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아···. 뭐지 이 큰 것은..
공작 저 대문 앞에 서 있는 이 마차는 백룡 기사단의 무기고 만 했다.
게다가 포효하는 사자와 공작의 깃털을 달고 있는 클라우드 제국의 문양이 문에 이따금 크게 박혀있었고, 마차의 색은 정말 반짝반짝 눈이 부셔 아릴 정도의 밝은 황금색이었다.
나중에 들은 사실이지만 정말 순금 마차라고 한다.
황제 폐하께도 신년제나 추수제 같은 큰 행사때에 쓰인다는 하늘 마차가 아닌가?
그런데 이게 왜 우리 공작 저 앞에 있는 걸까?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콩 다섯 알이 들어갈 정도의 입을 벌리고 서 있었고, 헤레이스와 에드가는 무슨 일 있느냐는 듯 평온한 표정으로 마차 계단을 내려왔다.
"헤레이스 무슨 일이냐? 황제 폐하의 마차라니?"
아무도 나서지 못하고 있자 제일 먼저 용기를 낸 아빠가 헤레이스에게 물었다.
"공작님, 저희 공작가에 방 네 개짜리 마차가 없습니다....."
..... 순간 우리들은 멈칫하며 벌어졌던 입을 다물고 속으로 읊조리는 말들을 못 내뱉고 있었다.
헤레이스···. 알아···. 우리도 없고···. 너희도 없어···.
폐하 빼곤 다 없어···.
떨떠름한 마음이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언니와 난 당황스러운 마음을 붙잡고 헤레이스의 에스코트를 받아 마차에 입성했다.
훌쩍이는 소리에 내가 뒤돌아보니 아빠는 손수건으로 고인 눈물을 몰래 닦고 계셨고 엄마는 마법 싸인을 보내셨다.
'휙휙' '레일리 알지? 잊으면 안 된다'라며 입모양을 보냈다.
네···. 엄마 반 금지 마법을 알려줄 때 보다 하늘 마차가 더 놀라우니 걱정마세요 ···.
마차에 들어서니끝없는 고품격 대리석에 내 발이 놓여져 있었다.
샹들리에와 황실의 문양인 벽지로 이루어진 마차는 파티 홀을 끼고 있으며 무려 방은 네개나 있었다. 정말 땅에 붙어있지만 않을 뿐 최소 남작쯤 귀족의 집 수준 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하였다.
언니는 분명 이 고품격 마차에 관심이 없을 것이다 언니의 관심사는 무조건 오러,검술 이니깐 역시나 다를까? 아니었다.
마차 문앞에서는 언니의 청색 오러와 헤레이스의 적색 오러가 두 사람 손에서 회오리치고 있었고 서로 오러 싸움을 하러 마차에 탄 듯 팽팽한 긴장감 속에 누구 하나 한발 물러서는 사람이 없었다.
"뭐해... 언니?"
진심으로 물었다. 정말로.
두 사람의 표정도 전쟁 선포라도 하는 사람 처럼 진지했다.
"나 오러로 누구한테 진 적 없거든? 헤레이스, 나 알잖아 오.러.신.동"
오러에 싸여 태어난 아기인 언니는 절대 질수 없다는 듯 헤레이스에게 경고하였다.
"손을 먼저 놓아라, 아멘다"
양보할수 없다는듯 단호하게 대답하는 헤레이스 였다.
"허......"
나는 작게 탄식했다.
지풀거리는 눈썹을 다독여 주지 못한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에드가에게 "나 먼저 들어갈게 나중에 저 둘 기 싸움 끝나면 좀 전해줄래?"라고 말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역시 황제 폐하의 마차답게 방은 정말 고급스러운 가구들이 가득했다.
침대엔 보호 마법도 걸려 있어 마음 편히 잠들기만 하면 오늘 하루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비록 반 금지 마법에 황제 폐하의 마차에 오러 싸움을 본 하루지만 말이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 상자형 가방을 열었다. 가지런히 정리된 옷을 보자 아침부터 마법 같은 손길로 나를 치장을 해주는 로엘이 떠올랐다.
푸석한 은빛 머리카락은 다이아몬드가루를 뿌린 듯 반짝이며, 평소보다 세 번 더 쪼인 코르셋을 보면서 새벽부터 분주했던 로엘의 모습이 내 눈앞에 그러졌다.
