... 정말 대단해. 이건 아무나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성문을 지키는 장군은 우기호의 강대한 실력에 깜짝 놀랐다. 그는 끊임없이 피를 토하고도 이렇게 멀쩡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벌써 과도한 출혈로 쓰러졌을 것이다.장군이 몰랐던 것은 사실 우기호도 몹시 두려웠지만, 그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그는 황제를 만나기 전까지 버티기 위해 피를 적게 토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래야만 살 수 있었다.우기호는 지금 속으로 이도현이 자신을 속인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으로 봤을 때, 그는 궁전에 도착하기도 전에 피를 너무
이도현의 묵직한 한방에 호위무사는 몸이 부서지고 배가 관통되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아... 그... 형님...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예요? 왜 저에게 주먹을... 저를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왜...”호위무사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배를 부여잡고 몸을 일으켜 세운 후 무릎을 꿇은 채 이도현을 노려보며 물었다.“난 너를 돕는 거야. 이봐, 지금 상처도 났으니 더 이상 문제없을 거야. 이제 가서 너희 황제에게 소식을 전해. 나도 곧 갈 뒤따라갈 거야. 그리고 보고할 때 진짜처럼 연기해. 그럼 내가 떠난 후 너희 황제가 너에게 관직을 올려줄지도 몰라. 어서 가봐...”이도현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 그래도... 미리 말씀해 주시면 제가 마음의 준비라도 하죠. 이렇게 갑자기 때리니까 너무 당황스럽네요. 그리고 이렇게 세게 때릴 필요는 없잖아요. 제가 궁전에 도착하기도 전에 길에서 죽으면 어떡해요.”호위무사는 이도현의 말을 듣고서야 겨우 상황을 이해했다.“죽을 정도로 때리지 않았으니까 안심하고 어서 가. 상처가 진실할수록 황제가 너의 말을 더 믿을 거 아니야. 그래야 너에게 더 유리하지.”“가는 길에 상처를 신경 쓰지 말고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 그러면 상처가 더 악화할 거야. 죽을 리 없으니까 절대 치료하지 말고.”동행한 짧은 시간 동안 이도현은 이 호위무사에게 약간의 호감을 느껴 조언까지 해주었다.“정말 죽지 않는 거 맞죠? 그럼 됐어요. 형님, 저는 이만 가볼게요. 형님은 좀 있다가 시간 맞춰서 떠나세요.”호위무사는 이제 이도현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그는 이도현이 자신을 속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도현은 그를 식은 죽 먹기로 죽일 수 있으니 속일 필요가 전혀 없었다.호위무사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다친 몸을 이끌고 황성 쪽으로 빠르게 달려갔다.이도현은 뒤에서 그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꽤 재미있는 녀석이라니까. 이 방법으로 운 좋게 너희 황제를 속일 수 있기를 바란다.”호위무사는 곧 이도현의 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