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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 포인트 [4화.양지은]

Author: 우주강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05 19:22:58

아-아-

잘 들려? 난 양지은이야. 허무하게 죽었던 그저 엑스트라일 뿐이지. 근데 내가 왜 여기 있냐고? 이대로 죽기엔 너무 아쉽더라고. 아직 풀지 못한 것도 있고... 그래서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고 끝낼 거야. 어차피 내 이야기는 별로 안 좋아하니까.

운동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재능이 타고나 방송에 출연하면서 유명해지는 게 대부분이지. 근데 난 아니었어. 어느 날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 원래 없었던 것처럼 사라진. 약간 소나기 같은 거지. 근데 후회는 없어. 왜? 나는 위선자일 뿐이니까.

[4화. 양지은]

어릴 때 나는 호기심과 생각이 많았어. 모든 상황에서 말을 하기보다 생각을 먼저 했지.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서 벙어리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어. 큭큭, 근데 심지어 내 아빠라는 인간도 나를 말 못하는 장애 새X라고 부르더라. 왜 그런지 알아? 그 인간은 나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든. 날 낳자 마자 죽었다나 뭐라나. 근데 웃긴 건 뭔지 알아? 애초에 날 낳을 생각이 전혀 안 했대. 근데 낳자고 한 게 그 인간이 사랑했던 여자였대. 되게 바보 같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결정을 바꾸는 게. 결국엔 그 선택으로 가장 소중한걸 잃었잖아.

어쨌든 내가 태어난 이후부터는 날 방치해서, 주변 간호사들이 날 돌봐주었지. 하지만 간호사들도 나를 언제까지 봐줄 수 는 없었기에 집으로 보내졌어. 간호사가 초인종을 누르며 그 남자를 불렀어. 남자는 다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돼 있었어. 그때 아마 한 가정부가 나를 키워줬을 거야. 빨간 리본을 했었나? 어쨌든 한 7살 때 까지는 그 가정부가 부모처럼 키워줬어. 근데 어느 날 아버지라는 인간이 집을 나가고 들어오지 않게 되면서 그 가정부는 볼 수 없었어. 그래도 냉장고에는 먹을게 꽉 차 있어서 굶어 죽을 일은 없었지만 외로웠어. 텅 빈 차가운 공간. 소리라곤 '나'라는 생명체만 살고있는 숨소리 뿐이었어.

그런데, 그날은 달랐어. 차가운 거실이 아니라 따뜻한 온기가 존재하는. 그니깐 나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은. 주변을 살펴봤어.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부엌 구석에 있는 거야. 얘가 왜 있는지 보다는 솔직히 그 여자애가 반가웠어. 매일 혼자 보내던 날들이 다 잊혀져 버리는 느낌이랄까? 왜 여기에 왔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그 애는 내 속마음을 알아차린 것처럼

"나 놀고 싶은데 놀 사람이 없어"

"그렇다고 남의 집에 함부로 찾아오면 어떡해"

"글쎄, 아 몰라. 이 집에 재밌는 거 좀 없어?"

허. 이 녀석은 뭐지? 무작정 우리 집에 쳐들어 와서는....

"나, 며칠 전부터 계속 굶었어. 배고파"

{10분뒤}

"잘 먹었어 덕분에 살았어"

깔끔한 원피스에 잘 정돈돼 보이는 머리. 그리고 평범한 여자아이라기엔 왠지 모를 섬뜩함. 근데 어째서 인지 시선이 자꾸만 가는 그 애의 눈. 검은 눈을 가지고 있지만 눈이 별로 좋진 않은지 주변에 충혈이 된 것처럼 빨갛다.

"너 이름이 뭐야?"

"내 이름은 미희야. 강미희. 너는 이름이 뭔데?"

"난... 지은이야. 양지은"

"양지은? 이름 되게 이쁘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미희라는 내 또래와 금세 친해졌다. 알 수 없는 애였지만 그런 점이 재미있고, 합도 잘 맞았다. 그 이후로도 그 애와 같이 지내면서 어쩌다 보니 수영에 관심이 생겼다. 나는 미희에게 같이 수영장을 가보자고 했는데 미희는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수영장을 가는 날이면 내가 수영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나는 그런 면이 좋았다. 그렇게 미희와 좋은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2018년 8월 25일 세상에 '악마'라는 존재가 퍼지기 시작한 날. 그날로부터 내 평범했던 일상은 무너졌다. 내가 자주 가던 수영장은 문을 닫았고, 미희 역시 집에 일이 생겼다며 얼굴을 본지 오래됐다. 그렇게 한 반년 정도 지났을까? 오랜만에 미희의 연락이 왔다.

-잠시 만날 수 있을까?

나는 연락을 받자마자 자주 만나던 카페집으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미희가 있었다. 초코라떼 두 잔과 에그 샌드위치가 놓여 있었다

"오랜만이다. 안 본 사이에 왜 이렇게 삐쩍 말랐냐?"

그렇게 말을 하며 초코라떼의 빨대를 휘휘 저었다. 미희는 안 본 사이에 키도 많이 크고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

"너 국가대표 해볼 생각 있어?"

"어?"

나는 깜짝 놀라 손에 있던 샌드위치를 떨어뜨렸다.

"너, 수영 잘하잖아 이참에 수영선수는 어때?"

"수영선수...? 하..하...잘 모르겠네... 내가 잘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아냐! 무슨 소리야! 너 잘한다니까? 너만 모르고 있어 지금"

"몰라... 그런 거 할 생각 없어"

나는 수영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잘하는 것도,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닌, 그냥 취미. 남들이 1시간 이면 할 수 있는걸 혼자 3시간씩 해서 겨우 하는. 이런 사람이 어떻게 선수가 되겠는가? 괜히 수영에 대한 흥미만 잃겠지.

그 후부터 미희와 나는 전처럼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그럴 때마다 이 얘기가 나왔는데 나는 대충 얼버무리거나 다른 주제로 넘어가곤 했다. 근데 하루는 미희가 진지하게 물었다. 솔직히 대답해주면 앞으로 이야기는 꺼내지 않겠다고. 그래서 나는 내가 수영선수가 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미희에게 말해주었다.

"음, 넌 어릴 때부터 그랬는데 지금도 똑같다."

미희는 피식 웃으며 어릴 때의 상상이라도 하는 듯 하늘을 바라봤다. 그러곤 다시 내 쪽을 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너는 남들이 1시간 동안 배우고 학습까지 완료하고, 너는 3시간 안에 배우고 학습까지 끝낼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아니, 고작 '밖에' 가 아니야. 남들이 1시간 하는걸 너는 3시간을 한다는 게 중요한 거야. 왜냐면 너는 3시간을 하는 동안에 다른 곳에 한눈 팔리지 않고 끝까지 하고 또 매일 3시간 한다는 끈기와 열정이 있잖아. 인간들은 보통 끈기가 없어 자신이 갈 수 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하지만 너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조건이 갖추어 져 있잖아."

글쎄다. 그 말을 들으니 조금 안심이 되었던것같다

'끈기' 그 하나로 내가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는 건가? 생각할수록 알 수 없는 녀석이다.

..뭐..하지만 그 끈기 하나로 지금도 목표를 향해 가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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