눈에선 약속 없던 눈물로 시야가 흐려졌다. 날 꾸며주느라 고생 많은 로엘에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라며 귀찮은 듯 이야기한 게 마음에 무척 걸렸고, 그렇게 헤어진 로엘을 당분간 못 볼 생각에 마음 한쪽이 허전하고 쓸쓸했다.
사실 가족보다 더 대화를 더 많이 나누었고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로엘이 아닐까 싶다.
로엘의 손길이 묻은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이제야 쉰다. 생각을 했건만...
'쿠구궁- 쿵. 휘이익 쿵.쿵.쿵.'
물건이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큰 굉음과 함께 마차가 이리저리 흔들렸다.
창밖에는 밤낮을 구분하기 힘들정도의 먹구름이 몰려 와있었고, 나뭇가지와 이상한 물건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있었다.
아니.. 세 가지도 부족한가? 이 건 또 뭐야 무슨 소리야? 이 먹구름은 또 뭐고!
다들 무슨 소리냐며 놀라 파티 홀로 나왔고 넘어져도 보호해 줄 수 있는 소파 근처로 우리 넷은 뭉쳐 있었다.
'흠.. 날씨가 안 좋을 거라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무슨 일인지 마차도 흔들리고 밖은 까마득하니 앞이 보이지 않았고, 손수건으로 눈물 닦던 아빠의 모습과 마법 사인을 보낸 엄마의 모습이 먹구름 사이로 스쳐갔다.
오러를 사용 가능한 언니와 헤레이스는 에드가와 나를 감싸 안았고 나는 보호마법을 우리 넷에게 걸었다.
한번더 '쿠구궁-' 굉음이 들려왔고 마차는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나보다 작은 에드가를 보호하기 위해, 한쪽 팔로 뒤에서 가슴켠을 감싸 안았고 다른 한쪽 팔로는 언니의 팔뚝을 잡았다.
헤레이스는 서쪽 숲에 소용돌이가 가끔 생기는 현상을 공작님께 들은 적 있다고 오래가지는 않고 10분 정도 소요되고 사라지니 걱정하지 말라 하였다.
걱정은 말라 했지만, 걱정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힘껏 에드가를 감싸고 있던 내 팔이 걱정의 정도를 알려 주었다.
쉬폰 소재의 원피스가 에드가의 신경을 간지럽히는지도 모른 체 말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굉음은 사라졌고 창문 밖의 하늘도 맑아졌다.
'휴.......'
우리는 마음은 놓여도 몸은 놓이지 않은 지 다들 뭉쳐있었고 에드가의 숨막힌다는 말에 감싸안았던 팔을 풀어주었다.
저렇게 작고 여린 남자애가 어디 가서 힘을 쓰겠냐며 등을 톡톡 다독여 주었다.
"에드가 놀랐지? 이제 소용돌이가 사라졌나 봐 안 무서웠어?"
자기는 무서움을 모른다곤 하는데 내 눈엔 그저 귀여운 동생이 씩씩하게 안 무서운척 하는 것 같았다.
색을 바꾸는 마법을 이용해 파티 홀의 벽색이나 바꿔서 에드가를 웃게 해줄까 생각도 했지만 부끄러움이 많은지에드가는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후후 귀여운 아기 망아지 에드가.'
식사 시간이 되면 모이기로 약속을 한후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긴장이 풀렸는지 다리에 힘이 없었고 침대 가로 가서 앉은 후 나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버렸다.
누운 채 올린 손을 보며, 아까에드가를 감싸 안았던 감촉을 떠올려보았다.
저 작고 약한에드가가 아카데미에 가서 다치면 어떡하지?
어떡하긴 뭘 어떻게 내가 지켜주면 되지!
공작가의 쌍둥이 차녀로 태어나 오러에 싸인 언니를 둬서 그런지 항상 보호만 받아왔는데 나보다 약한 존재가 있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몽글 해졌다.
내 볼이 발그스름해졌다. 뿌듯함에 괜히 어깨가 펴지고 등허리가 곧아졌다.
'그래! 아카데미에 가면에드가를 내가 지켜주는거야..! 에드가···.누나가···. 아니 내가···. 지켜줄께!'
멋진 여성이 된듯한 느낌에 나는 볼이 발그레해진 체 잠시 잠이 들 수 있었다.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돌아보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상관하지 마.”나는 보수를 덤덤하게 이어 했다. 그런데, 에드가의 말대로 보호막 수리 하는 곳을 바라보니 보호막이 익숙한 크기로 찢겨 있었다. 성 외벽에서 발견된 쥐 마물의 크기였다.수리를 멈춘 나는 날렵하게 찢긴 보호막을 손으로 더듬더듬 만졌다.손끝에 느껴지는 딱딱하고 날카롭게 굳어진 보호막의 방향이 황성 밖을 향하고 있었다.클라우드 숲으로 마물이 빠져나간 건가. 이 사실을, 흑룡단 백룡단 사람들에게 알려야 했다.마물이 마을로 들어가 제 국민을 위험하게 할 순 없었다.나는 에드가를 등지고 아버지가 있는 백룡단으로 향했다.그 사이 스승님에게 마법 편지를 썼다.[스승님, 마물이 숲으로 들어간 것 같습니다. 마을로 내려갈 위험이 있는데 기사단으로 이 사실을 알려서 마을을 보호하도록 하겠습니다]눈앞에 새겨진 금빛 종이에 내가 생각했던 글귀가 서서히 적히자 에드가는 내 손을 성급하게 잡았다.“뭐, 뭐 하는 거야. 에드가 손 놔.”“루키오 한 테 알리지 말고 기사단으로 나랑 같이 가.”“뭐?”불현듯 루키오가 에드가에게 변이 마물을 만들었냐고 물었던 순간이 떠올랐다.들키지 않기 위해서인가.“라일리, 날 믿어. 널 위해서야.”“놔.”단호한 목소리에 손목에 잡힌 에드가의 손에서 힘이 잔뜩 들어갔다.“……….”“뭐 하는 거야. 에드가 놓으라고.”“같이 가.”“놔!!!”처음으로 에드가에게 소리를 질렀다.하지만 그는 어깨를 들썩이는 내 모습을 보며 꽉 쥔 손을 제품으로 잡아당겼다.“미안해. 진정하면 놔 줄게.”“싫어!! 놔!! 우린 이제 헤어진 사이야. 에드가!!! 그만해!!”“……….”“너도 이제 날 잊고 편하게 살아!! 그만 속여!! 마물 쥐도 설마 네가 만든 거니? 그래서 이러는 거야? 혹시 더 속이는 게 있니? 그러면 그만 좀 해!!!”또다시 눈물이 고였다.얼마나 많은 비밀이 너에게 숨겨져 있는 것인지, 가늠 할 수 없을 정도가 됐을 땐. 가슴을 녹이는 액체
왜 대답하지 못하는 거니.에드가에 안겨 있는 나는 그의 모습을 천천히 살폈다.잔뜩 힘이 들어간 너의 미간, 흔들리는 금빛 공동, 꽉 다문 너의 입, 나를 안고 있는 손의 흔들림 모든 것이 대답해주는 듯했다.하지만 부정을 하듯 나는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에드가가 흔들리는 모습마저 보기 힘들었다.마치, 어. 거짓말이야 하고 직접 말해주는 것 같아서.“대답. 해주지 않을 거야? 정말 혼자서 변신할 수 있냐니깐.”사실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대답이었다.하지만, 뭐라도 말해줘. 에드가 제발 아니라고, 맞아도 아니라고 변명해 줘.진실을 바라면서도 거짓을 듣고 싶은 게 모순적인 걸 알면서도 원한다.그만큼 너를 잃기 싫으면서도 지키고 싶은 걸까.에드가의 입이 서서히 떨어지려 하자, 재빨리 그의 입에 눈길을 고정했다.어서. 말해줘. 아니라고.하지만 에드가의 대답에 나는 힘이 쭉 빠져버리고 말았다.“맞아. 라일리.”에드가의 단호한 대답이 나왔다.하.고려 했던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아니길 바랬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그토록 원하지 않았던 일이 생기고야 말았다.에드가의 안겨 있는 내가 손을 들어 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은 눈을 가렸다.그리고 끝없는 한숨을 내 쉬었다.하……….현실의 장벽이 나에게 황소처럼 거칠게 들이받았다.에드가는 무슨 생각인지 내 손을 내렸다.그 와중에 얼굴이 보고 싶은 듯.에드가의 눈을 보니 서럽던 감정이 되살아난다.나는 오로지 너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아카데미를 다녔다. 그것도 삼 년간.하지만 그것이 전부 너의 거짓이라면.나는 앞으로 너를 믿을 수 있을까.네가 하는 말들을 곧 대로 들을 수 있을까.“라일리.”마지막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은 너의 애절한 목소리가 내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언제까지 속이려 한 거야?”“…….”“너 내가 얼마나 우스웠어?”“아니야. 그건.”“속이니 재밌든?”“그런 거 아니야. 라일리……. 제발 믿어줘.”“뭐가 아닌데?”뭐가? 그래, 들어나 보자.
아이렌의 크게 지른 고함에 에드가의 눈이 서서히 떠졌다.그와 눈을 마주친 그녀는 털썩 주저앉고 만다.“죄, 죄송합니다!! 도, 도련님!! 저, 저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요!!”겁을 먹은 여인 같았다.새하얗게 바랜 아이렌이 귀를 꽉 막으며 소리를 내질렀다.뭐가 그렇게 무서운 거지. 에드가가 위협이라도 가했나? 공작가에서 만났다면 고작 14살이었을 텐데, 이렇게 겁을 이유가 뭐가 있을까.의심 가득한 표정을 본 에드가가 내 손을 덥석 잡았다.“라일리,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어, 에드가 널 의심하는 건 아닌데, 지금 아이렌이 패닉상태인 것 같아. 아마 우리가 괜찮다고 해도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 같아. 미안한데 먼저 갈래?”“응. 라일리. 하지만 난 저분께 잘못한 게 없어…….”“알겠어. 믿을게. 어서 가봐. 연락할 게 에드가”“응……. 꼭.”결국 에드가를 먼저 보내고 잔뜩 겁을 먹은 아이렌을 위로했다.물을 세 컵정도 마신 후에야, 안정된 그녀가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상하게, 도련님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전부 사라졌어요…….”“네?”“도련님은. 남들 앞에서 허약한 사람처럼 행동했어요. 하지만 방안에서 검술훈련도 마법훈련도 혼자서 척척 해낸 사람이죠.”“에드가가요?”“네, 저는 도련님의 짚단과 통나무를 가져다주곤 했으니까요.”왜……. 숨어서 훈련을 한 거지…….강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텐데…….“훈련할 때 외형이 자주 변했어요. 금발로 변하면 직접 흑발로 마법을 걸으셨죠.”“네? 직접요?”아닌데, 아카데미에서 나 아니면 걸어줄 사람이 없었는데…….분명, 에드가는 바뀔 때마다 나를 찾아온걸.“네, 튜어가로 함께 일을 시작한 로렌과 사나가 사라지고 난 후 겁이 났어요. 그리고 도련님의 유모가 죽은 이후론 정말 더 무서웠죠.”“유모는 사고로 죽었다고 했어요.”“그 사고는 도련님이 내신 거예요!! 그날은 도련님의 심부름을 위해 외출을 했어요. 제가 분명 기억해요!!”“흠…….”“도련님이 이제 저를
갈 발의 흑 안을 가진 이번 하녀는, 성실한 아이였다.그런데, 말을 할 때마다 꼭."저 비밀 잘 지킬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내쫓을 일 없게 잘하겠습니다!""네?“"아무래도 높은 분들은 꼭 비밀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저는 진짜 입이 무거울 자신이 있어요!!""아……. 네. 뭐 비밀은 없지만 잘 부탁해요…. 하하."아이렌은 청소도 정리도 차 준비도 분별력 있게 잘하던 아이였다.그런데 만날 때마다 비밀은 꼭 지켜준다니 입이 무겁다느니 의도를 알 수 없는 말을 종종. 아니 매번 말했다.마치 자동으로 틀어진 앵무새 같았다.마침 어제도 아이렌과 차를 마시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던 때,에드가 생각에 빠진 내가 찻잔을 놓쳐버려 그만. 찻잔이 깨져버리고 말았다.하지만 마법으로 되돌려 깨진 찻잔을 붙이자 화들짝 놀란 그녀가 헉! 숨을 들이켰다."커…. 컵. 깨진 건 비밀로 해드릴게요."뭐만 하면 비밀, 비밀, 비밀,도대체 비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며칠 뒤 나는 청소를 열심히 하던 아이렌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저기, 아이렌?”“네, 마법사님?”그녀는 먼지를 쓸던 먼지떨이를 발아래에 두고 두 손을 모으고 나를 바라봤다.“음. 비밀인데, 혹시 이야기 하나 들어줄 수 있어요?”“헉. 비, 비밀이요?”“네.”아이렌은 비밀이라는 말에 마른침을 삼키며 얼음처럼 굳어 버렸다.도대체 저 비밀이 아이렌에게 무슨 영향을 끼쳤는지. 알고 싶었다.비밀 지키는 것 말고 나를 편안하게 생각해 줬으면 좋겠는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 하고 생각해낸 방법이었다.나는 테이블에 앉아 앞자리에 아이렌을 앉혔다. 그녀는 앞에 놓인 찻잔의 손잡이를 여러 번 어루만지며 말했다.“마법사님 무, 무슨 비밀이에요?”“사실 저, 비밀 연애 중인데요……. 황궁에서 비밀 연애는 금지잖아요. 휴. 그런데 쉽게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서요. 아이렌이 제 고민 좀 들어줘요.”“헙……. 비밀 연애요? 그럼요. 무조건 들어드려야죠.”“제가 삼 년간 좋아했던 아이
고요하고 적막한 방안.에드가의 입술이 닿은 곳을 한 없이 문지르던 내가 사그라지지 않는 맥박을 안정시키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거칠게 요동치는 심장과 간질간질한 느낌.그리고 뒤숭숭한 마음을 밤하늘의 별을 보며 다스릴 생각이다.수정 탑 옥상에 도착한 나는 새까만 밤하늘에 듬성듬성 나 있던 별을 바라보며 다그치듯 소리쳤다."하!! 나는 왜 용기가 없는 거지?!! 뽀뽀했을 때…. 더하고 싶었는데……. 왜!!! 그대로 보낸 거지? 하. 진짜 답답하다. 라일리"확. 더 끌어당길걸!한번 더 하자고 하면 되잖아! 에드가 입술. 솔직히 너무 예쁘지 않아……?힝아주 어디 못 가게 확! 마법으로 속박해 버리고……. 하…….잡아둘 걸 그랬어!!"그래!! 걘!! 그런 애야……. 동물을 좋아하던 애라고! 조심하라던 그 사람도!! 이상해 어!! !!! 그리고 저만 좋아해달라고 매달리는!!! 그런 순둥이잖아!! 순둥이!!""풉…."나는 하늘 높이 떠 있는 별을 향해 소리쳤고 어디선가 낮은 웃음이 귓가에 스쳤다.음……. 뭐야 잘 못 들었나…….두리번두리번. 양옆을 살피니 분명 시야 안에 아무도 보이지 않고 옥상은 텅 비어 있었다. 사람은 없는 게 확실한데……. 내가 잘못 들은 건가.그럼 그렇지 이 늦은 시간에 옥상에 올라올 사람이 있을 리가 있어?그나저나 하…….벌써 보고 싶다…….나의……. 달링…….내 사랑 에드가…….또 보고 싶어…….사실. 에드가랑 있을 때 참아내느라 항상 힘이 든다.아카데미에서 뽀뽀한 이후로 자꾸 연분홍색의 촉촉한 에드가의 입술만 보이고…….안겼을 때 그 단단한 가슴근육만 생각이나.하, 라일리. 미쳤지. 정말.그래도 정말."또 뽀뽀 하고 싶다.""푸훕……….”다시 또다시 두리번두리번 둘러봤다.그래, 이번엔 정말 잘 못 들은 게 아니다. 사람의 비웃음 소리가 분명해.시야에서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별을 보던 자리에서 일어나 수정 탑의 옥상을 한 바퀴 돌았다.한걸음, 한걸음. 정말
“너무 예쁘죠. 라일리 님께서 오신다고 해서 제가 신경을 써봤어요.”등 뒤에서 여린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화들짝 놀라 어깨를 들어 올리던 내가 뒤를 돌아봤다. 붉은 머리를 참하게 땋아 묶은 초록색 안광을 가진 한 여자도 나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아, 저를 아시나요?”아- 하고 입을 벌리던 그녀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아! 죄송해요. 인사를 먼저 드려야 하는데……. 저는 제이디 스피어 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돼서 너무 영광이에요!! 그리고 제국의 쌍둥이 공녀를 모르면 이상하죠. 헤헤. 잘 지내셨어요?”그녀는 나를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대했다. 반가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듯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과 초롱초롱한 눈매가 꼭 그랬다.“어릴 땐 튜어가에서 일했는데, 쫓겨나고 루키오님 덕분에 황성 시녀로 들어온 거예요. 그분은 저의 소중한 은인이시죠.”제이디는 내가 궁금한 것을 차근차근 하나씩 설명했다. 마치 내 생각을 읽는듯한 느낌이었다.나도 그녀처럼 아- 하고 입을 벌리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군요. 방이 참 예뻐요. 마음에 들고요. 고마워요. 제이디. 덕분에 예쁜 방 잘 쓸게요.”“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라일리님! 저는 이만 가볼게요. 오랜만에 봬서 제가 말이 너무 많았죠.”“설마요. 그런데 우리가 언제 본적이 있나요?”“아……. 기억 못 하시겠다. 제가 튜어가에서 일할 때. 본적이 있는데…….”“음. 튜어가 라면 엄청나게 어릴 때라서요…….”나와 만난 게 튜어가라면……. 내가 5살 전이라는 말이지. 5살 이후로는 튜어가 사람들이 프론치아드에 와 주었으니깐 말이야.기억에 없는 게 당연해.“아직도 기억나요. 은빛 단발머리에. 귀여운 청색 드레스를 주로 입으셨잖아요. 노란색도 참 잘 받았는데. 여전히 예쁘신 것 같아요.”제이디가 내 머리에 손을 서서히 올렸고 나는 황급히 몸을 뒤로 기울였다.보통. 타인을 이렇게 쉽게 만지는가……. 그것도 시녀가.제로니카와 루키오의 충고 때문일까. 나 자신이 조금 예민해진
하강한 돌을 향해 손을 뻗어 잡아봤지만 역부족이었다.나는··· 역시 체력은 아니야.그런데 순간이었다. 바닥에 떨어진 돌이 초록빛을 내뿜다 손바닥만 한 회오리를 만들어냈다.“헉.”“뭐야!”“회오리?”우리는 모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눈빛으로만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큰소리로 인해 비비나 옆방 아이들이 달려오는 일은 없어야 했다.‘뭐야 회오리라니?’라는 생각인듯했다.초록색 돌에서 빠져나온 회오리는 어느 정도 방안을 여러 차례 돌고 있었다. 다행히 크기가 작아 방에 있는 물건에 피해를 주진 않았지만, 꽤 오래 돌다가
..*.*우리는 호문 특별활동을 끝내고 아카데미로 돌아왔다.나는 기숙사로 돌아온 직후 말론 선배의 다리에 잔뜩 묻어있는 스네이키드 독을 분석하고 해독제 연구에 몰두했다.교수님은 내 연구논문을 보시곤, 탄식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시며 말했다.“크으. 에드가! 넌 독방을 사용할 자격이 충분하구나. 당장 오늘부터 이동하도록 해라”일 층 독방은, 3학년 졸업생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었다.2학년인 내가 쓰기엔 부담스러웠지만, 교수님은 충분히 쓸 자격이 있다며 어깨를 토닥여주셨다.독방은 연구 도구가 갖춰있는 실험실 겸 기숙사 방이었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햇살 좋은 날이었다.나는 책상에서 턱을 괸 채 차창 밖을 바라봤고, 살랑거리는 햇살에 살며시 눈을 감았다.“하아- 날씨가 너무 좋다.”우리 망아지랑 소풍 가고 싶잖아?나는 손바닥을 이마 위에 놓고 연하게 내리쬐는 햇살 사이 하늘을 바라봤다.높은 하늘은 푸른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팔레트 위에 듬성듬성 놓인 하얀 물감에서 보호소에서 본 아기 강아지 같은 구름을 발견했다.앗 귀여워······. 맞아. 그때 그 점박이 강아지가 참 애교가 있었어.나는 흐뭇하게 강아지 구
“어?”말없이 내 어깨를 두른 남성은 키가 아주 큰 사내였다. 깜짝 놀라 어깨를 움찔거렸지만,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그에게서 익숙한 향기가 솔솔 불어왔고, 나는 코끝에 다가온 시원한 향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일반 민트향보다 더욱 시원하고 부드러웠다.나는 확신에 찬 고개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에드가지?”“응. 라일리 울지마. 좋은 곳으로 갔을 거야. 분명”“아······. 응······.”슬픈 감정이 쏟아지는 와중에 에드가와 끌어안고 있었다며 언니한테 혼이 날 것 같아 또 다른 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